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77화. 4대 성자
탕!
낙리는 예리하기 그지없는 검기를 발하는 낙신검으로 세 사람의 미간을 가리키고는 검을 휘두르지 않고 은색 단약을 하사했다.
“너흰 죽을죄를 지었지만 낙신족에서 수많은 자원을 들여서 너희를 이 정도 실력자로 배양하였으니 이대로 죽이기에는 아쉽구나.”
“낙수독단(洛水毒丹)을 삼키면 너희를 죽이지는 않을 것이다. 그리고 앞으로 공을 쌓아 속죄하거라.”
낙리의 말에 세 명의 하위 지지존들은 멈칫하더니 바로 무릎을 꿇고 은색 단약을 꿀꺽 삼켰다.
“살려줘서 고맙습니다. 그리하겠습니다, 낙황!”
그들은 낙수독단이 얼마나 독한지 잘 알고 있었다. 낙수독단을 복용하면 해마다 낙리한테서 해독제를 받아 가야 한다. 안 그러면 낙수가 육신을 모조리 부식시킬 것이다.
하여 그들은 살아남기 위해서라도 낙리의 명을 따라야 하지만 죽는 것보다는 훨씬 나았다.
낙리는 차가운 눈빛으로 세 사람을 힐끗 쳐다봤다. 그녀는 혈신족과 결탁한 세 사람을 죽이고 싶었지만, 간신히 화를 다스리고 낙신족의 앞날을 위해 살려두기로 했다. 낙신족은 멸망의 위기에서 벗어나긴 했지만 정예급 강자가 너무 적어 그들을 죽이면 지지존경에 오른 사람이 낙천신, 낙천룡과 낙리 세 사람밖에 없었다.
그렇다고 그들을 쉽게 용서하고 싶지도 않았다. 안 그럼 낙신족이 커가는 데 방해가 될 것이다.
낙리는 다시 황족 친족 사람들한테 눈길을 돌렸다. 오늘 일은 비록 세 명의 하위 지지존들이 저지른 일이지만 황족 친족 중 일부 사람들의 뜻이기도 했다.
“황족 친족은 왕족으로 강등할 것이고 앞으로 큰 공을 세워야 다시 황족으로 복귀할 수 있을 것이다!”
낙리의 말에 황족 친족 사람들은 순간 사색이 되었다. 왕족이라니, 황족 신분의 박탈은 그들에겐 치명적인 타격이었다.
그러나 그들은 낙리의 명을 따르는 수밖에 없었고 세 명의 하위 지지존이 미울 따름이었다.
그들은 감히 낙황의 자리에 오른 낙리를 미워할 수 없어 권위에 눈먼 세 하위 지지존을 탓했다.
이에 세 명의 하위 지지존들의 안색이 더 어두워졌다. 그들은 완전히 민심을 잃어 앞으로 낙리의 명에 잘 따르는 수밖에 없었다.
낙천신은 허공에 서서 상황을 지켜보더니 만족스러운 듯 미소를 지었다. 그는 낙리의 처분이 마음에 들었다.
“쯧쯧, 네 정인은 참 대단해. 적어도 목부의 주인인 너보다는 말이야.”
만다라는 낙리가 손쉽게 황족 친족을 처분한 것을 보더니 피식 웃으며 말했다. 그녀는 세 명의 하위 지지존을 부하로 들였을 뿐만 아니라 민심을 잃게 하여 더는 반항하지 못하도록 쐐기를 박았다.
만다라의 말에 목진은 머쓱해서 코를 만지작거렸다. 그는 이런 일에는 능숙하지 않아 낙리와 비교하면 많이 부족했다.
“허허, 부주님은 자연의 순리에 맡겨 세력을 다스리는 것이네.”
유천도 등이 다가와 목진의 편을 들었다. 그들도 낙리의 수단에 조금 놀랐는데 만약 그녀가 목부의 안주인이 되면 부하들은 살아남기 쉽지 않을 것이다.
부하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이 바로 아랫것들을 다스리는 수법이 매서운 주인을 두는 것이었다.
만다라는 유천도 등의 마음을 꿰뚫어 보기라도 한 듯 피식 웃었다.
“인제 더는 위험한 것 같지 않으니 이틀 뒤, 난 저들과 함께 천라대륙으로 돌아갈게. 목부를 세운 지 얼마 안 돼서 만성노조 혼자서 감당하기 힘들 거야.”
만다라의 말에 목진은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한 세력의 주인이 되는 것에 서투르지만 목부를 세운 이상, 무시할 수는 없었다.
목부에는 현재 만다라 등이 필요했다. 아직 대라천역이 일통되지 않아 목부가 낙신족보다 더 위험하다고 볼 수 있었다. 아무리 정예 세력이라도 순식간에 멸망할 가능성이 있었다. 성마궁처럼 말이다.
“이번엔 정말 고마웠어.”
목진의 말에 만다라는 괜히 그를 흘겨봤다.
“넌 목부의 주인이고 우리는 목부의 부하이니 네 명을 따르는 것이 당연해.”
만다라가 머뭇거리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
“대륙의 후손 쟁탈전은 조심해야 해.”
