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44화. 성과
“이거 미안해서 어쩌나? 역시 최후의 승자는 나인가 보네.”
가루라가 미소를 지으며 수중의 석상을 내던지자 검은색 대일불멸신이 커다란 입을 벌려 꿀꺽 삼켰다.
쿵! 쿵!
검은색 대일불멸신의 방대한 몸이 파르르 떨리더니 놀라운 속도로 팽창했다. 녀석은 눈 깜짝할 사이 몇 배로 커졌고 체내에서 발하는 영력 파동도 무서울 정도로 강해졌다.
위잉.
무서운 영력이 휘몰아치자 목진의 대일불멸신에서 발하는 금광이 부단히 줄어들었고 하늘은 거의 흑광으로 물들었다.
목진은 드디어 표정이 한껏 일그러졌다.
“지존신통, 구양마동!”
가루라가 호탕하게 웃으며 소리를 지르자 검은 달 아홉 개가 떠 올라 거대하기 그지없는 검은 구멍을 이뤘다. 일전에 생성한 것보다 훨씬 진한 것이 꼭 실체를 이룬 것만 같았다.
가루라가 이번에 선보인 구양마동의 위력은 소신술보다 훨씬 강했다.
가루라가 만들어낸 마동은 9급 지존경 원만급 강자를 몇 명이든지 집어삼킬 수 있을 것이고 하위 지지존도 절대 무시할 수 없을 정도였다.
“목진, 인제 죽게! 자네의 대일불멸신은 결국 나의 디딤돌이 될 것이네!”
천지를 가린 마동을 바라보던 가루라는 껄껄 웃으며 말했다. 그는 곧 대결에서 승리할 거라 확신했다.
그런데 목진을 바라보던 그는 흠칫 놀랐다. 목진은 현재 청색 석상을 봤을 때와 달리, 다시 안정을 되찾았다.
“어디서 센 척하는 것인가! 자넨 곧 죽을 것이네!”
목진은 가루라가 음산하게 웃으며 한 말을 무시한 채 깊게 숨을 들이켰다. 그리고 무서운 위력을 내뿜는 마동을 보더니 눈가를 파르르 떨었다.
“자네가 구양의 힘을 이 정도까지 끌어올릴 줄 몰랐네.”
이에 가루라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
“이건 대일불멸신의 한계치네. 이것만 봐도 불후금신의 수련법을 획득할 사람은 나란 말이네!”
“그게 과연 한계치일까?”
목진은 중얼거리더니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들어 가루라를 바라봤다.
“그건 아닌 것 같네만…….”
가루라는 흠칫 놀라 뭐라 말하려 했는데 목진이 먼저 입을 열었다.
“자넨 석상의 힘을 빌려도 결국 구양이 아닌가?”
“그런데 대일불멸신의 한계는 구양이 아닐 수도 있네.”
“구양이 한계가 아니라니? 멍청한 녀석, 대일불멸신의 체내에 태양 종자가 아홉 개밖에 없고 우리는 이미 아홉 개의 태양을 전부 생성했는데 이게 한계가 아니라면 열 번째 태양을 새로 만들어낼 수 있단 말인가?”
가루라가 씨익 웃으며 말했다.
대일불멸신의 수련에 성공하면 체내에 아홉 개의 태양 종자가 생기는데 이것은 바로 대일불멸신의 지존 신통이다. 그런데 이것이 한계가 아니라면 도대체 한계는 어디까지란 말인가?
“열 번째 태양…….”
목진은 가루라를 바라보더니 이상하게 웃으며 말했다.
“저것이 열 번째 태양이 아닌가?”
가루라가 목진의 시선에 따라 고개를 돌려보고는 화들짝 놀랐다. 목진이 가리킨 것은 대일불멸신의 머리에 얹은 가장 큰 태양이었다.
“자네 정녕 바보인가? 저건 대일불멸신의 영력적 표현일 뿐이네!”
