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42화. 혈전
후우!
검은색 기류는 화가 난 이무기처럼 나지막한 외침과 함께 가루라의 주위를 감싸더니 실체를 이룬 듯 퍼져 주위의 공간이 부단히 떨렸다.
쿵!
가루라는 어느새 몸이 온통 까만 악마의 신처럼 기세등등해졌다. 현재, 그는 육신의 힘만으로도 9급 지존경 원만급 강자를 상대할 수 있었다.
목진도 이런 가루라의 모습에 안색이 확 어두워졌다. 가루라의 육신은 그가 봤던 사람 중에서 제일 강했다.
목진이 천지의 세례를 통해 용봉체를 제련하고 정진하지 않았더라면 육신의 힘에서도 가루라한테 밀렸을 것이다.
쿵!
그때 살기 가득한 눈빛으로 목진을 노려보던 가루라는 발을 구르더니 순식간에 제자리에서 사라졌다.
위잉!
이와 동시에, 목진은 체내에서 금광을 발하더니 주먹을 꽉 쥔 채 오른쪽 어딘가를 향해 힘껏 휘둘렀다.
진정한 용과 진정한 봉황이 날아다니는 팔에 산 한 채를 부술 정도의 엄청난 힘이 깃들었다.
한편, 목진이 주먹을 휘두르자 허무한 공간에서 흐릿한 검은색 그림자가 나타나 주먹을 휘둘렀는데 만 장 정도의 검은빛이 폭발했다.
쿠쿵!
무서운 힘이 깃든 양자의 주먹은 운석처럼 힘껏 부딪쳤다.
순간, 육안으로도 확인 가능한 충격파가 휘몰아쳐 주위의 공간은 격렬하게 떨리다가 균열이 일기 시작했다.
무서운 충격파에 목진과 가루라는 온몸을 파르르 떨며 각자 수백 장 정도 튕겨 나갔다.
슉!
두 사람은 몸을 추스르자마자 다시 신속하게 공격을 개시했다.
퍽! 퍽!
두 사람은 황금 광장에서 끊임없이 상대방에게 공격을 가했는데 영력 하나 사용하지 않고 온전히 육박전을 펼쳤다.
양자의 공격이 부딪쳐 형성한 충격파는 9급 지존경 원만급 강자마저 놀라 사색이 될 정도였다.
일반 9급 지존경 원만급 강자가 봐도 두 사람의 육신은 요물급이었다.
1각도 안 되는 사이, 목진과 가루라는 수백 차례의 공격이 오갔는데 모든 공격이 상대방의 숨통을 끊을 정도의 공격이었다.
쿵!
또 한 번 맹렬한 공격을 주고받은 두 사람은 황금으로 빚은 것 같은 지면에 기다란 흔적을 남기며 뒤로 물러났다.
두 사람은 현재 옷이 갈기갈기 찢어져 있었고 팔에도 혈흔이 가득했다. 그것은 싸울 때, 무서운 힘의 여파 때문에 생긴 상처지만 두 사람의 육신이 너무 강해 큰 문제가 안 되었다.
치열한 대결에 고도로 집중했던 두 사람은 제법 숨을 헐떡였다.
그때 가루라가 음산한 눈빛으로 목진을 바라보더니 손으로 팔을 쓰윽 훑었는데 혈흔이 금세 사라졌다.
“하우가 괜히 자네 손에 죽은 것이 아니었군. 제법이네.”
그는 일전의 대결로 목진이 무시할 만한 상대가 아니란 것을 바로 깨달았고 주염과 싸웠을 때 받았던 위협감을 다시 느꼈다.
그런데 목진은 온몸에서 금광을 발하며 태연하게 서 있기만 했고 진정한 용과 진정한 봉황의 령도 그 주위를 맴돌며 호시탐탐 가루라를 노려봤다.
이에 가루라는 피식 웃으며 말을 이어갔다.
“자네 실력이 아무리 뛰어나도 오늘, 여기서 살아남을 사람은 오직 한 명뿐일 것이네. 그리고 그 사람은 절대 자네가 아닐 걸세!”
쿵!
가루라가 말을 마치자마자 주먹을 휘두르자 도천의 영력이 미친 듯이 모여 만 장의 권광을 이뤘고 이는 검은색 흉수처럼 신속하게 목진에게 향했다.
가루라는 목진과의 대결을 길게 이어가고 싶지 않아 영력을 사용하기로 했다.
하여 목진이 이내 정색하자 뒤쪽 공간이 진동하며 지존해가 나타났고 바닷물이 요동치며 무궁무진한 영력을 이뤄 솟구쳤다.
잇따라 목진이 장풍을 쏘자 웅장한 영력이 그의 앞쪽에 커다란 영력 방패를 형성했다. 그러자 그 위에 진정한 용과 진정한 봉황의 령이 날아다니며 방어력을 최대화했다.
쿵!
사나운 검은색 권광은 영력 방패를 힘껏 때렸지만 결코 부수지는 못했다. 이에 목진은 안색이 조금 어두워졌다. 하지만 이건 시작일 뿐이었다.
