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80화. 곧 시작할 쟁탈전
“수정 부도탑이 영력을 전환해 증폭하는 능력이 있었군.”
목진은 이내 감탄하며 말했다. 이 두 가지 능력은 지지존은 물론이고 천지존이라도 솔깃할 정도였다.
그러나 목진은 수정 영력이 조금은 낯설었다. 불사화와 융합한 영력은 뜨겁고 영생불멸의 기운을 내뿜었다면 수정 영력은 신성하고 신비로운 기운을 풍겼다.
슉!
그때 멀리서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들리더니 낙리, 낙천신, 낙천룡이 다가왔다.
그들은 나타나자마자 흠칫 놀라 목진을 바라봤다. 다들 목진의 영력이 완전히 달라진 것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영력이 어찌 이렇게나 강해진 것이냐?”
낙천신이 가장 먼저 입을 열었다. 그는 현재, 목진의 영력이 열흘 전에 비해 몇 배나 늘어난 것이 느껴져 깜짝 놀랐다.
목진의 영력 향상 속도는 정말 무서울 정도였다!
낙천룡도 두 눈이 휘둥그레진 채 목진을 바라봤고 낙리도 흥미진진하게 바라보았다. 그녀는 목진한테 생긴 기적에 더는 놀라지 않았다.
“게다가 영력이 완전히 달라진 것은 왜 그런 것이냐?”
목진을 뚫어져라 쳐다보던 낙천신은 그의 영력 속성이 완전히 달라진 것을 발견했다. 영력 수련은 일단 확정하면 다시 수련하는데 엄청난 정력이 필요했다. 그런데 목진은 열흘밖에 수련하지 않았는데 어찌해 영력이 완전히 바뀌었단 말인가?
상위 지지존인 낙천신은 목진의 수정 영력이 일전의 영력과 전혀 다르다는 것을 바로 알아챘다.
이에 목진은 고개를 들고 미소를 지으며 낙천룡한테 말했다.
“천룡 삼촌, 저의 새로운 영력을 시험해 주실래요?”
낙천룡은 목진이 자신을 실험 대상으로 생각하는 걸 알면서도 대수롭지 않게 나섰다.
“네가 얼마나 대단한 걸 수련해냈는지 보자꾸나.”
목진은 가볍게 웃으며 낙천룡의 손목을 잡고 수정 영력을 상대방의 체내에 주입했다.
낙천룡은 바로 체내의 영력으로 목진의 영력을 방출하거나 없애려 했는데 영력이 갑자기 잠든 것처럼 고요해져 아무리 애를 써도 꼼짝하지 않았다.
1각도 안 되는 사이, 낙천룡의 강대한 영력은 완전히 사그라들어 영력 파동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마치 영력을 수련한 적 없는 일반인처럼 보였다.
체내의 영력이 작용하지 않자 낙천룡은 어쩔 바를 몰라 멍하니 목진을 바라보았다.
그때 옆에 서 있던 낙천신이 이내 정색하며 낙천룡의 어깨를 잡고 쓰윽 훑더니 흠칫 놀라 물었다.
“체내의 영력이 봉인됐어?”
“봉인되었다니!”
이번엔 목진마저 화들짝 놀랐다.
이에 낙천신은 이내 정색하며 고개를 끄덕이더니 낙천룡의 체내에 강력한 영력을 주입해 수정 영력을 없앴다. 그러자 그의 체내의 영력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영력 봉인은 풀렸지만 낙천룡은 여전히 귀신 보듯 얼굴이 하얗게 질린 채 목진을 쳐다봤다. 그는 일전에 순간 폐인이 된 것 같아 너무 무서웠다.
“수정 부도탑은 전환, 증폭뿐만 아니라 영력을 봉인하는 능력도 있구나…….”
목진도 놀라긴 마찬가지였다. 그는 수정 부도탑이 이렇게까지 대단할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전환, 증폭의 능력은 보조 작용이긴 하지만 실용적이고 봉인은 상당히 무서웠다. 아무리 지지존이라도 일단 체내에 목진의 수정 영력이 깃들어 영력이 봉인되면 순식간에 폐인이 될 것이다.
“대천세계에 봉인 능력이 있는 영력이 있다니!”
낙천룡은 아직도 믿기 어려운 모양이었고, 낙천신은 잠시 생각하더니 이상한 눈빛으로 목진을 바라봤다.
“내가 알기로 대천세계에서 부도신족이 봉인의 힘에 가장 능숙하다고 들었단다. 부도신족의 영력에 봉인 효과가 있어 상대하기 어렵다더구나.”
낙천룡은 흠칫 놀라 목진을 바라봤다. 설마 목진이 부도신족과 관계가 있단 말인가?
목진은 낙천신이 이토록 해박할 줄 몰라 당황했지만 두 사람한테 거짓말은 하고 싶지 않아 고민되었다.
“목진한테 새로운 수단이 생겼으니 대륙의 후손 쟁탈전에서 승산이 더 커졌네요.”
