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69화. 혈의의 생기가 사라지다
목진이 불후신문을 만들고 있을 때, 혈마들이 달려왔다. 하지만 불후금신에서 만 장의 자금색 빛을 발하며 불후의 기운을 방출해 녀석들을 전부 물리쳤다.
그러다 목진이 다시 눈을 떴을 때는 이미 앞쪽에 생성된 불후신문의 개수가 무려 여섯 갈래나 되었다!
“불후신문, 변화무쌍.”
목진이 무덤덤한 표정으로 손가락을 튕기자 여섯 갈래의 불후신문이 한데 어우러지며 자금색 빛을 방출하더니 신속하게 거대한 불후신침(不朽神針)으로 변했다!
잇따라 그가 옷깃을 휘날리자 불후신침은 한 갈래 자금색 빛이 되어 하늘 높이 날아올라 혈가사에게 향했다.
목진은 하늘을 가르며 날아오르는 불후신침을 보더니 뒷짐을 쥔 채 미소를 지었다.
“지금껏 놀아줬으면 절망이 무엇인지를 알게 할 때도 되었지…….”
낙신성에 모인 사람들은 한껏 정색한 채 포대처럼 하늘에 떠 있는 인피 가사를 쳐다봤다. 같은 등급의 지지존이라도 일단 갇히면 빠져나오기 상당히 힘들다고 들었기에 다들 아무리 목진이라도 시간이 제법 걸릴 거라 생각했다.
그러다 사람들은 혈동과 혈수 쪽을 힐끗 봤는데 부단히 폭발하는 무서운 영력에 영진과 군대는 열세에 처하기 시작했다.
이대로라면 목진이 겨우 인피 가사에서 벗어나도 다시 혈신족의 3대 지지존을 상대해야 할 수도 있었다.
그때 가서 혈의 등은 더는 목진한테 빈틈을 보이지 않을 거라 상대하기 훨씬 어려워질 것이다.
이러한 생각에 일부 강자들은 몰래 한숨을 쉬었다. 그들은 혈신족이 다시 우세를 차지하기 시작했다고 생각했다.
낙신족 강자들도 이와 비슷한 생각이 들어 왠지 걱정되었다.
반면, 그들과 멀리 떨어져 있던 혈령자는 몰래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지만 화를 참을 수가 없었다. 하위 지지존 하나 때문에 혈신족이 이토록 낭패를 보다니. 대결에서 이긴다고 해도 웃음거리가 될 게 분명했다.
하위 지지존 세 명이 한 사람을 상대하는 데 이렇게 버겁다니.
그러나 다행히도 목진은 이번에 반드시 죽을 것이다!
후우.
혈가사법상의 어깨 위에 서 있는 혈의도 안도의 한숨을 내쉬더니 음산한 눈빛으로 인피 가사를 쳐다봤다. 그는 같은 등급 강자와의 대결에서 이토록 낭패를 본 것은 오늘이 처음이었다.
“흥, 네가 아무리 대단해도 혈마가사에 갇히면 꼼짝없이 당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혈의는 버럭 소리를 질렀지만 이것만으로는 목진을 죽일 수 없다는 걸 잘 알았다. 다행히 이번만큼은 충분히 시간을 벌어 목진이 가사에서 벗어날 때쯤이면 혈동과 혈수도 구속에서 벗어나 합동 공격으로 목진을 상대할 수 있을 것이다.
혈의는 목진의 처참한 꼴을 상상하자 더부룩했던 속이 후련해진 느낌이 들었다. 이에 느긋하게 앉아 기다리려 했는데 갑자기 혈마가사 내부에서 특이한 파동이 느껴졌다.
“뭐지?”
그는 미간을 찌푸리며 혈마가사를 살피다가 어느 한 곳이 갑자기 뾰족하게 튀어나온 것을 발견했다.
