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주재-765화 (764/1,000)

765화. 당신의 기사

“저들은 혈신족의 장로들인데 이번에 전부 왔군!”

낙신성은 순식간에 떠들썩해졌고 낙천신도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해졌다. 혈신족은 낙신제를 파괴하기 위해 총출동한 듯했다.

그 외, 다른 쪽에서도 은밀하고도 강대한 영력 파동이 느껴졌는데 아마 역신족과 골신족 사람인 것 같았다. 그들은 혈신족처럼 낙신족을 적대시하지 않았지만, 일단 낙신족이 열세에 처하면 저들도 바로 나설 것이 분명했다.

이건 진정 위험한 상황이었다.

“낙리와 혈신족의 혼인을 허락하면 혈신족은 낙신족을 무조건 지지할 것이네.”

혈령자는 미소를 지으며 낙천신을 바라보더니 암홍색 화염으로 둘러싸인 낙리한테 눈길을 돌렸다.

“낙천신, 난 분명 제안하러 왔으니 부디 일을 그르치지 말게.”

“내 대답을 알고 싶으면 바로 알려주지.”

낙천신은 무덤덤하게 혈령자를 바라보더니 살기 가득한 목소리로 외쳤다.

“낙하대진(洛河大陣)!”

낙천신의 말에 아래쪽에서 요동치던 낙하에서 수만 장 정도의 거대한 파도가 일더니 놀라운 속도로 퍼져 거대한 수막을 이뤄 낙신성 전체를 감쌌다.

눈부신 영광을 발하는 수막은 오래된 기운을 방출했는데 은은하면서 웅장했다.

수막은 보기에는 취약해 보였지만 내뿜는 강력한 영력은 혈령자마저 흠칫 놀라게 했다. 보아하니 낙신족도 혈신족을 상대할 준비를 한 모양이었다.

“흥, 보아하니 낙신족은 혈신족이 하사한 평화를 누릴 자격이 없는 것 같군!”

혈령자는 말을 마치자마자 손을 휘둘렀다. 그러자 혈운이 몰려와 거대하기 그지없는 혈수인을 이뤄 도천의 혈기를 내뿜으며 내려앉았다.

퍽!

상대방의 공격에 수막이 격렬하게 진동해 곧 부서질 것 같았다.

낙신성에서 상황을 살피던 사람들은 얼굴이 하얗게 질린 채 서 있었다. 수막이 부서지면 혈신족은 이곳 사람들을 전부 죽일 것이 분명했다.

위잉.

그런데 부서질 것 같은 수막은 여전히 완강한 자태로 혈령자의 강력한 공격을 막아내고는 서서히 안정을 되찾고 낙신성을 보호했다.

그 광경에 혈령자도 안색이 조금 어두워졌다. 낙하대진의 방어력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뛰어났다.

“혈령자, 넌 절대 수막을 뚫지 못할 것이다. 낙하대진은 낙하에서 비롯된 거라 낙하가 마르지 않는 한 절대 불가능할 것이다.”

낙천신은 몰래 안도의 한숨을 쉬더니 히쭉거리며 말했다.

낙신족은 비록 몰락했지만 혈신족보다 오래 존재한 만큼 우세가 확실했다. 호족 영진만 봐도 알 수 있었다. 혈령자가 뚫지 못하는 것은 물론이고 그가 지지존 대원만급 강자라도 절대 뚫지 못할 것이다.

이것이 바로 낙리의 낙신제를 진행하기로 한 이유였다.

“흥, 당신들이 그 안에서 평생 살 수 있을 거라 생각하나?”

혈령자는 음산한 눈빛으로 낙천신을 바라보며 외치고는 손을 휙 저으며 소리 질렀다.

“집중공격하여 수막을 뚫어라!”

이에 혈신족의 장로 다섯 명은 바로 웅장한 영력을 끌어올렸는데 하늘이 금세 빨갛게 물들고 피비린내가 진동했다.

