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67화. 진정한 공포
“낙천룡, 더는 반항하지 말게. 대세는 혈신족 쪽에 있네. 우리가 이러는 것은 전부 낙신족을 위해서라네. 안 그럼 낙신족은 멸망할 것이네!”
황족 친족의 세 하위 지지존이 나지막하게 말했다. 그들은 낙천룡을 죽이고 싶지 않았고 최대한 같은 편으로 만들고 싶었다.
“감히 혈신족에 도전장을 내민 녀석은 분명 죽을 것이네. 그러니 낙신족은 지금이라도 손해를 줄여야 한단 말이네.”
그러나 낙천룡은 경멸의 눈빛으로 녀석들을 쳐다보고는 상대방의 구속에서 벗어나려고 미친 듯이 발버둥 쳤다. 강력하기 그지없는 그의 공격에 녀석들은 용맹한 호랑이를 가둔 철창을 보완하듯 자신의 몸에 상처가 나는 것도 신경 쓰지 않고 끝까지 버텼다.
이에 그곳은 다시 혼잡해졌는데 낙신성 어딘가의 높은 탑에서 상황을 살피던 한 무리가 드디어 입을 열었다.
“우리가 나서지 않아도 되는가?”
유천도가 목진에게 향하는 혈신족의 세 지지존을 보고는 작은 목소리로 묻자 눈을 감고 있던 만다라가 아무렇지 않게 답했다.
“체력 회복에나 집중하게.”
유천도 등은 쉬지 않고 소서천계에 오느라 몸 상태가 그리 좋지 않았다. 그들은 목진처럼 회복력이 변태급이 아니라 영력도 아직 완전히 돌아오지 않았다.
“상대는 무려 하위 지지존 세 명이네.”
유명궁 궁주가 잠시 머뭇거리다가 말했다. 그는 만다라에게 목진이 수단과 방법이 많긴 하나 하위 지지존 세 명을 상대하기엔 버거울 수도 있다고 귀띔해줬다.
그런데 만다라는 입꼬리를 씰룩거리며 유천도 등을 쳐다봤다.
“그럼 이번 기회에 당신들 부주님의 수단을 직접 확인해보게. 그리고 지금은 조용히 앉아서 쉬게. 여기 일은 보이는 것처럼 해결하기가 쉽지 않네.”
말을 마친 만다라는 저 멀리 어딘가를 지그시 쳐다봤다.
* * *
목진은 낙하 위에 서서 놀라운 속도로 자신을 향하는 세 갈래 혈광을 살기 가득한 눈빛으로 쳐다봤다.
“목진아…….”
낙리는 지지존이 세 명이나 달려오는 것을 발견하고 걱정되어 물었다.
“내가 도와줄까?”
이에 목진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곧 영겁을 시작할 거야.”
낙리의 위쪽 하늘에 영운이 모였으니, 이는 곧 영겁을 시작할 것을 의미했다. 그러니 싸움에 가담할 수 없었다.
낙리는 고민이 되어 가볍게 입술을 깨물었다.
후우.
목진은 깊게 숨을 들이켜고는 고개를 돌려 낙리를 바라보며 가볍게 웃었다.
“낙리야, 날 믿어?”
“글쎄?”
낙리도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이에 목진은 씨익 웃더니 물을 밟고 앞으로 나서며 말을 전했다.
“넌 영겁을 건너는 데만 집중해. 저 미친놈들은 내가 죽여 줄게.”
쿵!
세 갈래 웅장한 혈광이 도천의 혈기를 실은 채 사정없이 낙신족의 방어막을 뚫고 목진에게 향했는데 너무 빠른 속도에 아래쪽 낙하에 커다란 흔적이 생겼고 오래도록 사라지지 않았다.
세 사람은 눈 깜짝할 사이에 목진의 주위에 나타났다.