가루라는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해진 채 외쳤다.
그 또한 대일불멸신이 머리에 얹은 태양을 연구해 봤지만 아무리 영력을 주입해도 조금 밝아지기만 할 뿐, 그 이상 달라지지 않았다.
하여 그는 대일불멸신의 위엄과 신비로움을 나타내기 위해 머리에 태양을 얹은 것이라고만 생각했다.
“과연 그럴까?”
목진이 괴이하게 웃더니 대일불멸신의 머리 위에 앉아 두 손으로 결인했다.
위잉.
순간, 엄청난 소리와 함께 대일불멸신이 머리에 얹은 황금색 태양에서 억만 갈래의 금광을 방출해 마동이 차지한 하늘을 빠르게 밝혔고 마동의 위력이 아무리 강해도 더는 금광을 집어삼키지 못했다.
이와 동시에, 황금색 태양에서 소름 끼치도록 무서운 영력 파동이 미친 듯이 폭발했다.
이에 가루라마저 머리가 지끈거릴 정도였다.
“자네 영력이 어찌 이토록 강하단 말인가?”
“내가 천지의 완벽한 세례를 받은 효과가 평범한 이유가 궁금하지 않았나?”
목진이 무덤덤하게 한 질문에 가루라는 깜짝 놀랐다.
“설…… 설마 완벽한 세례의 힘을 모조리 대일불멸신의 머리에 얹은 태양에 주입한 건가? 자네 정녕 미친 건가!”
“열 번째 태양을 일깨우는 데 필요한 영력은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다네.”
목진은 가볍게 웃으며 말을 이어갔다.
“완벽한 세례를 받으면 내 실력이 부쩍 늘긴 하겠지만 진정한 지지존은 절대 되지 못할 테니 그것으로 내 예상이 맞는지 시험해본 것뿐이라네.”
그렇다, 목진도 대일불멸신이 머리에 얹은 태양이 열 번째 태양일지 몰랐지만 완벽한 세례를 포기하고 그 힘을 전부 태양에 주입했다.
목진의 말에 가루라의 표정이 확 일그러졌다. 확신도 없는 일에 완벽한 세례를 포기하는 것은 더없이 멍청한 짓이었다.
그런데 목진이 그 도박에서 이기다니, 목진이 정말 열 번째 태양을 일깨웠다니!
가루라는 눈부신 황금색 태양을 보노라니 미칠 것만 같았다.
“그따위로 내가 물러설 줄 알았나? 그만 죽게!”
가루라는 결국 물러날 길이 없어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죽을 걸 뻔히 알면서도 그는 끝까지 나아가야만 했다.
가루라가 인법을 바꾸자 커다란 마동은 미친 듯이 휘몰아치며 날아가 목진을 집어삼키려 했다.
마동은 수많은 흑기를 내뿜었는데 주위의 공간이 순식간에 부서졌다. 목진은 이를 지켜보더니 깊게 숨을 들이켜며 두 손으로 결인했다.
위잉.
대일불멸신의 체내에서 아홉 개의 황금색 태양이 서서히 떠오르더니 몸에서 벗어나 열 번째 태양의 주위를 맴돌았다.
위잉!
그러다 태양들이 점차 빨리 회전하다가 열 번째 태양과 부딪치자 엄청난 소리와 함께 눈부신 금광이 실체처럼 주위에 퍼졌다.
그 구역은 어느새 금빛 찬란해졌다.
“십양의 힘, 십양신불수!”
목진의 외침에 무궁무진한 금광에서 황금 거수가 나타났는데 황금색 태양 열 개가 새겨진 거수는 황금으로 빚은 듯 완벽해 보였고 한 번 보면 눈을 뗄 수 없을 정도로 상당히 괴이했다.
황금 거수는 신령의 손처럼 엄청난 위압감을 형성했다.
