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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주재-770화 (769/1,000)

770화. 설마?

목진은 구룡시선진에 갇힌 혈동을 보며 미소 짓더니 바로 영진에 들어가 자리를 잡고 앉았다.

혈동은 순간 안색이 확 어두워졌다. 영진사가 장악한 영진은 그러지 않을 때와는 천지 차지였기 때문이다.

“이 영진을 이 정도로 파괴하다니, 제법이군.”

목진은 곧 부서질 것 같은 구룡시선진을 보며 가볍게 웃더니 옷깃을 휘날렸고 수많은 영인이 나타나 영진에 스며들었다.

위잉!

곧 부서질 것 같던 구룡시선진은 다시 웅장한 영력을 방출하며 빠르게 복구되었고 1각도 안 되는 사이에 다시 완전한 형태로 돌아왔다!

그 광경에 혈동은 피가 거꾸로 솟을 것 같았다. 최선을 다해 겨우 영진을 이 정도로 파괴했는데 목진은 바로 이를 원래대로 되돌려 놓았다.

“일전의 구룡시선진은 방어 형태일 뿐이었어요. 지금 다시 해볼래요?”

목진은 생긋 웃으며 혈동을 노려보더니 두 손을 모아 신속하게 결인했다.

크으으으!

목진이 결인을 마치자 영진에서 용음과 함께 거대한 용이 다시 형성되었다.

영진 속 용은 순식간에 일곱 마리가 되었고 전보다 훨씬 무서운 압박감을 형성했다!

같은 영진에 용의 개수도 똑같았지만 구룡시선진은 목진이 장악하자 진정한 위력을 발했다.

혈동은 영진의 엄청난 위압에 표정이 한껏 일그러졌고 저도 모르게 두려워지기 시작했다.

그는 구룡시선진에서 지극히 위험한 기운을 느꼈다.

일전의 구룡시선진은 기껏해야 그를 가두는 작용을 했다면 이번에는 자칫 잘못하면 혈의처럼 완전히 죽을 수도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난 나머지 한 분도 상대해야 해서 시간이 없어요…… 이 영진에서 살아남으면 그냥 보내줄게요.”

목진이 한기 어린 눈빛으로 혈동을 노려보며 인법을 바꾸자 영진 속 거대한 용 일곱 마리가 이내 포효하며 혈동에게 향했다.

녀석들은 만 장의 빛기둥을 방출하며 한데 아우러져 십만 장 정도 되는 거대한 용을 이루고는 엄청난 용의 위압감을 싣고 혈동을 공격했다.

이에 혈동은 바로 웅장한 영력을 끌어올려 지존법상을 소환했고 숨겨뒀던 수단도 모조리 내놓았다.

쿵! 쿵!

그러다 거대한 용이 닿자 난폭하기 그지없는 영력이 미친 듯이 폭발했다. 이에 육안으로 확인 가능한 충격파가 휘몰아쳐 천지마저 반으로 갈라졌고, 구룡시선진도 더는 버티지 못하고 부서졌다.

이와 동시에, 거대한 지존법상도 폭발했는데 혈동이 미친 듯이 피를 토하며 낙하해 수만 장 정도의 흔적을 남기며 멀리 튕겨 나갔다.

목진은 부서진 구룡시선진을 무시한 채 튕겨 나간 혈동을 힐끗 보더니 왠지 아쉬워졌다. 혈동은 크게 다치긴 했지만 죽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이렇게 두 번째 대결은 혈동의 중상으로 끝났다!

그러나 목진은 혈동의 뒤를 쫓지 않고 곧장 도령위에게 향했다. 도령위의 전의가 왕성할 때, 세 번째 혈신족 지지존도 쓰러뜨려야만 했다.

목진이 도령위에 내려앉자 도천의 전의가 휘몰아쳤는데 사람들은 보는 것만으로도 머리가 지끈거렸다.

1각 정도가 지나 도천의 전의가 폭발했고 목진은 옷깃을 휘날려 전의에 타격을 입은 도령위를 거두고 낙하에 내리꽂힌 혈수를 쳐다봤다. 혈수는 피범벅이 되었고 영력도 한껏 사그라들었다.

세 번째 대결은 혈수의 중상으로 끝났다!

순간, 이 구역에 정적이 흘렀다.

요동치는 낙하에 커다란 구멍이 생겨 흐름이 거의 중단되었고 그 중심에 옷이 갈기갈기 찢어진 채 피투성이가 된 혈수가 누워있었다. 그의 영력이 한껏 사그라든 것으로 보아 크게 다친 것 같았다.

그보다 더 멀리 떨어진 곳에 사색이 된 채 낙하에 앉아있는 혈동도 상태가 그리 좋아 보이지는 않았다.

혈의가 폭발해 형성된 혈무는 이제야 완전히 사라졌다.

사람들은 눈가를 파르르 떨며 혈동과 혈수를 번갈아 쳐다봤다. 혈신족, 낙신족, 심지어 구경하러 온 다른 세력 강자들마저 목진이 두려워졌다. 그들은 저도 모르게 소름이 쫙 끼쳤다.

