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49화. 마제(魔帝)의 부활
“목진아!”
만다라가 나지막하게 외치자 준비를 마친 목진이 검은 머리에 꽂힌 천제검으로 향했다.
그는 속도를 한껏 끌어올려 날아가더니 눈 깜짝할 사이에 천제검 앞에서 나타났다.
그때 육원이 피식 웃으며 만다라한테 말을 건넸다.
“만다라, 천제를 따른 시간이 나보다 긴데 천제검은 천제만 들 수 있는 걸 정녕 모른단 말인가?”
멀리 떨어져 있는 목진은 흠칫하더니 이를 악물고 검을 쥐었다. 지금은 별다른 수가 없었고 일단 시도라도 해봐야 했다.
이에 만다라는 목진을 힐끗 보더니 괴상하게 웃으며 답했다.
“내가 자네보다 천제를 더 오래 따랐기에 천제검을 들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제일 잘 안다네.”
육원은 깜짝 놀라 목진을 바라봤다.
한편, 천제검을 잡은 목진이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자 뒤쪽에서 무한의 금광이 휘몰아쳐 백 장 정도 되는 자금색 법신이 나타나 불후의 힘을 방출했다.
잇따라 목진이 손에 힘을 주자 검음과 함께 검광이 미친 듯이 휘몰아쳤다.
지잉!
맑은 검음과 함께 육안으로도 확인 가능한 음파가 퍼졌고 억만 갈래의 영롱한 검광이 휘몰아쳤다.
검광은 부드러워 파괴력이 얼마 되지 않을 것 같았지만 주위에 퍼지자 지지존들은 깜짝 놀랐다.
그들이라도 일단 검광에 닿으면 즉사할 정도였다.
도대체 얼마나 강대한 물건이란 말인가?
“어…… 어찌…….”
육원도 멍하니 목진을 바라봤다. 천제검은 천제만 들 수 있다고 들었는데 9급 지존경 원만급 밖에 안 된 목진이 이를 어찌해냈단 말인가?
멍하니 서 있던 육원은 목진의 뒤쪽에 나타난 백 장 정도밖에 안 되는 자금색 허상에 눈길이 머물렀다. 그는 목진의 지존법신에서 특이한 냄새를 맡았는데 이건 불후의 냄새로 목진이 죽어도 지존법신만은 영생불멸할 것처럼 보였다.
“저건…… 불후금신?”
육원은 눈가를 파르르 떨며 외쳤다. 드디어 목진의 지존법신을 알아챈 것이다. 그는 가루라가 해당 법신을 획득하길 바랐는데 결국 목진과의 대결에서 패배했다.
반면, 목진은 완벽한 성공을 이뤘다.
“우리가 상고의 천궁에 있을 때, 천제께서는 계승자가 되려면 반드시 불후금신을 수련해야 한다고 하셨네.”
만다라는 안색이 확 어두워진 육원을 쳐다보며 무덤덤하게 말을 이어갔다.
“하여 천제검을 들 수 있는 사람은 천제가 아니면 반드시 천제검의 인정을 받아야 하는데 그 조건이 바로 불후금신이네. 상고의 천궁 사람 중 아무도 불후금신을 수련해내지 못하여 이 일은 점차 잊혔지. 자네는 그 뒤에야 우리 세력에 들어왔으니 알 리가 없지.”
말을 마친 만다라가 피식 웃으며 주먹을 쥐자 수많은 꽃무늬가 폭발해 악마의 입을 꽉 조여 꼼짝도 못 하게 했다.
“목진, 지금이야!”
이와 동시에, 만다라가 소리를 지르자 목진은 천제검을 꽉 잡았는데 검에 얼마나 무서운 힘이 깃들었는지 충분히 느껴졌다. 그 힘과 비교하면 풍신선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그러나 목진은 현재 실력으로 영력을 모조리 끌어올리고 심지어 육신을 불태운다고 해도 천제검의 위력을 제대로 끌어올릴 수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다행히 천제검은 마제가 깨어나고 있는 것을 알아챈 듯 온몸을 파르르 떨며 검음과 함께 하늘 높이 날아올랐다.
위잉!
천제검은 만 장의 검광으로 변해 목진과 함께 마제에게 향했는데 그 엄청난 속도에 하위 지지존들마저 궤적을 알아보지 못했다.
천제검은 눈 깜짝할 사이에 ‘천제’ 앞에 나타나 녀석을 찔러 다시 봉인하려 했다.
그런데 그때, 목진의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검에 찔린 사람이 갑자기 육원으로 변했기 때문이었다.
천제검이 수정 같은 검광을 발하자 육원의 육신에 바로 균열이 일었는데 육원 본인도 깜짝 놀라 어쩔 바를 모르는 듯했다.
자의로 천제검의 파멸의 공격을 막으려는 것이 아닌 모양이었다.
그럼 설마…… 마제란 말인가?
