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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주재-759화 (758/1,000)

759화. 누굴 모시란 말인가?

그런데 만다라는 생각을 바꾸기는커녕, 사람들 몰래 목진한테 말을 건넸다.

“넌 반드시 그 자리에 올라야 해.”

목진이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물었다.

“왜?”

“설마 낙신족에 혼자 가려고 그러는 거야?”

만다라가 눈가를 파르르 떨며 한 말에 목진은 흠칫 놀랐다. 그는 만다라가 자신이 낙신족에 갈 거란 것을 알고 있을 줄은 몰랐다. 보아하니 그녀는 목진과 낙리 사이의 일도 아는 듯했다.

이에 목진이 자연스레 뒤쪽에 있는 구유를 힐끗 보자 그녀는 바로 자신이 알렸다며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목진은 그제야 만다라가 자신을 위해 이런 일을 준비했다는 걸 알아채고 감동해 어색하게 웃었다.

“네가 수련할 때, 난 전력을 다해 소서천계(小西天界)에 관한 정보를 취합했어. 그중, 네 정인과 낙신족에 관한 정보도 있는데 알려줄게. 네가 하위 지지존경에 이르렀다고 해도 절대 혼자서는 그곳 상황을 바꿀 수 없다는 걸 알아야 해. 네 정인이 직면한 문제는 네가 혼자서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아니야.”

목진은 움찔하더니 이내 정색했다. 그는 소서천계에 관한 정보가 적어 그쪽 상황은 잘 몰랐지만 낙리가 낙신족에서 얼마나 고생하고 있을지는 어느 정도 상상이 갔다.

의지가 강한 사내라도 힘들 텐데 낙리처럼 여리여리한 여인은 오죽할까!

목진도 몇 년 동안, 생사를 넘나드는 상황을 수도 없이 겪어왔지만 낙리쪽 상황도 그리 좋지는 않을 것이다. 목진은 만다라의 말을 듣고 나니 바로 그녀한테 달려가 그녀를 괴롭힌 녀석들을 갈기갈기 찢어버리고 싶었다.

목진은 순간 살기를 품은 채 주먹을 꽉 쥐고 온몸을 파르르 떨었다.

“그러니까 네 정인을 돕고 싶으면 혼자 가면 안 되고 너를 중심으로 한 세력이 있어야 한단 소리야.”

만다라는 목진을 힐끗 보고는 다시 영력으로 몰래 말을 전했다.

목진은 말문이 턱 막혔다. 그는 비록 지지존경에 이르렀지만 최종 목표까지 이르지는 못했다. 하위 지지존은 확실히 실력이 뛰어나긴 하지만 소서천계의 4대 신족의 실력도 상당했다. 목진 혼자서는 절대 낙리한테 큰 도움이 되어주지 못할 것이다.

대신, 말다라의 말처럼 목진을 중심으로 한 세력이 있다면 그의 실력은 세력 전체라 누구든 낙리를 건드리려면 목진과 그 세력까지 고려해야 할 것이다.

“이래도 거절할 거야?”

만다라의 질문에 목진은 입술을 꽉 깨문 채 한참 고민하다가 간신히 입을 열었다.

“그…… 그런데 대라천역은 네가 이룬 세력이고 북계 연맹도 네가…….”

새로운 세력을 만들려면 북계 연맹 세력들이 반드시 가입해야 하고 그중에는 만다라도 포함되어 있었다.

이 모든 건 만다라가 누려야 마땅한 것들인데 지금은 애써 이룬 걸 모두 준다고 하니 목진이 어찌 마음 편히 받을 수 있을까?

“넌 천제의 계승자니까. 내가 상고의 천궁이 이대로 멸망하는 것을 보고 싶지 않아 이러는 거라고 생각해.”

만다라는 대라천역의 모든 것이 대수롭지 않아 보였다. 그녀는 세력의 주인이 되는 것에 전혀 관심이 없었다.

그녀는 상고의 천궁에서 빠져나와 상처를 치유하고 육원한테 복수하기 위해 대라천역을 세운 것뿐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녀석도 죽고 천제께서는 완전히 사라져 더는 세력이 필요 없어진 것이다.

만약 천제께서 사라지기 전에 만다라에게 목진을 잘 보살피라 하지 않으셨다면 그녀는 지금쯤 뭘 하면 좋을지 몰라 헤맸을 것이다.

이제 그녀에게 목진보다 중요한 건 없었다. 지금껏 성격이 유별난 그녀의 인정을 받고 믿음까지 획득한 사람은 목진 한 명뿐이었기 때문이다.

목진은 만다라의 그런 마음을 읽고는 표정이 복잡미묘해졌다. 낙리만 아니었으면 그는 절대 만다라의 이런 호의를 받아들이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목진은 만다라의 말이 마음에 와닿아 거절할 수가 없었다.

“고마워!”

목진은 서서히 눈을 감으며 작은 목소리로 만다라한테 말을 건넸다. 그는 이번에 만다라한테 큰 빚을 지게 되었지만 고맙다는 말 외에 딱히 떠오르는 말이 없었다.

