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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주재-781화 (780/1,000)

781화. 우승 후보

네 사람은 공손하게 대전에서 나와 멀리 떨어져서야 멈춰섰다. 그때 영검자가 이내 감탄하며 말했다.

“낙신법신을 수련한 낙리는 경국지색이라 두 번째 낙신이 될 거래. 그래서 전주님께서 나서셨는데도 빈손으로 돌아오셨지…….”

여색에 관심이 없던 영룡자마저 동의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은 주인님의 뛰어난 풍채와 매력을 잘 알고 있는데 낙리한테 통하지 않을 줄은 몰랐다.

“그녀한테 관심이 있으면 가서 만나 보세요. 마침 그녀의 마음에 들지 아나요?”

옆에서 갑자기 가녀린 목소리가 들리더니 영비자가 피식거리며 말하자 영검자와 영룡자는 머쓱하게 웃으며 바로 화두를 돌렸다.

“허허, 우리 영비자도 괜찮지. 하위 지지존 전장에서 너희 둘이 제대로 싸우겠구나.”

“그녀와 싸워보고 싶긴 해요. 그러다 그녀의 예쁜 얼굴을 망가뜨리면 사람들이 나를 얼마나 미워할까요?”

영비자가 입꼬리를 씰룩거리며 한 말에 영검자 등은 독사 같은 그녀의 마음이 훤히 보이는 것 같아 소름이 쫙 끼쳤다. 여인의 질투심은 참으로 무서웠다.

하위 지지존 전장에도 치열한 쟁탈전이 벌어질 것 같았다.

목진, 낙리 등이 서천전성에 도착했을 때, 그곳은 이미 사람으로 가득 찼고 가끔 웅장한 영력이 하늘 높이 솟아올랐는데 영력 파동으로 보아 지지존급 강자였다.

“진정한 강자들이 한자리에 모였군.”

목진은 이내 감탄하며 말했다. 이곳은 천라대륙에서 상고의 천궁을 열었을 때보다 더 떠들썩했고 참석한 사람들의 실력도 훨씬 강했다.

“대천세계에서 대륙의 후손이 되면 천지존이 되는 데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말이 나올 정도라 지지존경에 오른 사람이라면 이 엄청난 유혹을 당해낼 사람은 없을 거란다. 각 세력에서 한 사람만 파견할 수 없는 것이 아니라면 나도 참석하고 싶구나.”

옆에 서 있던 낙천신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낙신족은 비록 위기에서 벗어났지만 낙천신은 기꺼이 낙리, 목진과 함께 서천전성에 왔다. 일전에 전황이 내린 명령 때문에 서천대륙 사람들이 목진을 좋게 보지 않아 만일의 경우를 위해 함께 온 것이다.

“할아버지의 실력으로는 상위 지지존 전장에 참석해도 끝까지 살아남을 수 없을 거예요.”

낙리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

그녀는 현의를 입고 있었는데 영롱한 몸매가 더 아름답게 드러났다. 하지만 얼굴은 얇은 천으로 가려 보이지 않았다. 낙신법신의 수련에 성공한 뒤로 낙리의 미모는 나날이 아름다워졌기 때문이다. 목진마저 멍하니 쳐다보곤 하는지라 괜히 사람들의 눈길을 끌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어렴풋이 보이는 아름다운 얼굴에 몽롱한 매력까지 더해져 다들 그녀를 더 관심 있게 지켜봤다.

“목진 녀석은 하위 지지존의 실력으로 감히 상위 지지존 전장에 들어가는데 왜 아무 말도 없는 것이냐?”

손녀딸의 말에 낙천신은 화를 내며 물었다.

“염제께서도 목진을 믿으시는데 제가 뭐라고 감히 목진을 평가하나요?”

낙리가 생긋 웃으며 말했다.

“말은 참 잘하는구나!”

낙천신은 괜히 목진을 흘겨보더니 씩씩거리며 서천전성으로 들어갔다.

이에 목진이 무안한 듯 어깨를 들썩이자 낙리는 커다란 눈을 깜빡이며 그를 쳐다봤다. 목진은 이내 배시시 웃으며 손을 내밀어 몰래 그녀의 손을 잡았다.

낙리는 목진의 손을 뿌리치려 했지만 실패해 얼굴이 빨개진 채 조용히 목진과 함께 앞쪽 낙천신을 따라갔다.

세 사람은 간단한 수소문 끝에 서남쪽에 있는 군웅루(群雄樓)로 향했다. 그곳은 이번 대륙의 후손 쟁탈전에 참석하는 사람들의 집거지였다.

그러다 군웅루 앞에 도착한 세 사람은 웅장한 누각에 수백 갈래의 강대한 영력 파동이 얽히고설킨 것을 발견하고 깜짝 놀랐다.

이는 군웅루에 적어도 백 명의 지지존이 있다는 것을 의미했다. 현재, 서천대륙의 지지존이 대부분 여기 모였다고 봐도 무방했다.

