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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주재-755화 (754/1,000)

755화. 영겁(靈劫)

“이것이 곧 말로만 듣던 영겁이란 말인가?”

목진은 중얼거리며 주먹을 꼭 쥐었다. 가장 중요한 단계인 영겁을 건너야 진정한 지지존경에 이르렀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영겁은 주로 지존법신에 관한 겁난인데 법신이 부서지면 본체에도 큰 타격이 될 것이야. 자칫 잘못하면 넌 죽을 수도 있단다.”

멀지 않은 곳에 서 있던 천제가 서서히 입을 열었다.

“이 겁난은 스스로 견뎌내야 해서 타인의 도움을 받을 수 없으니 애쓰려무나.”

이에 목진은 깊게 숨을 들이켜며 고개를 끄덕이고는 손을 비틀었다. 그러자 천지에 만 장의 파도가 일며 육안으로도 확인 가능한 영력이 휘몰아쳐 목진의 입으로 들어갔다.

한 달 전이었으면 이 정도 영력을 흡수하려면 반나절 정도 걸렸을 텐데 지금은 웅장한 영력이 체내에 스며들자 육신은 굶주린 듯 눈 깜짝할 사이에 영력을 삼켜 버렸다.

반보 지지존이 된 목진은 지존해가 부서지긴 했지만 사라진 것이 아니라 육신 곳곳에 스며든 것이었다.

지금 목진의 육신은 곧 지존해라 용납할 수 있는 영력은 상상 이상이었다.

“지지존에 이르면 이하 모든 경지를 무시할 수 있다는 말이 괜히 있는 것이 아니었군.”

목진은 체내의 웅장하기 그지없는 영력을 느끼고는 이내 감탄했다. 9급 지존까지는 지존해로 영력을 저장하는데 지지존부터는 육신 자체가 지존해였다. 이렇게만 비교해도 진정한 힘의 억제가 무엇인지 바로 알 수 있었다.

절대적인 힘의 억제 아래에는 아무런 수단과 방법도 통하지 않았다.

쏴아아!

목진은 이내 감탄하며 천지의 영력을 흡수했다. 그는 자신의 영력 상태를 정상으로 끌어 올리려 노력했다.

꽈르릉!

그때 하늘에 모인 영력은 무서울 정도로 웅장했고, 겹겹이 쌓인 영운에 다채로운 벼락이 번쩍이기 시작했으며 뇌명이 울려 퍼져 주위가 순간 조용해졌다.

후우.

이에 목진이 깊게 숨을 들이켜고 이내 정색하며 두 손으로 결인하자 등 뒤에서 자금색 빛이 휘몰아쳤는데 이는 수백 장 정도의 자금색 거인으로 변했다.

불후금신이었다.

모습을 드러낸 불후금신의 상태를 살핀 목진은 의지를 활활 불태운 채 하늘 높이 떠 있는 영운을 보며 혀를 날름거렸다.

오늘 그 무엇도 그가 지지존이 되는 것을 막을 수는 없을 것이다. 그 상대가 영겁이라면 목진은 얼마든지 부숴줄 준비가 되어 있었다.

쿵! 쿵!

하늘에 떠 있는 두꺼운 영운에서 나지막한 뇌명과 함께 다채로운 벼락이 번쩍이며 숨 막히는 압박감을 형성했다. 그러자 격렬하게 요동치던 천지는 꼭 엄청난 위압감을 받은 것처럼 점차 고요해졌다.

목진은 한껏 정색한 채 고개를 들고 영운을 쳐다봤는데 다채로운 색을 띤 벼락은 천지의 영력을 압축해 이룬 것으로 놀라운 힘이 깃들어있었다. 진정한 하위 지지존이라도 감히 무시할 수 없을 정도였다.

목진은 천제검 덕분에 육신이 훨씬 강해졌지만 벼락의 힘에 몸이 찌릿했다. 자칫 잘못하면 벼락의 공격을 받아내지 못할 수도 있다.

다행히 목진의 뒤에서 자금색 빛을 발하는 불후금신이 내뿜는 불후의 기운에 조금이나마 위안을 얻었다.

목진은 불후금신을 수련한 후, 불후금신을 처음 사용해보는 거라 위력이 얼마나 강력한지 제대로 보고 싶었다.

꽈르릉!

조용한 공간에서 뇌명이 1각 정도 울려 퍼지더니 두꺼운 영운이 격렬하게 요동치다가 쩍 갈라지며 벼락 한 갈래가 떨어졌다.

쿵!

백 장 정도 되는 현란한 벼락이 채색용처럼 포효하며 내려앉았는데 지나간 곳마다 공간이 일그러졌고 속도도 빨라 눈 깜짝할 사이에 공간을 가르며 목진 위쪽에 나타나 불후금신을 공격했다.

이에 목진이 마음을 움직이자 불후금신이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눈부신 자금색 빛을 발하더니 입에서 웅장하기 그지없는 굵직한 자금색 빛기둥을 내뿜었다.

쿵!

양자가 힘껏 부딪치자 주위 공간이 움푹 파였고 육안으로 확인 가능한 영력 충격이 미친 듯이 휘몰아쳐 천지에 만 장의 파도가 일었다. 그 모습은 그야말로 장관이었다.

