소설리스트

대주재-740화 (739/1,000)

740화. 드디어 나타난 장경루

영진 내부가 무질서해져 목진은 해골 공격을 받지는 않았지만 무서운 영력 때문에 걷는 것조차 힘들었다.

또한, 목진은 계속 자리를 바꾸며 영력 돌풍이 가장 적게 미치는 곳을 찾아야만 했다. 자칫 영력 돌풍이 거세게 휘몰아치는 곳에 발을 들였다가는 크게 다칠지도 모르기 때문이었다.

하여 목진은 한 시진이 지났는데도 천 장 정도밖에 안 되는 영진을 다 지나가지 못했다.

그러나 목진은 코앞에 둔 요염한 만다라 꽃을 보고도 전혀 홀가분해지지 않았다. 아직 마지막 돌기둥과 그 아래쪽에 앉아있는 해골이 남아있었기 때문이다.

이곳을 지나야 영진을 완전히 건넜다고 할 수 있었다.

목진은 마지막 한 개의 해골이 유일한 길을 막고 있는 것을 보고 인상이 확 찌푸려졌다. 해골의 양쪽은 난폭하기 그지없는 영력 돌풍이라 일단 빨려 들어가면 죽을 것이 분명했다.

그렇다고 다시 도령위를 소환할 수도 없었다. 도령위의 강대한 영력에 영진 전체가 가동되면 모든 공격이 한꺼번에 휘몰아칠 것이다.

그리되면 목진은 도령위가 있다고 한들 언젠가 영력이 다 닳아 이곳에서 죽고 말 것이다.

그럼 방법은 하나뿐, 영력 돌풍에 뛰어드는 수밖에 없었다.

결정을 내린 목진은 입술을 꽉 깨물고는 이내 정색했다. 영진의 위력은 상당하지만 만 년도 넘게 시간이 지나 영진의 힘을 많이 끌어오지 못하는 해골 하나를 해결하지 못하는 정도는 아닐 것이다.

이러한 생각에 목진은 바로 해골로 향했다.

눈 깜짝할 사이에 해골 앞에 나타난 목진은 바로 그 옆을 스쳐 지났는데 녀석이 꼭 감았던 눈을 번쩍 뜨더니 눈에서 영광을 분출하며 메마른 손으로 오른쪽을 가볍게 때렸다.

쿵!

순간 그 주위 공간에 균열이 일었고 무서운 영력이 폭발했다.

목진은 녀석의 놀라운 영력에 안색이 확 어두워지더니 황급히 용봉체를 소환했다. 그러자 진정한 용과 진정한 봉황의 령이 날아올랐고 금광이 육신을 완벽하게 감쌌다.

퍽!

그러다 메마른 손이 적룡전갑에 닿자 목진은 저도 모르게 몸이 앞쪽으로 튕겨 나가더니 영진의 범위에서 벗어나 바로 광장의 끝자락에 닿았다.

드디어 계단 옆에 멈춰 선 목진은 몸이 확 굳었다.

적룡전갑의 등 쪽에 메마른 장인이 드러나 있었는데 그곳에 혈광이 나타나더니 갑옷이 갑자기 부서졌다.

쿵!

혈광이 솟구치자 애처로운 비명과 함께 적룡전갑은 산산이 부서졌다.

방어력이 강대한 준 성물이 완전히 부서지다니.

풉.

갑옷이 부서지자 목진도 더 이상 참지 못하고 피를 토했는데 온몸에서 발하던 황금빛은 빠르게 어두워졌고 피부에 새겨진 진정한 용과 진정한 봉황의 령도 흐릿해지더니 완전히 사라졌다.

목진은 창백해진 얼굴로 돌기둥 밑에 앉아있는 해골을 뒤돌아봤는데 녀석은 다시 조용해졌다. 하지만 목진은 일전의 무서운 힘이 깃든 공격에 아직도 겁이 났다.

