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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주재-751화 (750/1,000)

751화. 왕들의 만남

화련이 폭발하자 무궁무진한 현란한 화염이 휘몰아치며 무서운 힘을 방출해 천지마저 미친 듯이 떨렸고 주위의 공간은 움푹 파였다. 주위 수만 리가 까맣게 변해 그 범위 속에 있는 모든 것이 폭발하고 없어진 것 같았다.

멀리서 상황을 살피던 천라대륙 강자들은 그 광경에 너무 놀란 나머지 침을 꼴깍 삼켰다.

그들은 염제의 공격에 깜짝 놀랐다. 화련이 이들을 공격했다면 이미 잿더미가 되었을 것이다.

“이것이 염제의 실력이란 말인가? 역시 대단하군. 대천세계의 최정예 강자는 역시 남다르군.”

사람들은 이내 감탄하며 말했다. 원고 시기의 대전으로 대천세계의 천지존들이 많이 죽었지만 만 년도 넘게 지난 지금, 염제나 무조 같은 최정예급 강자가 또 나타났다.

“탄천마제는 죽었겠지?”

목진도 움푹 파인 공간을 바라보며 말했다. 염제의 무서운 공격에 아무리 탄천마제라도 치명적인 타격을 입었을 것이다.

이에 만다라도 고개를 끄덕였다. 염제가 일전에 한 공격은 정말 무시무시했다. 이 정도 공격이라면 천지존이라도 받아내기 버거울 것이다.

사람들은 손에 땀을 쥔 채 움푹 파인 공간을 쳐다보다가 흠칫 놀랐는데 그곳에서 탄천마제가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몸에 균열이 잔뜩 생겨 부서진 도자기 인형 같은 그는 잔뜩 화가 난 듯 눈이 시뻘겋게 상기되어 있었다.

“완강하군.”

염제는 그리 놀란 것 같지 않았다. 천제마저 탄천마제를 죽이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탄천마제가 살아남기는 했지만 일전의 공격으로 크게 다친 듯했다.

“이렇게 몰아붙인다 이건가? 어디 나와 함께 죽어봅시다.”

탄천마제는 혈안이 된 채 염제를 노려보며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더니 한 줄기 빛이 되어 날아올랐다. 그리고 갑자기 만 장 정도의 마광을 발하며 체내에서 지극히 난폭한 힘을 준비했다.

“자폭하려고 해!”

만다라가 안색이 확 어두워져 외쳤다. 탄천마제는 도망갈 수 없다는 걸 알고 염제와 함께 죽기로 마음먹은 것 같았다.

쿵!

잇따라 탄천마제의 육신이 폭발하자 사악하기 그지없는 기운이 깃든 칠흑 같은 마의 기운이 돌풍처럼 미친 듯이 휘몰아쳤는데 그 중심에 염제가 서 있었다.

그러나 염제는 전혀 당황하지 않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말했다.

“자폭으로 나를 죽일 수 있었다면 난 이미 열 번도 넘게 죽었을 것이네.”

염제가 손을 벌리자 현란한 화염이 수십만 리 정도의 방대한 화염의 막을 형성했는데 그 표면에 색깔이 다른 화염의 무늬가 새겨져 있었다. 무늬는 천지에서 비롯된 강대한 불을 의미했다.

이렇게 화염의 막이 무서운 고온을 방출하자 공간이 일그러지다가 부서졌고 난폭한 마의 기운은 빠르게 사라졌다.

파멸의 기운을 풍겼던 마의 기운은 1각도 안 되는 사이에 사라졌고 천제릉원에 사악한 기운도 완벽히 사라졌다.

“드디어 죽은 건가?”

염제가 중얼거리며 옷깃을 휘날리자 휘몰아치던 현란한 화해가 신속하게 체내에 스며들었다.

“뭐지?”

그런데 그때, 염제가 흠칫 놀라 고개를 돌려보니 움푹 파인 공간 쪽에서 갑자기 검은색 마의 기운이 스며져 나왔다. 괴이한 마의 기운은 바로 공간을 가르고 상당히 놀라운 속도로 빠르게 천제릉원을 떠났다.

“탄천마제가 아직 죽지 않았다니!”

사람들은 마제의 끈질긴 생명력에 놀랄 뿐이었다. 녀석은 염제의 공격을 두 번이나 받고도 살아남았다.

“녀석은 일부러 자폭해서 사람들 몰래 도망친 거였어!”

목진도 한껏 정색하며 말했다. 자폭을 대가로 도주를 계획하다니 탄천마제는 교활한 데다 결단력까지 있었다. 이건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마심(魔心)이 분명 폭발했는데 어찌 살아남았단 말인가?”

염제는 공간을 가르며 도망간 마의 기운을 뚫어져라 쳐다보고는 흠칫 놀라 중얼거렸다. 마심이란 역외족의 치명적 약점인데 마제 정도가 되면 마심이 상당히 견고했다. 그런데 염제는 분명 탄천마제가 자폭했을 때, 마심이 부서진 것을 느꼈다.

