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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주재-758화 (757/1,000)

758화. 새로운 세력

말을 마친 천제는 육신이 점차 투명해지더니 수많은 광점이 되어 흩어져 천지에 쏟아졌다.

목진 등은 눈앞에서 사라진 천제를 한참 동안 멍하니 보고만 있었다.

그러다 만다라가 먼저 마음을 추스르고 목진한테 말을 건넸다.

“우리도 이만 떠나자.”

“상고의 천궁은 어떻게 할까?”

목진이 고개를 끄덕이며 물었다.

상고의 천궁은 천제께서 오랜 시간 가꿔온 곳이라 수련하기 좋은 조건을 모두 갖추고 있었다. 잘만 사용하면 세력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북계 연맹을 철저히 병합하고 상고의 천궁을 대라천역으로 이전하자.”

만다라가 잠시 고민하다가 말했고 목진은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북계 연맹은 아직 느슨해 상고의 천궁을 그저 내놓으면 골치 아픈 일이 벌어질 것이다. 그렇기에 병합은 반드시 해야만 했다.

일전에 만다라는 상위 지지존일 뿐이라 강제로 병합하려 했다면 다들 반기를 들었을 텐데 지금은 지지존 대원만급에 이르렀다. 또한, 목진도 하위 지지존에 일기화삼청이란 절세 신통까지 획득해 이제 북계에서 만다라 다음으로 실력이 강한 사람이 되었다.

그러니 북계의 정예 세력들이 반항이라도 하면 제압하면 그만이었다.

의논을 마친 목진은 먼저 옆에 서 있던 두 분신에게 고개를 돌렸는데 녀석들은 미소를 지으며 가볍게 인사를 나누더니 두 갈래 빛줄기가 되어 천지에 뛰어들었다. 이들은 천지의 밑바닥에 앉아 수련하면서 천지의 힘으로 기반을 다질 것이다.

비록 분신은 천지 밑에 있지만 목진은 그들이 잘 느껴졌다. 그들이 필요해지면 아무리 멀리 떨어져 있더라도 순식간에 곁에 나타날 것이다.

그때 만다라가 앞쪽에 공간 균열을 만들자 목진과 구유가 먼저 뛰어들었고 만다라는 아래쪽 천지를 쓰윽 훑으며 눈물 한 방울을 뚝 떨구며 뒤돌아섰다.

만다라가 뛰어들자 공간 균열은 서서히 사라졌고 천지도 안정을 되찾았다. 그곳에는 파도 소리만 가끔 들릴 뿐이었다.

상고의 천궁에서 일어난 일로 인해 천라대륙은 발칵 뒤집혔다. 마제의 부활, 대천세계의 최정예급 강자인 염제와 무조의 강림은 상당히 충격적이었다.

다들 이번에 상고의 천궁에서 이런 재앙이 벌어질 줄 몰랐을 것이다. 만약 염제와 무조가 나타나지 않았다면 마제는 분명 도망쳤을 테고 천라대륙은 제일 먼저 멸망했을 것이다.

천지존에 이른 마제가 나서면 천라대륙은 바로 지옥이 됐을 것이다. 사람들은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소름이 끼쳤다.

다행히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염제와 무조는 마제를 철저히 죽여 천라대륙을 살렸고, 사람들은 그들을 더 존경하게 되었다.

반면, 성마궁은 대천세계의 적이 되어 성마궁에 속한 강자들은 부랴부랴 도망치느라 바빴다.

대천세계에서 역외족과 엮이는 것보다 큰 죄는 없는데 육원은 마제의 부활을 도왔을 뿐만 아니라 스스로 악마까지 되었으니 절대 용서할 수 없는 존재가 되었다.

하여 기세등등했던 성마궁은 며칠 사이, 아수라장이 되었고 주위에서 호시탐탐 노리고 있던 세력들은 빠르게 그곳으로 쳐들어가 성마궁의 자원을 약탈했다.

이렇게 성마궁은 천라대륙의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목진 등은 상고의 천궁에서 나와 이미 탈탈 털린 성마궁을 보고는 아쉬움을 금치 못했다. 성마궁의 재력은 상당했기에 꿀꺽 삼키면 북계가 훨씬 강대해졌을 것이다.

그러나 그런 생각도 잠시, 그들은 대라천역을 진정 강대해지게 할 보물인 상고의 천궁을 수중에 넣었으니 크게 아쉬울 게 없었다.

대라천역으로 돌아온 만다라는 목진에게 바로 수련을 시작하라고 했다. 그는 비록 하위 지지존이 되었지만 기반이 단단하지 않아 경지를 확고히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했다.

이에 목진도 만다라의 뜻을 따르기로 했다. 천제 덕분에 경지를 돌파했지만 이대로 놔둔다면 언젠가 해가 될 거라 여겼다.