꽈르릉! 꽈르릉!
역시나 뇌명이 울려 퍼져 목진이 고개를 들어보니 하늘에서 갑자기 검은색 유성이 우수수 떨어졌다.
이는 전부 권광으로 이뤄진 것으로 앞을 가로막은 것이 무엇이든 부숴버릴 것 같았다.
퍽! 퍽!
유성 권광이 사정없이 내려앉자 영력 방패가 점차 격하게 떨렸다.
다행히 진정한 용과 진정한 봉황의 령 덕분에 방패의 방어력은 놀라울 정도로 강했다. 마지막 유성이 떨어지며 방패에 균열이 가득 일었지만 결코 부서지지 않고 목진을 지켰다.
그런데 그때, 목진이 갑자기 강한 위협감을 느끼고 고개를 번쩍 들어보니 가루라가 먼 곳에 놓인 황금색 기둥 위에 올라가 유난히 괴이한 인법을 그리더니 그의 주위에 웅장한 영력이 진득한 검은 바다를 이뤘다.
히쭉거리며 목진을 노려보던 가루라가 손을 휘익 젓자 영력으로 이뤄진 검은 바다가 요동치며 무언가를 만들어내듯 무서운 파동을 방출했다.
목진은 순간 안색이 확 어두워졌다.
“자네를 일전의 공격으로 죽일 수 있을 거라 생각하지 않았네. 그저 시간이 필요했을 뿐이라네.”
말을 마친 가루라가 미소를 지으며 손가락을 내밀어 검은 바다를 향해 휘익 젓자 ‘쿵!’ 하는 소리와 함께 검은색 바다가 반으로 갈라졌고 그 속에서 흑기가 미친 듯이 솟구쳤다.
“성마신통(聖魔神通), 성마수(聖魔手)!”
녀석은 소리치며 검은 바다에서 커다란 검은 손을 뻗었는데 이는 공간을 뛰어넘은 구유의 손처럼 모든 공간을 휘어잡아 절대 도망가지 못할 것 같았다.
그 광경에 목진은 너무 놀라 온몸이 파르르 떨렸다. 이건 분명 진정한 신통이었다.
가루라도 신통을 수련했을 줄이야!
목진은 어두워진 주위를 쓰윽 훑더니 깊게 숨을 들이켜며 눈을 감았다가 번쩍 떴다. 그러자 체내에서 무서운 살기를 내뿜었고 눈은 어느새 빨갛게 변해 있었다.
그는 커다란 손의 공격에 피하지 않고 태연하게 서서 혼을 바쳐 악마가 되려는 듯 엄청난 기세를 내뿜었다.
그 광경에 가루라는 눈가가 파르르 떨렸다. 목진은 뒤로 반보 물러서더니 오른쪽 주먹을 힘껏 휘둘렀다.
이와 동시에, 광장에 목진의 나지막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사신마권!”
목진은 발을 힘껏 굴러 하늘 높이 날아올랐는데 하늘을 가릴 정도로 큰 검은색 손에 비하면 한없이 작지만 여전한 기세로 날아가 힘껏 부딪쳤다.
위잉!
양자가 부딪치자 그곳에 순간 정적이 흘렀다.
그러다 양자가 부딪친 공간에 거대한 공간 균열이 일었고 무서운 파동을 내뿜었다.
쿵!
양자가 다시 부딪치자 공간이 파르르 떨렸고 검은손이 격렬하게 흔들렸다. 이에 균열이 일더니 결국 폭발했다.
목진은 큰 타격을 입은 듯 멀리 튕겨 나갔고, 황금으로 만든 것 같은 기둥에 부딪히자 기둥은 바로 가루가 되어 부서졌다.
반면, 가루라는 튕겨 나가지는 않았지만 안색이 확 어두워졌고 아래쪽 기둥도 산산이 부서졌다.
목진은 금가루가 휘날리는 광장에 서서 가루라를 쳐다봤는데 두 사람 모두 입가에 피가 묻어 있었다.
두 신통의 대결로 두 사람 모두 제법 타격을 입은 듯했다.
한편, 가루라는 신통인 성마수를 사용했는데도 상대를 죽이지 못한 것이 처음이었고, 목진 역시 그가 사신마권을 막아낼 줄 몰랐다.
역시 강적이었다.
목진과 가루라는 똑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잇따라 가루라는 검은색 석인을 꺼냈고 목진은 청색 깃털 부채를 꺼냈다.
가루라가 검은색 석인을 꺼내자 바닷물이 요동치는 소리와 함께 검은색 바닷물이 휘몰아쳐 그곳은 순간 검은 바다가 되었다. 가루라는 해면 위에 서서 음산한 눈빛으로 목진을 노려봤다.
“내가 자네를 상대하기 위해 부해인(覆海印)마저 꺼낼 줄은 몰랐네. 목진, 자넨 참 대단하네!”