손에 땀을 쥐고 상황을 살피던 사람들은 목진이 분명 패배할 거라 여기다가 태연하게 서 있는 그의 표정을 발견하고 놀랐다. 설마 청년한테 숨겨놓은 수단이라도 있단 말인가?
슉!
그때 목진이 드디어 움직였는데 혈신족의 장로들을 향한 것이 아니라 오른쪽으로 빠르게 사라졌다.
“하하, 녀석, 조금 전까지만 해도 우쭐거리더니 지금은 왜 도망가는 것이냐?”
목진이 멀어지자 혈신족의 세 장로는 피식거리며 말했다.
이건 약세를 드러내는 거나 다름없었다.
낙신성 사람들은 목진의 반응에 실망했는데 문득 자신들이 이런 생각을 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아무리 하위 지지존이라도 같은 등급의 강자가 세 명이나 함께 나서서 자신을 공격한다면 도망가는 것이 최선의 선택이기 때문이었다.
목진은 여전히 무덤덤한 표정으로 도주했는데 속도가 너무 빨라 혈신족의 세 장로 사이도 점차 멀어졌다.
그중, 혈의 장로의 속도가 가장 빨라 목진과 한 발 차이였고 혈동이 그다음, 혈수가 마지막에서 달렸다.
“계속 도망만 치면 낙리를 공격하겠다.”
혈의 장로는 아무리 따라잡으려 해도 거리가 좁혀지지 않자 언짢아져 버럭 소리를 질렀고, 효과가 있었는지 앞쪽에서 달리던 목진이 갑자기 멈춰 선 뒤, 뒤돌아서 입꼬리를 씰룩거렸다.
“내가 정말 도망 다녔다고 생각하나요?”
목진이 미소를 지으며 말을 마치고 갑자기 합장해 오묘한 인법을 그리자 ‘쿵!’ 하는 소리와 함께 아래쪽 낙하에서 나지막한 용음과 함께 무한의 영광이 휘몰아쳤다.
이에 혈의 장로가 고개를 돌려보니 뒤쪽 낙하가 반으로 갈라졌고 그 사이로 수많은 영광이 날아올라 한데 모이더니 거대한 영진을 이뤘다.
잇따라 영력으로 이뤄진 거대한 용 일곱 마리가 빠르게 형태를 갖추더니 무서운 영력을 방출해 순식간에 혈동 장로를 가뒀다.
갑작스러운 변고에 사람들은 화들짝 놀랐다. 그들은 거대한 영진에서 강력한 영력 파동을 느꼈다.
“저건 종사급 영진이네!”
“세상에, 목진이 영진 종사였다니!”
사람들은 두 눈이 휘둥그레진 채 허공을 쳐다봤다. 그들은 이렇게 젊은 하위 지지존이 영진 종사라는 사실에 깜짝 놀랐다.
“목진은 도망쳤던 것이 아니라 일부러 혈신족 세 장로 사이의 거리를 넓히고 낙하에 몰래 영진을 친 것이었네. 그리고 혈동이 그 범위에 뛰어들었을 때, 영진을 소환한 거였군!”
드디어 눈치가 빠른 누군가가 목진의 의도를 알아채고 깜짝 놀라 외쳤다. 그는 목진이란 젊은이가 정말 무섭다는 생각을 했다. 혈신족의 세 장로는 나서자마자 바로 목진이 친 덫에 빠져들었다.
젊어 보이는 녀석은 그 누구보다 교활했다!
지존법상을 소환해 낙천신을 제압한 혈령자도 그 광경에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해졌고 한편으로는 겁이 났다. 그마저 목진이 종사급 영진을 친 것을 발견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아무리 낙하의 기운으로 영진의 기운을 숨겼다고 해도 목진이 영진 방면의 천부적 재능이 상당히 높지 않고서야 절대 불가능한 일이었다.
“저 변태 녀석은 도대체 어디서 나타났단 말인가? 어찌 영진 방면의 수련마저 저렇게 뛰어나단 말인가?”