황금 거수가 거대한 마동을 가볍게 누르자 취약한 계란처럼 ‘퍽!’ 하는 소리와 함께 부서져 난폭하기 그지없는 검은색 영력을 방출했다. 그러나 황금 거수한테 아무런 피해도 입히지 못했고 오히려 황금빛에 닿자마자 빠르게 사라졌다.
이건 압도적으로 강력한 힘이었다.
풉!
마동이 부서지자 가루라도 피를 내뱉더니 겁에 잔뜩 질린 듯 목진을 바라봤다. 그는 자신이 전력을 다한 공격이 이렇게 쉽게 무산될 줄 몰랐다.
도망가자!
어느새 사색이 된 가루라는 이 생각부터 떠올랐다. 그는 이미 목진과의 대결에서 패배했고 도망가지 않으면 죽을 것이 분명했다.
이에 바로 도망치려 했는데 하늘이 갑자기 밝아지더니 완벽한 황금 거수가 공간을 가르며 날아와 그를 가볍게 때렸다.
위잉!
눈부신 금광이 주위를 밝히자 가루라는 잔뜩 겁에 질려 온몸을 파르르 떨었다. 황금색 거수가 어느새 공간을 가르며 날아가 가볍게 내려앉았기 때문이었다.
느려 보이는 황금색 거수의 속도는 엄청나 눈 깜짝할 사이에 공간을 뛰어넘고 가루라의 머리 위에 나타났다. 가루라는 순간 주위의 공간이 봉인되어 도망가고 싶어도 별다른 수가 없다는 것을 알아챘다.
“내가 졌네!”
가루라는 너무 무서운 나머지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이에 황금색 거수가 잠시 멈춰서자 가루라는 수중의 옥석을 으깨려 했다.
이건 성마궁 궁주께서 주신 물건으로 이 물건을 부수면 공간을 부수고 도망갈 수 있었다.
쿵!
그런데 그때, 눈부신 금광이 휘몰아치더니 가루라는 사방에서 말로는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로 무서운 힘이 휘몰아치는 것을 느꼈다.
가루라는 순간 몸이 얼어붙은 듯 꼼짝하지 못했고, 황금 거수는 사정없이 내려앉아 검은색 대일불멸신을 공격했다.
퍽!
황금 거수의 공격에 웅장한 검은색 대일불멸신에 균열이 일더니 ‘쿵!’ 하는 소리와 함께 완전히 부서졌고 가루라도 치명적인 타격을 입은 듯 미친 듯이 피를 토했다.
어느새 피범벅이 된 그는 영력이 확 사그라들었다.
“목진, 내가 죽으면 성마궁은 절대 자네를 가만두지 않을 것이네! 궁주께서 반드시 자네를 찾아가 복수할 것이란 말이네!”
목진의 살기에 가루라는 악독한 저주를 퍼부었다.
그러나 목진은 똑같은 기세로 황금 거수를 휘둘렀다. 이에 가루라의 육신이 폭발했고 금광이 휘몰아쳐 지존해와 신백까지 모조리 없앴다.
황금색 거수는 모든 일을 마치고 나서야 서서히 사라졌다.
풉.
황금색 거수가 사라지자 목진도 더는 참지 못하고 피를 토했고 주위의 영력 파동도 놀라운 속도로 사그라들었다.
일전의 공격에 지존해의 영력을 탈탈 털어 넣었기 때문이었다.
이에 목진이 입가의 피를 닦고 혈옥으로 만든 연화대를 꺼내 간신히 위에 올라앉자 체내에 차가운 힘이 빠르게 스며들어 육신의 상처와 고갈된 영력을 회복시켰다.
목진은 1각 정도가 지나서야 눈을 뜨더니 혈옥 연화대의 뛰어난 상처 치유 능력에 감탄을 금치 못했다.
일전의 상처를 스스로 치유했다면 적어도 반나절은 걸렸을 텐데 연화대 덕분에 1각 정도밖에 걸리지 않았다.
