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83화. 투표
“영력을 돌려받고 싶은 것 같으니 그냥 돌려주지요.”
목진은 가볍게 웃으며 다른 손을 가볍게 쥐었는데 빨간색 영력이 솟구쳐 눈 깜짝할 사이에 백 장 정도의 빨간색 영력 광구를 이뤘다.
그 속에 지극히 난폭한 영력이 깃들어있었다.
목진은 그 영력 광구를 웅패한테 힘껏 내던졌다.
“하하, 멍청한 녀석. 내 영력으로 나를 공격하려는 것이냐? 꿈도 야무지지!”
웅패의 말이 끝나자마자 빨간색 영력은 그의 몸에 빠르게 스며들었다.
“과연 그럴까요?”
목진이 괴이하게 웃는 순간, 웅패 체내의 영력이 무언가에 의해 감염이 된 듯 전부 사그라들었다.
1각도 안 되는 사이, 무서울 정도로 난폭했던 웅패의 영력은 완전히 사라졌다.
“내 영력이 어찌!”
웅패는 화들짝 놀랐다.
“당신도 내 공격을 한 번만 받아 보시오.”
웅패가 체내에 생긴 영력의 변고를 알아내기도 전에 목진은 씨익 웃으며 멍하니 서 있는 웅패를 향해 주먹을 힘껏 날렸다.
퍽!
나지막한 소리와 함께 웅패는 엄청난 타격을 입은 듯 지면에 길쭉한 흔적을 남기며 멀리 튕겨 나갔고 가슴팍이 움푹 파인 채 피를 토했다.
순간, 군웅루에 정적이 흘렀고 사람들은 두 눈이 휘둥그레진 채 목진을 바라봤다. 그들은 웅패의 난폭한 공격이 왜 아무런 효과가 없는지, 그가 목진의 공격에 어떻게 이토록 낭패를 보게 되었는지 아무것도 알지 못했다.
목진은 주먹을 거두고 고개를 들어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해진 채 서 있는 영비자를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그럼 자네가 낸 지존영액 팔천만 방울은 내가 갖겠네.”
군웅루의 중심에서부터 대문까지 깊숙한 흔적이 생겨났는데 사람들은 이를 보더니 안색이 점차 어두워졌다.
일전의 상황은 너무 괴이하여 다들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감도 잡지 못했다.
웅패의 공격은 상위 지지존이 전력을 다해 상대해도 어려울 정도였는데 목진은 한 손으로 쉽게 막아냈고, 압도적인 승리를 해야 마땅했던 웅패의 체내의 영력이 갑자기 사그라들어 목진의 반격에 피를 토하며 튕겨 나갔다.
이건 아무리 봐도 수상했다.
하여 사람들은 어리둥절한 눈빛으로 여전히 태연하게 서 있는 목진을 바라봤다. 이건 절대 웅패가 일부러 져준 것이 아니었고 목진이 몰래 어떤 수법을 사용한 것이 분명했다.
그런데 웅패가 이토록 낭패를 본 것만으로도 사람들은 하위 지지존 밖에 안 되는 목진이 확실히 범상치 않은 존재란 것을 알게 되었다.
그가 오늘 선보인 실력만 봐도 상위 지지존 전장에 들어갈 자격이 충분했다.
이 대결로 목진이 감히 상위 지지존 전장에 들어간다고 언짢았던 사람들도 마음을 바꾸고 목진이란 존재를 머리에 새겼다. 그들은 목진의 일전의 공격에서 위협감을 읽었다.
계속 목진을 무시했다가 상위 지지존 전장에서 마주치기라도 하면 웅패 같은 꼴이 될 것이다.
한편, 웅패는 혈안이 된 채 자리에서 일어났는데 완전히 사라졌던 난폭한 영력이 다시 미친 듯이 솟구쳤고 움푹 파인 가슴도 빠르게 회복했다. 목진은 살수를 두지 않았기에 웅패가 비참해 보이긴 해도 상위 지지존의 완강한 생명력과 비교하면 이 정도 상처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그러나 웅패는 체면을 잃은 것이 너무 분했다.
“네 이놈, 무슨 꼼수를 부린 것이냐!”
웅패는 자신이 대결에서 패배했다는 사실이 도무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는 체내의 영력이 왜 중요한 시기에 갑자기 사라졌고 말을 듣지 않았는지 이해가 안 됐지만 분명 목진의 수단이라고 여겼다.
그런데 목진은 옥병을 거두며 무덤덤하게 말했다.
“실력이 안 돼서 그런 것뿐이지요.”
“그건 절대 아니다.”
웅패는 버럭 소리를 지르더니 다시 공격을 개시하려 했다. 이에 목진은 여전히 태연하게 자리에 서 있었다.
“또 싸우게요? 그럼 지존영액 팔천만 방울을 내셔야죠.”
슉!
