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79화. 공격과 구원
목진은 오래된 땅에서 어두운 빛을 띤 화염으로 점차 투명해지는 부도탑을 제련하며 부단히 조기를 주입해 거의 완벽에 가까운 성부도를 이뤘다.
그의 부도탑은 수정같이 영롱하고 오묘했다.
목진은 자신이 만들어낸 수정 부도탑이 보통 물건이 아닐 거란 확신이 들었다. 이건 일전의 검은색 부도탑과 비교할 수 있는 정도가 아니었다.
그런데 그때, 오래된 땅에 갑자기 광풍이 일고 폭우가 쏟아지더니 먼 곳 공간이 찢어지고 메마른 거수가 나타나 그를 향했다.
이와 동시에, 누군가 잔뜩 화가 난 듯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어디서 온 도둑놈이 감히 부도신족의 족지에 몰래 들어와 조기를 훔치는 것이냐?”
잔뜩 화가 난 듯한 목소리가 구천의 뇌명처럼 울려 퍼지자 천지가 파르르 떨렸고 육안으로도 확인 가능한 영력 파동이 미친 듯이 휘몰아쳤다.
잇따라 메마른 거수는 하늘을 가르며 목진에게 향했는데 갑작스러운 변고에 목진은 화들짝 놀라 수정처럼 영롱한 부도탑을 소환하며 미친 듯이 철수했다.
순간, 부도탑에서 수정 같은 빛을 발했는데 신성한 기운이 깃든 것 같은 빛이 모여 공간 소용돌이를 이뤘다.
목진은 수정 부도탑이 형성한 공간 소용돌이를 건너 족지를 떠나려 했다.
“어딜 도망가려 하는 것이냐!”
그런데 그때 누군가의 목소리가 다시 들리더니 오래된 땅에 갑자기 수많은 별이 나타났다. 자세히 보니 별들은 억 개도 넘는 영인으로 서로 이어져 이 구역을 감싼 커다란 영진을 이뤘다.
목진은 상대방이 바로 오래된 땅을 장악한 것을 발견하고 불안해졌다.
“가두거라!”
멀리서 들려온 소리와 함께 목진의 뒤쪽에 나타났던 공간 소용돌이가 회전을 멈췄고 그가 숨어든 수정 부도탑도 꼼짝하지 못하게 되었다.
꼭 이곳의 공간과 시간이 봉인된 것 같았고 목진은 호박에 갇힌 벌레처럼 살아있는 것 같지만 움직일 수가 없었다.
아무리 목진이라도 절망스러울 수밖에 없었는데 그는 바로 이를 악물고 어렵게 만들어낸 수정 부도탑을 부수고 도망가려 했다.
그리하면 손해가 엄청날 것이다. 수정 부도탑의 수련만 해도 상당히 어려웠으니, 이번 기회를 놓치면 앞으로 더는 만들어낼 수 없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그가 여기서 벗어나지 못하면 부도신족에서 그의 육신을 찾아내는 것은 시간문제일 거라 그한테는 더 불리했다.
하여 목진은 별다른 수가 없었다.
“폭발하라!”
“뭐지?”
목진이 수정 부도탑을 폭발시키려 할 때, 주위에 갑자기 영인들이 나타난 것을 발견했다. 이는 커다란 영진의 일부인데 갑자기 연결이 끊어져 목진에 대한 구속도 풀렸다.
너무 갑작스러워 멍하니 서 있던 목진은 바로 수정 부도탑과 함께 뒤쪽 공간 소용돌이에 뛰어들었다.
“호조 영진(護祖靈陣)에 결함이 생기다니!”
상대방도 흠칫 놀라더니 목진이 도망가는 것을 발견하고 버럭 소리를 질렀다.
“거기 서거라!”
쿵!
허공에 떠 있던 메마른 거수가 내려앉자 천지가 무너지는 것 같았고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무서운 힘이 공간을 가르며 순식간에 목진의 위쪽을 감쌌다.
상대방은 목진을 도망가지 못하게 해놓고 죽이려는 것이다.
파멸의 힘이 다시 강림하자 목진은 심장이 철렁였다. 찰나의 시간만 있으면 공간 소용돌이를 넘어 도주에 성공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러나 상대방은 그럴 기회를 전혀 주지 않았다.
그 찰나에 목진의 생사가 달려 있었다.
목진은 뜬눈으로 파멸의 힘이 자신을 향하는 것을 바라보고만 있었는데 다시 변고가 생겼다.
위잉.
목진 주위의 공간에 다시 수많은 영인이 나타나더니 호조 영진을 움직여 목진의 위쪽에 얇은 방어막을 형성했다.
퍽!
메마른 거수의 공격에 얇은 방어막은 와장창 부서졌지만 찰나의 시간이 주어졌다.
하여 목진은 수정 부도탑을 조종해 공간 소용돌이에 들어가며 영인들을 힐끗 쳐다봤는데 친근한 기운을 느끼고 바로 깨달았다.
“어머니, 역시 어머니셨나요?”
목진은 순간 눈가가 촉촉해졌다. 위험한 순간, 목진을 두 번이나 구해준 사람은 필경 그의 어머니일 것이다!