이러한 생각에 목진이 고개를 돌려보니 만다라 등 정예 강자들의 안색도 확 어두워졌다.
그들은 꼭 악마라도 본 것 같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
탁.
그때, 육원의 뒤쪽에서 길쭉한 손이 나타나 어깨에 척 걸쳐졌다.
“허허, 잘했구나.”
온화한 목소리와 함께 누군가 육원 뒤에서 걸어 나왔는데 다름 아닌 장발을 드리우고 청색 도포를 입은 ‘천제’였다.
그는 두 눈을 완전히 떴는데 눈동자에는 이 세상에서 볼 수 없는 가장 사악한 기운이 깃들어있었다.
그가 부활한 것이다.
이에 육원이 간신히 고개를 돌려 ‘천제’를 바라보며 애원의 눈빛을 보냈다. 그는 지금 체내의 검기로 인해 죽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걱정 말거라. 내가 어찌 나의 공신을 죽게 할까?”
‘천제’가 가볍게 웃으며 육원의 어깨를 가볍게 때리자 손바닥에서 무한의 검은색 마의 기운이 미친 듯이 녀석의 체내에 스며들어 파멸의 검기를 모조리 물리쳤다.
이에 육원은 체내의 검기가 전부 사라졌지만 육신이 마의 기운으로 가득 차 체내의 영력을 집어삼켰고 몸 표면에 사악한 마의 무늬가 나타났다. 육원은 이제 완전히 마물이 되었다.
하여 대천세계의 영력도 그를 배척하기 시작했고 그는 더 이상 천지의 영력을 흡수하지 못하게 되었다.
육원은 이제 대천세계의 사람이 아니었다.
“저를 살려줘서 고맙습니다, 주인님!”
육원은 육신의 변화에 멈칫하더니 결국 ‘천제’에게 겸손하게 감사 인사를 올렸다.
한편, 목진도 신속하게 물러나 안색이 어두워진 채 상황을 살폈다. 그 역시 마제가 정말 부활할 줄은 몰랐다.
모든 상황이 완전히 사람들의 예상을 벗어났다.
만다라도 안색이 썩 좋지 않았고 기타 정예 강자들은 너무 놀라 어쩔 바를 몰라 당황했다. 그는 무려 역외족의 마제였다.
심지어 대천세계의 최정예 강자 중 한 사람이었던 천제마저 녀석을 봉인할 수밖에 없었으니 이들은 절대 그의 상대가 아니었다.
반면, 마제는 육원을 악마로 만들고는 느긋하게 기지개를 켜며 피식 웃었다.
“천제는 참 대단한 사람이란다. 일기화삼청의 위력도 엄청나고 말이야. 내가 조금이라도 운이 나빴다면 정말 죽었을 것이다.”
마제는 주위에 모인 정예 강자들을 쓰윽 훑더니 만족하듯 말을 이어갔다.
“부활하자마자 이렇게 많은 먹이가 주어지다니, 참 기분 좋은 일이 아니더냐?”
“얼른 도망갑시다.”
일부 정예 강자들은 화들짝 놀라 외치더니 바로 체내의 영력을 한껏 끌어올리고 전력을 다해 도망갔다.
이에 마제가 입을 쩍 벌리자 진득한 마의 기운이 휘몰아치더니 돌풍처럼 날아가 도망간 정예 강자들을 휘익 감았는데 처량한 비명과 함께 녀석들은 즉사했고 결국 마제의 입으로 들어갔다.
“어렵게 부활했는데 실컷 먹게 해야지.”
마제는 껄껄 웃으며 손을 벌렸는데 수많은 마의 기운이 휘몰아치며 마룡으로 변했다. 그는 포효하며 날아가 정예 강자들을 집어삼켰다.
순간, 천제릉원은 아수라장이 되었다.
만다라도 마망 수십 마리에 둘러싸인 채 지지존 대원만급 실력으로 겨우 자신을 보호할 수 있을 정도였다.
쿵!
목진은 수중의 천제검을 열심히 휘둘렀다. 비록 그 속에 깃든 힘을 끌어내지는 못했지만 본연의 위력만으로도 상대방의 공격을 간신히 피할 수 있었다.
정작 마제는 가볍게 웃으며 가끔 손을 들곤 했는데 그가 손을 들 때마다 마의 기운이 정예 강자 한 사람을 잡아 그의 입에 넣어주었다. 그리고 그는 녀석을 잘근잘근 씹어 넘겼다.
하위 지지존 몇 명을 집어삼킨 마제는 소소, 임정, 구유를 발견하고 씨익 웃으며 말을 건넸다.
“참으로 어여쁜 아이들이로구나. 어디 육신이 맛난지 먹어볼까?”
마제가 씨익 웃으며 손가락을 튕기자 한 갈래 마의 기운이 공간을 가르며 날아가 구유 등을 감쌌다.
