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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주재-771화 (770/1,000)

771화. 늠동 노인

목진의 뒤에서 웅장한 영력이 폭발하더니 공간이 부단히 일그러졌고 그 속에서 다섯 사람이 걸어 나왔다. 지극히 무서운 영력을 방출해 놀라운 영력 위압감을 형성한 이들 때문에 만 장 높이의 구름마저 갈기갈기 찢어졌다.

그들은 전부 하위 지지존이었다!

혈동 등 하위 지지존 여섯 명이 형성한 영력 위압감은 완전히 사라졌고 상대방한테서 무서운 압박감을 느낀 이들은 안색이 확 어두워졌다.

“하위 지지존 다섯 명이라니! 저들이 전부 목부 사람이란 말인가? 목부의 실력이 이렇게 강하다니!”

누군가 정신을 차리고 두 눈이 휘둥그레진 채 허공을 쳐다보며 말했다. 소서천계에는 혈신족에만 하위 지지존 다섯 명이 있는데 처음 듣는 세력인 목부도 마찬가지라니!

게다가 하위 지지존 다섯 사람의 표정을 보아하니 목진을 진심으로 숭배하는 것으로 보였는데 확실히 목진을 주인으로 섬기는 듯했다.

사람들은 그제야 목진이 혈신족을 상대로 전혀 두려워하지 않았던 이유를 깨달았다. 그의 실력과 세력은 혈신족을 상대할 자격이 충분했다. 이 정도 전력이라면 아무리 혈령자라도 감히 덤비지 못할 것이다.

만약 그가 상위 지지존의 실력만 믿고 기어코 나서려 하면 분명 대가를 치를 것이다.

“녀석…….”

낙천신은 다시 한번 놀라 쓸쓸하게 웃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는 목진이 이토록 강력한 한 수를 숨겼을 줄은 몰랐다.

목진은 4년 사이, 앳된 소년에서 정예 강자로 거듭났을 뿐만 아니라 훌륭한 부하들도 제법 모았다.

아마 목진이 이룬 세력의 전체 실력은 지금의 낙신족 못지않을 것이다.

이러한 생각에 낙천신은 목진을 바라보는 눈빛이 달라졌다. 계속해서 기적을 창조하는 목진이 낙리와 함께라면 낙신족에도 기적이 깃들 수도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부주님을 뵙습니다!”

유천도 등은 사람들의 반응에도 개의치 않고 공손하게 목진한테 인사를 올렸다.

이에 목진은 흠칫 놀랐다. 유천도 등은 자신을 계속 부주라고 부르긴 했지만 왠지 모르게 어색했는데 이번만큼은 진심이 느껴졌다.

그는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유천도 등을 쓰윽 훑고는 바로 알아챘다. 그가 일전에 혈신족 3대 지지존을 쓰러뜨린 일로 혈신족 뿐만 아니라 이들의 마음마저 사로잡았다는 것을 말이다.

의외의 수확에 목진은 기분이 좋아 입꼬리를 씰룩거렸다. 북계를 쥐락펴락했던 녀석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것은 절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부주님, 부주님께서는 막 대결을 마쳤으니 저들은 이제 우리한테 맡기세요.”

유명궁 궁주가 가볍게 웃으며 입을 열었다. 목진의 지위를 인정한 이상, 바로 자세를 바로잡고 부하의 책임을 다하려는 것이었다.

유천도 등도 동의하듯 고개를 끄덕이더니 사나운 눈빛으로 혈동 등을 노려봤다.

혈동 등은 순간 머리가 지끈거렸다. 그들은 비록 여섯 명이나 있지만 절반 정도가 목진과 싸우다 중상을 입어 정말 싸움이라도 나면 큰코다칠 것이 분명했다.

낙신족 황족 친족의 세 지지존도 안색이 말이 아니었다. 그들은 어린 녀석의 실력이 무서운 정도로 강력할 뿐만 아니라 들어본 적도 없는 세력의 주인인 데다 하위 지지존을 다섯 명이나 부하로 뒀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

목부는 혈신족 못지않은 강한 세력이었다!

목진 때문에 위태로웠던 낙신족은 형세를 뒤집었고 낙리는 낙신의 계승을 무사히 받게 되었다. 이리되면 앞으로 낙신족에서 낙리의 지위를 위협하기는 더 어려워질 것이다.

혈신족의 실패는 점차 확정되어갔다.

이에 낙신족 황족 친족 세 지지존들은 혈령자를 힐끗 쳐다봤는데 상대방도 음침한 눈빛으로 유천도 등을 쳐다보고 있었다. 대신 그는 상위 지지존이라 바로 마음을 가라앉히고 목진한테 눈길을 돌렸다.

“나 혈령자는 여태껏 살면서 수많은 사람을 상대하며 안목을 키웠는데 이번에는 제대로 보지 못했구나.”

그는 더 이상 목진을 무시하지 않고 동등한 존재로 취급하기 시작했다. 목부의 주인이란 신분만으로도 그리 대접해줘야 마땅했다.