그는 목진이 아직 사용하지 않은 수단이 많다는 걸 알지만 하위 지지존 전장이 아닌 상위 지지존 전장에 들어가 걱정이 되었다.
상위 지지존들이 즐비한 곳에서 우승해 대륙의 후손이 되는 것은 절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염제께서 왜 너더러 굳이 대륙의 후손 쟁탈전에 참석하게 했는지 모르겠어.”
만다라는 멀리서 낙천신과 담소를 나누고 있는 염제를 힐끗 보며 원망했는데 목진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는 염제의 결정에 원망은커녕, 고맙기만 했다. 염제께서는 목진의 수련에 도움이 되라고 일부러 상위 지지존 전장에 들인 것이다.
박옥은 갈고 닦아야 아름다운 빛을 발하기 때문이었다.
목진은 비록 강자가 되어 낙리를 찾아왔지만 여기서 멈출 수는 없었다. 어머니가 아직 부도신족에 있기 때문이었다.
목진은 비록 강해지긴 했지만 어머니를 구해내려면 아직 부족했다.
목진은 반드시 상위 지지존 전장에 들어가야 했다!
그리고 반드시 대륙의 후손이 될 것이다!
낙신족 사건은 이미 끝났지만, 그날 벌어진 일은 며칠 사이 널리 퍼져 서천대륙 전체가 들썩였다.
염제와 전황의 등장만으로 사람들은 깜짝 놀랐다.
소서천계는 서천대륙의 한 구역으로 4대 신족의 고향이라 터가 나쁘지는 않지만 서천대륙 전체를 놓고 보면 보통일 뿐이었다.
그런데 소꿉장난일 거라 여겼던 일에 무려 염제와 전황이 개입할 줄이야…….
사람들은 그날의 일이 점차 흥미로워져 사건의 전말을 자세히 조사했고 그 결과에 화들짝 놀랐다. 이건 전부 실력이 하위 지지존경밖에 안 되는 젊은이 때문에 벌어진 일이었다.
목진은 하위 지지존일 뿐이지만 그를 주인으로 둔 목부에 하위 지지존이 여러 명 있을 뿐만 아니라 지지존 대원만급 강자도 한 명 있었다!
지지존 대원만급 강자라니!
이 정도 실력은 서천대륙에서 서천전황 다음으로 강한 존재로 한 구역의 패주가 되고도 남을 텐데 겨우 목진의 부하가 되었다!
사람들은 이토록 괴이한 상황이 이해되지 않았고 목진이란 사람이 더 궁금해졌다. 다들 하위 지지존의 실력으로 지지존 대원만급 강자를 부하로 두었다면 분명 범상치 않은 사람일 거라 생각했다.
서천대륙은 서천전전에서 전해진 소식에 다시 한번 떠들썩해졌다.
전황이 직접 나서서 목진이 이번에 대륙의 후손 쟁탈전에 참가할 것이고 그가 들어갈 전장은 상위 지지존 전장일 거라 발표했다!
이 소식에 서천대륙 사람들은 천라대륙 사람인 목진이 서천대륙의 대륙의 후손 쟁탈전에 참가하는 것이 못마땅해 씩씩거렸다.
굴러온 돌이 운 좋게 쟁탈전에 참석하는 것도 모자라 하위 지지존의 실력으로 상위 지지존 전장에 뛰어들려 하다니!
정녕 서천대륙의 상위 지지존들이 허수아비인 줄 아는 건가?
상위 지지존들은 너무 화가 나 괜히 웃음만 나왔다. 목진이 낙신족을 지키기 위해 놀라운 실력을 선보이긴 했지만 하위 지지존 중 최정예급은 될 수 있어도 그게 상위 지지존에 도전할 자격이 있다는 건 아니었다.
지지존의 경지의 차이는 상당히 컸다. 북계에서 만다라는 가장 먼저 상위 지지존경에 이른 뒤, 신각을 없앴고 천현전, 유명궁 등을 강제로 끌어모아 북계 연맹을 만들었다. 이건 만다라가 상위 지지존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것만 봐도 상위 지지존과 하위 지지존의 차이가 얼마나 큰지 알 수 있었다.
그런데 목진이 하위 지지존의 실력으로 서천대륙의 상위 지지존과 싸우려 하다니, 다들 목진을 안하무인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하여 상위 지지존들은 전장에 들어가 목진과 마주치면 서천대륙에 온 것을 후회하게 해주리라 다짐했다.
* * *
“서천전전에서 전한 소식에 넌 상위 지지존들의 적이 되었어.”
낙신궁에 있던 낙리는 그 소식을 듣고는 목진이 걱정되었다.
정작 목진은 대수롭지 않게 웃기만 했다. 대륙의 후손 쟁탈전은 아무나 참가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서 서천대륙 사람들의 미움을 살 수밖에 없었다.
대신, 전황이 전한 소식에는 목진에 대한 불만이 깃들어 있어 일부 강자들이 전황한테 잘 보이려고 일부러 목진의 앞길을 막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서천전황은 일부러 그런 게 분명했다. 전황은 천지존이라 직접 목진을 상대할 수 없지만 소식만 흘리면 부하들이 알아서 처리해줄 것이다.