목진이 미리 적룡전갑을 입지 않고 용봉체를 한껏 끌어올리지 않았다면 이미 죽었을 것이다.

“정말 무서워. 여덟 채의 해골은 생전에 지지존경에 이른 것이 분명해.”

목진은 상고의 천궁의 실력에 이내 감탄했다. 천라대륙에서 상고 천궁의 하위 지지존을 아무나 내세워도 정예 세력의 패주가 되는 것은 아무런 문제도 되지 않을 텐데 상고의 천궁에서는 기껏해야 고위층밖에 되지 않았다.

그런데 역외사족이 이토록 실력이 강력한 상고의 천궁을 전멸시켰다니. 녀석들이 얼마나 무서운 상대인지 짐작해 볼 수 있었다.

역외사족은 역시 대천세계의 천적이었다.

목진은 바로 마음을 추스르고 고개를 들었다. 계단을 오르면 혈옥으로 만들어진 연화대가 있는데 그 속에 상고의 요염한 꽃이 피어나 어두운 빛을 발하고 있었다.

목진은 꽃을 보자 드디어 긴장이 풀린 듯 깊게 숨을 들이켜고 내뱉으며 마음을 가라앉혔다.

“널 드디어 찾아냈어.”

계단의 끝자락에 놓인 선홍색 연화대에서 은은한 혈광을 발했다. 그 속에서 피어난 요염한 꽃이 하늘거리며 어두운 빛을 발하는 것이 무척 신비로워 보였다.

“이것이 바로 대천세계에서 아주 보기 드문 만다라 꽃이란 말인가?”

목진은 돌계단을 올라 만다라 꽃 앞에 다가가더니 흥미진진하게 살폈다. 목진 체내에 있는 대일불멸신의 수련법이 적힌 신비로운 종이에도 만다라 꽃의 무늬가 새겨져 있는데 본체를 보는 건 처음이었다.

만다라 꽃이 완전히 진화하면 진정한 용이나 진정한 봉황 못지않은 힘을 얻게 되어 천지존급 존재로 거듭난다. 또한, 어둠의 힘에 능통할 뿐 아니라 생기가 왕성하고 똑똑해 숨기로 마음먹으면 지지존이 나서도 절대 찾아내지 못한다고 했다.

목진은 봉인 상태인 만다라 꽃에 깃든 웅장한 힘이 충분히 느껴졌다.

그 힘으로 인해 주위의 공간마저 파르르 떨렸다.

목진은 웅장한 힘에 이내 감탄하고는 주먹을 꽉 쥐었는데 손에 어두운 빛이 모이더니 검은색 잎사귀를 이뤘다.

만다라의 본체는 봉인되었지만, 강제로 가져가려 하면 반격할 것이 분명했다. 상위 지지존의 반격은 목진이 당해낼 수 있는 정도가 아니었다.

다행히 목진은 본체를 가져오기 위해 만다라에게 받은 검은색 잎사귀가 있었다.

목진이 검은색 잎사귀에 영력을 주입하자 잎은 어두운 빛을 발하더니 눈 깜짝할 사이에 수십 장 정도로 커져 요염한 꽃을 감쌌다.

갑작스러운 변고에 요염한 꽃은 온몸을 파르르 떨더니 반항하지 않고 잎사귀에 몸을 맡겼다.

잇따라 목진은 만다라의 본체를 거둔 뒤, 혈옥으로 만들어진 연화대를 뚫어져라 쳐다보다가 손을 뻗었는데 연화대에서 차가운 힘이 손가락을 통해 체내에 스며들었다.

갑자기 몰려온 힘에 목진은 흠칫 놀라 이를 바로 배출하려 했는데 해골의 공격으로 인해 생긴 상처가 신속하게 치유되는 것을 발견하고 동작을 멈췄다.

그 외, 목진의 등에 난 메마른 장인도 조금씩 사라졌다.

