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43화. 대일불멸신 대결
쿵!
두 사람이 동시에 수중의 성물에 웅장한 영력을 주입하자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은 소리가 들리며 공간이 청풍과 흑수의 영역으로 변했다.
쿠쿵!
만 장 정도로 큰 검은색 바닷물의 파도가 깊은 바닷속 교룡처럼 날아오르더니 미친 듯이 휘몰아치는 청색 소용돌이의 공격에 갈기갈기 찢어졌다.
두 사람은 난폭하기 그지없는 공격을 끊임없이 주고받았는데 이건 하위 지지존도 감히 무시할 수 없을 정도였다.
쿠쿵!
양자의 공격이 다시 부딪치자 검은색 폭우와 광풍이 휘몰아쳤고 목진과 가루라는 온몸을 파르르 떨더니 휘청이며 뒤로 물러났다.
두 사람의 안색이 조금 창백해졌다. 성물을 사용하려면 영력을 대량으로 소모해야 했기에 그들은 지금까지 지존영액으로 겨우 버텨내고 있었다.
목진과 가루라는 1각도 안 되는 사이에 지존영액을 각자 수백만 방울이나 사용했다.
그들은 진정한 지지존이 아니었기에 천지의 무궁무진한 영력을 자유자재로 사용할 수 없었고 어쩔 수 없이 지존영액을 사용해야만 했다.
자신의 영력을 사용해도 되지만 지금 상황에서 자신의 영력은 더없이 귀중했다. 누군가 먼저 영력이 부족해지면 바로 열세에 처할 것이다.
그러나 성물의 위력이 강한 만큼 지존영액의 소모도 엄청나 이대로라면 두 사람은 다 영력이 닳아 버릴 것이다.
이에 목진과 가루라는 순간 고민이 되었다.
가루라는 부해인의 무서운 힘으로 목진을 바로 죽이려 했는데 목진한테도 같은 등급의 성물이 있을 줄 몰라 난감했다.
압도적인 승리는커녕, 상황만 더 복잡해졌다.
대치 상황을 계속 유지했다가 영력이 다 닳으면 어떡한단 말인가?
그때가 되면 목진도 처지가 비슷해지겠지만 그렇지 않을 수도 있었다. 가루라는 확신 없는 일에 도박하기 싫었다.
그러니 전투력이 충분할 때, 반드시 목진과의 대결을 끝내야 했다.
결정을 마친 가루라가 바로 검은색 석인을 거두자 목진도 풍신선을 거뒀고 그곳에 휘몰아쳤던 광풍과 폭우도 드디어 사그라들었다.
두 사람은 각각 거대한 황금색 기둥 위에 서서 살기 가득한 눈빛으로 상대방을 노려보더니 동시에 눈을 감았다.
순간, 가루라는 체내에서 도천의 흑광을 내뿜더니 뒤쪽에 거대한 허상을 이뤘는데 녀석은 머리에 천천히 회전하는 검은색 태양을 얹었다.
목진 역시 만 장의 금광을 발하더니 뒤쪽에 눈부신 금광을 발하는 거대한 허상이 나타났다.
양자는 똑같이 생겼지만 하나는 검은색, 다른 하나는 황금색이었다.
검은색 법신은 괴이한 기운을 풍겼고 황금색 법신은 눈부신 태양처럼 엄청난 위력을 내뿜었다.
그때 두 사람이 눈을 번쩍 뜨더니 같은 인법을 그리며 고래고래 외쳤다.
“대일불멸신!”
두 사람의 대일불멸신은 엄청난 살기를 내뿜으며 서로를 노려봤다.
황금색 광장에 나타난 두 채의 거대한 허상이 방출한 웅장한 영력 파동이 휘몰아치자 공간이 파르르 떨렸다.
목진과 가루라는 결국 각자의 대일불멸신을 소환했다.
두 사람은 아무리 수단과 방법이 많아도 결국 승패를 가리려면 각자의 대일불멸신의 힘을 빌려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루라는 검은색 대일불멸신의 어깨에 서서 음산한 눈빛으로 목진의 황금 법신을 쳐다봤다.
“목진, 지금이라도 스스로 대일불멸신을 부수면 목숨만은 살려주겠네.”
그러나 목진이 말을 듣는 척도 하지 않자 가루라는 살기 가득한 얼굴로 말을 이어갔다.
“굳이 죽고 싶다면 그리 해줘야지.”
말을 마친 가루라가 발을 힘껏 구르자 검은색 대일불멸신의 방대한 몸에서 검은색 태양들이 떠오른 뒤, 전부 부서졌다.
휘익.
검은색 홍류가 휘몰아치다가 대일불멸신의 손바닥에 검은색 암류 여러 갈래를 이뤘는데 이는 거대한 검은색 이무기처럼 만물을 집어삼킬 것만 같았고 몸에 닿은 빛마저 모조리 흡수할 것 같았다.
“지존신통, 팔양마망!”