그곳에서 자금색 빛이 폭발하더니 예리하기 그지없는 기운이 휘몰아쳐 주위의 공간마저 구멍이 났다.
그건 세상 만물을 뚫을 듯 예리했다!
그러다 혈마가사가 애처로운 소리를 내자 혈의는 안색이 확 어두워졌다. 그는 자금색 빛이 뚫고 나오자 혈마가사가 갈기갈기 찢어진 것을 발견하고 바로 사색이 되었다.
“이럴 수가…….”
혈의는 눈가를 파르르 떨며 중얼거렸다.
사람들도 너무 놀란 나머지 입이 떡 벌어졌다. 지지존마저 상대하기 버거워하던 혈마가사가 1각도 안 되는 사이에 산산이 부서질 줄이야.
“저건 도대체 뭐란 말인가?”
다들 혈마가사를 뚫고 나온 자금색 빛이 거대한 침인 것을 보고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불후신침의 무서운 예리함에 하위 지지존들마저 깜짝 놀랐다. 아마 그들이 불후신침에 적중했다면 육신으로도 막아내지 못했을 것이다.
슉!
혈마가사를 부순 불후신침은 빛을 발하더니 갑자기 속도를 높여 귀청을 찢는 소리를 내며 혈의에게 향했다.
이에 혈의가 포효하자 혈가사법상에서 웅장한 혈광을 방출해 앞쪽에 진득한 혈망을 만들었다. 그는 혈마가사를 소환해 육신의 방어력이 확 줄어들어 지존법상으로라도 방어력을 최대한 끌어올려야 했다.
불후신침의 공격에 혈망은 부단히 부서졌지만 바로 진득한 혈액이 날아가 뒤쪽에 방어벽을 만들었다.
불후신침이 마지막 층의 혈망에 닿았을 때, 혈망은 진득한 혈막을 이뤄 신침도 뚫는 속도가 현저하게 느려졌다.
혈의는 전력을 다해도 여전히 다가오는 불후신침을 발견하고 이를 악물고 입을 쩍 벌려 한 갈래 혈광을 내뱉었다.
“혈마기(血魔旗)!”
혈광은 신속하게 커져 혈기로 변하더니 앞쪽 혈막에 스며들었는데 불후신침은 갑자기 엄청난 저항을 받은 듯 더는 나아가지 못했다.
혈마기는 저급 성물인 듯했다.
혈마기 덕분에 불후신침을 막아낸 혈의는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는데 등은 식은땀으로 푹 젖어 있었다.
슉!
그런데 그때, 그의 앞쪽 공간이 번쩍이더니 갑자기 목진이 나타나 미소를 지으며 주먹을 쥐자 청색 파초선이 수중에 나타났다.
위잉!
목진이 파초선을 흔들자 광풍이 일며 청색 소용돌이가 휘몰아쳐 혈의 앞쪽의 혈막과 혈기를 휘감았다.
그 광경에 혈의는 머리가 지끈거리는 것을 느껴 미친 듯이 도망갔다.
잇따라 목진은 불후신침을 다시 수중에 넣었는데 이는 자금색 빛을 발하더니 액체처럼 손끝을 감쌌고 목진은 그 자리에서 갑자기 사라졌다.
슉!
그러다 목진이 눈 깜짝할 사이에 앞쪽에 나타나자 혈의는 생명의 위협을 느꼈다.
“이 정도 뛰어다녔으면 충분하지 않나요?”
목진은 한기 어린 눈빛으로 혈의를 바라보며 물었다. 그는 처음부터 낙리를 죽이려 한 녀석을 죽이고 싶었다.
그런데 지지존을 죽이기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라서 지금처럼 적당한 기회가 오기만을 기다렸다.
목진이 손을 내밀자 그의 손가락이 공간을 가르며 나아가 정확하게 혈의의 가슴팍에 구멍을 냈다.
퍽!