목진 등은 군웅루에 들어갔는데 내부는 상당히 크면서 밝았고 떠들썩했다. 그리고 중심에 놓여있는 석비에서 계속해서 영광이 번쩍여 그 주위에 사람들이 잔뜩 모여있었다.

“저건 뭔가요?”

낙리가 어리둥절하여 물었다.

“저건 이번 대륙의 후손 우승 후보 순위란다.”

낙천신은 석비를 힐끗 보더니 히쭉 웃으며 목진을 바라봤다.

이에 목진은 관심이 생겨 다가가 일단 하위 지지존 전장의 우승 후보 순위부터 살펴봤는데 1위를 보자마자 저절로 웃음이 나왔다.

1위는 바로 낙리였다.

그녀의 이름 뒤에 숫자가 따랐는데 2억 3천만이었고 그 단위는 지존영액이었다.

“저건 사람들이 지존영액 이억 삼천만 방울로 낙리가 하위 지지존 전장에서 1위를 따낼 거라고 내기를 건 거란다.”

낙천신이 미소를 지으며 한 말에 목진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며 2위를 봤는데 그 주인은 영비자란 사람으로 뒤따른 숫자가 2억이나 되었다.

“4 성자 중 영비자란 말인가?”

순위가 바로 낙리의 뒤에 있는 것으로 보아 호락호락한 상대는 아닐 것 같았다.

잇따라 목진은 상위 지지존 전장에 눈길을 돌렸는데 그쪽 경쟁은 하위 지지존 전장보다 훨씬 치열했다.

그중, 1위는 서천전전의 4대 성자 중 대성자인 영전자로 뒤따른 숫자가 4억이었다. 목진은 그 엄청난 숫자에 몰래 혀를 내둘렀다.

천라대륙에서 대하 황조의 태자는 임정한테서 지존영액을 1억 방울 빼앗긴 것만으로도 날뛰었는데, 지존영액 4억 방울은 일부 정예 세력을 탈탈 털어도 절대 모을 수 없을 엄청난 양이었다.

그리고 2, 3위는 각각 영검자와 영룡자로 두 사람의 뒤따른 숫자를 더해도 5억은 넘었다.

“서천전전의 4대 성자는 역시 유명하군.”

목진은 서천전전의 3대 성자가 우승 후보의 3위권을 차지한 것을 발견하고 이내 감탄했다.

그 외, 4위부터는 낙리가 말했던 서천대륙의 정예급 강자인 성진각 각주 유성진, 낭야검선 소모와 패도 초문이었다.

이들 셋의 뒤따른 숫자도 영검자, 영룡자와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 것으로 보아 대부분은 그들이 서천전전의 3대 성자와 경쟁할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는 듯했다.

그 뒤로는 순위권에 뒤따른 숫자가 폭락했는데 다들 6위권까지 중에서 최종 승자가 나올 거라 여기는 것 같았다.

“네 이름을 봤느냐?”

목진이 도박판 규모를 감탄하고 있을 때, 옆에 서 있던 낙천신이 갑자기 피식 웃으며 물었다.

이에 목진은 순위권을 살피더니 순간 입가를 파르르 떨었다. 그는 석비의 최하단에서 자신의 이름을 발견했고 뒤따른 숫자는 겨우 50만밖에 안 되었다.

이는 억을 단위로 논하는 6위권과 비교하면 너무 처참한 숫자였다.

낙리는 이를 발견하고 바로 목진의 편을 들어줬다.

“사람들은 참 안목이 없어.”

정작 목진은 콧등을 쓸어내리며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나라도 상위 지지존 전장에 들어간 하위 지지존한테 투표하지 않을 거야.”

“자기 주제를 모르지는 않는군.”

그때 갑자기 음산하고 창로한 목소리가 들려와 목진과 낙리, 낙천신은 미간을 찌푸리며 뒤돌아봤는데 혈령자가 어느새 나타나 음침한 눈빛으로 그들을 쳐다보고 있었다.

“누군가 했더니 패배자였군.”

낙천신의 표정이 확 굳었다. 그는 목진을 가족으로 생각해 농담한 것이지만, 얄미운 혈령자가 갑자기 나타나 목진을 비꼬는 꼴은 절대 용납할 수가 없었다.

그런데 혈령자는 씨익 웃더니 뒤에 서 있는 사람한테 말을 건넸다.

“허허, 웅패(熊霸), 목진이 어떤 사람인지 궁금하다고 하지 않았나? 저 사람이 바로 목진이네.”

“녀석은 참 겁도 없지, 염제를 등에 업었다고 서천대륙의 상위 지지존이 전혀 안중에 없으니 말이네. 게다가 하위 지지존의 실력으로 굳이 상위 지지존 전장에 들어오려 하다니. 우습지 않나?”

혈령자는 일부러 높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 말에 떠들썩했던 누각은 조용해졌고 사람들은 한결같이 목진한테 눈길을 돌렸다.

“저 사람이 바로 목진이란 말인가?”

“이렇게 젊을 수가…… 놀랍긴 하지만 너무 오만하지 않은가? 상위 지지존 전장이 어디 하위 지지존 따위가 낄 수 있는 데란 말인가?”