웅패는 그제야 멈춰 서서 씩씩거리더니 목진을 쏘아보며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더는 내 손에서 지존영액을 가져가지 못할 것이다.”
“나와 더 싸우고 싶으면 싸워도 돼요. 이제 목부의 지지존 대원만급 강자가 돈을 받으러 갈 것이오. 이런 일은 아무리 서천전황이라도 끼어들지 못할걸요?”
목진의 말에 웅패는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해졌고 주먹을 부들부들 떨며 서 있었다. 그는 너무 화가 나 당장 목진을 죽이고 싶었지만 가까스로 이성을 되찾았다. 목진은 일반 하위 지지존이 아니었고 그의 세력과 인맥은 상당했다.
“오늘의 복수는 꼭 할 것이다!”
웅패가 소리치며 황급히 군웅루에서 나가자 옆에 서 있던 혈령자는 안색이 어두워진 채 음산한 눈빛으로 목진을 쳐다봤다. 웅패마저 목진을 쓰러뜨리지 못할 줄 몰랐다.
“녀석, 또 강해졌군!”
혈령자는 이를 악물며 중얼거렸다. 한 달 전, 목진이 낙신성에서 선보인 실력도 상당했지만 절대 지금처럼 강하지는 않았다. 그날의 목진은 절대 오늘처럼 대수롭지 않게 상위 지지존의 강력한 공격을 막아내지 못했을 것이다.
목진은 한 달 사이, 실력이 또 부쩍 늘었다.
“다음번에는 따로 사람을 부르지 말고 직접 나서세요.”
목진은 한기 어린 눈빛으로 혈령자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는 혈령자가 웅패를 이용했음을 바로 알아챘다. 혈령자는 목진을 괴롭히려고 일부러 이러는 것이 분명했다.
이에 혈령자는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
“네가 무슨 수단을 사용했는지는 모르지만 여기서 네 수단이 전부 드러났으니 상위 지지존 전장에 들어가면 다들 너를 경계할 것이다. 이건 너한테 그리 좋은 상황은 아니지 않느냐?”
혈령자는 교활하면서도 눈치가 상당했다. 그는 일전에 웅패가 목진과 직접적인 영력 접촉 때문에 대결에서 패배했음을 바로 알아챘다. 그러니 이것만 조심하면 목진이 오늘 선보인 수단은 함부로 사용하지 못할 것이다.
“비열한 노인네!”
낙천신이 이를 갈며 말했다. 그는 혈령자가 너무 얄미웠다.
정작 목진은 입꼬리를 씰룩거리며 혈령자를 노려봤다.
“언젠가 전장에서 마주치게 되면 내 필살기가 얼마나 많은지 알려줄게요.”
목진의 표정에 혈령자는 흠칫하더니 피식 웃으며 말했다.
“그래? 정말 기대가 되는구나. 대신 조심하거라, 전장에서 내 손에 죽기라도 하면 아무리 염제라도 너를 위해 나서주지 못할 것이다.”
“당신 따위가 무슨 수로 날 죽인단 건지…….”
목진이 생긋 웃으며 한 말에 혈령자는 화가 나 이마에 핏줄이 불끈거렸지만 꾹 참고 목진을 지그시 쳐다보다가 떠났다.
군웅루의 분위기는 점차 되돌아왔는데 일전의 대결로 목진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이 확 바뀌었다. 다들 더는 그를 전처럼 무시하지 않았고 경계하느라 바빴다.
목진은 웅패와의 대결로 기선제압에 성공했다. 적어도 사람들은 더는 그를 쓰러뜨려 쟁탈전에 참석할 자격을 획득하려 하지는 않을 것이다.
또한, 그러고 싶어도 지존영액 팔천만 방울이 있어야 했기에 신중하게 행동할 것이다.
“무능한 놈!”
안색이 어두워진 채 3층에 서 있던 영비자가 씩씩거리며 말했다.
그녀는 웅패의 손을 빌려 목진을 괴롭히려고 지존영액을 팔천만 방울이나 투자했다. 목진이 대결에서 패배하면 낙리한테도 영향이 있을 테니 말이다. 그런데 녀석은 목진의 상대가 아니었고, 그녀는 지존영액만 날리고 말았다.
“영비자, 그렇게 할 일이 없으면 준비나 철저히 하는 것이 어떤가? 이제 하위 지지존 전장에 들어가면 당신이 원하는 방식대로 당신을 상대해줄 것이네.”
그때 낙리가 갑자기 고개를 들고 한기 어린 눈빛으로 상대방를 바라봤다.
사람들은 바로 낙리를 바라보더니 흥미진진한 표정을 지으며 영비자한테 고개를 돌렸다. 일전에 영비자가 웅패한테 돈을 건네준 것 때문에 낙신족의 여황이 화가 난 모양이었다.