아무리 마제라도 마심이 부서지면 죽어야 마땅한데 탄천마제는 죽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도주에 성공했다!

“역시 천제와의 대결에서 이긴 데는 다 이유가 있었어.”

“어이, 할아범. 그렇게 서 있기만 하면 더는 못 잡을 거예요.”

그때 소소가 황급히 입을 열었다. 탄천마제가 정말 도망이라도 가면 앞으로 대천세계의 강자들이 얼마나 많이 죽어 나갈지 모를 일이었다.

한때, 천제와 실력이 막상막하였던 존재가 실력을 회복하면 염제가 다시 나서도 지금처럼 상대하기 쉽지 않을 것이다.

이에 염제는 눈가를 파르르 떨며 소소를 힐끗 쳐다봤다.

“녀석이 목숨을 걸고 도망가는 걸 무슨 수로 막는단 말이냐?”

염제의 말에 사람들은 아쉬운 듯 한숨을 쉬었다. 그럼 마제를 이렇게 떠나보낸단 말인가? 그럼 천제께서 목숨을 바치면서까지 한 봉인은 결국 무용지물이 되고 만다.

그런데 염제는 피식 웃더니 어딘가를 바라보며 말을 이어갔다.

“하지만 탄천마제는 오늘만큼은 절대 이곳에서 벗어날 수 없을 거란다.”

사람들은 흠칫 놀랐다. 염제한테 다른 수단이라도 있단 말인가?

염제는 씨익 웃으며 임정을 바라보았다.

“딸이 강적을 만난 걸 알아챈 건 나뿐이 아니란다.”

임정은 멈칫하더니 이내 화색이 되었다.

“네? 아버지께서도 오셨단 말인가요?”

어리둥절한 다른 강자들과 달리, 목진은 화들짝 놀랐다. 임정의 아버지면 무경의 창시인이며 염제와 어깨를 나란히 한 무조가 아닌가!

오늘 그분도 이곳에 오셨단 말인가?

마의 기운이 이미 공간 균열에 들어가 사라지려 하고 있었다.

위잉!

그런데 그때, 공간이 갑자기 격렬하게 진동하더니 공간 균열이 생긴 곳이 부서지며 커다란 손이 나타났다.

청색 용린이 돋은 거대한 손에서는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위엄이 흘러넘쳤는데 목진은 피부에 새겨진 진정한 용의 령이 천적을 만난 듯 파르르 떠는 것이 느껴졌다.

진정한 용의 령은 용족 중 최상급인 진정한 용의 혈맥인데 청색 용린이 박힌 거대한 손에서 느껴진 기운에 엄청난 위협감을 느끼다니!

쿠쿵!

그때 거대한 손이 도망가려는 마의 기운을 확 낚아채자 마안이 나타났다. 녀석은 잔뜩 화가 난 듯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도주에 성공하기 직전이었는데 갑자기 강적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더구나 그의 실력은 염제 못지않았고 마제는 현재 자폭해 상당히 허약해진 상태라 그를 상대할 수 있을 리 없었다.

거대한 손은 청광을 발하며 봉인을 형성해 마의 기운을 완벽히 가뒀다. 갑작스러운 변고에 사람들은 입이 떡 벌어진 채 고개를 돌렸다. 그들은 누군가 숨어서 상황을 살펴보다가 탄천마제를 잡기로 했다는 걸 그제야 알아챘다.

그런데 그 사람은 또 누구란 말인가?

그때 부서진 공간에서 누군가 걸어 나왔는데 주위에 맴도는 웅장한 영력이 부동한 속성을 띠었다. 한빙이었다가 화해, 벼락, 어둠…… 등 계속 변하는 것이 아주 오묘했다.

사람들은 오묘한 영력의 소유자를 보고는 눈가를 파르르 떨었다.

“저…… 사람은 무조가 아닌가!”

누군가 먼저 그의 정체를 알아채고 입을 열었다.

어두운 공간이 부서지고 공간 파편이 홍류가 되어 휘몰아치더니 움푹 파인 공간에서 누군가 걸어 나오자 홍류는 자연스레 자리를 비켜주었다.

사람들은 두 눈이 휘둥그레진 채 오묘한 영력의 소유자를 바라봤다. 천라대륙은 대천세계의 엄청난 대륙 중 하나라 다들 바로 상대방의 정체를 알아챘다.

빙, 화, 벼락, 어둠…… 등 사이에서 영력을 완벽히 전환할 수 있는 사람은 대천세계에서 오직 한 사람뿐이었다.

그는 바로 무경의 주인, 대천세계의 거장인 무조였다.

대천세계에서 천지존은 최정예급 존재지만 천지존도 등급이 존재했다. 그중, 염제와 무조는 가장 빛나는 별이었다.