그는 일단 지지존의 힘을 완전히 장악하는 것에 집중하기로 하고 한 달 동안 수련을 이어나갔다.

수련 중에 그는 천제검의 힘으로 상고의 천궁에 여러 번 들어갔다 나왔다. 그는 이제 상고의 천궁의 주인이나 다름없었고 남아있는 강대한 영진이 더는 그한테 아무런 위협도 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는 상고의 천궁에서 파손된 영진을 발견했는데 그 이름은 바로 구룡시선진으로 목진이 일전에 수련했던 바로 그 영진이었다.

목진이 획득한 진도는 파손된 것으로 겨우겨우 영진을 그려냈고 거대한 용을 세 마리 밖에는 만들지 못해 완전한 형태의 구룡시선진의 3할 정도 위력밖에 내지 못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도 하위 지지존을 상대하기에는 충분했다. 해당 영진은 중급 종사급 정상에 이른 영진이라 일단 치는 데 성공하면 상위 지지존마저 가둘 수 있고 쉽게 도망가지도 못할 것이다.

이건 목진한테 엄청난 수확이었다. 이 정도 등급은 만다라한테 도움을 청해도 쉽게 찾아내지 못할 텐데 상고의 천궁에서 우연히 발견했으니 정말 운이 좋았다.

목진은 수련의 대부분을 구룡시선진의 진도를 연구하는 데 사용했다.

비록 지금은 구룡시선진의 완전한 형태를 이루기 힘들지만, 진도가 있으면 이전에 친 영진보다 위력이 훨씬 강력할 것이다.

또한, 목진은 파손된 구룡시선진의 진도를 발견한 뒤, 상고의 천궁을 낱낱이 뒤져 엄청난 걸 발견했다.

이번에는 군대였다.

그가 발견한 군대는 첫 번째 전주 휘하의 최정예 부대인 부마위(伏魔衛)로 도령위보다 더 강했다.

역외족도 부마위의 강력한 공격을 받았다고 들었다.

비록 부마위의 주력군은 그날의 대전에서 전멸했지만 일부 전사들은 밀법으로 자신을 꼭두각시로 만들었다.

목진은 첫 번째 전주가 있는 바다에서 부마위를 발견했고, 밑바닥 진흙 속에서 천 명 정도의 검은색 석상을 꺼냈다.

부마위를 통제하려면 첫 번째 전주의 병부가 있어야 하지만 부서진 지 오래되었고, 다행히 그에게는 그보다 훨씬 좋은 물건인 천제검이 있었다.

부마위가 첫 번째 전주 휘하에 있긴 했지만 천제야말로 상고 천궁의 최강 통치자였기 때문에 목진이 천제검을 꺼내자마자 부마위는 바로 그의 명을 따랐다.

덕분에 목진은 구룡시선진의 완전한 진도를 획득했을 뿐만 아니라 도령위보다 훨씬 강한 부마위도 얻었다. 목진은 엄청난 수확에 정신이 아찔했다.

목진은 자신이 이렇게 엄청난 물건을 발견한 것이 놀라울 뿐이었는데 마치 누군가 일부러 찾아내도록 조종한 것 같았다.

현재, 상고의 천궁에서 목진을 제외하면 아무도 없는데…… 아니, 아직 감시자가 남아있었다.

감시자는 바로 상고의 천궁의 장경루였다.

장경루는 상당히 오묘했는데 목진이 하위 지지존이 되었는데도 녀석을 발견하지 못했다. 녀석은 상당히 똑똑한 모양이었다. 이 두 물건은 새로 부임한 상고의 천궁의 주인에 대한 선의의 표시인 것 같았다.

이에 목진은 허공을 향해 감사 인사를 전했다.

때마침 만다라에게 수련을 마치고 회의에 참석하라는 연락이 왔다.

* * *

목진이 대라천 대전에 도착해 보니 만다라뿐만 아니라 북계 연맹의 만성노조, 유천도, 요제 등 하위 지지존 다섯 명도 함께 있었다.

이들은 목진이 나타나자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인사를 나눴다. 예전 같았으면 절대 목진 따위는 신경 쓰지 않았을 텐데 지금은 완전히 달라졌다. 상고의 천궁에서 나온 목진은 이제 하위 지지존에 이르러 유천도 등과 같은 등급이 되었기 때문이다.

목진은 현재 이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자격이 생겼고 다들 더는 그를 무시하지 못했다.

목진도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더니 만다라 아래쪽에 앉았고 그 뒤쪽에 수황 등 대라천역 원로들이 앉았다.

그때 만다라가 유천도 등을 바라보며 말했다.

“내가 왜 당신들을 불렀는지는 잘 알 것이네. 우리는 상고 천궁의 장악권을 획득했고, 이에 대라천역과 연결해 세력 사람들의 수련에 도움을 줄 생각이네.”