사람들의 생각처럼 낙리는 확실히 화가 났고 영비자가 자기 때문에 이런 것도 알았다. 다만, 영비자가 직접 자신을 상대로 하면 될 텐데 굳이 목진의 앞길을 막으려 했다는 사실을 참을 수가 없었다.
하여 조용히 서 있기만 하던 그녀가 바로 나섰다.
3층에 서 있던 영비자는 그제야 흠칫하더니 피식 웃으며 말했다.
“좋네. 그때 가서 난 승패가 갈릴 때까지 자네를 상대할 것이네. 어디 누가 더 강한지 제대로 겨루어보지.”
영비자도 말을 마친 뒤, 이내 정색하며 군웅루를 떠났다.
“전장에 들어가면 저 여인을 조심해.”
목진은 떠나가는 영비자의 뒷모습을 바라보더니 낙리에게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여인들 싸움이 남자들보다 더 험악할 수도 있었다.
영비자는 분명 상대하기 쉬운 여인이 아니었다.
“알아. 그런데 나도 여태껏 놀고먹으며 지낸 건 아니야.”
낙리가 미소를 지으며 한 말에 목진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낙리가 곧 멸망할 낙신족을 지금까지 유지해오고 상황이 점차 나아지고 있는 것만 봐도 알 수 있었다. 영비자가 호락호락한 상대는 아니겠지만, 그 상대가 낙리라면 크게 우세를 차지하지는 못할 것이다.
“이만 가자꾸나.”
낙천신은 두 사람을 데리고 가려고 했다.
“잠시만요.”
목진은 가볍게 웃으며 우승 후보 순위가 적힌 비석을 힐끗 보더니 수중의 지존영액 팔천만 방울이 들어있는 옥병을 군웅루의 시녀한테 건네며 말했다.
“이걸 투표에 사용할 것이네.”
“누구한테 말인가요?”
시녀가 멈칫하다가 묻자 목진은 씨익 웃었다. 서천대륙의 강자들이 그를 좋게 보지 않으면 굳이 겸손한 척할 필요가 없었다.
“전부 나한테 투표하게.”
순간, 군웅루에 모인 강자들은 깜짝 놀랐다. 목진이 무려 상위 지지존 전장의 1위를 목표로 하고 왔다니!
참으로 패기 넘치는 젊은이군.
설마 이번 상위 지지존 전장에 예상치도 못한 신예 강자가 나온단 말인가?
서천전성은 점차 떠들썩해지며 쟁탈전이 가까워질수록 그 열기는 더 뜨거워졌고, 도성 전체가 들썩였다.
이에 수많은 정보가 퍼졌고 우승 후보들은 서천전성, 심지어 서천대륙에서마저 사람들의 눈길을 끌었다.
유명하지 않던 사람들도 이번 기회를 틈타 점차 이목을 드러냈다. 그들은 여러 해 동안 열심히 수련해 이번 대륙의 후손 쟁탈전을 통해 서천대륙에 널리 이름을 알리려 했다.
그 외, 목진이 군웅루에서 웅패를 한주먹에 내친 소식도 신속하게 퍼져 그한테 투표한 사람이 부쩍 늘어 10위권에 들었지만 일억 중 팔천만은 목진이 넣은 돈이었다.
암튼 웅패와의 대결로 일정한 효과를 거뒀는지라 며칠 사이, 목진의 자격을 탐내는 사람은 많았지만 함부로 찾아오지는 않았다.
다들 목진이 제시한 가격 때문에 감히 나서지 못한 것이다. 이는 재력이 상당한 상위 지지존들도 아무렇지 않게 낼 수 없는 양의 돈이었고 그들은 이 엄청난 돈을 들여 원하는 바를 이룰 거란 확신이 들지 않았다.
웅패와의 대결만 봐도 목진의 공격은 너무 괴이했다. 그러나 웅패는 군웅루에서 나오자마자 서천전성을 떠났고, 이에 다들 평범해 보이는 목진의 공격에 어떤 비밀이 담겼는지 알아내지 못했다.
미지의 수단은 무서운 법이었다.
하여 확신이 서기 전까지 아무도 감히 목진을 상대하려 하지 않아 그는 며칠 동안, 조용하게 지낼 수 있었다.
그러다 결전의 날이 다가오자 서천전성에는 뇌명 같은 전고 소리가 부단히 울려 퍼졌다. 사람들은 웅장한 전의가 깃든 것 같은 소리에 가슴이 벅차올랐다.
순간, 서천전성에서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들리더니 사람들은 더는 자신의 웅장한 영력을 감추지 않고 하늘 높이 날아올랐다.
이들이 내뿜은 영력 파동은 상당히 강력했으니, 대륙의 후손 쟁탈전이 아니었다면 바로 사람들의 시선을 끌었을 테지만 지금은 아무도 개의치 않았다.
이것만 봐도 서천대륙의 대륙의 후손 쟁탈전에 얼마나 많은 강자가 모였는지 알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