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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주재-784화 (783/1,000)

784화. 전황의 깜짝 선물

한편, 서천전전의 중심에 놓인 서천전성 밖의 광장은 사람으로 가득 찼고 광장에서는 전고들이 부단히 소리를 냈다.

슉! 슉!

하늘을 가르며 날아온 사람들은 광장에 내려앉더니 겸손하게 서 있었다.

그들은 서천전전의 주인 앞에서만큼은 평소의 위엄을 지킬 수 없었다.

그러다 목진과 낙리가 도착하자 사람들은 낙리만 뚫어져라 쳐다봤다.

오늘 낙리는 짙은 자주색 치마를 입었는데 영롱한 몸매가 적당하게 드러난 것이 존귀하고 우아해 보였고 은하수 같은 장발은 허리까지 드리워졌다. 정교한 얼굴은 얇은 천으로 가렸지만 가려지지 않은 맑고 투명한 눈만 봐도 그 얼굴이 얼마나 아름다울지 충분히 상상이 갔다.

“역시 상고 시기, 대천세계의 제일가는 미인의 계승자는 남다르군.”

사람들은 이내 감탄했다. 낙리는 소녀의 앳된 모습에서 철저히 벗어나 우아하고 단정해져 상당히 아름다웠다.

광장 주위에 모인 사람들뿐만 아니라 광장 속 정예 강자들도 힐끗거리며 낙리를 봤다. 그들은 그 옆에 서 있는 목진이 괜히 거슬렸다.

“이런 젠장.”

목진은 사람들의 시선에 몰래 욕설을 퍼부었는데 낙리는 사람들의 시선이 익숙해진 듯 미소를 지었다. 그녀의 새로운 모습에 다들 넋이 나갔다.

슉! 슉!

그때 바람을 가르는 소리와 함께 세 갈래 빛줄기가 동시에 광장에 내려앉자 다들 고개를 돌렸다.

목진도 그들한테서 상당히 위험한 기운을 느끼고 고개를 돌렸는데 그중 한 사람은 수많은 별을 수놓은 검은색 도포를 입은 사내로 중년인 것 같지만 머리는 하얬고 의젓하게 생겼다.

그리고 두 번째 사람은 청색 도포를 입은 채 녹슨 철검을 메고 있었는데 온몸에서 예리하기 그지없는 검의를 방출해 지면에도 흔적이 남았다.

세 번째 사람은 제법 튼실한 장발 사내로 거칠게 생겼지만 서 있는 것만으로도 패기가 넘쳤다.

목진은 그들을 보더니 바로 낙리가 말했던 서천대륙 상위 지지존 중 가장 유명한 세 사람을 떠올렸다.

성진각 각주, 유성진.

낭야검선, 소모.

패도 초문.

“엄청나군.”

목진은 광장에 서 있던 상위 지지존들이 이들의 출현에 경계 태세를 취하기 시작한 것을 바로 눈치챘다.

그러나 정작 세 사람은 아무렇지 않게 서 있기만 했다.

쿵!

광장에 사람이 어느 정도 모이자 갑자기 나지막한 전고 소리가 들리더니 광장의 끝자락에 놓인 전전 앞 만 개의 돌계단 위에 황금색 왕좌가 나타났고 황금색 도포를 입은 사내가 느긋하게 그중 한 왕좌에 앉아 있었다.

사내의 위압에 현장은 순간 조용해졌고 다들 경외의 눈빛으로 그를 쳐다봤다.

“전황님을 뵙습니다.”

잇따라 사람들은 허리를 굽혀 공손하게 인사를 올렸다.

왕좌에 앉아있는 사내는 바로 서천대륙의 지배자, 천지존 서천전황이었다.

이에 서천전황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더니 고개를 들어 어딘가를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염제가 정말 서천전전에 오다니. 참으로 영광이네.”

전황이 말을 마치기 바쁘게 그곳이 갑자기 일그러지더니 화염이 활활 타오르며 늘씬한 사람의 형태를 이뤘다.

