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54화. 이것이 바로 지지존이군
어느덧 무한의 검광의 세례에 목진의 육신은 피투성이가 되었는데 육신을 치유하는 과정에서 특이한 힘이 체내에 스며드는 것을 발견했다. 그 힘은 상당히 미묘했는데 한 갈래만으로도 피와 살, 뼈, 심지어 경맥마저 빠르게 단련되고 강해졌다.
이건 천제검에서 비롯된 힘이 분명했다. 천제께서 천제검을 대가로 육신을 다시 만들어 경지 돌파를 도와주시는 것이다.
또한, 목진은 검광이 지존해까지 스며든 것을 발견하고 깜짝 놀랐다.
검광이 조금만 예리했다면 지존해는 바로 부서졌을 텐데 천제 덕분에 유난히 부드러워 지존해에 무리없이 스며들었다. 목진의 영력을 삼키고 다시 내뱉었을 때는 더 짙고 단단해진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천제검의 힘 덕분에 목진의 지존해의 영력은 놀라운 속도로 폭등했다.
이는 지존영액 수억 방울로도 해낼 수 없는 일인데 눈 깜짝할 사이에 이뤄졌다.
목진은 체내의 폭등한 영력을 느끼고는 애써 마음을 가라앉혔다. 그는 지존경이 한계에 이른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아무리 천제검을 대가로 했다고 해도 지지존경에 이르기란 그리 쉬운 일이 아니었다…….
어느새 보름이 훌쩍 지났다.
천지에 물이 요동치며 가끔 만 장의 파도가 일었고 짙은 영무가 피어올라 하늘을 가렸다.
무한의 검광이 깃든 굵직한 빛기둥이 쏟아져 내리자 그 속에 누군가 조용히 앉아 있었다. 그는 검광의 난폭한 힘에 참형을 당하는 듯 무척 괴로워 보였다.
그는 다름 아닌 목진이었다.
목진이 이리 앉아 있는 지도 벌써 보름이 지났다. 그는 웅장한 검광의 세례를 끊임없이 받으며 육신과 뼈가 수천, 수만 번 잘리고 깎였다. 그리고 용봉체로 억지로 육신을 치유하고 다시 그 과정을 반복했다.
목진의 마음이 조금이라도 굳건하지 않았다면 아마 너무 괴로워 포기했을 것이다. 그럼 천제가 준 엄청난 기회도 이대로 사라졌을 것이다.
다행히 목진은 그 정도로 나약한 사람이 아니었다. 그는 지금껏 수련하면서 끊임없이 단련해왔기에 진령관정 같은 고통은 얼마든지 견뎌낼 수 있었다.
생사를 오가는 상황을 수도 없이 겪은 그가 이까짓 일에 포기할 리가 없었다.
또한, 보름 동안의 검광의 세례를 통해 목진의 육신은 점차 이런 방식에 적응했다. 그는 육신과 뼈, 경맥이 부서지고 새로 자라나는 과정에서 점차 강해지는 것을 느꼈다. 인제 검광은 그의 몸에 깊숙한 검흔만 남길 뿐, 뼈나 경맥까지 부수지는 못했다. 이건 목진의 육신이 강해졌단 뜻이었다.
목진은 자신의 육신이 보름 전보다 강해진 것을 느끼고 정말 기뻤다. 육신의 단련은 가장 어려운 수련이었다. 육신을 단련하려면 강도가 점차 강해져야 할 뿐만 아니라 일정한 선을 지켜야 했다. 자칫 강도가 너무 세면 오히려 육신에 해가 되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천제께서 천제검으로 유발한 세례는 완벽했고 목진의 육신은 망가지지 않는 선에서 점차 강해졌다.
하여 목진은 아무리 괴로워도 이를 악물고 참기로 했다.
또 목진은 영력의 폭등에 기분이 좋았다.
현재, 그의 지존해의 해면은 놀라울 정도로 상승했고 가끔 수만 장의 파도가 일곤 했는데 그 속에 웅장한 영력이 깃들어있었고 지존해의 위쪽에서는 아직도 검광이 영력을 제련하고 있었다.