순간, 혈의는 한쪽 팔을 부수더니 갑자기 자리에서 사라졌다가 수만 장 밖에서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혈의는 사색이 되어 한기 어린 눈빛으로 목진을 노려보며 말했다.
“나를 죽이기란 그리 쉽지 않을 것이다!”
지지존의 생명력은 여간 강하고 굳센 것이 아니라 압도적인 힘이 아니고서야 완전히 죽이는 것은 상당히 어려웠다.
그런데 목진은 도주에 성공한 혈의를 보더니 피식 웃었다.
이에 혈의는 괜히 불안해져 고개를 숙이고 가슴팍을 살폈는데 가슴팍에 난 구멍에 자금색 액체가 미친 듯이 피와 살에 스며들고 있었다.
자금색 액체는 수은처럼 1각도 안 되는 사이에 그의 몸 전체에 퍼졌다.
순간, 혈의는 자금색 액체가 영력을 막아 체내의 영력이 억제된 것을 발견하고 절망했다.
“안돼!”
혈의는 사망의 기운에 휩싸여 고래고래 외쳤다.
“불후신문, 변화무쌍.”
목진이 손가락을 튕기자 혈의의 몸에서 수많은 자금색 바늘을 내뿜어 그를 고슴도치로 만들었다.
“네가 감히!”
혈령자는 넋 놓고 서 있다가 혈의의 비명에 정신을 차리고 버럭 소리를 질렀는데 목진은 그를 힐끗 보기만 하고 다시 손가락을 튕겼다.
퍽!
혈의의 육신은 결국 완전히 폭발해 온전한 구석이 한 군데도 없었다.
이는 생기를 완전히 앗아간 공격이었다!
낙신성 전체는 하늘에 피어오른 혈무를 멍하니 바라보기만 했다. 사람들은 혈의의 생기가 완벽히 사라진 것을 발견하고 소름이 쫙 끼쳤다.
혈신족의 하위 지지존 혈의가 진정 사망했다!
기타 세력의 강자들은 물론이고 낙신족의 강자들, 심지어 멀리 떨어진 높은 탑에서 상황을 살피던 유천도, 유명궁 궁주 등도 두 눈이 휘둥그레진 채 상황을 살피고는 목진한테서 진정한 두려움을 느꼈다.
그들은 그제야 목진이란 젊은이가 얼마나 무서운 사람인지 절실하게 느꼈다.
낙신성 전체는 낙하의 위쪽에 피어오른 혈무로 인해 무형의 공포에 휩싸인 듯 조용해졌다.
다들 멍하니 혈무를 쳐다봤다. 사람들은 두 눈으로 직접 확인하고도 지지존이 죽었다는 사실이 쉽게 믿기지 않았다.
혈의는 무려 지지존이었다!
대천세계의 진정한 강자인 지지존은 엄청난 세력과 역사가 유구한 고족에서도 중견 역량이었다.
심지어 다른 지역에서 지지존은 한 구역의 패주가 되어 부하를 거느릴 수도 있었다.
지지존은 생명 본연의 승화라 체내의 지존해도 부서져 피와 살에 스며드는 것을 통해 진화한다.
하여 지지존은 육신이 대부분 파괴되어도 생기만 있으면 불사조처럼 얼마든지 부활할 수 있었다.
그렇기에 지지존을 죽이려면 육신에 깃든 생기를 모조리 없애야 했다.
하지만 이를 해내기란 절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양자의 실력 차이가 엄청나면 모를까, 하위 지지존이 다른 하위 지지존을 완전히 죽이는 건 거의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런데 그토록 어려운 일이 오늘, 낙신성에서 벌어졌다.
꿀꺽.
사람들은 너무 놀라 저도 모르게 침을 삼켰고 낙신족을 호시탐탐 노리던 지지존들도 두려워지기 시작했다. 저 멀리 높은 탑에서 관전하던 유천도 등은 목진이 하위 지지존을 완전히 죽일 만큼 무서운 힘을 지녔단 사실이 놀라우면서도 목진이란 사람이 왠지 무서워졌다.