만다라는 그제야 미소를 짓더니 피식 웃으며 다시 말을 전했다.

“내 제안을 받아들였으면 나머지 문제는 스스로 해결해.”

“무슨 문제?”

목진이 흠칫 놀라 묻자 만다라는 손으로 턱을 괴고 배시시 웃으며 답했다.

“저 녀석들이 너를 주인으로 모실 것 같아? 새로운 세력이 잘 유지되길 원하면 저들이 너를 인정해야 할 거야. 이건 아무리 나라도 도와줄 수 없는 일이야. 내가 저들을 강요하면 원망할 것이 분명해. 그럼 너한테 좋을 게 하나도 없어. 그러니까 저들을 제압할 수 있는지는 전부 너한테 달렸어.”

그때 목진이 감았던 눈을 뜨더니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만다라가 그에게 해줄 수 있는 일은 여기까지였다. 유천도 등을 설득할 수 있는지는 결국 목진한테 달렸다.

두 달 전까지만 해도 그는 감히 나설 생각조차 하지 않았을 것이다. 제아무리 수단과 방법이 많아도 진정한 지지존과 비교하면 실력 차이가 상당하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지금, 그는 진정한 하위 지지존이었다. 비록 목진이 지지존경에 이른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유천도 등이 나이만 믿고 우쭐거린다면 큰코다칠 것이다.

그는 지지존경에 이르기도 전에 좌 장로를 물리쳤었는데 지금은 오죽할까?

이러한 생각에 목진은 더는 고민하지 않고 허리를 곧게 펴고는 예리한 기운을 내뿜어 대전 전체를 휩쓸었다.

하위 지지존 다섯 명이면 또 어떤가? 경험이 많으면 또 어떤가? 유천도 등이 목진을 전처럼 무시했다가는 무슨 봉변을 당할지는 모르는 일이었다.

한편, 목진의 변화에 유천도 등은 순간 눈가를 파르르 떨며 서로를 마주 봤다. 보아하니 목진은 정말 새로운 세력의 주인이 되려는 것 같았다.

“겁도 없는 녀석!”

유천도 등은 하나 같이 콧방귀를 뀌며 중얼거렸다. 그들은 만다라한테는 감히 뭐라 하지 못했지만 목진은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그때 조용했던 대전에 갑자기 찻잔을 내려놓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구유, 수황, 천취황 등 대라천역 강자들이 고개를 돌려보니 유천도가 조용히 수중의 찻잔을 내려놓았다.

하위 지지존 다섯 명 중, 유천도는 목진과 사이가 제일 나빴다. 비록 지금은 많이 좋아졌지만 여전히 목진이 자기 주인이 되는 것은 받아들이기가 힘들었다.

하여 그는 만다라를 바라보며 느긋하게 말했다.

“맹주의 말을 반대하는 것은 아니오. 새로운 세력의 주인이 당신이라면 동의할 텐데 그 상대가 목진이라면…….”

유천도는 목진한테 눈길을 돌리더니 목소리가 확 차가워졌다.

“목진은 아직 그 자리에 오를 자격이 없지 않은가?”

유천도의 말에 대전은 다시 조용해졌고 구유 등은 씩씩거리며 상대방을 쳐다봤다. 그들은 상대방의 신분만 아니었으면 벌써 나서 목진 편을 들었을 것이다.

그러나 목진은 아무렇지 않게 서 있었다. 그는 유천도가 반대할 거라 예상했고 두 사람은 원한 관계라 목진을 주인으로 모시는 걸 싫어하는 게 당연했다.

그 외, 다른 네 명의 지지존들도 아직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지만 유천도와 비슷한 생각일 것이다. 다만, 아무도 먼저 나서려 하지 않을 뿐이었다.

하지만 그들이 목진을 인정하지 않는 것만은 사실이었다. 다들 목진을 주인으로 모시는 것을 원치 않았다.

목진이 새로운 세력의 주인이 되려면 반드시 자기 실력으로 다섯 명의 하위 지지존들을 제압해야만 한다. 안 그럼 새로운 세력은 아무리 만다라의 지지가 있어도 대성하지 못할 것이다.

만다라도 이를 잘 알고 있기에 조용히 상황을 지켜보기만 했고 유천도 등은 그제야 마음 편히 목진을 상대하기로 했다.

목진은 고개를 들고 미소를 지으며 유천도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내가 새로운 세력의 주인이 될 자격이 없다고 하셨는데 그 자격은 어떻게 판단하는 건가요?”

이에 유천도는 느긋하게 답했다.

“새로운 세력의 주인이 되려면 인정을 받아야 하는 법, 그러려면 입만 놀려서는 안 되지 않겠느냐? 너는 비록 하위 지지존경에 이르렀지만 경험이 부족하고 기반이 단단하지 못해 우리 다섯 명의 주인이 될 수 없단다. 우리가 너를 주인으로 인정한들 부하들의 불만이 커져 반대하면 오히려 일만 복잡해지지 않을까?”