혈령자는 너무 화가 났다. 보통 사람은 목진이 이룬 성과 중 한 가지만 이뤄도 동년배 중에서 충분히 이름을 날릴 수 있는데 목진은 양쪽 모두를 이뤘으니, 그의 재능이 얼마나 뛰어나면 이 같은 일이 가능할지 자못 궁금해졌다.
목진이 수련을 계속 이어간다면 언젠가 대천세계의 거장으로 거듭날 것이고, 그때가 되면 혈신족은 파멸의 복수를 당할 것이다.
이러한 생각에 혈령자의 눈빛이 점차 음산해졌다. 일이 이렇게 된 이상, 미래의 최정예급 강자를 완전히 죽이는 수밖에 없었다!
“혈의, 혈수, 함께 저 녀석을 죽이거라!”
혈령자의 한기 가득한 목소리가 울려 퍼지자 혈의도 이내 정색하며 외쳤다.
“네가 혈동을 가뒀지만 널 죽이기에 우리 두 사람이면 충분하단다!”
그런데 목진은 빠르게 달려오는 혈수 장로를 힐끗 보더니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저분은 못 와요.”
혈의는 흠칫하더니 씨익 웃으며 물었다.
“설마 이렇게 짧은 시간에 종사급 영진을 두 개나 쳤단 말이냐?”
“영진이 아니에요.”
목진이 가볍게 고개를 저으며 손가락을 튕기자 저 멀리 낙하가 다시 비등하더니 천 명의 군사가 날아올라 혈수 장로의 앞쪽에 막아 나섰다.
쿵!
녀석들이 내뿜은 무서운 전의는 소용돌이를 이뤄 혈수 장로를 가뒀다.
전의가 휘몰아치자 사람들은 다시 조용해졌다.
다들 입이 쩍 벌어진 채 허공에 나타난 천 명의 전사를 쳐다봤다. 그들은 실력이 상당한 정예 부대로 생기가 느껴지지 않는 것으로 보아 죽기 직전에 밀법으로 만들어진 꼭두각시가 분명했다.
그런데 해당 군대는 상당히 강대해 하위 지지존을 상대하기에 충분했지만 다들 그들의 출현에 놀란 것은 아니었다. 이토록 강한 군대를 장악하려면 목진은 반드시 전진사여야만 했다!
적어도 백만 문급은 되는 전진사 말이다!
스읍!
사람들은 두 눈이 휘둥그레진 채 저 멀리 낙하 위에 서 있는 젊은이를 쳐다보고는 온몸에 소름이 쫙 돋았다.
그들은 그제야 진정한 공포가 무엇인지 조금이나마 알 것 같았다.
목진처럼 젊은 하위 지지존은 보기 드물긴 하지만 그렇게까지 놀라운 일은 아니었다. 그런데 그 사람이 영진 종사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또 그한테 백만 문 전진사란 신분이 있다면 너무 놀라 순간 말문이 막힐 것이다.
낙수와 낙청아처럼 말이다. 그들은 낙신족의 자원 덕분에 겨우 전진사가 되었고 열심히 수련해도 십만 문 전진사로 성장했는데 목진은 어느새 백만 문급 전진사로 거듭났으니…….
그들은 더 이상 목진과 경쟁할 마음이 생기지 않았다.
두 사람은 씁쓸하게 웃으며 마주 보고는 결심했다. 목진처럼 훌륭한 사람이어야 완벽한 낙리의 짝에 걸맞다고 생각하고는 그녀를 포기하기로.
“전진사라…….”
혈령자는 혈안이 되어 상황을 살피고는 이를 갈며 눈가를 파르르 떨었다. 그는 목진을 당장 찢어 죽이고 싶을 뿐이었다.