쿵! 쿵!

상위 지지존 한 사람과 하위 지지존 다섯 명이 동시에 공격을 개시하자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고 그들은 아주 정확하게 수막의 같은 곳을 공격했다.

상대방의 미친 듯한 공격에 수막 전체가 격렬하게 떨리자 낙신성에 갇힌 사람들은 너무 무서워 어쩔 바를 몰랐다.

그러나 낙천신은 낙하대진을 믿어 의심치 않았기에 그리 당황하지 않았다. 그들이 끝까지 버티면 아무리 혈신족이라도 별다른 수가 없을 것이다.

“낙리야, 서두르거라…….”

낙처신은 암홍색 화염을 온몸에 휘감은 낙리를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낙리가 경지 돌파만 하면 낙신족은 진정으로 하나가 되어 혈신족을 상대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럼 혈신족은 엄청난 대가를 치르면서까지 낙신족을 상대하려 하지 않을 것이다. 그건 역신족과 골신족에게만 좋은 일이기 때문이다.

혈신족은 절대 그렇게는 못 할 것이다.

활활!

낙리는 할아버지의 말을 들은 듯 암홍색 화염이 갑자기 폭등해 화염 돌풍을 이뤘고 그 속에서 아름답고 요염한 선홍색 꽃이 활짝 피어났다.

“조상님, 부디 낙신족을 잘 보살펴주세요!”

낙리는 암홍색 돌풍 속에서 합장한 채 피를 떨구며 기도했다.

그러다 낙리의 피가 요동치는 낙하의 깊숙한 곳에 스며들자 ‘쿵!’ 하는 소리와 함께 낙신화들이 날아올라 낙리의 뒤쪽에서 여인의 형태를 이뤘다.

그녀는 얼굴은 흐릿하지만 가녀린 몸매에 상당히 아름다웠고 오래된 기운을 내뿜었다.

순간, 낙신족 사람들은 화들짝 놀랐다. 그들은 낙리의 뒤쪽에 나타난 여인한테서 같은 혈맥의 힘을 느꼈다.

“저…… 저 사람은 낙신 선조가 아닌가!”

낙천신은 두 눈이 휘둥그레진 채 낙리의 뒤에 나타난 여인을 바라보더니 눈가가 촉촉해졌다. 낙신족이 몰락할 이때, 선조가 나타나다니.

그때 가녀린 여인이 웃으며 낙리를 바라보자 주위는 순식간에 조용해졌다.

잇따라 여인이 손가락으로 낙리의 미간을 가볍게 찍자 무한의 영광이 휘몰아쳐 낙리의 뇌리에 스며들었다.

“저건…… 낙신의 계승?”

낙신족 황족 친족의 지지존 세 사람은 질투가 나 눈이 시뻘겋게 상기되었다.

낙신화는 물론이고 한 번도 나타난 적 없던 선조 낙신까지 나타나 계승을 시작하다니!

“조상님, 영원하라! 여황님, 만세!”

낙신성에 모인 백성들은 격동되어 바로 무릎을 꿇고 절을 올렸다.

낙하대진 밖에 있던 혈령자도 안색이 확 어두워졌고 낙리한테서 위협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그는 여전히 부서지지 않는 수막을 보고는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아직도 나서지 않고 뭘 하는 건가?”

이에 낙천신은 흠칫 놀랐다. 녀석이 설마 역신족과 골신족을 부르는 건가?

그런데 그때, 낙신족 황족 친족의 하위 지지존 세 사람 중 한 명이 갑자기 낙하에 다가갔다.

“뭘 하는 건가!”

낙천룡이 버럭 소리를 질렀다.

잇따라 나머지 두 하위 지지존도 다가와 낙천룡을 둘러쌌다.

이와 동시에, 낙하에 다가간 지지존은 검은색 액체가 담긴 옥병을 꺼내더니 낙하에 내던졌다.