두 사람은 하위면 출신이지만 천부적 재능이 뛰어났다. 염제는 수백 년밖에 안 되는 시간에 무한의 화역을 건립했고 그가 불을 다스리는 법은 거의 독보적이었다. 또한, 단약 제련술은 역사가 유구한 파벌도 감히 비기지 못할 정도로 훌륭했다.

현재 대천세계에서 가장 효과가 좋은 단약은 무한의 화역이 만든 것이었다.

반면, 무조는 훨씬 겸손한 편이었다. 아내를 구하기 위해 홀로 빙령족 전체와 싸운 것을 빼면 말이다. 아무리 천지존이라도 감히 빙령족 같이 오래된 종족을 건드릴 생각을 하지 않을 것이다.

빙령족 같은 오래된 종족은 오랜 시간 관계를 맺어온 이들이 많아 도움을 청하면 바로 달려올 사람도 많았다. 이에 빙령족에서는 대천세계의 천지존을 세 사람이나 불렀고 무조가 먼저 물러나길 바랐다.

이건 한 사람은 물론이고 한 종족을 없애고도 남을 전력이었다.

그날의 전투로 대천세계가 들썩였다.

그러나 무조는 물러서지 않고 홀로 천지존 세 명을 상대하였고, 대결은 무척 치열했다.

무조는 결국 원하던 바를 이뤘고, 그 뒤로 대천세계에 이름을 날렸으며 무경까지 세웠다.

그 뒤로 무경은 대천세계에서 강대한 세력이 되었고 빙령족 족장은 갑자기 물러났다. 그리고 무경의 안주인이 차기 족장이 되었다.

이후로 빙력족과 무경은 사이가 좋아졌고 무경 덕분에 빙령족은 점차 강해져 오래된 종족 중 선두를 달려 다들 부러워했다.

이건 전부 무조 덕분이었다.

그 후로 염제와 무조는 점차 유명해졌지만 무한의 화역과 무경은 대천세계의 남북 쪽 끝자락에서 호시탐탐 대천세계를 노리는 역외족을 조용히 지키기만 했다.

이에 두 사람이 동시에 한 자리에 나타나는 경우는 거의 없었기에 다들 깜짝 놀란 것이다.

“저 사람이 무조란 말인가?”

목진도 궁금해서 바로 눈길을 돌렸는데 허무한 공간에 서 있는 사내 주위의 영력이 계속해서 변했다. 그의 모습은 하늘이 무너져도 끄떡없을 것 같은 듬직한 느낌을 주었다.

대신 무조 체내에서 내뿜는 기운에 하늘과 땅이 파르르 떨리는 것은 염제와 같았다.

“아버지! 아버지!”

임정이 활짝 웃으며 손을 휘익 젓자 무조는 바로 딸한테 달려왔다.

“또 몰래 나왔구나. 이번에 돌아가면 내 반드시 널 방에 가둬둘 것이다.”

무조가 엄숙한 표정을 지으며 한 말에 임정이 배시시 웃으며 다가가 팔을 꼭 끌어안자 그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잇따라 무조는 옆에 서 있는 목진을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목진아, 일전에 내 딸을 보호해 줘서 고맙구나.”

목진은 왠지 어색해졌다. 임정과 소소의 아버지가 있는 줄 알았다면 그가 굳이 나서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무조는 목진의 마음을 꿰뚫어 보기라도 한 듯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말했다.

“넌 괜한 짓을 한 것이 아니란다. 우리라도 녀석의 공격을 모두 막아내지는 못했을 것이다. 그리고 저들의 실력으로 마제의 위엄을 막아낼 수 없을 터, 넌 내 인사를 받을 자격이 충분하단다.”

“그런가요?”

목진이 머리를 긁적이며 물었다.

“허허, 임 형의 말이 맞네.”

가벼운 웃음소리와 함께 염제도 다가와 목진의 어깨를 다독이며 무조를 바라봤다.

“임형, 오랜만이네. 잘 지냈는가?”

대천세계에서 염제는 진심으로 존경하는 사람이 몇 없는데 그중 한 사람이 바로 무조였다. 두 사람은 각자의 땅에서 역외족을 상대하느라 만날 시간이 거의 없었지만 서로를 아끼는 마음은 같았다.

“소형.”

무조도 가볍게 인사를 한 뒤, 손을 들었는데 손바닥에 떠 있는 청색 빛덩이에 봉인된 마안에서 사악한 기운이 스며져 나왔다.

“녀석이 뭔가 괴상한 것 같네.”

염제가 봉인된 탄천마제를 보며 미간을 찌푸렸다.

“허허, 자네 말이 맞네.”

무조는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어갔다.

“원고 시기, 그는 역외족에서 10위권에 들었을 걸세.”

염제는 흠칫 놀랐다. 역외족 10위권에 드는 존재라면 그들한테는 엄청난 위협이었다. 그런데 탄천마제가 선보인 실력을 보면 그 정도까지는 아닌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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