1각 정도가 지나자 미친 듯이 무서운 힘을 방출하던 자금색 빛기둥이 폭발했고 다채로운 벼락도 힘이 소진돼 불후금신에 닿자 휘청거렸지만 상처는 생기지 않았다.

그런데 첫 번째 벼락을 막아낸 목진은 전혀 홀가분해 보이지 않았다. 첫 번째 벼락의 위력은 가장 약한 데도 완전히 막아내지 못했으니 뒤로 갈수록 험난해질 것이 뻔했기 때문이었다.

“막아냈어!”

멀리서 상황을 살피던 구유가 미소를 지은 채 말했다.

“영겁은 벼락 아홉 갈래로 뒤로 갈수록 위력이 강해져. 이건 첫 번째 벼락일 뿐이니 아직 좋아하긴 일러.”

만다라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말했다. 그녀는 지지존 대원만급 정예 강자라 구유보다 더 많은 것이 보였다. 일전에 목진은 첫 번째 벼락을 막아내긴 했지만 완벽하게 막아내지 못했고 이대로 간다면 상황은 그리 좋지 않았다.

꽈르릉!

그때 하늘에 떠 있는 두꺼운 영운이 다시 요동쳤는데 크고 다채로운 벼락이 번쩍이는 것이 마치 호시탐탐 목진을 노려보는 거대한 용 같았다.

쿵!

영운이 갑자기 찢어지자 더 굵고 다채로운 벼락이 떨어져 불후금신을 공격했다.

일전의 공격으로 큰 효과를 보지 못한 목진은 더는 공격하지 않기로 하고 불후금신이 발하는 자금색 빛으로 위쪽에 지극히 무서운 영력 파동을 내뿜는 자금색 광막을 만들었다.

이번에 그는 방어 태세를 취했다.

퍽!

자금색 광막이 형성되자 다채로운 벼락이 내리꽂혔는데 광막에 바로 균열이 생겼다.

뇌광이 사정없이 자금색 광막을 공격하자 광막은 얼마 버티지 못하고 부서졌고, 다채로운 벼락은 그대로 불후금신을 공격했다.

이건 지난번보다 훨씬 강력해 밝게 빛났던 자금색 빛은 금세 어두워졌고, 목진도 큰 타격을 입은 듯 피를 토했다.

그는 강력한 영겁의 위력에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지존법신의 힘만으로는 영겁을 막아낼 수 없겠어.”

목진은 입가의 피를 닦아내더니 이내 정색하며 중얼거리더니 불후금신의 어깨에 올라타 청색 풍신선을 꺼냈다.

이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영겁에 맞서야 했다.

쿵!

목진이 풍신선을 꺼내자 두 번째 벼락보다 훨씬 굵직한 세 번째 벼락이 내려앉았다.

“풍신권!”

목진이 바로 풍신선을 휘두르자 거대하기 그지없는 청색 소용돌이가 나타나 파멸의 힘을 싣고 내려앉은 현란한 벼락과 부딪쳤다.

쿠쿵!

다행히 목진은 이번에 불후금신의 힘과 풍신선을 동시에 내세워 세 번째 영겁을 강제로 막아냈다.

하늘에 파멸의 여파가 부단히 휘몰아치더니 청색 소용돌이와 벼락은 결국 함께 사라졌다.

후우.

목진은 사라진 벼락을 보고는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는데 사라진 벼락에서 특이한 힘이 불후금신에 스며든 것을 발견하고 깜짝 놀랐다.

이로 인해 불후금신의 힘이 강해진 것이 아니라 불후금신과 천지의 연결이 긴밀해졌다.

“영겁은 지존법신과 천지의 연결을 긴밀하게 하는 작용을 하는군. 하위 지지존들이 언출법수했던 데는 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어.”

그 힘은 전부 영겁 덕분이었다.

영겁은 수련이면서 기회였다.

“그럼 어디 제대로 즐겨 볼까?”

목진은 수중의 풍신선을 가볍게 흔들며 이글거리는 눈으로 하늘 높이 걸린 두꺼운 영운을 쳐다봤다.

쿵! 쿵!

영운은 목진의 시선을 알아챈 듯 갑자기 격렬하게 요동치더니 반으로 갈라져 두 갈래 영겁을 동시에 내렸다.

목진은 바로 수중의 풍신선을 백 장 정도의 파초선으로 만든 뒤, 체내의 영력을 부단히 주입했다.

휘이익!

목진이 풍신선을 휘두르자 커다란 청색 소용돌이 여러 갈래가 형성되었다. 그는 풍신선의 힘을 최대한으로 끌어올렸고 청색 소용돌이에 깃든 힘에 그마저 소름이 쫙 끼쳤다.

쿠쿵!

여러 갈래의 소용돌이와 두 갈래 벼락이 부딪치자 엄청난 뇌명과 함께 소용돌이는 점차 부서졌다. 하지만 영겁도 점차 힘을 잃었다.

후우.

목진은 곧 사라질 것 같은 두 갈래 영겁을 보더니 몰래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쿵!