그가 주위에 현란한 화염을 두른 채 나타나자 전황이 이룬 위압은 빠르게 사라졌다.

“저 사람은…… 무한의 화역의 염제가 아닌가!”

사람들은 화들짝 놀라 고개를 들더니 존경하는 마음을 담고 염제를 바라봤다. 대천세계에서 염제는 너무 위대한 존재였다.

서천전황도 비록 대천세계의 최정예급 강자지만 염제와 비교하면 조금 뒤처졌다.

이건 서천전황 본인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평소, 보기 그렇게 어렵던 염제가 어찌 령영의 형태로 대륙의 후손 쟁탈전을 구경하러 서천대륙에까지 왔단 말인가?

사람들은 이리 생각하다가 목진한테 눈길을 돌렸다. 일전에 목진이 낙신족을 구하기 위해 염제를 모셔와 서천전황을 돌려보냈다는 소문을 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목진이 대륙의 후손 쟁탈전에 참석하는 자격도 염제가 나서 구해준 것이라고…….

그럼 염제는 목진 때문에 온 것일 가능성이 컸다.

“녀석은 뒷배가 엄청나 서천전전을 두려워하지 않았던 거군.”

일부 강자들은 목진이 왠지 부러워졌다. 대천세계에서 염제와 관계를 맺는 것은 절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염제는 전황의 옆에 놓인 왕좌에 앉아 목진을 찾아내더니 가볍게 웃으며 그를 바라봤다.

이에 목진도 미소를 지으며 공손하게 인사를 올렸다.

“뭐지?”

염제는 목진을 쓰윽 훑더니 흠칫 놀랐다.

이와 동시에, 목진도 체내의 수정 부도탑이 파르르 떠는 것이 느껴져 흠칫 놀랐다.

“한눈에 내 체내의 수정 부도탑을 발견했단 말인가?”

체내의 수정 부도탑이 미세하게 떨리는 것을 발견한 목진은 아무렇지 않은 척 서 있었지만, 눈빛에서만큼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염제가 한눈에 체내의 수정 부도탑을 알아챌 만큼 실력이 뛰어날 줄은 몰랐다.

“천지존경에 이르면 다 알아챌 수 있단 말인가?”

목진은 미간을 찌푸리며 중얼거렸다. 이건 그한테 결코 좋은 일이 아니었다. 그러다 부도신족에서 찾아오면 큰일이었다.

그러나 그는 금세 자신의 추측이 틀렸다는 것을 알았다. 그 옆에 앉아있는 서천전황은 아무것도 모르는 눈치였기 때문이다.

즉 천지존경에 이르렀다고 목진 체내의 수정 부도탑을 알아볼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염제 정도의 실력이면 모를까…….

그런데 염제처럼 강한 사람은 대천세계에서 얼마 없어 마주치기 상당히 어려울 것이다.

하여 목진은 그나마 시름이 놓였다. 그는 자신을 아끼는 염제는 체내의 수정 부도탑을 발견해도 모르는 척할 거라고 믿었다.

한편, 염제도 눈길을 거뒀는데 제법 놀란 것 같았다.

“저 부도탑은…… 부도신족 특유의 물건인 것 같은데…….”

염제는 잠시 생각하더니 이내 미소를 지었다.

“목진의 출신이 제법 흥미로운가 보군.”

부도탑을 수련하려면 반드시 체내에 부도신족의 혈맥이 깃들어야 했다. 그런데 여태껏 목진 곁에 부도신족 사람이 나타난 적은 한 번도 없었고 목진 자신도 일부러 수련해낸 부도탑을 숨기고 다니는 것 같았다.

그렇다면 분명 무언가 비밀이 있다는 얘기였다.

이리 생각하던 염제는 가볍게 웃으며 생각을 접었다. 그는 목진이 일부러 감춘 부도탑을 굳이 언급하고 싶지 않았다.

“저 부도탑은 조금 다른 것 같은데…….”