가루라는 살기 가득한 얼굴로 말했다. 부해인은 진정한 저급 성물로 성마궁 궁주가 어렵게 구한 물건인데 임무 완성을 위해 가루라한테 줬다.
가루라의 실력에 부해인의 힘까지 더하면 진정한 하위 지지존의 상대는 아니지만 지지존경에 이르지 않은 사람을 죽이는 것은 식은 죽 먹기일 것이다.
성물의 힘은 신기나 준 성물 따위와 비교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저급 성물이라…….”
목진은 고개를 들고 웅장한 검은색 바다를 보더니 흠칫 놀랐다. 그 속에 깃든 힘에 그마저 깜짝 놀랄 정도였다.
가루라는 역시 제대로 준비를 하고 온 모양이었다. 그런데 저급 성물만으로는 전세를 뒤바꿀 수 없었다.
목진한테도 저급 성물이 있기 때문이었다.
그때 목진이 미소를 지으며 청색 깃털 부채를 꼭 쥐자 뒤쪽에 지존해가 나타나 만 장 정도의 파도를 일으키며 영력을 모조리 부채에 주입했다.
위잉.
목진이 지존해의 영력을 미친 듯이 주입하자 청색 깃털 부채는 한껏 팽창해 한 장 정도의 청색 파초선(芭蕉扇)으로 변했고 표면에 새겨진 복잡하기 그지없는 오래된 무늬에 지극히 강대한 영력이 깃들어있었다.
“풍신선!”
그러다 목진이 청색 파초선을 힘껏 휘두르자 청색 광풍이 휘몰아치며 수많은 돌풍을 이뤄 목진의 주위 만 장 범위를 감쌌다.
돌풍이 휘몰아치자 공간이 와장창 깨졌고 목진 주위는 돌풍의 세계를 방불케 하여 누구든 가까이하면 사정없는 공격을 받을 것이다.
이는 9급 지존경 원만급 강자를 순식간에 죽일 만큼 강력한 공격이었다.
“이를 어쩌나, 나한테도 성물이 있으니 말이야.”
목진은 청색 돌풍을 딛고 하늘 높이 올라가 가루라를 마주하더니 미소를 지으며 부채를 가볍게 휘둘렀다.
이에 가루라는 안색이 확 어두워져 목진 수중의 청색 파초선을 노려봤다. 목진한테도 저급 성물이 있을 줄 몰랐다.
목진은 예상했던 것보다 수단과 방법이 더 많았다.
“그럼 누구의 성물이 더 강한지 시험해보자.”
가루라는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 지금 상황에서 그한테 별다른 선택지가 없었다. 그와 목진 중 한 사람은 반드시 죽어야 했다. 두 사람 모두 불후금신의 수련법을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그는 목진의 시신을 제물로 바쳐 불후금신의 수련법을 얻기로 마음먹었다.
“멸신조(滅神潮)!”
가루라 수중의 석인에서 만 장 정도의 흑광이 발하더니 검은색 바다가 격렬하게 요동치며 파도가 일었다. 파도는 파멸의 기운을 싣고 공간을 가르며 목진에게 향했다.
거대한 검은색 파도는 빛을 가르며 날아갔는데 주위가 확 어두워진 것이 상당히 무서워 보였다.
성물 덕분에 가루라의 공격은 9급 지존경 원만급을 훨씬 벗어났다.
그런데도 목진은 태연하게 서서 수중의 청색 파초선을 힘껏 휘둘렀다.
“풍신권(風神卷)!”
휘익!
순간, 광풍이 일어 청색 소용돌이를 여러 개 이루더니 한데 모여 수십만 장이나 되는 소용돌이로 변했다. 멀리서 보면 꼭 거대한 청룡 같았다.
쿠쿵!
소용돌이는 결국 검은색 파도와 부딪쳤는데 하늘과 땅마저 격렬하게 진동했다.
쏴아아.
검은색 파도는 검은색 비가 되어 우수수 떨어졌고 청색 소용돌이도 흩어지더니 예리하기 그지없는 칼날이 되어 가루라에게 향했다.
흑우는 목진한테 쏟아졌고 청색 칼날은 가루라의 주위를 감쌌다.
흑우가 닿자 견고하기 그지없던 황금 지면에 순간 깊숙한 구멍이 생겼다. 이 정도 부식력이면 9급 지존경 원만급 강자가 맞아도 바로 부식되어 시신조차 남기지 못할 것이다.
또한, 청색 칼날도 공간에 미세한 흔적을 남기며 가루라에게 향했다.
성물의 힘이 깃든 공격의 위력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강해 목진과 가루라는 최선을 다해 상대방의 공격을 막아냈다.
목진은 청색 광풍으로 자신을 감싸 검은색 빗방울을 모조리 막아냈고 가루라는 검은색 바닷물로 수막을 형성해 예리한 칼날을 녹였다.
상대방의 공격을 무산시킨 목진과 가루라는 살기 가득한 눈빛으로 상대방을 바라봤다.
목진과 가루라는 천적이 된 이상, 반드시 상대방을 죽여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