가루라의 고함과 함께 이무기처럼 생긴 검은색 암류가 사정없이 날아올랐는데 순간 허공에 스며든 것이 무척 괴이했다.
목진은 눈 깜짝할 사이에 검은색 암류에 포위되었는데 육신에 닿으면 영력을 전부 잃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여덟 개의 태양으로 이런 지존신통을 이뤘단 말인가?”
대일불멸신의 지존신통은 9양까지 열 수 있는데 그 힘을 어떻게 사용할지는 각자의 능력에 달렸다. 그렇기에 가루라의 구양신통은 목진과는 전혀 달랐다.
목진은 태연하게 서서 한 손으로 결인했는데 그의 대일불멸신도 무궁무진한 금광을 발했고 체내에서 황금색 태양이 떠올랐다.
“팔양천륜!”
목진이 허공에 손을 닿자 만 장 정도의 금광이 모여 대일불멸신의 주위에 거대한 황금색 광륜을 여러 개 이뤘다. 황금색 광륜은 서서히 회전하며 신비로운 기운을 내뿜었다.
위잉!
그러다 황금색 광륜이 완전히 형태를 갖추자 검은색 이무기들도 때마침 공격을 개시했는데 이무기들이 지나간 곳마다 공간이 찢어졌다. 일반 9급 지존경 원만급 강자는 즉사할 정도로 강력한 공격이었다.
그런데 황금색 천륜에 닿은 거대한 이무기들은 자연스레 방향을 틀더니 기세등등하게 뒤쪽 이무기들과 부딪쳤다.
치익!
녀석들은 부딪쳐 검은색 광점을 튕기더니 서로를 집어삼키며 사라졌다.
목진이 만들어낸 팔양천륜은 엄청난 공격력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방어력은 완벽에 가까워 어떤 공격이든 한계치를 넘기지만 않으면 모조리 되돌려 줄 수 있었다.
멀리서 상황을 살피던 가루라의 안색이 조금 어두워졌다. 그는 스스로 만든 팔양마망으로 수많은 상대의 영력을 집어삼켰는데 지금은 목진의 수비조차 뚫지 못했다.
그러나 그는 그리 놀라지 않았다. 오늘의 대결로 목진이 상대하기 어려운 녀석이란 걸 알게 된 그는 목진을 쉽게 쓰러뜨렸다면 오히려 꼼수를 부리는 건 아닌가 하고 의심했을 것이다.
이에 잠시 고민하던 가루라는 팔양으로 안 되면 더 강한 공격으로 맞서면 된다는 생각에 검은색 대일불멸신의 머리 위에 앉아 특이한 인법을 그렸다.
잇따라 검은색 대일불멸신의 사지, 미간, 단전, 두 눈 등에서 검은색 태양이 떠올랐다. 그 속에는 무서운 파멸의 힘이 깃들어있었다.
그런데 검은색 태양은 여덟 개에서 그친 것이 아니었다. 대일불멸신의 심장 쪽에 검은색 씨앗이 싹을 틔우더니 빠르게 팽창해 아홉 번째 태양을 이뤘다.
순간, 가루라의 눈빛이 무서울 정도로 까맣게 변했다.
개구양은 대일불멸신 지존신통의 한계였다.
그 광경에 목진은 안색이 확 어두워졌지만 크게 놀라지 않았다. 가루라의 천부적 재능과 실력으로 아홉 번째 태양을 여는 것은 당연했다.
후우.
목진은 깊게 숨을 들이켜고는 주위의 황금색 천륜을 거뒀다. 팔양천륜으로는 곧 있을 가루라의 공격을 받아내지 못할 것이다.
녀석을 상대하려면 동일한 등급의 힘이 필요했다.
하여 목진은 눈을 감고 두 손으로 오묘한 인법을 그렸는데 황금색 대일불멸신에 황금색 태양이 다시 떠올랐다.
눈 깜짝할 사이에 여덟 개의 태양이 떠올랐는데 목진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뒤쪽 공간에 지존해를 소환해 웅장한 영력을 미친 듯이 법신에 주입하자 심장 쪽에서 미세한 금광을 발하더니 신속하게 팽창해 아홉 번째 황금색 태양이 서서히 떠올랐다.
두 사람은 똑같이 태양을 아홉 개를 만들어냈다.
그때 목진이 눈을 번쩍 뜨고 가루라와 눈을 마주쳤는데 양자의 살기가 실체가 되어 흘러나올 것 같았다.
“구양 신통, 구양마동(九陽魔洞)!”
“구양 신통, 구양신번(九陽神幡)!”
두 사람이 소리를 지르며 인법을 바꾸자 가루라 쪽에서 무궁무진한 흑광을 발하며 위쪽에 까마득한 구멍을 이뤘다. 구멍은 세상 만물을 집어삼킬 것처럼 무서워 보였다.
구멍이 나타나자 아래쪽 광장마저 쩍! 하고 갈라졌다.