부도신족에서 목진을 도와줄 가능성과 능력이 있는 사람은 그의 어머니밖에 없었다.
“어머니, 부디 절 기다려주세요. 제가 반드시 어머니를 구하고 아버지와 만나게 해드릴게요!”
목진은 공간 소용돌이가 빠르게 어두워지고 오래된 공간도 사라진 것을 확인하고는 조용히 다짐했다.
잇따라 오래된 땅의 파멸의 파동도 바로 사라졌다. 진부한 기운을 내뿜는 노인이 나타나 공간 소용돌이가 사라진 공간에 남은 기운으로 목진이 있는 곳을 알아내려 했지만 표정이 썩 좋지 않았다. 그가 아무리 찾으려 애를 써도 아무런 흔적도 없었다.
그의 실력으로도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이에 노인은 한껏 어두워진 얼굴로 고개를 들고 오래된 하늘을 쳐다봤다.
* * *
어둡고 조용한 탑에 조용히 앉아 있던 여인은 갑자기 눈을 뜨고 어딘가를 바라보며 입꼬리를 씰룩거리고는 다시 차분해졌다.
위잉.
그때 탑 속 어두운 공간이 갑자기 일그러지더니 창로한 얼굴이 나타나 잔뜩 화가 난 듯 여인을 쏘아봤다.
“청연정, 뭘 한 것이냐?”
이에 여인은 고개를 들고 노인을 바라보며 대수롭지 않게 답했다.
“대장로께서 무슨 말씀을 하시는 건지 모르겠네요.”
“일전에 도둑놈이 족지에 몰래 들어가 조기를 훔쳤는데 중요한 시기에 호조 영진에 문제가 생겨 녀석의 도주를 도왔단다!”
창로한 얼굴이 버럭 소리를 지르자 청연정은 피식 웃으며 물었다.
“그게 저와 무슨 관계가 있죠?”
“흥, 무슨 관계라니! 너도 호조 영진을 만드는 데 참여했으니 손을 쓰는 것이 얼마나 쉬웠을까? 내가 나이가 들었다고 정말 멍청해진 줄 아느냐? 일전에 우리 종족의 조기를 훔친 녀석은 네가 숨긴 아이가 아니냐?”
대장로가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
“그래요?”
“내가 그 아이를 너무 쉽게 생각했더구나. 몇 년 사이, 벌써 그렇게 성장했다니…… 벌써 성부도탑을 만들어낸 것으로 보아 네 혈맥을 계승한 것이 분명하구나. 그렇다면 우리가 당연히 그 아이를 중시해야 할 터, 당장 장로를 파견하여 녀석을 잡아 와야겠구나!”
무덤덤하게 앉아 있던 청연정은 바로 미간을 찌푸리더니 사나운 눈빛으로 대장로를 쳐다봤다.
“장로를 파견하면 나도 가만있지 않을 거예요!”
부도신족의 장로는 지위가 상당히 높은 천지존이라 일단 나서면 목진한테 엄청난 위협이 될 것이다.
“네가 뭘 할 수 있다고 그러는 것이냐?”
대장로는 음산한 눈빛으로 청연정을 바라보며 물었다. 그는 여인의 위협이 같잖았다.
이에 여인이 대장로를 힐끗 보고는 눈을 감았다. 그러자 흑탑이 파르르 떨리더니 그녀를 제압했던 봉인들이 하나씩 부서지기 시작했고 부도신족의 장로원이 조종해야 마땅할 수호 영진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너!”
대장로는 두 눈을 부릅뜨고 청연정을 노려봤다.
“영진 방면의 조예가 이 정도까지 이른 것이냐? 몰래 우리 종족의 수호 영진도 장악한 것이냐?”
“대장로님, 전 당신들이 두려워 타협하고 이곳에 돌아와 벌을 받은 것이 아니라 내 아이를 해칠까 봐 그랬던 거예요. 그런데 당신들이 기어코 내 아이를 해치려 한다면 어떤 대가를 치를 것인지 잘 생각해야 할 거예요.”
청연정이 자리에서 일어나자 주위에 수많은 영인이 번쩍였다. 그녀는 평온한 눈빛으로 대장로를 쳐다보며 말했다. 그녀는 지금 평소 조용하게 벌을 받던 청연정이 아니었다. 누구든 그녀를 잘못 건드리면 엄청난 대가를 치러야 할 것이다.
보아하니 대장로는 그녀의 아이, 목진 일로 제대로 그녀의 심기를 건드렸다.
대장로는 위험해진 청연정을 보고는 안색이 조금 어두워졌다. 상대방의 결연함이 충분히 느껴졌기 때문이다. 아마 그가 천지존을 파견하면 청연정은 바로 공격을 개시할 것이고 부도신족의 실력으로 결국 그녀를 제압할 수 있겠지만 엄청난 대가를 치를 것이 분명했다.
아마 천지존이 죽을 수도 있었다.
이건 부도신족한테 큰 타격이 될 것이다. 천지존이 사라지면 대천세계의 어느 세력에서든 돌이킬 수 없는 손해일 것이다.