반면, 낙천신은 멍하니 서 있다가 한참이 지나서야 정신을 차리고 깊게 숨을 들이켜며 겨우 마음을 다스렸다. 그는 그제야 목진이 낙신족에 찾아온 이유를 알 것 같았다. 그는 짧은 시간 동안 앳된 소년에서 진정한 정예급 강자로 거듭났다.
그 역시 지금의 목진한테서 위협감을 느꼈다.
낙천신은 문득 북창령원에서 낙리를 데려갈 때, 다음번에 만나면 더는 낙리를 빼앗기지 않겠다고 다짐했던 목진의 말이 떠올랐다.
낙천신은 목진의 말을 마음에 담아두지 않았는데 그날의 소년은 그 말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낙천신은 목진이 어떻게 수련했는지 모르지만 분명 생사를 오가는 상황을 수도 없이 많이 겪었을 것이었다.
녀석은 무서울 정도의 집착과 끈기가 있는 강인한 사람이 분명했다.
혈의도 두 눈이 휘둥그레진 채 상황을 살폈다. 혈동은 종사급 영진에 갇혔고 혈수는 무서운 군대의 전의에 갇혔다.
그들의 절대적인 우세는 목진의 가벼운 손놀림에 바로 사라졌다.
그 광경에 혈의도 두려워지기 시작했다.
목진은 느긋하게 기지개를 켜더니 앞쪽으로 손가락을 가볍게 튕겼다.
위잉!
이에 목진의 뒤쪽에 웅장한 금광이 모이더니 억만 갈래의 금광을 발하며 신비롭고 불후의 기운을 내뿜는 거대한 자금색 법상을 만들었다.
목진은 고개를 들고 표정이 굳은 채 서 있는 혈의를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인제 둘이서 제대로 싸워볼 수 있겠네요.”
낙하는 여전히 매섭게 요동쳤지만, 위쪽 상황은 완전히 뒤바뀌었다.
기세등등했던 세 명의 혈신족 지지존들은 한 사람은 거대한 영진에 갇혔고 한 사람은 정예 부대의 전의에 갇혔다. 혈의만 겨우 목진 앞에 서 있었다.
그러나 혈의는 목진 앞에 서 있는 사람이 자신이 아니기를 바랐다.
그때 낙하의 위쪽에 눈부신 자금색 빛을 발하는 목진의 지존법상이 나타났다. 다른 지지존들의 지존법상과 달리, 목진의 지존법상은 그리 크지도 튼실해 보이지도 않았지만 신비롭고 불후의 기운을 내뿜는 것이 실력을 가늠하기 어려웠다.
이것이 바로 목진의 불후금신이었다.
“일전에 나더러 더는 도망가지 말라고 하지 않으셨나요?”
목진은 불후금신 앞에 무덤덤하게 서서 식은땀을 흘리고 있는 혈의를 바라보며 물었다.
이에 혈의는 순간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해졌다. 그는 목진의 수모에 잔뜩 화가 났지만, 그가 친 영진과 전진에 놀라 기세에서 확 제압당했다.
“멍청한 녀석, 혈동과 혈수가 도망 나올 때까지 시간을 끌면 되지 않느냐!”
혈령자가 갑자기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자 혈의는 드디어 정신을 차렸다. 그도 경험이 풍부한 지지존이라 목진의 수단에 적잖게 놀라긴 했지만 정신을 차리고 바로 대비책을 마련했다.
목진은 확실히 범상치 않은 상대였다. 심지어 그는 영진과 전의를 동시에 장악할 수 있지만 결국 혼자였다!
집중해서 장악하면 영진이든 정예 부대든 하위 지지존을 상대하기에 충분해 엄청난 우세를 차지할 테지만 목진이 집중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하여 장악하는 사람이 없는 종사급 영진은 지지존을 오랜 시간 가둘 수 없는 법, 정예 부대도 마찬가지였다. 일단 두 사람이 도망만 나오면 세 사람이 함께 목진을 상대할 수 있을 거라 제아무리 수단과 방법이 많아도 더는 아무런 소용도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