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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주재-748화 (747/1,000)

748화. 마제? 천제?

“저 사람이 천제란 말인가?”

목진도 두 눈이 휘둥그레진 채 청색 도포를 입은 사내를 쳐다봤다. 숨어있던 천제는 만다라와 육원의 대결 때문에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목진의 뒤에 서 있던 소소, 임정, 구유도 몰래 천제를 힐끗거렸다.

슉! 슉!

천제를 발견한 사람들은 참지 못하고 거대한 산맥으로 다가갔고 육원도 만다라를 힐끗 보더니 신속하게 물러난 뒤, 천제에게 향했다.

그런데 만다라는 나서지 않고 청색 도포를 입은 사내를 멍하니 쳐다보기만 했다.

천제께서는 죽기 직전에 어린 만다라를 데려와 어렵게 살려낸 뒤, 상고의 천궁에서 키웠다. 이에 그녀는 역외족의 전쟁에 참여하려 했는데 천제께서 갑자기 봉인한 덕분에 살아남았다.

만다라는 천제를 아버지처럼 생각했는데 잠에서 깨어보니 모든 것이 달라져 있었다.

상고의 천궁은 멸망했고 천제께서는 사라졌으며 그녀는 육원의 습격에 기억을 잃는 것을 감수하면서까지 분신을 만들어 도망가야만 했다.

하여 만다라는 무슨 일이 일어나도 천제의 계승을 육원 같은 배신자에게 넘길 수 없었다.

만다라는 주먹을 꽉 쥔 채 살기 가득한 모습으로 천제에게 향했고 목진 등은 바로 뒤따랐다.

그런데 광장 주위에 도착한 사람들은 천제 옆에 무언가가 있는 것을 발견했다.

천제는 수정 같은 장검을 쥐고 있었는데 수정 장검에서 무서운 기운이 방출되었다.

또한, 수정검에서 반사된 한광은 얼마 안 되었지만 여전히 공간을 자를 만큼 놀라운 힘이 깃들어있었다.

수정검은 현재 반 장 정도 되는 검은색 머리에 꽂혀 있었는데 이미 썩어 문드러져 뼈가 드러났지만, 머리에서 상당히 음산한 기운이 느껴졌다.

“저 수정 장검이 바로 천제의 천제검(天帝劍)이란 말인가?”

“검은색 머리는 설마 그해, 천라대륙에 왔던 마제의 것인가?”

“천제와 마제는 역시 함께 죽은 모양이로군.”

* * *

수군대던 사람들은 탐욕스러운 눈빛으로 광장 쪽을 바라봤다.

말로만 듣던 천제검이나 절세 신통인 일기화삼청, 심지어 천제의 유골에 다들 이성을 잃었다.

“함부로 나서지 말게. ”

그런데 그때, 만다라가 갑자기 입을 열자 다들 흠칫 놀라 머뭇거렸다. 이곳이 괴이한 것은 사실이었고 천제의 유골과 사악한 머리에 다들 왠지 불안해졌다.

“만다라, 설마 천제의 계승과 천제검을 독차지하려는 것인가?”

육원이 피식 웃으며 한 말에 사람들은 미간을 찌푸린 채 만다라를 힐끗 쳐다봤다. 절세의 신통은 지지존 대원만급은 물론이고 천지존이라도 탐낼 물건이었기 때문이다.

“대라 역주, 자네가 경지 돌파에 성공하긴 했지만 천라대륙에 대원만급 지지존이 자네만 있는 것은 아니니 함부로 나서지 말게.”

누군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 그는 뒷배가 엄청난 사람으로 만다라처럼 지지존 대원만급에 이른 노인이었다. 그는 비록 천제릉원에 오지 않았지만 일단 변고가 생기면 대가를 치러서라도 바로 나타날 것이다. 하여 다들 만다라의 실력 때문에 감히 입을 열지도 못하자 그가 대신 나선 것이다.

이에 다른 정예 강자들도 하나둘씩 나섰다. 아무리 만다라라도 욕망에 눈이 먼 사람들을 제압하기가 어려웠다.

만다라는 안색이 확 어두워진 채 뭐라 말하려 했는데 목진이 몰래 막아 나섰다. 지금 상황에서 만다라가 뭐라 한들 아무런 소용도 없을 것이고 오히려 사람들의 반감을 살 것이다.

그러다 다들 만다라 한 사람을 적으로 몰아세우면 아무리 그녀라도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다. 더구나 천지릉원에 온 정예 강자들의 뒷배는 하나 같이 대단했으니 말이다.

멀지 않은 곳에서 상황을 살피던 육원은 만다라가 조용해지자 피식 웃었다.

슉!

그때 바람을 가르는 소리와 함께 하위 지지존 여러 명이 먼저 나섰다.

그들은 천제검이 아닌 천제의 유골을 목표로 삼았다.

천제검은 사악한 머리에 꽂혀 일단 빼면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몰랐기에 천제검 대신 천제의 유골을 건드리는 편이 훨씬 안전할 거라 여긴 것이다. 절세 신통인 일기화삼청도 천제한테 있을 수 있으니 말이다.