목진의 지존해에 깃든 영력은 보름 전보다 훨씬 강해졌는데 목진이 보름 전의 자신과 싸우면 영력의 우세만으로도 가뿐히 이길 수 있을 것이다.
스스로 수련해 지존해의 영력을 이 정도로 이루려면 적어도 1년은 걸려야 할 텐데 목진은 천제 덕분에 보름 만에 이를 이뤘다.
‘지존해의 영력이 너무 웅장해 자칫 잘못하면 폭발할 것 같아.’
목진은 미친 듯이 증가하는 지존해의 영력이 조금 걱정되었다. 지존해가 비록 크고 넓긴 하지만 한계가 존재했다. 영력이 한계치를 초과하면 폭발할 수도 있었다.
‘지지존경에 이르려면 반드시 지존해를 가득 채워야 한단 말인가?’
목진은 지지존경에 이른 적 없어 그 답을 알 리가 없었지만 지존해의 영력의 폭등을 멈출 수가 없었다. 진령관정은 천제께서 조종하시는 거라 그가 멈추지 않으면 목진은 받아들이는 수밖에 없었다.
하여 목진은 마음을 가라앉히고 육신과 영력의 폭등을 느끼기로 했다.
이렇게 또 보름 정도가 지나자 지존해의 영력이 드디어 한계치에 도달했다.
지존해에서 영력이 미친 듯이 요동치며 곧 폭발할 것 같은 느낌을 전달되자 목진은 저도 모르게 심장이 빨리 뛰었다.
이대로라면 목진의 지존해는 분명 폭발할 것이다. 그러나 천제는 여전히 멈출 생각이 없어 보였다.
“설마 지존해를 폭발시켜야 한단 말인가?”
목진은 순간 관정을 멈추고 싶었지만 정신을 차리고 애써 마음을 가라앉혔다.
천제는 그를 해칠 이유가 없고 그럴 필요도 없었다. 대천세계의 최정예급 강자였던 그는 비록 사망했지만 목진을 죽이는 것은 식은 죽 먹기였다. 성마황 육원처럼 말이다.
그런 천제께서 분명 관정을 멈추시지 않는 이유가 있을 것이다. 목진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계속 믿기로 했다.
그는 깊게 숨을 들이켜고는 무한의 검광이 지존해에 스며들어 지존해를 꽉 채우도록 뒀다.
그러다 검광이 지존해의 마지막 공간을 차지하자 목진은 세상이 조용해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순간, 지존해의 공간에 균열이 일더니 역시나 목진의 예상대로 지존해가 부서지기 시작했다.
누구든 그 광경을 보면 혼비백산해질 것이다. 지존해가 부서지면 영력이 새어나갈 것이고 오랜 시간 열심히 수련한 성과가 수포가 되기 때문이다.
어느새 목진의 이마에서 식은땀이 주르륵 흘러내렸지만, 그는 끄떡없이 앉아 있었다.
“마음을 굳게 먹고 자연스럽게 흘려 보내거라.”
그때 천제의 목소리가 드디어 마음속에 울려 퍼지자 목진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마음을 가라앉혔다.
퍽!
지존해의 균열이 점차 많아지더니 미친 듯이 요동치는 웅장한 영력의 힘을 못 이겨 결국 부서졌다.
이와 동시에, 목진의 가슴팍에서 광점이 반짝였다. 이는 목진이 지존해를 숨긴 곳이었는데 지존해가 폭발하자 광점이 확 커져 목진의 육신을 감쌌다.
퍽! 퍽! 퍽!
목진의 체내에 무섭기 그지없는 영력이 휘몰아쳐 피와 살, 경맥과 뼈가 산산이 부서져 혈무가 되었다.
체내에서부터 일어난 변화로 목진의 육신은 눈 깜짝할 사이에 혈무가 되었다.
잇따라 금광을 발하더니 혈무가 빠르게 모여 육신의 형태를 이뤘다. 이는 목진이 미친 듯이 용봉체를 소환해 부서진 육신을 치유하고 있는 것이었다.