아무튼 이번 대륙의 후손 쟁탈전은 상당히 험난할 것이다.
“서천전황은 참 속 좁은 사람이군.”
옆에 있던 낙천룡이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 그는 며칠 동안 목진을 살펴봤는데 그가 정말 마음에 들었다. 게다가 낙리와 서로 좋아하는 사이였으니 당연히 목진 편을 들 수밖에 없었다.
낙천룡은 목진을 힐끗 쳐다보며 말을 이어갔다.
“아무리 생각해도 아닌 것 같으니 포기하거라.”
목진을 무시해서 하는 말이 아니었다. 목진이 하위 지지존 전장에 들어가면 분명 최후의 승리를 거둘 수 있으리라 믿지만, 상위 지지존 전장이라…….
하위 지지존의 실력으로 서천대륙의 수많은 상위 지지존들과 싸워 최후의 1인이 되기란 거의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런데 목진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염제께서 어렵게 구해준 자격인데 어찌 포기할 수 있을까?
“고집도 참!”
낙천룡은 눈을 부릅뜬 채 낙리를 바라봤다.
“얼른 타이르지 않고 뭘 하는 것이냐? 서천대륙의 상위 지지존들이 저 아이를 죽이지 못해 안달이 났을 거란다.”
그러나 낙리는 입을 가리며 웃더니 족자를 꺼내 목진한테 건넸다.
“서천대륙과 서천전전 통제 구역 내, 모든 상위 지지존의 정보가 들어있어. 상위 지지존 전장에 들어가려면 이 정도는 알아두는 것이 좋을 것 같아서.”
목진은 이내 화색이 되었다. 그는 비록 상위 지지존 전장에 들어가는 것이 두렵지 않지만 자만하지도 않았다. 하여 낙리의 정보는 그한테 상당히 중요했다.
낙천룡은 낙리가 목진을 타이르기는커녕, 몰래 정보를 수집해서 건네자 더욱 화가 나 씩씩거렸다.
이에 낙천신이 웃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아이들이 하고 싶은 대로 하게 두거라.”
낙천신은 목진이 상위 지지존 전장에 들어가기로 한 이상, 믿는 구석이 있을 거라 확신했다.
낙천신도 그게 무엇인지 모르지만 말이다. 하위 지지존이 상위 지지존을 상대하기란 너무 어려웠다. 그러나 그는 목진을 믿어보기로 했다.
두 사람의 대화에 낙리도 생긋 웃었는데 목진은 그녀의 아름다움에 푹 빠져 뚫어져라 쳐다봤다.
“서천대륙과 서천전전 휘하의 상위 지지존의 수가 결코 적지 않은데 그중에서 특히 이 세 사람을 조심해야 해.”
낙리가 부끄러워 괜히 목진을 노려보며 말했고, 목진은 이내 정색하며 물었다.
“그게 누군데?”
“성진각(星辰閣) 각주, 유성진(柳星辰).”
“낭야검선(瑯琊劍仙), 소모(蘇慕).”
“패도, 초문(楚門).”
낙리의 말에 낙천신마저 이내 정색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들은 서천대륙에서 아주 유명하고 같은 등급의 강자들과 싸워 이겼다는 공통점이 있단다. 내가 비록 실력이 돌아오긴 했지만 이들 중, 누굴 만나든 기껏해야 살아남을 수 있을 뿐이니 이들 셋이 바로 상위 지지존 전장에서 강력한 우승 후보일 거란다.”
“유성진, 소모, 초문이라…….”
목진도 순간 숙연해졌다. 낙천신마저 인정할 정도면 세 사람은 정말 대단한 인물일 것이다.
“그들이 강력한 우승 후보이긴 하지만 진정한 강자는 따로 있어.”
낙리가 한 말에 목진은 눈가를 파르르 떨었다. 낙천신마저 상대하기 버거워하는 유성신 등도 진정한 강자가 아니란 말인가?
이에 낙천신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
“유성진 등의 실력도 뛰어나지만 타고난 그들과 비교하면 부족하단다.”
“타고났다니…….”
목진은 멍하니 낙리를 바라봤다.
“서천전전에 4대 성자가 있는 데 각각 대성자 영전자(靈戰子), 2 성자 영검자(靈劍子), 3 성자 영룡자(靈龍子), 4 성자 영비자(靈妃子)야.”
“3 성자까지는 상위 지지존 전장에 들어갈 거야. 이들은 서천전황이 이번 대륙의 후손 쟁탈전을 위해 엄청나게 심혈을 기울여 키운 인재들이야!”
“이들 셋은 서천대륙에서 아주 유명하고 공통점도 있어…….”
낙리는 갑자기 멈칫하더니 안색이 조금 어두워졌다.
“그게 뭐야?”
목진이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이에 낙리는 낙천신을 힐끗 보더니 그제야 다시 입을 열었다.
“다들 상위 지지존을 완전히 죽인 적이 있어.”
“상위 지지존을 죽였다니!”
목진은 안색이 확 어두워졌다. 그는 그제야 서천대륙의 대륙의 후손이 되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깨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