체내의 상처를 대부분 치유한 뒤, 목진은 자리에서 일어나 가루라가 죽은 곳으로 향했는데 그 주위에 수많은 검은 광점이 맴돌고 있었다.
그건 가루라의 대일불멸신으로 지극히 강대한 영력이 깃들어있었다.
목진이 검은색 광점을 거두자 금세 사람 머리만큼 큰 검은색 광구를 이뤘고 그 속에 검은색 대일불멸신이 깃들어있었다.
목진은 검은색 광구를 보자 표정이 복잡미묘해졌다. 그가 가루라와의 대결에서 패배했다면 광구에 들어있는 건 아마 목진의 대일불멸신일 것이다.
만고불후신의 수련법을 얻는 과정은 너무 잔혹했다.
목진은 바로 마음을 가라앉히고 손을 휙 젓자 멀리서 한 갈래 빛이 날아와 앞쪽에 멈춰 섰는데 그 속에 검은색 석인이 들어있었다. 이는 일전에 가루라가 사용했던 저급 성물인 부해인이었다.
“역시 진정한 성물다워. 그 엄청난 공격에도 끄떡없다니 말이야.”
목진은 부해인을 수중에 넣더니 이내 화색이 되었다.
부해인의 위력은 풍신선 못지않았는데 진정한 성물은 일부 하위 지지존한테도 없는 물건이라 목진이 두 개씩이나 가지고 다니는 것이 알려지면 아마 다들 혈안이 되어 달려들 것이다.
그런데 부해인을 만지작거리던 목지은 바로 이를 제련하지 않았다. 비록 가루라는 죽었지만 부해인은 성마궁 궁주의 물건이라 그 속에 뭘 숨겨뒀을지 알 수 없었다. 그러니 모든 일을 마치고 다시 제련하는 편이 나았다.
지금은 이보다 더 중요한 일이 남았다.
전리품을 전부 수거한 목진은 돌아서더니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황금색 광장의 중심에 놓인 오래된 제단을 바라보더니 눈 깜짝할 사이에 다가가 영력을 거두고 천천히 계단에 올랐다.
계단의 끝자락에는 석대가 있었는데 그 위에 황금색 종이 한 장이 떠 있었다. 종이에는 이 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문자가 적혀 있었다. 또한, 종이는 아주 은은한 금광을 발했지만 목진은 이를 바라보자 왠지 소름이 끼쳤다.
황금색 종이를 한참 쳐다보던 목진은 저도 모르게 온몸을 파르르 떨었다.
그는 지금까지 한 모든 노력이 드디어 성과를 이뤘단 생각에 너무 기뻤다.
황금색 종이만 획득하면 목진은 지존법신을 불후 금신으로 진화시킬 수 있고 진정한 절세의 강자로 거듭날 것이다.
잇따라 목진이 손을 파르르 떨며 가루라의 대일불멸신이 이룬 검은색 광구를 석대에 내려놓자 ‘위잉!’ 하는 소리를 냈고 광구는 부서져 검은색 화염이 되어 황금색 종이를 감쌌다.
그러다 황금색 종이가 활활 타오르자 억만 갈래의 금광을 내뿜었는데 이는 한데 아우러져 황금색 암장으로 변했다. 주위의 공간은 더 이상 견디지 못하고 무너졌지만 목진은 여전히 제자리에 서서 황금색 암장을 뚫어져라 쳐다봤다. 그리고 암장 속에서 미세한 글자가 아른거리는 것을 발견했다.
황금색 암장은 제단의 위쪽에 모여 거대한 황금색 암장 호수를 이뤘는데 호숫물이 갑자기 요동치며 만물을 부술 것 같은 파멸의 힘을 방출했다.
잠시 후, 황금색 암장 호수에서 황금색 화염이 피어오르더니 한데 모여 오래된 문자를 이뤘다.
법신을 담그면 환골탈태해 금신을 이룰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