유천도는 역시 교활한 여우답게 이 일을 아랫사람들한테 떠넘겼다.

“다들 같은 생각인가요?”

목진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이고 나머지 네 명의 지지존들을 바라보며 묻자 만성로조 등은 가볍게 웃으며 답했다.

“자네가 지금은 실력이 부쩍 늘었지만 경험이 턱없이 부족해 새로운 세력의 주인이 되기에는 역량이 부족한 것 같긴 하네.”

그들은 목진이 새로운 세력의 주인이 되는 걸 반대했지만 적으로 돌리고 싶지도 않았다. 이렇게 젊은 하위 지지존은 보기 상당히 드물었다. 이는 천부적 재능이 뛰어나단 뜻으로 목진이 언젠가 이들을 훨씬 뛰어넘는 존재가 될 수도 있었다. 이에 위풍당당했던 강자들은 목진을 대하는 태도를 달리했다.

“자격, 경험이라…… 결국 누가 힘이 더 세고 누가 더 강한지 비교해 보자는 것 아닌가요?”

목진이 피식 웃으며 말하자 유천도 등은 미소를 짓기만 했다. 그들은 목진이 자신의 말을 알아차린 것을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이에 목진은 탁자를 만지작거리며 씨익 웃더니 이내 정색하며 말을 이어갔다.

“그럼 다섯 분 중 누구든 나와서 저와 힘을 겨뤄봅시다.”

목진의 말과 함께 대전에 광풍이 일더니 무서운 영력 위압감이 돌풍처럼 휘몰아쳤고 주위의 공간도 물결처럼 부단히 요동치며 일그러졌다.

목진 뒤에 앉아있던 구유, 수황, 천취황 등은 등에 묵직한 산을 얹은 듯 꿈쩍할 수 없는 것을 발견하고 순간 안색이 어두워졌다. 9급 지존과 지지존 사이는 역시 천지 차이였다.

반면, 유천도 등은 옷깃을 펄럭이며 영광을 발해 목진이 형성한 영력 위압을 모조리 막아냈다.

“허허, 예사롭지 않군.”

유천도는 가볍게 웃더니 옷깃을 휘날리며 말했다.

“내가 한번 나서볼까?”

그는 목진이 보통 상대가 아니란 걸 잘 알았지만 자신의 실력에 자신이 있었다. 그는 하위 지지존경에 이른지 오래되었고 목진은 몇 개월밖에 안 되었으니 충분히 그를 제압할 자신이 있었다.

그렇다고 목진을 완전히 짓누를 수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았고 기선제압 정도만 하면 된다고 여겼다. 목진 혼자서는 북계 연맹 사람들을 통제하지 못한다는 걸 알려주고 싶었다.

“어떻게 겨루고 싶으냐? 정면으로 상대하고 싶다고 해도 괜찮단다.”

유천도는 목진과 제대로 싸우고 싶은 듯했다. 그리되면 목진을 제압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북계 연맹에서의 지위도 한층 더 올라갈 것이다.

그런데 목진은 눈에서 영광을 발하며 기세등등하게 서 있는 유천도를 보더니 가볍게 손가락을 튕기며 피식 웃었다.

“그것도 좋지만 생각처럼 통쾌하지는 않더라고요.”

대전 쌍방은 하위 지지존이라 승패를 가리려면 목숨을 걸어야 할 텐데 목진은 그렇게까지 싸우고 싶지는 않았다. 목진은 새로운 세력의 주인이 되기도 전에 실력이 뛰어난 부하를 잃고 싶지 않았다.

유천도 정도의 강자는 쉽게 나타나는 것이 아니었다. 그런데 유천도는 목진이 자신감이 부족해 그러는 줄로 생각했다.

“어떤 방식이든 괜찮단다.”

“그렇게까지 자신감 넘치시다니…… 이렇게 합시다. 제가 영진 하나를 칠 테니 그 안에서 한 시진만 버티면 제가 패배한 것으로 하죠. 그리고 당신을 주인으로 모실게요.”

목진이 미소를 지으며 한 말에 다들 화들짝 놀랐다. 사람들은 목진이 영진사인 걸 알았지만 그 실력은 잘 알지 못했다. 설마 영진에 관한 조예도 종사급에 이르렀단 말인가?

초급 종사급 영진이라도 겨우 유천도를 가둘 수 있을 뿐, 한 시진은 불가능했다. 적어도 종급 종사급 영진은 돼야 했고 해당 영진은 상위 지지존마저 상대하기 두려워했다.

사람들은 목진이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한다고 생각했다.

“겁도 없는 녀석!”

유천도는 어이없다는 듯 피식 웃었다. 그는 목진이 이렇게까지 겁이 없을 줄 몰랐지만 그가 한 약속 때문에 결과가 기대되었다. 목진이 대결에서 패배하면 더는 새로운 세력의 주인이 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만다라의 계획도 완전히 틀어질 것이다.

반면, 유천도는 목진 덕분에 새로운 주인이 될 수도 있었다. 보아하니 만다라는 세력 주인의 자리에 아무런 관심도 없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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