목진이 수련할 때 만다라가 유천도 등에게 관련 정보를 어느 정도 알려줘 다들 놀란 눈치였지만 제법 침착했다. 다들 상고의 천궁이 어떤 존재인지 잘 알고 있었고, 잘만 활용하면 앞으로의 수련에 큰 도움이 될 것이 분명했다.

“우리가 비록 북계 연맹을 이뤘지만 너무 느슨하네. 그래서 각자 수장을 두고 관리하여 새로 세력을 세울까 하네. 만약 여러분이 새로운 세력에 가입하고 싶으면 예전 세력은 깨끗이 포기하고 제자들과 함께 들어와야 할 것이네.”

만다라가 주위를 쓰윽 훑으며 한 말에 유천도 등 하위 지지존들은 흠칫 놀랐다. 만다라는 북계를 하나로 만들려는 생각이었다. 그들이 일단 새로운 세력에 들어오면 더는 전처럼 한 세력의 주인으로서의 권리를 행사할 수는 없을 것이다.

갑자기 윗사람을 모시게 될 거란 생각에 유천도 등은 마음이 썩 편치 않았다.

예전 같으면 만다라의 요구에 바로 반대했을 텐데 지금은 그녀가 지지존 대원만급에 이르렀을 뿐만 아니라 하위 지지존경에 이른 목진까지 있어 감히 건드리지 못했다.

현재의 대라천역은 유천도 등이 함께 나선다고 해도 더는 상대가 안 되었다.

“대신 새로운 세력에 가입하기 싫은 사람은 북계를 떠나게.”

만다라가 무덤덤하게 내뱉은 말은 패기 넘쳤고 아무도 감히 화를 내지 못했다. 다들 만다라가 그럴 만한 자격이 있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유천도 등은 잠시 고민하더니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가입하겠네!”

만다라는 현재 지지존 대원만급 강자로 천라대륙에서도 최정예급 강자에 속했다. 그녀만 있으면 유천도 등도 안전을 보장받을 수 있고 앞으로 천라대륙에서의 지위도 훨씬 높아져 더는 전처럼 아무도 인정하지 않는 북계의 자그마한 세력의 패주로 남지 않아도 되었다.

또한, 만다라는 상고의 천궁을 장악하여 앞날이 밝았다. 만다라가 이룰 새로운 세력은 대천세계에서 엄청난 세력이 될 것이 분명했다.

그때가 되면 그들은 원로가 될 텐데 그 지위는 지금과는 완전히 다를 거라 아무리 생각해도 지금 가입하는 편이 나았다.

만다라는 이를 예상한 듯 태연하게 서서 피식 웃으며 말했다.

“그럼 다들 들어오는 것으로 알겠네. 바로 두 번째 일을 선포하겠네. 새로운 세력의 주인은 목진이 될 것이네.”

순간, 대전에 정적이 흘렀고 목진마저 두 눈이 휘둥그레진 채 만다라를 쳐다봤다.

왜 또 이런단 말인가?

순간, 대전에 정적이 흘렀고 유천도 등 하위 지지존 다섯 사람은 두 눈이 휘둥그레진 채 만다라를 쳐다봤다. 아무도 목진이 새로운 세력의 주인이 될 줄 몰랐다.

그들은 만다라가 그 주인이라면 아무런 의견이 없었을 것이다. 그녀는 지지존 대원만급 실력자로 유천도 등보다 압도적으로 강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목진이 주인이 되는 것은 다른 얘기였다. 그는 하위 지지존경에 이르긴 했지만 북계의 노참들 눈에는 아직 머리에 피도 안 마른 녀석일 뿐이었다.

게다가 그들은 두달 전까지만 해도 목진을 상대로조차 취급하지 않았었다.

목진이 지지존경에 이른 뒤로는 다들 마음을 바꿔 먹긴 했지만 완전히 바뀌기는 어려웠다. 이에 만다라가 목진을 새로운 세력의 주인 자리에 올린단 소리에 다들 안색이 조금씩 어두워졌다.

이 일이 알려지면 웃음거리가 될 것이 분명했다. 유천도 등은 북계에서 오랜 시간 지냈는데 어린 녀석을 주인으로 모셔야 한다니, 이것보다 체면을 구기는 일은 또 없을 것이다.

정적 속에 분위기는 더욱 어색해졌고 유천도 등은 나서서 반대하지는 못하고 소리 없이 반대 의사를 표했다.

목진도 만다라가 이렇게 나올 줄 몰라 괜히 어색해졌다. 그도 만다라가 새로운 세력의 주인이 되기에 가장 적합한 사람이라고 생각했고 만다라가 생각을 바꿨으면 하는 마음에 그녀를 지그시 쳐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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