퍽! 퍽!
그런데 목진이 육신의 형태를 이루자마자 다시 무서운 영력 충격이 휘몰아쳐 폭발했고…… 육신은 혈무가 되었다.
목진은 다시 전력을 다해 육신을 치유했다.
퍽!
치유!
퍽!
파괴와 치유의 반복 과정에서 목진은 최근 보름 동안 육신이 훨씬 강해진 것이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다. 안 그럼 그는 절대 제 때에 육신을 치유하지 못했을 것이다.
한편, 목진은 이 과정에서 진정한 환골탈태한 느낌이 들었다.
목진의 육신 단련은 여태껏 체질의 강화였다면 이번에는 피와 살부터 시작하는 근본적인 변화였다.
목진의 육신은 여전히 부서져 혈무가 되고 다시 육신 상태로 돌아오는 것을 반복했는데 더는 두렵지 않았다. 목진은 지존해가 부서졌지만 허약해지키는커녕, 전보다 훨씬 강해진 것을 느꼈다.
그는 예전의 자신을 한주먹에 날려버릴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그의 지존해는 확실히 부서져 사라졌지만 진짜로 사라진 것이 아니라 세상 곳곳에 존재했다.
예전의 목진은 체내에 지존해가 하나 있었다면 지금은 체내 곳곳에 지존해가 있는 것 같았다. 피와 살마저 지존해로 변한 것 같았다.
“하나에서 무한대를 이루다…… 이것이 바로 지지존이군!”
한 달 동안 눈을 꼭 감고 천지에 앉아 있던 목진이 드디어 눈을 떴다.
쿵!
순간, 뇌명과 함께 벼락같은 빛이 번쩍이더니 목진의 체내에서 엄청난 영력 위압감이 휘몰아쳤다.
쏴아아!
천지에 만 장의 파도가 일더니 허공에서 부서져 웅장한 폭우가 되어 쏟아져 내렸다. 목진이 서 있던 곳은 수만 장 정도의 커다란 구멍이 생겼으며 그는 그 위쪽에 서 있었는데 미친 듯이 쏟아져 내리던 폭우는 그와 한 장 정도의 거리를 두고 바로 사라졌다.
한편, 폭우 속에서 밝은 빛을 발하며 서 있던 목진은 천제검의 제련을 받아서 그런지 몸에서 무서울 정도로 예리한 기운이 뿜어져 나왔다. 육신이 아니라 천지를 꿰뚫는 신검 같은 느낌이 들었다.
목진의 몸 표면에 아직도 눈부신 영광이 번쩍이곤 했는데 이는 체내에 무서운 영력 충격이 남아있기 때문이었다. 육신의 파괴와 치유를 무한 반복한 끝에 현재, 그의 육신은 지존해의 폭발로 인한 충격에 견딜 만해졌다.
그때 진정한 용과 진정한 봉황의 무늬가 나타났는데 이는 목진이 수련한 용봉체로 강력했던 진정한 용과 진정한 봉황의 령도 조금 흐릿해졌다. 아마 목진의 육신이 너무 강해져 진정한 용과 진정한 봉황의 령도 더는 전처럼 함부로 모습을 드러내지 못하게 된 모양이었다.
잠시 후, 폭우가 멈추고 시야가 확보되자 목진은 서서히 정신을 차리고는 고개를 숙여 수도 없이 부서지고 다시 만들어진 자신의 육신을 멍하니 쳐다봤다.
그는 지금, 자신의 육신에 깃든 무서운 힘이 그대로 느껴졌는데 왠지 꿈만 같았다.
이 힘은 목진이 오래도록 바랐던 바였지만 정작 얻고 나니 어쩔 바를 몰랐다.
잠시 머뭇거리던 목진은 서서히 주먹을 쥐었고, 영력을 소환하지도 않았는데 손바닥에 검은색 공간 흔적이 생겨났다.
퍽!