염제는 부도신족을 상대한 적이 있는데 목진의 체내에 깃든 부도탑처럼 신성한 기운으로 가득 찬 부도탑은 처음이었다. 목진이 수련해낸 부도탑은 범상치 않은 존재임이 분명했다.

“한 달도 안 되는 사이, 이런 성과를 이뤘다니. 제법이군.”

염제는 흐뭇하게 웃으며 중얼거렸다.

“염제, 서천대륙이 어떤 것 같은가?”

옆에 앉아있던 서천전황이 가볍게 웃으며 묻자 염제는 백옥 광장을 쓰윽 훑었는데 정예 강자들이 모여 있는 모습이 보기 좋아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서천대륙의 실력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강한 것 같군.”

이에 서천전황은 껄껄 웃더니 이내 감탄하며 말했다.

“무한의 화역과 비교하면 그 차이가 엄청날걸세.”

그는 비록 자신만만한 사람이었지만 자만하지는 않았다. 무한의 화역이 대천세계에서의 명성과 실력에 비하면 서천전전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별말씀을.”

염제는 겸손하게 웃기만 했다.

서천전황은 더는 말을 이어가지 않고 광장을 쓰윽 훑으며 자연스럽게 목진과 낙리를 힐끗거리다가 손을 휘익 휘둘렀다.

슉!

잇따라 네 갈래 빛줄기가 날아와 서천전황의 앞쪽에 내려앉더니 무릎을 꿇고 공손하게 인사를 올렸다.

“전황님을 뵙습니다.”

사람들은 바로 네 사람한테 시선을 모았다. 대부분 사람은 유성진, 소모와 초문을 경계할 뿐이었지만 방금 나타난 네 사람을 바라보는 눈빛에는 두려움이 깃들었다.

그들은 바로 서천전전의 4대 성자로 이번 대륙의 후손 쟁탈전의 강력한 우승 후보기도 했다.

“저들이 나머지 세 명의 성자야?”

목진도 이내 정색하며 영비자를 제외한 세 사내를 바라봤는데 상대방한테서 위협감이 느껴졌다.

“저들을 조심해.”

낙리도 이내 정색하며 작은 목소리로 귀띔했다.

세 사람이 쟁탈전의 우승 후보가 된 것만 봐도 그 실력이 어느 정도 가늠이 갔고 기타 상위 지지존들의 겁에 질린 눈빛만 봐도 알 수 있었다.

이에 목진은 고개를 끄덕이며 세 명의 성자를 바라봤고 유성진, 소모, 초문도 경계하듯 녀석들을 바라보더니 아무렇지 않은 척 서 있었다.

“허허, 염제, 이 아이들은 어떤 것 같나?”

서천전황이 4대 성자를 힐끗 쳐다보며 한 말에 염제는 그들을 쓰윽 훑더니 수수하게 생긴 영전자한테서 눈길을 멈췄다.

“전황이 잘 가르쳤나 보군. 아이들 모두 하나같이 훌륭하네.”

그러다 서천전황은 아무렇지 않게 광장에 서 있는 목진을 쳐다보며 물었다.

“그럼 상위 지지존 전장에서 저 아이들이 우승할 것 같나?”

염제는 전황의 말을 바로 알아채고 피식 웃으며 답했다.

“확률은 제법 있지만 이 세상에 절대적인 일은 없지 않나? 가끔 예상을 깨는 일들이 나타나곤 하니 말이네.”

서천전황은 목진을 굳게 믿는 염제의 말에 생긋 웃으며 영전자 등 3대 성자들한테 말을 건넸다.

“염제께서 예상을 깨는 일이 일어날 것 같으시다고 하니 조심하거라. 자칫 잘못하면 큰코다칠 수도 있을 거란다.”

“네!”

영전자, 영검자와 영룡자는 비록 염제의 말을 동의하지 않았지만 감히 속내를 드러내지 못하고 공손한 태도를 취했다.

이에 서천전황은 고개를 끄덕이고 백옥 광장으로 눈길을 돌렸다.