“허허, 뒷배가 든든하니 참 좋지 않나? 우리 서천대륙 대륙의 후손 쟁탈전에도 참석하고 말이야.”

* * *

사람들이 수군대기 시작했는데 대부분 목진에 대한 불만이 담겨 있었다. 사람들은 서천대륙 사람이 아닌 목진이 서천대륙 사람도 함부로 참가할 수 없는 대륙의 후손 쟁탈전에 참가한 것에 불만이 많았다.

그때 혈령자 뒤에 서 있던 튼실한 사내가 살기 가득한 눈빛으로 목진을 바라보며 말했다.

“머리에 피도 안 마른 녀석, 너한테 준 기회가 아깝구나!”

그는 잔뜩 화가 나 있었다. 웅패도 상위 지지존이지만 서천전전에 가입한 지 얼마 안 되어 이번에 쟁탈전에 참가하지 못했는데 서천대륙과 아무런 관계도 없는 목진이 그 자격을 획득하다니 상당히 불쾌했다.

“나와 싸워볼 테냐? 내가 이기면 네 자격을 나한테 넘기거라. 그러지 않으면 네가 전장에 들어가도 목숨만 잃을 거란다.”

웅패라 불리는 웅장한 사내는 사악한 눈빛으로 목진을 쏘아보며 피식거렸다.

그러나 목진은 아무렇지 않게 서서 말을 툭 내던졌다.

“당신이 뭔데 감히 내 자격을 빼앗으려 한단 말입니까?”

목진의 말에 떠들썩했던 군웅루에 순간 정적이 흘렀고 사람들은 두 눈이 휘둥그레진 채 그를 쳐다봤다.

다들 다정하게 생긴 목진이 이렇게 패기 넘치는 줄 몰랐고 웅패한테 전혀 밀려나지 않았다.

상대방은 무려 상위 지지존인데도 말이다.

웅패는 서천대륙에서 다들 웅왕(熊王)이라 부르고 잔혹한 사람으로 유명한 사람이었다. 언젠가 한 세력과 다투다가 상대 쪽 하위 지지존 두 명의 육신을 갈기갈기 찢어버렸는데 그 뒤로 감히 그를 건드린 사람은 없다고 들었다.

그런데 목진이 감히 사람을 앞에 두고 저리 말하다니, 다들 그가 뭘 잘 모르고 함부로 덤빈 거라고 여겼다.

웅패도 순간 혈안이 되어 목진을 쏘아보며 이를 드러냈다.

“네 이놈, 네가 정녕 죽고 싶어서 나한테 그리 말한 것이냐?”

그런데 목진은 대수롭지 않게 웃으며 답했다.

“난 목부의 주인으로 지지존 대원만급 강자도 휘하에 뒀는데 상위 지지존 따위의 말에 뭘 그리 놀랄까요?”

이에 사람들은 흠칫하더니 이제야 목진이 일반 세력의 주인이 아니라 휘하에 무려 지지존 대원만급 강자를 뒀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이 정도면 서천대륙에서도 최정예급 세력에 속했다.

그러니 목진이 웅패 따위에게 겁먹지 않을 법도 했다.

웅패도 그제야 그 사실에 떠오른 듯 안색이 조금 어두워졌다.

“네가 설마 나를 잡으려고 목부의 부하들을 거느리고 올 것이냐? 그럼 서천전전에서 절대 가만두지 않을 것이다.”

웅패는 여전히 표독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말했지만 기세가 확 사그라들었다.

“허허, 네 휘하에 지지존 대원만급 강자가 있긴 하지만 너를 대신해 상위 지지존 전장에 들어갈 건 아니지 않나?”

웅패 앞에 서 있던 혈령자가 갑자기 피식 웃으며 한 말에 웅패도 가볍게 웃었다.

“하긴, 참 교활한 녀석이군. 난 네가 상위 지지존 전장에 들어갈 자격이 없다고 생각하는 것뿐이지. 휘하에 누굴 뒀는지는 관심이 없단다. 네가 설마 겁에 질려 괜히 핑계를 대는 건 아니냐? 그런 게 아니라면 내 공격을 한 번만 받거라. 네가 내 공격을 한 번만 받아낸다면 난 바로 사과할 것이고 더는 너를 괴롭히지 않겠다. 대신, 내 공격을 막아내지 못한다면 내가 너를 대신해 상위 지지존 전장에 들어가겠다. 그러지 않으면 네가 전장에 들어가도 바로 죽을 거란다.”

웅패는 튼실한 몸에 비해 머리가 그리 나쁜 편이 아니었다.

그의 목표는 목진의 자격을 뺏는 것이었다. 서천전황의 태도로 보아 웅패가 여기서 목진의 자격을 박탈하면 목진은 쟁탈전에 참가하지 못할 것이고 전황도 웅패의 참전을 묵인할 가능성이 있었다. 게다가 그의 환심까지 살 수 있었다.

웅패는 이처럼 일거양득의 일로 혈령자와 결탁해 목진을 찾아 온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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