퍽!

옥병이 부서지자 검은색 홍류가 휘몰아쳤는데 극한의 파동을 내뿜는 검은색 홍류가 지나가자 낙하는 바로 얼어붙었고 낙하대진에 결함이 생겨 수막이 파르르 떨리더니 일부 구역이 서서히 무너졌다.

“이놈들!”

낙천신은 너무 화가 나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녀석들을 쳐다봤다. 그는 녀석들이 이렇게까지 파렴치할 줄 몰랐다.

녀석들은 혈신족과 결탁한 지 오래된 듯했다.

퍽!

낙천신은 웅장하고도 무서운 영력을 끌어올리더니 살기 가득한 얼굴로 세 배신자에게 향했다.

그런데 그때 혈령자가 낙하대진을 뚫고 들어와 갑자기 그 앞에 나타났다.

“낙천신, 너무 안심했던 것 아닌가?”

혈령자는 낙천신을 가로막은 뒤, 씨익 웃으며 외쳤다.

“낙신제를 중단하라!”

전력을 다해 수막을 파괴하던 혈신족의 하위 지지존 다섯 명 중 세 사람이 도천의 혈기를 실은 채 앞으로 나섰다.

“나의 여황을 해치려는 자, 죽음뿐이다.”

그때 수많은 포효와 함께 낙청애와 낙수가 하늘 높이 날아오르더니 군대가 방출한 난폭한 전의와 함께 하위 지지존 세 사람에게 향했다.

“흥, 같잖은 녀석들!”

혈신족 하위 지지존 한 사람이 콧방귀를 뀌며 전의의 앞쪽에 나타나더니 무서운 선홍색 영력을 방출해 홀로 낙청애와 낙수 및 군사들을 막아냈고 나머지 두 명은 곧장 낙리에게 향했다.

“여황을 지켜라!”

낙하의 양측에서 낙신족 9급 지존들이 낙리의 앞쪽에 막아 나섰다.

“하하, 벌레만도 못한 녀석들.”

그러나 두 명의 하위 지지존들은 전혀 개의치 않았고, 그중 한 명이 나서 발을 구르자 지존법상이 나타나 입을 쩍 벌려 천지의 영력을 미친 듯이 흡입했다.

크으으으!

잇따라 지존법상이 다시 입을 벌리자 무서운 음파가 휘몰아쳐 낙신족 9급 지존들은 모조리 튕겨 나갔다.

이에 세 번째 하위 지지존이 바로 손가락을 튕겨 백옥대에 영력 빛줄기를 쏘자 옥대가 부서져 낙하에 떨어졌고 낙리는 여전히 두 눈을 꼭 감고 있었다.

“하하, 낙신족에 나를 막을 사람이 또 있을까?”

낙리를 바로 앞에 둔 하위 지지존이 히쭉 웃으며 말했다. 이제 낙신족에서 더는 내세울 사람이 없었고, 이번 낙신제는 실패한 거나 다름없었다.

이에 그가 혈창을 꺼내 창끝으로 낙리를 가리키자 낙신성에 모인 백성들은 절망스러운 듯 눈물을 흘렸다.

낙신족이 정녕 이렇게 멸망한단 말인가?

낙리는 눈을 뜨고 자신에게 향하는 혈신족 하위 지지존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그녀는 주먹을 꽉 쥔 채 입술을 깨물었는데 힘이 너무 들어가 피가 흘러내렸다.

낙신제가 정녕 이대로 실패한단 말인가?

조금만 있으면 성공할 텐데…….

“참으로 아쉽군. 낙신족의 절세의 미녀가 오늘, 내 손에 죽게 되었으니 말이야.”

혈신족 지지존은 낙리와 가까워질수록 표정이 점차 사악해졌다.

“당장 죽거라!”

그는 이내 정색하며 외치더니 혈랑이 한껏 모인 창끝으로 낙리의 미간을 빠르게 찔렀다.