그런데 다들 달려드는 하위 지지존들을 막아서지 않고 조용히 서서 상황을 살폈다.

그들은 눈 깜짝할 사이에 천제한테 달려가 그의 유골을 잡고 힘껏 잡아당겼다.

천제의 유골이 천제검을 놓고 뒤로 물러나자 목진 등은 바로 경계 태세를 취했는데 아무런 변고도 나타나지 않았다.

사람들은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는 탐욕스러운 눈빛으로 천제의 유골을 바라보며 싸울 준비를 했다.

슉!

그런데 그때, 누군가 갑자기 달려가 천제의 유골을 잡은 하위 지지존들을 향해 주먹을 휘둘렀다. 별이 폭발하듯 무서운 힘을 방출해 주위의 공간마저 부서졌다.

수많은 공간 파편이 한데 모여 그중 한 사람의 가슴팍을 때렸다.

퍽!

나지막한 소리와 함께 하위 지지존의 육신은 바로 부서져 사방에 피가 튀겼다.

퍽! 퍽!

단숨에 하위 지지존 한 명을 죽인 녀석은 바로 다른 하위 지지존들을 공격했다.

세 번째 하위 지지존이 죽자 사람들은 정신을 차리고는 안색이 확 어두워져 살인자한테 눈길을 돌렸는데 순간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살인자는 다름 아닌 육원이었다.

“육원, 도대체 왜 이러는 건가?”

사람들은 소리를 지르며 육원을 쳐다봤다. 육원의 행동은 모든 사람과 적이 되겠다는 거나 마찬가지였다.

육원은 씨익 웃더니 옷깃을 휘날렸다. 그러자 하위 지지존들의 시신이 한데 모이더니 옆에 조용히 서 있던 천제의 유골이 입을 쩍 벌려 시신을 집어삼켰다.

괴이한 장면에 다들 소름이 쫙 끼쳤다.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란 말인가?

릉원은 순식간에 쥐 죽은 듯 조용해졌다.

사람들은 두 눈이 휘둥그레진 채 상황을 살폈다. 아무리 천라대륙의 정예 강자라고 해도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유골은 천제가 아니란 말인가? 천제께서 왜 사람의 시신을 삼킨단 말인가? 이건 절대 천제께서 해낼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하하하.”

반면, 육원은 호탕하게 웃더니 표정이 한껏 일그러졌다.

“육원, 도대체 뭘 한 건가?”

누군가 소리를 지르며 물었다. 상황을 보니 천제께서는 육원 때문에 하위 지지존들의 시신을 집어삼킨 것 같았다.

이에 육원은 괴상하게 웃으며 답했다.

“뭘 하긴, 난 당신들을 도와 ‘천제’를 되살리려는 것뿐이네.”

“천제를 되살리다니!”

사람들은 순간 깜짝 놀랐다. 천제가 아직 죽지 않았단 말인가?

“저 사람은 천제가 아니네!”

차가운 말소리와 함께 만다라가 나서며 ‘천제’를 뚫어져라 쳐다봤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만다라는 천제와 똑같게 생겼지만 절대 천제가 아니란 것을 바로 알아챘다.

“이 사람이 천제가 아니면 누구란 말인가?”

육원이 피식 웃으며 묻자 만다라는 한기 어린 눈빛으로 녀석을 노려보며 답했다.

“육원, 자넨 이미 역외족의 마제의 사람이 되었군.”

“마제라니!”

사람들은 화들짝 놀라 육원을 바라봤다. 말로만 듣던 역외족의 마제가 아직 죽지 않았단 말인가?

이에 육원은 멈칫하더니 가볍게 손뼉을 치며 씨익 웃었다.

“자네가 알아챌 줄은 몰랐네.”

육원은 대천세계의 적이 될 것을 알면서도 흔쾌히 인정했다.

“육원, 어쩌려고 이러는 건가!”

상위 지지존이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육원, 이 소식이 알려지면 자네든 성마궁이든 바로 잿더미가 될 것이네!”

“그것도 자네들이 소식을 밖에 알릴 수 있을 때나 가능한 일이 아닌가?”

육원의 말에 다들 바로 정보를 알리는 물건을 으깨었다. 이리하면 정보는 공간을 가르며 날아가 각자의 세력에 전해질 것이다.

그런데 물건을 으깬 순간, 사람들은 정보가 갑자기 사라진 것을 발견하고 안색이 확 어두워졌다. 정보는 이 공간을 벗어나지 못했다.

하여 사람들이 고개를 들어보니 천제릉원의 위쪽에 검은색 막이 생긴 게 보였다. 검은색 막은 장벽처럼 이 공간을 완벽히 봉쇄했다.

검은색 막은 아주 얇아 보였지만 상위 지지존마저 감히 건드릴 수 없을 만큼 강력한 기운을 풍겼고 사악하기 그지없었으며 천제릉원의 영력을 부단히 흡수했다.

지지존들은 더 이상 참고 있을 수 없었다.

“다들 함께 나서 저 녀석을 죽입시다.”

이상한 낌새를 알아차린 지지존 여덟 명이 동시에 나서서 육원을 공격했다.