목진은 혼자서 지지존 세 명과 싸웠을 뿐만 아니라 한 사람을 완전히 죽이고 나머지 두 사람은 크게 다치게 했다.

정말 놀라운 성과였다.

사람들은 목진이 실력을 감춘 상위 지지존이라고 생각했지만, 만약 목진이 진정한 상위 지지존이었다면 혈의 등은 절대 그를 상대하려 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이 엄청난 성과를 이룬 젊은이는 혈의 등과 같은 등급인 하위 지지존이었다. 사람들은 자연스레 경외의 눈빛으로 허공에 떠 있는 늘씬한 소년을 바라봤다.

목진은 엄청난 성과를 따냈다고 우쭐거리지도 않았고 모든 것이 당연하다는 듯 놀라워하지도 않았다.

싸우기 전이었다면 다들 목진이 센 척한다고 여겼을 텐데 지금은 아무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낙신족 강자들은 눈가를 파르르 떨며 허공에 떠 있는 목진을 바라봤는데 눈빛에 희망과 열광의 빛이 깃들어 있었다.

그들은 일이 이렇게 흘러갈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낙신족 강자들은 목진이 혈신족의 3대 지지존을 상대하다가 곤경에 빠질 줄 알았는데 녀석들이 되려 큰 타격을 입었다. 이에 절망스러웠던 마음에 다시 자신감이 깃들었다.

여황과 각별한 관계의 청년이라면 정말 낙신족을 구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면서 말이다.

낙수와 낙청애도 서로 마주 보며 목진이 낙리와 낙신족을 도와 곤경에서 벗어나게 해주길 바랐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목진의 실력을 의심했던 이들은 목진이라면 정말 해낼 수 있을지도 모를 거란 생각을 했다.

* * *

저 멀리 높은 탑에 서 있던 유천도 등은 목진이 혈동과 혈수까지 쓰러뜨린 것을 보고는 저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켰다. 이제 목진을 바라보는 눈빛이 평소 만다라를 바라보는 것과 비슷해졌다. 이제야 그들은 목진을 완전히 주인으로 받아들였다.

그들은 목진이 선보인 무서운 전투력에 놀랐고 잠재력도 상당하다는 걸 알아챘다.

하여 유천도 등은 언젠가 목진이 만다라를 뛰어넘고 목부도 그 덕분에 진정한 강대 세력으로 거듭날 거라 확신했다. 그들은 목진 덕분에 생각지도 못했던 높은 지위와 자원을 누리게 될 것이다.

“부주님은 참으로 대단한 사람이군. 언젠가 우리는 목부에 가입한 것을 천만다행이라고 여기게 될 것이네.”

유천도는 이내 감탄하며 말했다.

그는 이제야 목진을 진심으로 부주로 받아들였다.

반면, 유명궁 궁주 등은 유천도가 목진과의 원한을 빨리 내려놓았을 뿐만 아니라 입이 닳도록 칭찬하는 것을 보고 언짢았지만 겉으로는 아닌 척, 유천도의 말에 동의하듯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의 반응에 만다라는 입꼬리를 씰룩거렸다. 유천도 등은 이제야 자기 위치를 제대로 파악했다. 그는 이제 한 세력의 세력주로서의 오만함을 완전히 버리고 목진을 주인으로 모시면서 그의 명이라면 죽는시늉도 할 수 있을 것이다.

* * *

“녀석…….”

낙천신도 아수라장이 된 낙하를 멍하니 바라보더니 복잡미묘한 눈빛으로 목진을 쳐다봤다.

그도 목진이 이룬 엄청난 성과에 적잖게 놀랐다.

똑같은 하위 지지존의 실력으로 세 명이나 상대해 한 명을 죽이고 두 사람에게 중상을 입힌 것은 아무나 해낼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목진은 앳된 소년이었고 낙천신은 그를 무력하고 나약한 사람이라고 생각했었다. 물론 그때에도 소년의 고집과 완강한 의지를 보고 언젠가 강해질 거란 생각은 들었지만, 그날이 이렇게 빨리 올 줄은 몰랐다.

겨우 4년밖에 안 지났다!

지존경에도 이르지 않았던 소년은 갑자기 혜성처럼 떠올라 지지존경에 이르렀을 뿐만 아니라 하위 지지존경 중 최강자라 말해도 과언이 아닌 무서운 수단과 실력을 갖췄다!

낙천신도 그런 목진을 상대하는 것은 버거웠고, 그날 목진을 너무 몰아치지 않은 것을 다행이라 생각했다. 안 그럼 오늘 그는 상당히 낯 뜨거웠을 것이다.

“젊은이는 함부로 건드리는 것이 아니군.”

낙천신은 이내 감탄하며 말했다.

목진 덕분에 낙천룡을 가뒀던 낙신족 황족 친족 세 지지존도 멈춰 서서 크게 다친 혈동과 혈수를 보더니 화들짝 놀랐다.

“하하, 대단한 녀석이군!”

낙천룡이 호탕하게 웃으며 입을 열었다.