갑작스러운 변고에 구유 등은 안색이 확 어두워졌는데 도망가고 싶어도 그럴 수 없었다.
슉!
그런데 그때, 목진이 금광을 발하는 천제검을 꽉 쥐고 여인들의 앞에 나타났다.
퍽!
마제의 공격이 닿자 목진의 윗옷은 순식간에 잿더미가 되어 사라졌고 육신에 깊숙한 혈흔이 생겼다. 천제검이 검광으로 보호하지 않았다면 목진은 마의 공격에 가루가 되어 사라졌을 것이다.
그런데도 목진은 미친 듯이 몸을 떨었다. 목진은 곧 쓰러질 것 같았는데 지금 쓰러지면 영원히 깨어나지 못할 것 같았다.
그 뒤에 서 있던 소소, 임정과 구유는 마의 기운에 상처투성이가 된 목진을 보고는 마음이 찢어질 것 같았다.
“목진아!”
여인들은 목진이 너무 걱정되었다.
“이곳을 얼른 떠나!”
목진은 눈이 빨갛게 변해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지금은 여인들이 도망갈 수 있도록 최대한 시간을 벌어보는 수밖에 없었다.
비록 얼마 버티지 못하겠지만 목진은 세 여인이 먼저 죽는 꼴은 절대 보고 싶지 않았다. 죽어도 자신이 먼저 죽을 것이다.
“허허, 참으로 감동적이군. 먼저 죽고 싶으면 그리해주지.”
마제는 씨익 웃으며 말하더니 손가락을 튕겼는데 무궁무진한 마의 기운이 날아가 목진을 죽이려 했다.
이번엔 아무리 목진이라도 방법이 없었다. 마제라면 목진을 바로 죽일 수 있을 것이다.
쿠쿵!
마의 기운이 휘몰아치자 목진은 눈앞이 깜깜해졌다.
이렇게 끝나는 건가?
쿠쿵!
목진의 눈꺼풀이 점차 무거워져 쓰러지려던 순간, 어디선가 갑자기 폭발음이 들리더니 무궁무진한 화염이 휘몰아쳐 무서운 마의 기운을 신속하게 증발시켰다.
슉!
불이 활활 타오르는 유성이 공간을 가르며 날아와 목진 앞쪽을 공격했다.
화염이 퍼지자 목진은 드디어 앞쪽 사물이 다시 똑똑히 보였는데 지면에 불이 활활 타오르는 거대한 검은 자가 꽂혀있었다. 그 화염으로 마의 기운은 모조리 증발했다.
이와 동시에, 누군가의 느긋한 웃음소리가 주위에 울려 퍼졌다.
“어이, 당신이 아무리 마제라고 해도 내 보배 같은 딸을 괴롭히는 건 아니지 않나?”
느긋한 웃음소리와 함께 허무한 곳에서 무한의 화염이 휘몰아쳐 천제릉원이 순식간에 더워졌다.
이에 천제릉원에 가득 찼던 마의 기운이 놀라운 속도로 증발했고 지지존마저 골치 아파했던 마룡도 애처롭게 울부짖으며 불에 타 없어졌다.
갑작스러운 변고에 다들 화들짝 놀라 고개를 들어보니 한쪽 공간이 쩍 갈라지더니 다채로운 색을 띤 화염이 휘몰아치며 위험한 기운을 방출했다.
그리고 그 속에서 늘씬한 사내가 걸어 나왔는데 한 걸음 걸을 때마다 공간이 파르르 떨렸다. 공간이 꼭 사내의 힘을 견디지 못하는 것 같았다.
그는 검은색 도포를 입은 늘씬한 사내로 느긋하고 웃고 있었는데 몸 표면에 현란한 화염이 활활 타오르는 것이 멀리서 보면 꼭 화염을 다스리는 화염의 신처럼 보였다.
마제의 기운으로 가득 차고 천지마저 마의 위엄에 파르르 떨었는데 그가 나타나자마자 마의 기운이 빠르게 사라지며 마제의 마의 위엄도 제압되었다.
사람들은 두 눈이 휘둥그레진 채 사내를 쳐다봤다. 그는 도대체 누구기에 마제같이 무서운 존재마저 제압할 수 있단 말인가?
천제마저 마제 때문에 죽었으니 마제는 역외족에서도 분명 최정예급 강자였을 것이다. 비록 녀석은 봉인을 뚫고 부활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일반 천지존과 마주쳐도 전혀 두려워하지 않을 것이 분명했다.
그런 그를 제압할 수 있다는 것은 그 또한 대단한 존재임이 틀림없었다. 그는 분명 대천세계의 거장일 것이다.
“저 사람은…….”
정예 강자들은 검은색 도포를 입은 사내의 현란한 화염을 바라보며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화들짝 놀라 외쳤다.
“저분은 무한의 화역의 염제네!”
누군가 드디어 사내의 정체를 알아채고는 경외의 눈빛으로 사내를 쳐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