오늘 일은 육원이 꾸민 짓으로 녀석만 죽이면 될 거라 여긴 것이다.

육원이 아무리 상위 지지존이라도 지지존 여덟 명의 합동 공격은 막아내지 못할 것이다.

그런데 육원은 아무렇지 않은 듯 서서 입꼬리를 씰룩거렸다.

“조심!”

만다라는 무언가를 알아챈 듯 갑자기 소리를 질렀지만 하위 지지존들은 이미 육원한테 다가갔다.

그때 하위 지지존 세 명의 시신을 집어삼킨 ‘천제’는 꼭 감았던 눈을 비스듬히 뜨고 손가락을 가볍게 움직였는데 사악하기 그지없는 흑광이 순식간에 허공에 스며들었다.

위잉!

이와 동시에, 허공이 찢어져 사악하기 그지없는 진득한 검은 안개를 내뿜어 커다란 입을 만들었다. 악마의 입처럼 생긴 존재가 이를 드러내며 덥석 깨물자 멀리 떨어졌던 지지존 여덟 명을 바로 집어삼켰다.

잇따라 악마의 입은 하위 지지존들을 잘근잘근 씹어 신백마저 집어삼켰고 반응이 가장 빠른 상위 지지존 한 명은 팔 한쪽을 포기하고 간신히 녀석의 입에서 도망 나왔다.

눈 깜짝할 사이, 하위 지지존 일곱 명이 죽었다. 악마의 입은 조용히 ‘천제’의 뒤쪽에 나타나 토막 난 시신을 뱉었는데 ‘천제’가 입을 쩍 벌려 이를 전부 집어삼키더니 육신에 점차 생기가 돌기 시작했다.

녀석은 되살아나고 있었다.

“여러분, 무모한 도전은 그만하게. 어차피 이곳에 발을 들인 순간, 당신들의 운명은 정해졌네.”

육원이 미소를 지으며 말하자 만다라도 이내 정색한 채 ‘천제’를 바라보며 물었다.

“저 사람은 마제겠지?”

육원은 가볍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건 다 가장 먼저 나선 녀석들 덕분이네. 저들이 나의 주인님을 천제검의 봉인에서 끌어내지 않았더라면 나도 감히 다가가지 못했을 거야. 천제검은 분명 바로 내 체내의 마의 기운을 알아챘을 것이네.”

말을 마친 육원이 손을 들자 손바닥에 진득한 검은색 안개가 나타났는데 그 속에 사악한 기운이 깃든 것이 보는 것만으로도 피가 끓었다.

“자넨 이미 체내에 마의 기운이 깃들었군.”

만다라는 그제야 깨달았다.

“그래서 그날 갑자기 나를 공격했던 거였군. 그때부터 자넨 이미 역외족 사람이 되었어.”

이에 육원이 배시시 웃으며 말했다.

“내 의지로 한 결정이었네. 나의 주인님은 자네의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위대한 분이시네. 천제께서도 모든 걸 포기한 후에야 겨우 주인님을 봉인했으니 말이야.”

“그런데 이대로라면 아무리 주인님이라도 정말 죽게 될 거라 상고의 천궁을 연 것이네.”

육원의 말에 다들 화들짝 놀랐다. 그들은 육원이 상고의 천궁을 열었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그는 사람들을 한곳에 모아 마제의 먹이로 바치려 한 것이다. 그리되면 마제는 봉인을 뚫고 나와 부활할 수 있을 것이다.

“웃기고 있네. 마의 기운은 마음이 굳건하지 않은 사람한테만 깃드는 법, 마제는 분명 그런 자네의 마음을 공략한 것이고 지금 한 모든 생각과 결정은 자의가 아닐 걸세. 자넨 지금 꼭두각시나 다름없네.”

만다라가 피식 웃으며 한 말에 육원은 입가가 파르르 떨렸고 표정이 확 굳었다.

그는 음산한 눈빛으로 만다라를 노려보더니 씨익 웃으며 말했다.

“자네가 뭐라 한들 무슨 소용이 있을까, 주인님이 부활하시면 죽음보다 더한 고통을 맛보게 될 걸세.”

“과연 그럴까!”

만다라는 씨익 웃더니 몰래 목진한테 말을 전했다.

“내가 저 녀석을 막을 테니 넌 천제검을 빼앗아. 천제검만이 마제의 부활을 막을 수 있어!”

목진은 흠칫하더니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슉!

만다라는 한 갈래 흑광이 되어 나섰다.

“완강하군.”

육원이 씨익 웃자 공간이 다시 떨리더니 악마의 입이 나타나 만다라를 집어삼키려 했다. 단순해 보이지만 마제의 공격은 사악하기 그지없었다. 일전에 죽은 지지존들만 봐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만다라는 대원만급 지지존으로 하위 지지존들보다 실력이 훨씬 좋았다. 그녀가 손을 내밀자 손바닥에서 무한의 어두운 빛을 발하며 앞쪽에 거대한 검은 꽃무늬를 이뤘는데 이는 악마의 입을 감싸 더는 움직이지 못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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