그리고 목진 쪽에서도 도천의 금광을 발했는데 그 속에서 황금 깃발이 형태를 갖춰갔다. 황금색 태양 아홉 개가 그려진 황금 깃발은 신비로운 파동을 내뿜었는데 가루라가 만들어낸 구멍에도 끄떡없었다.
양자가 뿜어낸 공격의 위력은 일전에 선보인 신통보다 훨씬 강력했다.
대일불멸신의 지존신통은 역시 대단했다.
“내 마동에서 잿더미가 되게!”
가루라가 표정을 한껏 일그러트리며 외치자 까마득한 구멍이 목진한테 날아가 그를 집어삼키려 했다.
목진이 구멍에 빨려 들어가면 아무리 수단과 방법이 많아도 언젠가 영력이 다 닳고 육신마저 녹아 없어질 것이다.
그러나 목진은 전혀 두렵지 않았다. 그는 안색이 확 어두워진 채 숨을 깊게 들이켜며 인법을 바꿨다. 그러자 거대한 황금색 깃발이 마동을 향해 온몸을 힘껏 휘둘렀다.
위잉.
이에 육안으로도 보이는 금광 파문이 일었는데 오묘하기 그지없는 힘이 깃든 금광은 모든 공격을 무산시킬 것만 같았다.
금광에 닿은 마동은 멈칫하더니 발하던 흑광이 무너지며 흐릿해졌다.
그 광경에 가루라는 순간 눈가가 파르르 떨렸다. 목진이 만들어낸 황금 깃발이 마동의 힘마저 무산시키다니!
“언제까지 버틸 수 있나 보지.”
가루라가 이를 악물며 외치자 마동은 무궁무진한 흑광을 발하며 사정없이 목진에게 향했다.
슉! 슉!
목진도 구양금번을 힘껏 휘저었는데 금광이 휘몰아쳐 마동이 점차 흐릿해졌고 마동은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다.
그러나 목진의 안색도 점차 어두워졌다. 구양금번은 모든 힘을 분해하는 특이한 능력이 있지만 필요한 영력이 엄청났다. 게다가 일반 9급 지존경 원만급 강자였으면 지금쯤 이미 영력이 고갈되어 폐인이 됐을 텐데 가루라의 마동은 여전히 사라지지 않았다.
쿠쿵!
허공에서 무서운 충격파가 부단히 휘몰아쳤고 금번과 마동은 끊임없이 서로를 공격했지만, 여전히 막상막하였다.
“젠장!”
표정이 한껏 일그러진 가루라는 어느새 안색이 창백해졌고 이마에서 식은땀이 났다.
그건 영력 소모가 엄청나다는 뜻이었다.
그와 멀리 떨어져 있는 목진도 상황도 그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그런데도 승패가 갈리지 않았으니…….
이대로 계속된다면 두 사람 모두 영력이 다 닳아 죽을 것이다.
가루라는 눈가를 파르르 떨더니 이를 악물고 음산한 눈빛으로 먼 곳에 서 있는 목진을 바라봤다.
이에 목진은 흠칫하더니 괜히 불안해졌다.
“자네를 쓰러뜨리기 위해 이렇게까지 해야 할 줄은 몰랐네.”
가루라는 말을 마치자마자 주먹을 꽉 쥐었는데 수중에 청색 조각상 하나가 나타났다. 이는 청색 불상으로 머리에 청색 태양을 얹은 채 앉아있었다.
이를 바라보던 목진은 순간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는 청색 조각상에서 익숙한 파동을 읽었다. 이건 대일불멸신의 파동이었다.
청색 조각상은 대일불멸신으로 이뤄진 석상이었다.
그런데 내뿜는 기운이 완전히 다른 것으로 보아 이건 절대 가루라가 수련한 법신이 아니었다. 그럼 다른 누군가의 법신이란 말인데 수련에 실패해 석상으로 변했을 뿐만 아니라 가루라한테 넘어가기까지 하다니.
청색 석상의 등장에 목진은 속이 발칵 뒤집혔다. 그는 더는 아무렇지 않은 척 서 있을 수가 없었다.
“허허, 이게 무엇인지 궁금하지 않은가?”
잔뜩 놀란 듯한 목진의 표정에 가루라는 피식 웃으며 물었다.
이에 목진이 미간을 살짝 찌푸린 채 서 있기만 하자 가루라는 석상을 가볍게 내던지며 말을 이어갔다.
“이건 궁주님께서 주신 물건이네. 상고의 천궁에도 실력이 뛰어난 제자들이 대일불멸신을 수련한 적 있는데 결국 실패해 이 물건처럼 되었다지 뭔가?”
“이 물건은 타인한테는 아무런 소용이 없지만 우리처럼 대일불멸신을 수련한 사람들한테는 엄청난 도움이 되는 물건이라네. 우리가 수련한 대일불멸신이 이 물건을 흡수하면 잠시 실력이 폭등한다네.”
그 말에 목진의 안색이 확 어두워졌다. 그는 가루라한테 이런 물건이 있을 줄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