그런데 그때, 두 갈래 영겁이 폭발하자마자 새로운 영겁이 형성되어 소용돌이를 뚫고 빠르게 목진에게 향했다.

이번에는 한꺼번에 세 갈래 영겁이 내려왔다.

갑작스러운 변고에 멀리서 상황을 지켜보던 구유마저 화들짝 놀랐다.

그런데 세 갈래의 영겁이 닿으려 할 때, 목진이 옷깃을 휘날리자 석인이 나타나 검은색 바다를 이루었고 파도가 일며 영겁을 막아냈다.

“교활하군.”

목진은 사라진 세 갈래 영겁을 보고는 저도 모르게 식은땀이 났다. 그가 몰래 부해인을 준비해두지 않았다면 지금쯤 죽지는 않아도 크게 다쳤을 것이다.

“그럼 인제 영겁 네 갈래가 남은 건가?”

목진이 손을 들자 부해인이 앞쪽에 떠 있었고 다른 손에는 풍신선을 쥐고 있었다. 그리고 아래쪽에 서 있는 불후금신이 발하는 불후의 금광으로 자신을 보호했다. 목진은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을 거의 다 썼는데 이 정도면 나머지 네 갈래 영겁을 무사히 막아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 하늘에 걸린 영운이 계속해서 요동치더니 점차 굵고 무서운 영겁을 내려 불후금신을 공격했다.

다행히 이전의 경험으로 목진은 풍신선과 부해인으로 무리 없이 영겁들을 막아냈다.

그러나 반 시진 동안, 영겁을 여덟 개나 막아낸 목진의 상태는 그리 좋지 않았다. 그는 영겁에 적중해 몸이 다채로운 빛으로 물들었는데 다채로운 빛은 현란한 영력으로 일단 체내에 깃들면 독기처럼 영력을 오염시켜 엄청난 타격을 줄 것이다.

하여 목진은 영력으로 이를 소모하며 철저히 없애야만 했다.

불후금신도 영겁을 막아내느라 힘을 많이 소모한 탓에 내뿜는 빛이 훨씬 어두워졌다.

“영겁 여덟 갈래를 막아냈으니 인제 마지막 한 갈래만 남았군.”

목진은 고개를 들어 훨씬 희박해진 영운을 바라보며 말했다. 비록 마지막 한 갈래의 영겁밖에 남지 않았지만 그는 왠지 모르게 불안했다.

아홉 번째 영겁을 오랫동안 준비하는 것만 봐도 위력이 상당할 듯했다.

목진은 조용히 상태를 조정하며 마지막 영겁을 기다렸다. 이것만 버티면 그는 진정한 지지존이 될 수 있었다.

멀리서 상황을 살피던 구유도 점차 무서워지는 압박감에 목진이 받을 압력이 충분히 느껴졌지만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구유는 그저 목진이 무사히 마지막 영겁을 건너기를 바랄 뿐이었다.

또 구유는 그제야 9급 지존경 원만급 강자들이 왜 그토록 영겁을 두려워하는지 이해가 되었다. 목진 같은 사람도 영겁을 상대로 이렇게 초라해졌는데 보통 사람은 오죽할까?

위잉!

잠시 후, 고요했던 영운이 드디어 다시 요동치더니 현란한 빛이 솟구쳐 하늘 전체가 일그러졌고 영운은 놀라운 속도로 수축해 거대한 용으로 변했다.

녀석은 다채로운 빛을 발하는 눈으로 목진은 노려봤는데 순간, 무서운 위압감이 휘몰아쳤다.

만다라는 영운이 이룬 용을 보고는 흠칫 놀랐다.

“아홉 번째 영겁이 형태를 이루다니!”

“왜 그래요?”

구유가 황급히 물었다.

“영겁은 대부분 벼락의 형식인데 일부 특수한 영겁은 형태를 이루기도 해. 그런데 그런 경우는 아주 드물어…… 참, 영겁의 강도는 수련자가 수련한 지존법신의 강약에 따르는데 목진의 불후금신은 만고불후신의 두 번째 단계의 진화체로 99등급 지존법신 중 15위권에는 들 거야. 그래서 아홉 번째 영겁이 형태를 이룬 거야.”

만다라는 구유의 질문에 설명하다가 갑자기 영겁이 형태를 이룬 이유를 깨달았다.

이에 구유는 말문이 턱 막혔다. 목진은 힘겹게 불후금신을 수련했는데 그것 때문에 더 위험한 겁난을 건너야만 했다.

“해당 겁난이 위험하긴 하지만 일단 건너는 데 성공하면 따르는 보상도 훨씬 커서 좋다고 해야 할지 나쁘다고 해야 할지 모르겠네…….”

만다라가 한숨을 내쉬더니 쓸쓸하게 웃으며 말하자 구유도 이내 한숨을 내쉬었다. 사람들은 보통 형태를 이룬 영겁을 건너고 싶지 않을 것이다. 그럼 겁난을 건너는 데 실패하고 죽을 확률도 더 커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형태를 이룬 영겁이 이미 나타났으니 목진이 무사히 건너길 바라는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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