특히 유천도는 목진과 싸웠던 기억을 떠올리자 자연스레 식은땀이 나왔다. 그날, 목진이 유천도를 죽이려 했다면 그는 혈신족의 지지존 못지않게 처참하게 죽었을 것이다.
그들은 목부의 부주를 너무 쉽게 생각했다. 유천도 등이 벌레만도 못한 사람 취급했던 젊은이는 어느새 그들을 훨씬 뛰어넘었다.
유천도 등은 이내 감탄했고 목진에 대한 생각이 또 달라졌다. 이제야 그들은 젊은 부주한테 경외의 뜻을 품기 시작했다.
한편, 만다라는 옆에 조용히 서서 유천도 등의 심경 변화를 살폈다. 목진은 이번 기회에 혈신족을 제압했을 뿐만 아니라 유천도 등에게 경각심을 심어주었다.
유천도 등은 이제 만다라의 지지 없어도 목진이 목부 부주의 자리에 오를 실력이 충분하단 걸 깨달았을 것이다.
더구나 목진은 아직 최강 필살기인 일기화삼청을 선보이지 않았다.
그렇지 않으면 혈의는 물론이고 혈신족의 세 지지존이 함께 나서도 일기화삼청을 사용한 목진을 이기지 못했을 것이다.
목진은 함부로 최강 필살기를 쓰고 싶지 않았기에 혈의가 잠시라도 더 살 수 있었던 것이다.
“네 이놈, 내 너를 갈기갈기 찢어버릴 것이다!”
잠시 후, 잔뜩 화가 난 듯한 목소리가 울려 퍼지자 혈안이 된 혈령자가 미친 듯이 살기를 내뿜으며 무서운 영력을 방출해 주위에 도천의 혈해를 이뤘다.
그는 목진이 이토록 과감하고 잔인하게 혈의의 생기를 완전히 앗아갈 줄은 몰랐다.
하위 지지존 한 명을 잃은 것은 혈신족한테 엄청난 손해였으니 혈령자가 화가 나는 것은 당연했다.
쿵!
혈령자는 더 이상 살기를 감출 수 없어 손가락을 튕겼는데 수많은 혈안이 떠 있는 한 갈래 선홍색 홍류가 솟구쳤다.
퍽!
그런데 그때 바로 웅장한 기의 회오리가 날아와 이를 낚아챘다. 그를 막아선 사람은 다름 아닌 낙천신이었다.
낙천신은 복잡미묘한 눈빛으로 목진을 힐끗 보더니 혈령자한테 눈길을 돌렸다.
“내가 정녕 호락호락해 보이는 건가?”
“낙천신, 저 녀석을 혈신족에 넘기면 앞으로 낙신족에 더는 찾아오지 않겠습니다!”
혈령자는 이를 갈며 말했다. 그는 지금 목진이 세상에서 가장 미웠다.
그 말에 낙천신이 피식 웃으며 옷깃을 휘날리자 뒤쪽에 거대한 지존법상이 나타나 무서운 영력을 방출하며 혈령자의 앞을 막아 더는 목진을 공격하지 못하게 했다.
“좋아요! 낙천신, 반드시 후회할 겁니다!”
낙천신의 무언의 대답에 표정이 한껏 일그러진 혈령자는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더니 음산한 눈빛으로 목진을 바라봤다.
그런데 목진은 이를 무시하고 대수롭지 않게 손뼉을 치더니 영진에 갇힌 혈동한테 눈길을 돌렸다.
구룡시선진은 혈동의 미친 듯한 공격에 부서지기 직전이었고 일곱 마리였던 거대한 용은 세 마리밖에 남지 않았다.
조종하는 사람이 없는 종사급 영진은 확실히 하위 지지존을 상대하기에 부족했다.
하지만 이 정도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