이에 목진이 피식 웃자 혈령자는 멈칫하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

“네가 혈신족 장로를 죽인 일은 묻어줄 수 있단다. 그리고 너한테 지존영액을 따로 3억 방울 줄 테니 더는 이 일에 참견하지 말거라. 낙리도 데려가도 좋다!”

혈령자의 말에 사람들은 깜짝 놀랐다. 다들 혈령자가 목진을 용서해 줄 뿐만 아니라 배상에다 사람까지 얹어주려 할 줄은 몰랐다.

대신, 그렇게 되면 낙신족은 멸망하게 될 것이다.

사람들은 다시 목진한테 시선을 돌렸다. 지존영액 3억 방울은 절대 적은 양이 아니었다. 혈신족에서도 창고를 탈탈 털어야 겨우 모을 수 있는 양일 것이다.

낙신족 백성들은 온몸을 파르르 떨며 목진을 바라봤다. 그들한테 지존영액 3억 방울은 상상도 못 할 정도의 거액이었고 상위 지지존마저 움직일 수 있을 정도의 양이었다.

더구나 목진이 혈령자의 제안을 거절하면 상위 지지존과 싸워야 할지도 모르는데 그럴 바에는 제안을 받아들이는 편이 훨씬 나을 것이다.

“허허, 엄청난 유혹이군요.”

목진도 혈령자의 결단력에 놀라 피식 웃으며 낙천신을 쳐다봤다.

“낙 족장님께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목진의 말에도 낙천신은 전혀 두려워 보이지 않았다. 그는 목진을 믿는 것이 아니라 손녀딸의 안목을 믿었다. 낙천신은 손녀딸이 고작 지존영액 3억 방울에 마음이 바뀔 녀석을 좋아할 리 없다고 굳게 믿었다.

이에 목진은 입을 삐쭉 내밀더니 혈령자를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또 무슨 수단이 있나요? 어디 봅시다.”

목진의 답변에 혈령자는 그리 놀라지 않는 눈치였다. 그는 예상이라도 한 듯 눈빛이 점차 음산해졌고, 한참 지나서야 무덤덤하게 말을 내뱉었다.

“지옥행을 자처하다니. 이건 어디까지나 네가 한 선택이니 내 탓은 하지 말거라.”

말을 마친 혈령자는 저 멀리 어딘가를 향해 공손하게 인사를 올렸다.

“늠동 노인, 이만 나오세요!”

그때 저 멀리 하늘이 갑자기 차가워지더니 함박눈이 펑펑 쏟아져 그곳은 순식간에 겨울이 되었다.

휘날리는 눈꽃이 혈령자의 앞쪽에 모여 하얀색 도포를 입은 노인을 이뤘는데 눈썹과 수염이 새하얗고 삐쩍 마른 노인의 얼굴에 눈꽃 광문이 아른거렸다.

하얀색 도포를 입은 노인을 멍하니 쳐다보던 사람들은 그의 정체를 알아채고 화들짝 놀라 소리쳤다.

“저 사람은…… 늠동 노인이 아닌가?”

“세상에, 저분이 어찌 여기 오셨단 말인가!”

이에 기타 강자들은 물론이고 낙신족 강자들도 순간 사색이 되었고, 낙천신도 식은땀을 주르륵 흘리며 한동의 기운을 내뿜는 창로한 노인을 쳐다봤다.

그는 서천대륙에서 유명한 지지존 대원만급 강자였다!

이보다 더 무서운 건 그는 서천전전 출신이었다!

“서천전전 사람까지 불렀다니!”

낙천신은 어느새 혈안이 되어 혈령자를 뚫어져라 노려보며 말했다. 그는 녀석이 낙신족을 없애기 위해 이렇게까지 할 줄 몰랐다. 녀석은 낙신족을 살려줄 생각이 전혀 없었다.

반면, 혈령자는 씨익 웃으며 목진을 바라봤다. 혈신족에서는 늠동 노인을 모시기 위해 엄청난 대가를 치렀기에 오늘 목진을 반드시 죽이고야 말 것이다.

“살려줄 땐 안 가더니, 지금 떠나고 싶어도 늦었단다!”

음산한 눈빛으로 목진을 바라보던 혈령자는 이내 살기를 품었다.

혈령자는 혈신족에서 지불할 대가를 생각해 늠동 노인까지는 내세우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늠동 노인, 저 건방진 녀석을 죽여 주세요.”

혈령자가 공손하게 건넨 말에 늠동 노인은 목진을 무덤덤하게 쳐다봤다. 이에 주위에 휘몰아치는 눈꽃의 속도가 점차 급박해지더니 공간마저 찢어졌다.

다들 목진이 죽을 거라 여기던 그때, 늠동 노인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말했다.

“난 저 아이를 못 죽인단다.”

혈령자는 순간 자기 귀를 의심했다.

“그게 무슨 말씀이신가요? 지지존 대원만급 실력으로 저 녀석을 죽이는 것은 식은 죽 먹기가 아닌가요?”

상황을 살피던 사람들도 어리둥절해졌고 낙천신 등도 두 눈이 휘둥그레진 채 목진을 바라봤다.