“시간이 된 것 같으니 전장을 열겠다.”

말을 마친 서천전황이 옷깃을 휘날리자 수많은 광점이 날아올라 광장의 사람들 앞에 떨어졌다.

목진 앞에도 광점이 떨어졌는데 이는 전쟁의 장면이 새겨진 전인이었고 영광을 번쩍이며 독특한 파동을 내뿜었다.

“다들 전인을 하나씩 받았겠지. 이건 너희가 전장에 머무를 수 있는 거라 일단 빼앗기면 경쟁에서 실패한 것으로 여겨 바로 전장에서 쫓겨날 것이다.”

“그리고 수중의 전인이 가장 많은 사람이 서천대륙의 대륙의 후손이 될 거란다.”

서천전황은 흥미진진한 얼굴로 사람들을 바라보며 말을 이어갔다.

“전의를 북돋아 주기 위해 깜짝 선물을 준비했단다. 전장에 들어가 영력을 전인에 주입하면 전황 보물 창고를 열람할 수 있는데 그 속에서 성물, 신통, 영진 등을 획득할 수 있을 거란다.”

서천전황의 말에 다들 의지가 활활 타올랐다.

전황의 보물 창고라면 보물이 가득할 것이 분명했다. 운 좋게 한 가지라도 획득하면 이번 쟁탈전에 참석한 보람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보물을 획득하려면 전장의 화폐인 전인으로 바꿔야 한단다. 그러니 열심히 전인을 따내거라.”

“또한, 목표물의 추적을 돕기 위해 일단 전인이 두 개를 초과하면 자신의 위치가 바로 전인에 표시될 거란다.”

서천전황이 히쭉거리며 말했다. 이리되면 이번 대륙의 후손 쟁탈전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치열하고 흥미로워질 것이다.

광장에 모인 강자들도 전황의 말에 욕심이 생긴 듯 두 눈을 부릅뜨고 주위를 살폈다.

“서천전황은 불난 집에 부채질하는 것도 아니고 참…….”

목진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가 대수롭지 않게 내린 명에 정예 강자들은 목숨을 걸고 나설 것이다.

그런데 목진도 전황 보물 창고의 보물이 욕심났다.

말을 마친 서천전황이 손을 들자 위쪽 공간이 격렬하게 일그러지다가 세 개의 거대한 공간 소용돌이를 이뤘다.

“지지존 대원만, 입장.”

서천전황의 말에 광장의 제일 앞쪽에 서 있던 여덟 명이 웅장한 영력을 방출하며 하늘 높이 날아올라 공간 소용돌이로 들어갔다.

“대원만급 전장에 여덟 명만 입장하다니…….”

사람들은 대원만급 강자들이 부러웠다. 상위 지지존 전장에 들어갈 사람은 적어도 이백 명이 될 것이고 하위 지지존 전장에는 사람이 훨씬 많았다.

그런데 부러워도 별다른 수가 없었다. 지지존 대원만급 강자는 서천전황의 관할 구역에서도 몇 명밖에 없기 때문이었다.

“상위 지지존…….”

잇따라 수백 갈래의 빛줄기가 솟구쳐 부단히 공간 소용돌이에 들어갔다.

“먼저 갈게.”

목진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힘내, 조심하고…….”

낙리도 미소를 지으며 목진을 바라봤다.

그러다 목진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고 재빨리 상위 지지존 전장으로 들어갔다.

상위 지지존들이 전부 전장에 들어가자 인수가 가장 많은 하위 지지존들도 신속하게 움직였다.

마지막 하위 지지존이 공간 소용돌이에 뛰어들자 광장 밖은 다시 떠들썩해졌고 다들 기대에 찬 눈빛으로 공간 소용돌이를 쳐다봤다.

낙천신은 공간 소용돌이를 보며 깊게 숨을 들이켜더니 기대에 가득 찬듯한 표정을 지었다.

서천대륙의 대륙의 후손 쟁탈전이 드디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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