목진의 체내에 난 상처는 1각도 안 되는 사이에 대부분 치유되었고 도령위를 조종해 피곤해졌던 몸도 훨씬 가뿐해졌다.

“이건…….”

목진은 체내의 변화에 깜짝 놀랐다. 혈옥 연화대의 치유력이 이렇게까지 강력하다니!

목진이 혼자서 이 정도 상처를 치유하려면 적어도 반나절은 걸려야 했는데 연화대는 1각 정도밖에 안 걸렸으니, 그 효율성이 엄청났다.

이것만 봐도 혈옥 연화대는 진귀한 보물임이 분명했다.

이 물건만 있으면 언젠가 크게 다쳤을 때, 잠시 숨어있기만 해도 바로 전투력을 회복할 수 있을 것이다. 보아하니 연화대는 지지존한테도 유용한 물건인 것 같았다. 그렇지 않고서야 만다라가 이것으로 상처를 치유했을 리 없었다.

“이 물건은 중급 성물 못지않아!”

목진은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혈옥 연화대를 쳐다봤다. 이 물건은 목진이 일전에 획득한 풍신선보다 훨씬 진귀했다.

목진은 만다라의 본체를 찾으려다가 의외로 보물을 획득했단 생각에 이내 화색이 되었다.

하여 그는 바로 연화대를 수중에 넣었다. 이런 보물이 상고의 천궁에서 먼지만 쌓여가는 것보다는 목진이 유용하게 사용하는 편이 훨씬 나을 것이다.

목진은 그제야 만족하듯 가볍게 손뼉을 치고는 느긋하게 앉아 무언가를 기다렸다.

그가 기다리는 것은 다름 아닌 장경루였다.

목진은 상고의 천궁에 들어와서 지금까지 무언가 자신을 감시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저 착각이라고 생각했었는데 그 존재가 바로 상고의 천궁의 신비로운 장경루일 수도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목진은 현재 제2전에 들어가 두 번째 전주 휘하의 가장 뛰어난 군대를 장악했을 뿐만 아니라 제1전에 와서 하위 지지존 한 사람을 물리치고 상위 지지존마저 골치 아파할 무서운 영진까지 뚫었다.

이마저도 안 된다면 이 세상에서 장경루에 들어갈 수 있는 사람은 아마 아무도 없을 것이다.

하여 모든 일을 마친 목진은 신비로운 장경루가 나타나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것이었다.

대전은 다시 조용해졌고 시간은 계속해서 흘러갔지만 아무리 기다려도 장경루는 나타나지 않았다.

이에 목진은 잠시 머뭇거렸지만 장경루가 아직 지능이 있다면 목진은 반드시 들어갈 자격을 갖췄을 거라 확신했다.

상고의 천궁에 들어온 사람 중, 목진만큼 해낸 사람이 거의 없었다.

목진은 조용히 서서 보이지 않는 장경루한테 자신의 결연한 태도를 밝혔는데 허공 어딘가에 숨어있던 무언가가 목진의 눈빛을 읽기라도 한 듯 갑자기 파동이 일기 시작했다.

오래된 범음과 함께 공간이 일그러지더니 허무한 공간에서 수수하기 그지없는 청색 누각이 모습을 드러냈다.

목진은 이를 보더니 심장이 콩닥거렸다.

신비로운 누각은 목진을 주의 깊게 지켜보고 있는 것 같았지만 목진은 전혀 두렵지 않았다.

또 1각 정도가 지나자 신비로운 누각이 파르르 떨리더니 창로한 소리가 주위에 울려 퍼졌다.

“마음이 굳건하고 자신감 넘치는 자여, 장경루에 들어오라.”

목진은 장경루에서 퍼져 나온 목소리에 화들짝 놀랐다.

장경루가 이렇게까지 똑똑하다니! 이건 절대 일반 성물이 아니었다.

위잉.

