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45화. 불후금신
목진은 오래된 글과 엄청난 고온을 방출하는 황금색 암장 호수를 보고는 침을 꿀꺽 삼켰다. 그는 비록 그 속에 몸을 담그지 않았지만 얼마나 무서운 곳인지 충분히 알 것 같았다.
하위 지지존이라도 감히 지존법신을 그 속에 담그지 못할 것이다. 일단 담그면 지존법신은 순식간에 잿더미가 될 것이다.
그러나 목진은 오늘만을 바라보며 지금까지 노력해왔기에 암장 호수에 들어가면 죽을 고비에 이르더라도 뛰어들 것이다.
후우.
목진은 깊게 숨을 들이켜고는 두 손을 모아 신속하게 결인했다. 그러자 뒤쪽에서 금광을 발하며 거대한 대일불멸신이 다시 나타났다.
목진은 고개를 들고 뒤쪽에 서 있는 대일불멸신을 힐끗 보고는 녀석을 황금색 화염이 활활 타오르는 암장 호수에 들여보냈고 제자리에 앉아 서서히 눈을 감았다.
오랜 시간 바라던 꿈이 드디어 이뤄지는 날이었다.
대일불멸신이 황금색 암장 호수에 발을 들인 순간, 주변에 앉아있던 목진은 온몸이 파르르 떨렸고 식은땀을 미친 듯이 흘렸다.
대일불멸신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 목진은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로 무서운 힘이 대일불멸신의 방대한 몸을 미친 듯이 씻어내고 있는 것이 느껴졌다.
그 엄청난 힘에 거대한 대일불멸신은 놀라운 속도로 빠르게 녹아내렸다.
이건 대일불멸신에만 작용하는 것이 아니라 목진도 너무 고통스러워 미칠 지경이었다.
목진은 너무 괴로워 이를 악물었지만 입가에서는 피가 주르륵 흘러내렸고 두 눈은 빨갛게 상기된 채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그러나 대일불멸신이 암장 호수의 힘으로 진화하고 있어 절대 멈출 수 없었다.
지금이 가장 중요한 순간이었다.
목진이 견뎌내지 못하면 진화를 완벽하게 마치지 못할 것이기에 지존법신이 불후금신이 되어도 예상했던 것처럼 실력이 폭등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목진이 바라는 것은 불완전한 불후금신이 아니었다. 그는 대천세계에서 가장 강대한 지존법신인 만고불후신을 위해서라면 끝까지 견뎌낼 것이다.
그러니 이번 진화는 반드시 완벽해야 했다.
목진의 온몸은 그가 흘린 땀으로 젖었고 대일불멸신의 방대한 몸은 신속하게 작아졌다. 이건 꼭 덩치가 큰 녀석의 체내의 지방이 모조리 없어지는 것과 비슷했다.
또한, 체구가 작아진 대일불멸신의 몸에서 눈부신 황금색 대신 보랏빛이 돌기 시작했다.
그리고 대일불멸신이 머리에 얹은 태양도 녹아내려 황금색 액체가 되더니 대일불멸신에 스며들기 시작했다.
1각도 안 되는 사이, 수천 장 정도 크기였던 대일불멸신은 천 장으로 줄어들었지만 작아진 지존법신에 깃든 힘은 이전보다 강했다.
이를 발견한 목진은 조금이나마 시름이 놓였다. 적어도 지금 받는 고통이 헛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 * *
끊임없는 고통에 목진은 시간관념조차 흐릿해졌고 육신은 어느새 고통을 느끼지 못할 정도로 무뎌졌다.
그러나 이건 결코 좋은 징조가 아니었다. 일단 육감이 마비되면 정신을 잃기 쉬웠고, 그러다 자칫 잘못하면 목진 스스로 법신을 부술 수도 있었다.
하여 그는 애써 정신을 차리며 버텼는데 오래 버티기는 어려워 정신을 잃기 전에 부디 진화를 마치기를 기도하는 수밖에 없었다.
안 그럼 엄청난 대가를 치러야 할 수도 있었다.
다행히 목진의 기도가 먹혔는지 제단의 거대한 황금색 암장 호수에서 물거품을 내뱉더니 물거품이 ‘퍽’ 하고 터져 현란한 빛을 발했다. 사색이 된 채 자리에 앉아있던 목진은 서서히 눈을 떴는데 엄청난 고통에 미칠 것 같았다.
맥없이 황금색 암장 호수를 바라보던 목진은 순간 정신이 번쩍 들었다.
순식간에 고통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드디어 성공한 건가?”
목진은 중얼거리며 부단히 물거품을 내뿜는 암장 호수를 뚫어져라 쳐다봤다.
그때 암장 호수가 갑자기 비등하며 금광을 내뿜더니 무언가를 신속하게 내뱉었는데 이를 발견한 목진은 너무 흥분한 나머지 온몸을 파르르 떨었다.