하여 대장로는 잠시 고민하다가 서서히 입을 열었다.
“천지존은 파견하지 않겠지만 네 아이는 반드시 잡아 와야 한단다.”
대장로는 목소리는 작았지만 그 뜻만은 절대 꺾지 않을 것 같았다. 그는 천지존은 파견하지 않겠지만 천지존이 아닌 강자는 충분히 파견할 수 있었다.
청연정은 드디어 안정을 되찾았다. 그는 오래된 종족의 진부함과 고지식함을 잘 알았고 그녀도 부도신족 사람이라 저들과 완전히 틀어지고 싶지 않았다.
그녀는 목진이 걱정되긴 했지만 전혀 받아들일 수 없을 정도는 아니었다. 목진이 정말 성부도를 만들어냈다면 지지존경에 이르렀다는 말인데 그 정도 실력이라면 적어도 자신을 보호할 능력은 있을 것이고, 싸움에서 져도 어떻게든 도주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생각에 청연정은 고개를 들고 저 멀리 어딘가를 바라보며 흐뭇하게 웃더니 가볍게 한숨을 쉬었다.
“아들, 내가 해줄 수 있는 건 여기까지란다. 나머지는 너한테 맡길게…….”
낙신궁 뒷산 정상에 앉아 있던 목진은 꼭 감았던 눈을 번쩍 뜨고는 이마에 맺힌 땀을 훔치며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다행이야.”
비록 부도신족의 족지에 몰래 들어간 것은 그의 본체가 아니지만 부도신족의 천지존한테 잡히면 육신의 위치를 찾아낼 것이 분명했다. 그때는 도망가고 싶어도 절대 기회가 없을 것이다.
어머니께서 중요한 순간에 도움을 주셨으니 망정이지 그러지 않았으면 목진은 지금쯤 어떻게 되었을지 알 수 없었다.
“어머니…….”
목진은 커다란 영진의 변고와 그를 보호한 힘을 떠올리고는 저도 모르게 흐뭇해졌다. 그는 비록 이번에 어머니를 뵙지 못했지만, 그녀를 느낄 수 있었다.
청연정은 아마 목진한테 대부도결을 남겨준 그 날, 오늘을 예상해 커다란 영진에 미리 손을 쓴 것일 수도 있었다. 그 덕분에 목진은 위험한 순간에 보호받을 수 있었다.
청연정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목진을 위해 애를 썼다.
“어머니, 걱정 마세요. 이제 전 그날의 연약한 소년이 아니에요.”
목진이 중얼거리며 주먹을 꽉 쥐었다. 그는 지금 지지존경에 이르렀을 뿐만 아니라 그를 주인으로 둔 세력까지 생겼고 상당한 인맥까지 갖고 있었다.
또한, 수중에 무조의 부적까지 있어 부도신족에서 천지존을 파견해도 전혀 대비책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또한, 그는 실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었다. 언젠가 외부의 도움이 없어도 부도신족이 그를 건드리지 못할 날이 오길 바라면서 말이다.
목진은 한참이 지나서야 마음을 가라앉히고 위험을 무릅쓰고 부도신족의 족지에 들어가 획득한 수확을 확인했다.
그가 마음을 움직이자 체내에 투명한 부도탑이 조용히 떠올랐다.
이는 검은색 부도탑보다 훨씬 정교했고 신성하고 신비로운 기운을 내뿜었다.
잠시 고민하던 목진은 수정 부도탑을 소환했는데 내부에서 영롱한 불씨가 나타나더니 활활 타올랐다.
수정 같은 화염은 상당히 아름다웠는데 목진은 그 속에서 상당히 위험한 파동을 읽었다.
일전의 부도탑으로 만들어낸 부도의 화염으로 적의 지존법신마저 녹일 수 있었는데 수정의 화염은 동일한 힘이 있으면서 그 위력이 훨씬 강했다.
목진은 수정의 화염의 난폭한 힘에 만족해 이내 고개를 끄덕이며 한 손을 결인하자 체내의 영력이 홍류처럼 휘몰아치며 수정 부도탑에 스며들었다.
후우.
수정 부도탑에 웅장한 영력이 스며들자 영력은 육안으로 확인 가능한 속도로 수정처럼 투명한 색깔로 변했다.
목진의 영력은 불사화와 융합해 보라색이었는데 수정 부도탑을 통과하더니 완전히 다른 오묘한 영력이 되었다.
목진은 수정 같은 영력을 느끼며 잠시 고민하더니 체내의 영력을 전부 수정 부도탑에 주입했다.
1각도 안 되는 사이, 목진의 체내는 수정 영력으로 가득 찼다.
잇따라 그가 자리에서 일어서자 피부에서 영롱한 빛을 발했고 손을 들어보니 손바닥에서 수정 같은 영력이 액체처럼 모여 천천히 흘렀다.
“영력이 강해졌어!”
목진은 체내의 바다처럼 웅장한 힘을 확인하고는 흠칫 놀랐다. 그의 체내의 영력이 몇 배나 강해졌다.
이 정도면 그는 하위 지지존 정상에 이른 거나 다름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