그때 허무한 공간에서 모습을 드러낸 장경루가 파르르 떨리더니 청광이 모여 목진의 앞에 청석 계단을 만들었다.

이제 청석 계단만 오르면 신비로운 장경루에 들어갈 수 있을 것이다.

목진은 청석 계단을 보자 너무 흥분한 나머지 머리가 핑 돌았다.

정말 성공했단 말인가?

장경루에 들어가면 대일불멸신의 진화법을 획득할 기회가 주어질 것이다. 이 날을 위해 얼마나 오래 기다렸단 말인가?

북창령원을 떠난 소년은 여러 대륙을 건너 천라대륙의 대라천역에 들어가 구유궁의 통령이 되었고 몇 년 사이, 무려 목황이 되었다.

이 모든 노력은 오직 대일불멸신의 진화법을 얻기 위해서였다. 이제 그 목표를 이루게 되었으니 벅차오르지 않을 리가 없었다.

후우.

목진은 깊게 숨을 들이켜며 마음을 가라앉히더니 허공에 떠 있는 장경루를 향해 공손하게 인사를 올린 뒤, 바로 청석 계단에 올랐다. 그가 앞으로 발을 내딛자마자 뒤쪽 계단이 바로 사라졌다.

목진이 마지막 계단에 오르자 주위 공간이 흐릿해졌다가 구름이 자욱한 선경 같은 공간이 나타났다.

그 속에 신비롭고 수수한 장경루가 덩그러니 놓여있었다.

그때 장경루의 대문이 서서히 열렸는데 그 속에서 신비로운 빛들이 모여 강대하고 오래된 기운을 방출했다.

목진은 바로 대문을 넘어 꿈에도 그리던 장경루 안으로 들어갔다.

순간, 목진은 의지가 활활 타올라 주먹을 꽉 쥐었다.

불후금신!

내가 왔다.

목진이 장경루에 들어서자 앞쪽에서 눈부신 빛을 발하더니 다시 어두워져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드넓은 별이 빛나는 공간이 나타났다.

창망하고 웅장한 공간에 수많은 별이 반짝이는 것이 현란하기 그지없었다.

“여기가 바로 장경루 내부란 말인가?”

목진은 눈앞의 웅장한 공간을 보며 중얼거렸다. 그는 장경루가 신통이나 밀법을 적은 서책으로 가득 찬 곳일 줄 알았는데 서책이라곤 한 장도 보이지 않았다.

위잉.

그런데 그때, 주위의 공간이 파르르 떨리더니 엄청난 소리와 함께 멀리서 갑자기 빛줄기가 쏟아져 내렸다.

이에 목진이 고개를 돌려보니 이는 유성들로 다채로운 색을 띠어 그야말로 장관이었다.

유심히 유성을 바라보던 목진은 흠칫 놀랐다. 유성은 운석이 아니라 족자 모양을 한 물건이었다.

“신통 비결이 유성에 숨어있었군.”

목진은 흠칫 놀라 고개를 들고 하늘 높이 걸린 별들을 바라봤는데 그중, 오래된 족자들이 신비롭고 난해한 파동을 내뿜었다.

하늘에 걸린 별에도 범상치 않은 신통 비결이 숨어있었다.

“별이 이렇게 많은데 불후금신의 수련법은 도대체 어디 있단 말인가?”

목진은 미간을 찌푸리며 중얼거렸다. 장경루에는 물건이 너무 많았는데 원고 종족의 계승 못지않은 양이었다.

불후금신의 수련법을 찾아내려는 것은 하늘의 별 따기였다.

그러나 목진은 절대 포기하지 않았고 잠시 고민하다가 바로 별들에게 향했다.

슉! 슉!

그는 수많은 유성을 지나며 불후금신의 수련법을 찾았다. 목진은 대일불멸신을 수련했으니 불후금신의 수련법에 가까이가면 바로 알아챌 수 있을 것이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