비등한 황금색 암장이 가시자 거대한 법신이 완전한 모습을 드러냈는데 목진은 낯선 법신이 자신이 꿈에도 바랐던 불후금신이란 것을 바로 알아챘다.
불후금신은 더는 머리에 태양을 얹지 않았고 육신도 눈부신 황금색이 아니라 보랏빛이 도는 자금색이었다.
또한, 몸 표면에 오래된 자금색 무늬가 새겨져 있었는데 이는 자연스레 형성된 듯 오묘하기 그지없었고 그 속에 신력이 깃든 것 같았다.
자세히 보면 무늬들은 서서히 떠오르는 태양으로 이뤄져 있었다.
새로운 지존법신을 보자 목진은 순간 시간이 아무리 흘러도 녀석은 썩어 문드러지거나 사라지지 않을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이것이 바로 불후금신이란 말인가?”
목진은 오랜 시간 노력한 끝에 드디어 목적을 달성했는데 전혀 실감이 나지 않았다.
“그런데 키가 왜 이렇게 작지?”
바로 정신을 차린 목진은 어리둥절해 불후금신을 쳐다봤다. 수백 장 정도나 되는 불후금신은 결코 작은 편이 아니었지만, 다른 지존법신과 비교하면 상당히 작은 편이었다.
목진의 대일불멸신도 수천 장이나 되었는데 불후금신은 녀석의 다리보다도 짧았다.
대천세계에서 지존법신은 강할수록 체구도 크다고 들었다. 그래야 더 강한 영력을 수용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목진의 불후금신은 겨우 수백 장 정도밖에 안 되니…… 정녕 대일불멸신보다 강할까?
목진이 머리를 긁적이며 손을 내밀자 불후금신도 손을 내밀어 서로 손이 맞닿았다.
위잉.
불후금신이 요동치는 금광으로 목진을 감싸자 목진은 불후금신의 제어권을 획득했다.
목진은 드디어 불후금신에 깃든 힘이 와닿았다.
이건 목진마저 넋 놓게 할 정도로 강력한 힘이었다.
“이건…….”
목진은 고개를 숙여 주먹을 꽉 쥐고 잠시 고민하다가 휘둘렀는데 ‘퍽!’ 하는 소리와 함께 금광이 미친 듯이 휘몰아쳤고 황금색 광장에 상당히 큰 권인이 나타났다.
이에 앞쪽 공간은 산산이 부서졌고 공간 파편이 사방으로 튕겼다.
목진은 불후금신의 위력에 입이 떡 벌어졌다. 이는 십양신마수의 위력 못지않았다.
만약 가루라가 아직 살아있었다면 목진은 한 주먹에 녀석을 죽일 수 있었을 것이다.
“이것이 바로 불후금신의 힘이란 말인가?”
목진은 앞에 서 있는 불후금신을 멍하니 바라보더니 한참 지나서야 껄껄 웃었다. 그 소리는 점점 커져 이 구역에 쩌렁쩌렁 울려 퍼졌다.
목진의 예상대로라면 불후금신은 99등급 지존법신 중 적어도 15위권에는 들 것이다.
오랜 세월의 노력과 인내 끝에 목진은 드디어 환골탈태하고 새롭게 태어났다.
호탕하게 웃던 목진은 제단에 드러누웠다. 그는 현재 지지존 아래 최강이나 다름없었다.
심지어 불후금신의 힘까지 빌리면 도령위가 없어도 하위 지지존의 손에서 무사히 빠져나갈 수 있을 것이다.
목진은 하늘을 물끄러미 바라봤는데 눈앞에 은하수 같은 장발에 유리알 같이 맑은 눈을 가진 여인이 아른거렸다. 한때, 목진은 마음이 복잡해지면 그녀의 눈을 보는 것만으로도 안정을 되찾았는데…….
목진은 손을 들어 여인의 얼굴을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미소를 지었다.
“낙리야, 내가 드디어 해냈어.”
“곧 너를 찾아갈 수 있을 것 같아. 부디 날 기다려줘!”
그곳은 황량한 산맥으로 나무 하나 자라지 않았는데 꼭 파멸의 힘이 닿은 듯 만 년이 지나도 여전히 생기가 돌지 않았다.
위잉.
그때 산맥의 위쪽 하늘이 갑자기 일그러지더니 늘씬한 누군가가 나타났다.
그는 바로 장경루에서 나온 목진으로 대일불멸신에서 불후금신으로의 진화를 마친 뒤, 더는 남아있을 필요가 없어 밖으로 나왔다.
목진은 황량한 산맥을 쓰윽 훑고 멈칫하더니 안색이 확 어두워졌다. 그는 이곳 산맥과 대지에 남아있는 지극히 무서운 힘이 느껴졌다.