낙리가 때마침 나서서 화두를 돌리자 목진은 묵묵히 고마움을 표현했고 서둘러 수정 영력을 거뒀다. 수정 부도탑에서 벗어난 영력은 다시 불사화와 융합한 영력이 되었다.
목진은 양자의 완벽한 전환에 감탄을 금치 못했다. 부도신족이 대천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신족 중 하나가 될 수 있었던 데는 다 이유가 있었다. 해당 수단은 상당히 오묘했다.
“대륙의 후손 쟁탈전까지 열흘도 안 남았으니 며칠 뒤에 함께 서천전전으로 가자.”
낙리가 생긋 웃으며 한 말에 목진은 조심스럽게 물었다.
“너도 참가해?”
“우리 낙신족은 서천전전보다 서천대륙에 더 오래 있어 참가할 자격이 당연히 있지만, 난 너 같은 괴물이 아니라서 하위 지지존 전장에 들어가.”
낙리가 미소를 지으며 한 말에 목진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낙리는 비록 하위 지지존경에 이른 지 얼마 안 되었지만 유명한 낙신법신을 수련해 실력이 상당했다. 아마 그녀도 하위 지지존 전장의 유력한 우승 후보일 것이다.
“그럼…….”
목진은 피식 웃으며 말을 이어갔다.
“우리 함께 대륙의 후손이 되자. 서천전황이 우리를 괴롭히려 하면 우리도 당하고만 있을 수는 없지!”
“당연하지.”
낙리는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가리고 생긋 웃었다.
옆에 서 있던 낙천신과 낙천룡은 자신만만한 한 쌍의 연인을 보더니 씁쓸하게 웃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두 사람은 아마 서천대륙의 대륙의 후손 쟁탈전을 발칵 뒤집어 놓을 것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서천대륙은 떠들썩해졌는데 다들 곧 시작할 서천대륙의 대륙의 후손 쟁탈전에 관해 의논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이는 서천대륙 수백 년 사이에 일어난 가장 성대한 일이었다.
각 정예 세력들과 유명한 정예급 강자들이 서천전전에 가입한 이유는 서천전전의 보호가 필요한 것도 있지만 주된 이유는 서천대륙의 대륙의 후손 쟁탈전 때문이었다!
이는 지지존들한테 치명적인 유혹이었다.
현재, 대천세계에서 새로 천지존경에 오른 사람 중 대부분은 대륙의 후손이란 동일한 호칭을 획득했었다!
이것만으로도 수많은 지지존이 득달같이 달려들 만했다. 천지존은 수련자들이 꿈에도 그리는 경지로 그 단계에 이르면 대천세계의 진정한 거장으로 거듭나기 때문이었다.
천지존은 말 한마디만으로도 대천세계에서 주목을 받을 정도로 대단한 존재였다.
하여 천지존이 대륙을 차지하고 세력을 만들면 수많은 세력이 몰려가 충성을 맹세하곤 하는데 대부분 대륙의 후손 쟁탈전에 참가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이유였다.
서천대륙도 마찬가지였다.
* * *
서천전성은 서천대륙에서 불가침의 성역이지만 각 정예 세력의 수령들과 정예급 강자들은 일정한 시기를 제외하면 거의 오지 않는다.
그들은 다른 곳에서 패주로 부귀영화를 누릴 수 있지만 서천전성에 가면 굽신거려야 하니 얼마나 답답할까?
이건 다 서천대륙의 지배자가 이곳에 있기 때문이었다. 그는 바로 유명한 천지존, 서천전황이었다!
그런데 평소 한적하던 서천전성이 지금은 서천대륙에서 가장 떠들썩한 곳이 되었다.
이곳에서 대륙의 후손 쟁탈전이 벌어지기 때문이었다.
각 정예 세력들은 호호탕탕 서천전성에 모여들었고 서천대륙의 본토 세력들과 서천대륙 이외의 정예 세력들도 몰려왔다. 그들은 쟁탈전에 참가할 자격은 없지만 구경할 수는 있었는데, 언젠가 자격이 생기면 지금 본 것을 경험 삼아 사용하려는 것이다.
하여 현재, 서천전성 곳곳에서 지지존을 볼 수 있었다. 이에 관전하러 온 사람들은 이내 감탄했고 서천대륙, 심지어 대천세계의 절반 정도를 들썩인 대륙의 후손 쟁탈전이 자못 기대되었다.
아마 쟁탈전이 끝나고 대륙의 후손이 정해지면 바로 대천세계에 이름을 날릴 것이다.
* * *
서천전성의 중심에 웅장한 전각이 한가득 있었는데 이는 높은 산에 세워져 도성 전체를 눈에 담을 수 있었다.
이곳이 바로 서천전전이었다.
그중, 유난히 웅장하고 큰 대전에 네 사람이 무릎을 꿇고 앉아 있었다. 그리고 위쪽 왕좌에 한 사람이 웅장한 압력을 뿜어내고 있었는데 다들 감히 고개를 들지 못했다.