“허허, 노인네 말대로라네. 내가 있는 한 아무도 목진을 죽이지 못할 거라네.”

그때 갑자기 앳된 웃음소리가 들리더니 목진의 옆쪽 공간에 파동이 일었고 그 속에서 자그마한 소녀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러자 확 떨어졌던 온도가 빠르게 올라갔다.

낙천신, 혈령자 등은 눈가를 파르르 떨며 자그마한 소녀를 쳐다봤다.

“지지존 대원만이라니!”

낙천신과 혈령자가 화들짝 놀라 외치자 사람들은 두 눈이 휘둥그레진 채 목진 옆을 바라봤다. 그때 요동치던 공간에서 자그마한 소녀가 나타났다.

“저렇게 어린아이가 지지존 대원만급 강자라니!”

누군가 믿기지 않은 듯 물었다.

“멍청한 놈, 저 정도 등급의 강자가 정말 어린 계집일 리가.”

만다라의 겉모습에 매혹되지 않은 누군가가 답했다.

“목진은 도대체 뭐란 말인가? 어찌 지지존 대원만급 강자마저 모셔왔단 말인가!”

누군가 이내 감탄하며 말했다. 지지존 대원만급 강자는 서천대륙에서도 최정예급이라 강대한 인맥이 필요할 뿐만 아니라 엄청난 대가를 치러야만 움직일 수 있었다.

이에 혈신족도 늠동 노인을 데려오기 위해 엄청난 대가를 치렀다. 그런데 목진한테도 지지존 대원만급 강자가 있을 줄은 몰랐다.

혈령자는 표정이 일그러진 채 검은색 치마를 입고 목진 옆에 서 있는 소녀를 쳐다보고는 안색이 일그러졌다.

낙신족을 전멸하기 위해 준비한 그의 최강 필살기마저 막힐 줄은 몰랐다.

“목진은 도대체 뭐 하는 사람이란 말인가!”

혈령자는 이 말만 계속해서 되풀이했다. 지지존 대원만급 강자는 아무 세력에나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는 그제야 늠동 노인의 말이 이해가 갔다. 늠동 노인은 확실히 만다라 같은 지지존 대원만급 강자를 곁에 둔 목진을 죽일 수 없었다.

“늠동 노인…….”

혈령자는 눈가를 파르르 떨며 늠동 노인을 바라봤다. 혈신족에서는 늠동 노인에게 엄청난 대가를 치렀기에 이대로 포기할 수가 없었다.

그러나 늠동 노인은 혈령자의 애원의 눈길을 무시한 채 만다라한테 돌아섰다.

“자넨 서천대륙 사람이 아니지 않나? 이렇게 서천대륙의 내전에 끼어드는 것은 서천전전에서 정한 규칙에 어긋나네.”

늠동 노인은 일부러 서천전전에 힘을 줘서 말했다. 서천대륙의 지배자는 서천전전이라 아무리 만다라가 지지존 대원만급 강자라도 그들의 지역에서 함부로 나설 수는 없었다.

서천전전의 주인인 서천전황은 대천세계에서 유명한 천지존이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만다라는 그 뜻을 알아채고도 대수롭지 않다는 듯 입을 삐쭉 내밀며 말했다.

“목진은 낙신족의 사위라 낙신족을 위해 싸울 자격이 있고, 목부의 주인이기도 하니 목부 사람인 우리가 부주님을 지킬 자격이 있지 않은가?”

만다라의 말에 늠동 노인은 깜짝 놀라 목진을 바라봤다.

만다라도 목부 사람이고 목진을 주인으로 모신단 말인가?

지지존 대원만급 강자를 부하로 두려면 실력이 천지존경에 이르러야 가능했다!

천지존급 강자라야 지지존 대원만급 강자보다 뛰어난 실력을 갖춰 이를 장악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만다라는 하위 지지존일 뿐인 목진을 주인으로 모신다니. 다들 이 사실을 믿을 수가 없었다.

지지존 대원만급 강자가 거짓말을 할 리도 없었다. 굳이 체면을 구기면서까지 그럴 필요가 없기 때문이었다.

혈신족에도 지지존 대원만급 강자가 없었기에 혈령자도 깜짝 놀랐다.

“저 녀석은 왜 이렇게 운이 좋단 말인가?”

혈령자는 목진이 너무 질투가 났다. 혈신족에 지지존 대원만급 강자가 한 명이라도 있었다면 이미 소서천계를 통일했을 것이다.

정작 목진은 무덤덤하게 어깨만 들썩였다. 그는 만다라가 부주의 자리에 오르기 싫어 억지로 떠넘긴 거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그녀의 체면을 고려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이에 늠동 노인은 목진을 지그시 바라봤다. 만다라의 말이 사실이라면 목진한테는 더 강한 뒷배가 있을 것이 분명하단 생각이 들었다.

그도 지지존 대원만급 강자라 같은 등급 강자의 마음을 잘 알았다. 목진에게 엄청난 뒷배가 있지 않고서는 만다라가 절대 그의 부하로 남지 않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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