순간, 그곳은 쥐죽은 듯 조용해졌고 낙신족 백성들은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았다. 낙청애와 낙수는 미친 듯이 포효하며 전의를 끌어올려 자기 앞을 가로막은 지지존을 물리치려 했다.

혈령자한테 발목이 잡힌 낙천신도 절망스러운 듯 원통하게 울부짖었고 낙천룡은 황족 친족의 하위 지지존 두 사람의 공격에 물러났다.

낙리는 입술을 너무 꽉 깨물어 입가에서 피가 주르륵 흘러내렸다.

위잉!

선홍색 창끝이 공간을 가르며 날아갔다.

쿵! 쿵!

그런데 그때, 갑자기 귀청을 찢는 듯한 음파가 들려와 혈신족 지지존은 흠칫 놀랐다.

퍽!

잇따라 위쪽 공간이 갑자기 폭발하더니 한 줄기 흑광이 엄청난 속도로 날아왔다.

흑광은 그 속도가 너무 빨라 혈신족의 지지존마저 피하지 못했고 눈 깜짝할 사이에 몸에 적중했다.

쿵!

뇌명 같은 소리와 함께 낙하는 움푹 파여 만 장 정도의 파도가 일더니 폭우가 되어 떨어졌다.

“저…… 저건 뭐란 말인가?”

사람들은 순간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낙신족과 혈신족 강자들도 잠시 멈춰 서서 폭우에 휩싸인 곳을 멍하니 쳐다봤는데 혈신족 지지존은 죽은 듯 엎드려 있었고 검은색 도포를 입은 사람이 녀석의 머리를 잡고 한쪽 무릎으로 부러진 허리를 짓누르고 있었다. 그리고 그 앞쪽에 백옥대가 떠 있었다.

이보다 더 놀라울 수는 없었다.

“저 사람은 누구란 말인가?”

다들 갑자기 나타난 검은색 도포를 입은 강자의 등장에 적잖게 놀랐다.

폭우는 여전히 쏟아져 내렸고 낙리도 천신처럼 강림한 상대방을 넋 놓고 쳐다봤다.

그러다 갑자기 정신을 차린 낙리는 상대방의 정체를 발견하고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녀는 순간 자신의 눈을 믿을 수가 없었다.

그때 한쪽 무릎으로 혈신족 지지존의 부러진 허리를 짓누르고 있던 검은색 도포를 입은 사람이 고개를 들었다. 그는 꿈에서마저 그리던 여인의 얼굴을 바라보며 부드럽게 미소를 지었다.

“나의 여황이여, 당신의 기사가 왔습니다.”

그는 가슴에 손을 얹고 가볍게 고개를 젖히며 입을 열었다.

폭우는 하염없이 쏟아져 그 구역 전체를 휩쌌고 낙리는 여전히 두 눈이 휘둥그레진 채 부드럽게 웃으며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청년을 쳐다봤다.

그녀는 그 얼굴을 무척이나 그리워했는데 정작 눈앞에 나타나자 거짓말 같았다. 하여 청년을 한참 쳐다보더니 그제야 파르르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정말 너야? 목진아…….”

낙리는 그의 얼굴을 어루만지고 싶은 마음에 저도 모르게 가녀린 손을 뻗다가 멈칫했다.

목진은 그런 낙리를 보고 있노라니 마음이 찢어질 것만 같았다. 낙리가 이날을 더 없이 갈망하지 않고서야 절대 이토록 약한 모습을 보이지 않았을 거란 생각에 목진은 더 부드럽게 웃었다.

그때 그녀의 파르르 떠는 차가운 손이 그의 얼굴에 닿았다.

“낙리야, 나야.”

목진은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어갔다.

“내가 드디어 널 찾아 왔어.”

그의 손에서 느껴지는 온기에 꿈이 아님을 확인한 낙리는 입술을 깨물고는 눈에 눈물이 고였다.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