왕좌에 앉아 있는 사람은 바로 서천전황으로 눈을 감은 채 쉬고 있었고 무릎을 꿇고 있는 사람들은 서천전전에서 지위가 상당한 이들이었다. 그러나 감히 아무 소리도 내지 못했다.
“영전자, 영검자, 영룡자…….”
잠시 후, 서천전황이 드디어 눈을 뜨며 입을 열었다.
“네!”
네 사람 중 세 명이 고개를 번쩍 들고 공손하게 답했다.
그중, 가장 앞쪽에 있는 사람은 검은색 도포를 입은 사내로 수수하게 생긴 것이 전혀 눈에 띄지 않았지만, 눈동자에 늘 뜨거운 전의의 화염이 연소하는 것이 꼭 체내에 무한의 전의가 깃든 야수가 숨어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 뒤에는 3척 청봉을 등에 업은 훤칠한 사내가 있었다. 그는 늘씬한 몸매에 반짝이는 눈, 날렵한 눈썹, 온몸에서 날카롭기 그지없는 검의를 방출해 절세의 신검처럼 세상 만물을 자를 수 있을 것 같았다.
그 뒤에는 앞쪽 두 사람보다 훨씬 튼실한 사내로 몸 표면에 미세한 용린이 박힌 것처럼 보였고 체내에서 난폭한 용음이 들리는 것이 꼭 절세의 흉악한 용 같았다.
이들 셋이 바로 서천전전의 4대 성자로 서천대륙에서 상당히 유명했다. 하지만 서천전황 앞에서는 유난히 온순하고 공손했다.
서천전황은 그들을 힐끗 보며 말을 이어갔다.
“너흰 상위 지지존 전장에 들어가 하나밖에 없는 자리를 다툴 거란다.”
“너희 중 누가 이기든 최후의 승자는 서천전전이었으면 좋겠구나.”
“알겠느냐?”
이에 영전자, 영검자, 영룡자는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대신 너무 자만하지도 말거라. 너희 실력이 상위 지지존 중에서 괜찮은 건 사실이지만 서천대륙에서 제일가는 건 아니란다.”
“특히, 성진각 각주, 낭야검선, 패도는 대륙의 후손 때문에 서천전전에 가입한 것이고 여태껏 이를 위해 열심히 수련했으니 너희의 강적일 거란다.”
전황의 말에 영전자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고 영검자는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이전부터 낭야검선과 꼭 싸워보고 싶었는데 잘됐네요. 앞으로 그는 더는 검선이라 자칭하지 못하겠네요.”
영룡자도 씨익 웃으며 말했다.
“걱정 마세요, 전황님, 그들과 마주치면 고분고분 서천전전의 명을 따르는 편이 훨씬 낫다는 걸 제대로 가르쳐줄 거예요. 안 그럼 죽을 테니까요.”
서천전황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더니 손잡이를 치다가 한참 지나서야 다시 입을 열었다.
“그리고 목진이란 녀석은…….”
“염제가 그 녀석을 상위 지지존 전장에 들이라고 한 걸 보면 뭔가 있는 것이 분명하니 마주치거든 주의하거라.”
전황의 말에 세 성자는 순간 눈가가 파르르 떨렸다. 그들은 일전에 낙신족에서 벌어진 일을 잘 알고 있었다. 전황님마저 목진이란 녀석 때문에 원하는 바를 이루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현재, 서천전황은 분명 목진을 없애고 싶을 테지만 그의 신분과 염제 때문에 나설 수 없어 일부러 말을 흘리는 것이다.
하여 그들은 상위 지지존 전장에서 목진과 마주치면 서천전전은 하위 지지존 따위가 건드릴 수 있는 곳이 아니란 것을 제대로 보여주기로 마음먹었다.
서천전황은 녀석들을 쓰윽 훑더니 4대 성자 중 마지막 한 사람한테 눈길을 돌렸다.
“영비자, 넌 이번에 비록 하위 지지존 전장에 참가하지만 열심히 해야 한다.”
4대 성자 중 마지막 한 사람은 아름다운 여인으로 영롱한 몸매, 아름다운 얼굴에 눈물점까지 있어 더욱 매력이 넘쳤다.
그녀가 바로 영비자로 수련 시일이 영전자 등보다 짧아 아직 하위 지지존경일 뿐이라 하위 지지존 전장에 들어갈 것이다.
“걱정 마세요, 전황님. 하위 지지존 전장의 최후의 승자는 저일 거예요.”
영비자는 경외의 눈빛으로 전황을 바라보며 말했다.
“하위 지지존 전장에서 네가 우승하는 것은 어려운 일은 아니겠지만 변수가 생겼구나. 낙리가 낙신법신을 수련했으니 절대 무시하면 안 된단다.”
서천전황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는데 낙리를 언급할 때 목소리가 조금 떨렸다.
그의 미세한 변화를 알아챈 영비자는 낙리에게 괜히 질투가 났다.
“네, 전황님.”
이에 서천전황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당부의 말을 더하고는 네 사람을 떠나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