“낙리 저 아이가 괜히 속 끓인 것이 아니었구나. 하하, 사람 보는 눈이 제법이구나!”

낙천룡은 한기 어린 눈빛으로 황족 친족의 세 지지존을 쳐다보며 피식 웃었다.

“혈신족이 그리 좋은 뒷배는 아닌가 보네.”

그러나 녀석들은 안색이 확 어두워졌음에도 괜찮은 척 말했다.

“녀석이 아무리 강해도 이 정도가 전부일 것이네.”

정작 낙천룡은 그들의 말을 무시하고 만족스러운 눈빛으로 목진을 바라봤다. 그는 목진의 매서운 수단이 상당히 마음에 들었다.

* * *

사람들은 이내 감탄하다가 한참 지나서야 혈령자한테 고개를 돌렸다. 그는 안색이 어두워진 채 살기 가득한 눈빛으로 목진을 노려보고 있었고 너무 화가 나 온몸을 파르르 떨었다.

“이 쓸모없는 놈들아! 어린 녀석한테 그 꼴을 당하다니, 여태껏 수련을 어떻게 한 것이냐!”

혈령자가 이를 갈며 한 말에 혈동과 혈수는 너무 부끄러워 고개를 푹 숙였다.

셋이서 함께 덤볐지만 목진을 죽이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그 손에 한 사람은 죽고, 나머지 두 사람은 중상을 입었으니 이 일이 알려지면 그들은 웃음거리가 될 것이 분명했다.

“다들 나서서 저 녀석을 죽이거라!”

혈령자는 혈동, 혈수 뿐만 아니라 혈신족의 다른 두 명의 하위 지지존을 바라보며 말했다.

이에 혈동과 혈수는 얼굴이 하얗게 질렸지만 겨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너희들, 셋이서 한 놈도 쓰러뜨리지 못하다니! 살고 싶지 않으면 당장 죽여주마!”

혈령자는 고개를 휙 돌려 낙신족 황족 친족의 세 지지존을 바라보며 외쳤다.

“저들과 함께하거라. 오늘, 저 녀석이 죽지 않으면 너희가 죽어야 할 것이다!”

세 하위 지지존은 순간 안색이 확 어두워졌지만 혈령자의 시뻘건 눈과 미친 듯이 내뿜는 살기에 감히 반항하지 못하고 두 사람만 혈동, 혈수한테 다가갔다.

목진 앞에 하위 지지존이 여섯 명이나 나타났다.

비록 여섯 사람 중, 절반 정도는 크게 다쳤지만 이 정도만으로도 대단한 전력이었다.

혈신족의 비열한 수단에 낙신성에 모인 사람들은 입이 떡 벌어졌고 구경꾼들마저 몰래 혀를 내둘렀다. 다들 혈신족이 파렴치하다고 생각했다.

낙신족 강자들도 너무 화가 나 이를 악물었지만 혈령자한테 꼼짝도 못 했다.

“승자가 전부인 세상에서 사람들 시선을 고려했다면 혈신족은 여기까지 오지 못했을 것이네.”

혈령자는 피식 웃으며 말하더니 음침한 눈빛으로 목진을 바라봤다.

“네 이놈, 수단이 많다고 했지? 어디 한 번 해보거라. 이들을 전부 쓰러뜨릴 수 있으면 혈신족은 바짝 엎드려 너를 주인으로 모실 수도 있단다!”

이에 목진은 피식 웃으며 말했다.

“당신 같은 사람은 죽이는 편이 훨씬 나아요. 부하로 뒀다가 무슨 봉변을 당하려고 그래요?”

“아주 죽고 싶어 환장했구나!”

혈령자의 말에 목진은 아무렇지 않은 척 어깨를 들썩이며 자신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는 하위 지지존 여섯 명을 힐끗 쳐다보며 피식 웃었다.

“죽는 사람이 나인 건 확실한가요?”

“뭐라?”

혈령자는 입꼬리를 씰룩거리며 물었다.

“설마 하위 지지존 여섯 명도 상대할 수 있단 말이냐?”

“내가 뭐라 했는지 잊었나 보네요.”

목진이 자신을 상대하려는 하위 지지존들을 바라보며 한 말에 혈령자는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

“무슨 말을 하는 것이냐? 지금 상황에서 농담이 나오느냐?”

“난 목부의 주인, 목진이라고 했어요.”

목진이 무덤덤하게 한 답변에 혈령자는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

“목부는 무슨, 처음 듣는 세력이구나.”

그런데 자신의 말에 목진이 고개를 들고 자신만만하게 미소를 짓자 혈령자는 갑자기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내가 목부의 주인이면…… 목부에 나밖에 없겠어요?”

“사람을 부르는 건 당신만 할 줄 아는 것이 아니란 소리예요.”

말을 마친 목진이 손을 들어 가볍게 휘두르자 뒤쪽 공간이 한껏 일그러지더니 웅장한 영력 파동을 내뿜는 사람들이 나타났다.

그 광경에 혈령자마저 깜짝 놀라 소름이 쫙 끼쳤다. 그는 순간 머리가 지끈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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