목진이 대충 주먹을 휘두르자 앞쪽 공간이 거울처럼 와장창 깨져 수많은 공간 파편이 생겼다.
그는 멍하니 앞쪽 공간을 바라봤다. 한 달 전이었으면 모든 수단과 방법을 사용해도 자신이 대충 한 공격에 큰 타격을 입거나 죽었을 것이다.
이건 압도적인 힘이었다.
“이…… 이것이 지지존의 힘이란 말인가?”
목진은 갑자기 무서워졌다. 그가 일전에 마주쳤던 좌 장로의 실력이 전성기 때였다면 도령위가 있어도 무사히 빠져나오지 못했을 것이다. 지지존의 절대적 위압에 못 이겨 목진은 도령위의 전의를 끌어올리기도 전에 이미 죽었을 것이다.
그러나 두려움도 한순간, 목진은 바로 입꼬리를 씰룩거렸다. 이제 그 힘은 바로 그의 것이었다.
인제 좌 장로가 전성기 때의 상태로 다시 나타나도 목진은 더는 두렵지 않았다.
멀리서 목진을 지켜보던 구유와 만다라도 흐뭇하게 웃었다.
“목진이 성공한 건가요?”
구유가 생긋 웃으며 물었다. 그는 목진한테서 숨 막히는 압박감이 느껴졌다. 이는 9급 지존경 원만급 강자가 가질 수 있는 압박감이 아니었다.
“절반쯤?”
만다라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목진은 지금 확실히 지지존의 힘을 지녔다.
구유는 이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고 표정이 복잡미묘해진 채 목진을 바라봤다. 몇 해 전, 구유가 목진을 처음 만났을 때, 그는 앳된 소년일 뿐이었다. 구유는 목진이 자신보다 빨리 지지존에 이를 줄은 꿈에도 몰랐다.
한때, 구유는 목진의 절대적인 방패였는데 지금은 역할이 뒤바뀌었으니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왜 반밖에 안 되나요?”
구유는 한참 지나서야 만다라의 말이 떠올라 어리둥절해 물었다.
“지지존경에 이르려면 가장 중요한 문턱을 넘어야 해. 이 세상에서 수많은 천재가 이 문턱을 넘지 못하고 사망했지.”
만다라가 고개를 들고 하늘을 보며 건넨 말에 구유는 흠칫하더니 이내 정색했다.
“영겁을 말하는 건가요?”
지지존은 너무 강대해 탄생할 때마다 하늘은 겁난을 내리는데 이를 지존 영겁, 또는 영겁이라고 불렀다.
영겁의 위력은 엄청나 경지를 돌파하려고 도전한 수많은 천재를 잿더미로 만들었고 감히 도전하지 못한 사람들은 평생 9급 지존경 원만급에 머무르기만 했다.
“일전에 지존해를 부순 것이 영력으로 육신을 다진 것이라면 영겁은 지존법신을 새로 다지는 거나 마찬가지야. 진정한 지지존한테는 법신이 아니라 더 강대한 지존법상이 있으니 말이야. 하여 영겁을 건너야 지존법신은 지존법상으로 탈바꿈해 천지와 더 깊은 대화를 나눌 수 있고 언출법수의 위대한 힘을 사용할 수 있어. 목진은 첫 번째 단계를 통과했으니 이제 영겁만 통과하면 돼.”
구유는 목진이 걱정되었다. 영겁이 위험하다는 걸 잘 알고 있기에 그녀는 목진도 결국 경지 돌파에 실패하고 사망한 천재 중 한 사람이 될까 봐 두려웠다.
위잉.
그때 천지의 위쪽 하늘에서 갑자기 나지막한 소리가 울려 퍼지더니 하늘이 점차 어두워졌고 천지의 영력이 미친 듯이 끓어올랐다.
목진도 바로 고개를 들고 정색하며 하늘을 쳐다봤는데 공간이 일그러지며 무궁무진한 영력이 모여 구름을 이뤘고 숨 막히는 압박감이 형성되었다.
“이것이 곧 말로만 듣던 영겁이란 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