이는 완전히 다른 두 갈래의 힘으로 아직도 대치 상태였다.
“참으로 무서운 힘이군.”
목진은 만 년도 넘게 지났는데도 잔존한 힘이 이렇게까지 무서울 줄 몰랐다.
이것만으로도 두 갈래 힘을 가진 주인의 실력이 얼마나 뛰어날지 충분히 예상되었다.
상고 천궁의 천제와 역외족의 마제를 제외하면 이 정도의 실력자는 또 없을 것이다.
“천지존의 실력이 이렇게까지 무섭단 말인가?”
목진은 이내 감탄하며 중얼거리고는 조심스럽게 나아갔다. 그는 혹시라도 잔존한 힘에 닿아 변고가 생길까 봐 감히 지면에 내려가지 못하고 산맥을 지났다. 그리고 고개를 들고 멀리 내다봤는데 익숙한 파동을 내뿜는 몇 갈래 빛줄기가 지나가는 것을 발견했다.
“목진아!”
그때 상대방도 목진을 발견하고 바로 멈춰 서더니 바로 목진을 불렀는데 다름 아닌 임정이었다.
이에 목진이 미소를 지은 채 다가가 보니 역시나 임정, 소소, 구유였다.
“왜 이렇게 느린 거야? 너한테 무슨 일이라도 생긴 줄 알았어.”
임정은 목진이 무사한 것을 보고는 이내 화색이 되었다.
“다들 수확이 제법 되나 봐?”
목진은 세 여인을 쓰윽 훑어봤는데 다들 기분이 좋아 보였다.
“뭐지?”
목진은 누군가 세 여인을 따라다니는 것을 발견하고 순간 미간을 찌푸렸다.
상대방은 구면이 있는 머리카락이 시뻘건 주염이었다.
그때 목진과 눈이 마주친 주염은 멈칫하더니 여전히 적당히 거리를 두고 세 여인의 뒤를 따랐다.
“왜 저러는 거야?”
목진이 어리둥절하여 물었다. 주염은 구유 등과 사이가 좋지 않은 것 같은데 왜 계속 따라다니는 건지 궁금했다.
목진의 질문에 소소는 입을 삐쭉 내밀며 주염을 힐끗 쳐다봤다.
“히히, 저 녀석은 일전에 소소와 싸워 패배한 뒤로 머리를 다쳤는지 계속 우리 뒤를 따라오고 있어.”
임정이 생긋 웃으며 한 말에 목진은 입가가 파르르 떨렸다. 주염은 소소와 싸웠지만 원하던 대로 이기지 못한 모양이었다.
목진은 소소의 실력이 이렇게까지 강할 줄 몰랐다. 주염 같은 사람마저 그녀를 이기지 못하다니 말이다. 역시 염제의 딸은 남달랐다.
“참, 가루라는 어떻게 됐어?”
구유가 갑자기 질문을 던졌다.
“내가 죽였어.”
목진이 미소를 지으며 한 말에 소소와 임정, 구유는 흠칫 놀랐다. 다들 가루라의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잘 알고 있었고 죽이기 상당히 어려울 거라 생각했었다.
“죽였어?”
“자네가 가루라를 죽였다니, 그게 정녕 사실이란 말인가?”
옆에 서 있던 주염이 화들짝 놀라 물었다.
그는 가루라와 싸워본 적 있어 상대방의 실력이 얼마나 뛰어난지 잘 알고 있었다. 가루라는 비록 천라대륙 강자방 중 3위 밖에 안 되지만 목숨을 걸고 싸우면 아무리 주염이라도 그를 이길 자신이 없었다.
그런데 목진이 가루라를 죽였다니…….
“그렇네. 인제 더는 가루라를 볼 수 없을 것이네.”
목진은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 그러나 사람을 죽인 일을 자랑이라고 떠벌릴 수 없어 간단하게 한마디만 하고 말았다.
“숨겨둔 필살기가 많나 보네.”
소소도 흠칫 놀라더니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목진을 바라봤다.
그런데 소소는 왠지 모르게 목진한테서 이전과 다른 위협감을 느꼈다. 상고의 천궁에 들어온 뒤로 그가 환골탈태해 실력이 부쩍 는 것이 느껴졌다.
지난번까지만 해도 목진을 이길 자신이 있었지만 더는 확신이 서지 않았다. 이제 목진의 진정한 실력이 가늠되지 않았다.
이에 목진은 가볍게 웃기만 했다. 지난번에 만났을 때까지만 해도 주염, 소소 등을 함부로 대하지 못했던 목진은 인제 더는 그럴 필요가 없었다.
불후금신을 획득한 목진은 진정한 하위 지지존을 만나도 무사히 빠져나올 자신이 있었고 지지존에 이르지 못할 사람 중에서는 최강자라 자부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