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86화. 첫 번째 대결
“허허, 저 사람은 목진이 아닌가?”
“어찌 저토록 쫓긴단 말인가? 역시 하위 지지존이 상위 지지존 전장에 들어가는 것은 무리였나 보네.”
“감히 서천대륙을 무시하더니 잘 됐군. 흥, 직접 상대해 보니까 상위 지지존이 얼마나 강한 존재인지 느낀 것이 분명하네.”
사람들의 말에 낙천신은 황급히 목진을 비춘 광막을 찾았는데 선홍색 화염이 휘몰아쳐 산맥들이 불타올랐고 최전방에서 목진이 조금 초라해진 모습으로 도망가고 있었다.
그들의 말에 목진을 바라보는 사람은 점차 많아졌고 다들 비아냥거렸다. 그들은 목진이 범상치 않은 존재라고 들었는데 지금 보니 그런 것 같지는 않았다.
반면, 낙천신은 목진이 그리 걱정되지 않는 눈치였다. 그는 목진의 수단을 잘 아는지라 그의 실력으로 상위 지지존한테 이렇게까지 쫓길 정도는 아니란 것도 잘 알았다.
그렇다면 목진은 분명 도망가는 이유가 있을 것이다.
상대를 자신이 파놓은 덫에 빠뜨리려고 일부러 약한 모습을 보일 가능성이 컸다.
* * *
쿵!
화포 사내는 화염 거수가 또 하나의 산맥을 잿더미로 만든 것을 확인하더니 여전히 활력 넘치는 목진의 모습에 언짢아져 미간을 찌푸렸다.
“더는 이럴 수 없어. 그러다 다른 사람이라도 오면 변고가 생길 것이 분명해.”
그는 음산한 눈빛으로 다시 산맥에 숨어든 목진을 보더니 갑자기 옷깃을 휘날렸는데 화운 한 송이가 나타나 꿈틀거리며 화운막을 형성해 목진이 숨어든 산맥 전체를 감쌌다.
잇따라 사내는 한 줄기 빛이 되어 해당 산맥의 위쪽으로 날아가더니 무덤덤한 표정을 지으며 목진을 쳐다봤다.
“더 도망가지 않고 뭘 하는 건가?”
화포 사내가 피식 웃으며 한 질문에 목진은 느긋하게 기지개를 켜며 입을 열었다.
“어쩜 그리 신중한지, 자네를 방심시키기 위해 참 멀리도 왔네.”
목진의 말에 화포 사내는 화들짝 놀라 바로 화둔 신통을 소환해 도망가려 했다.
신중한 그는 목진의 말이 사실이 아니라도 받아들이기로 했다. 그러다 거짓임이 밝혀지면 다시 찾아오면 그만이었다.
퍽!
그런데 목진은 가볍게 웃더니 길쭉한 손을 튕겼다.
쿵!
순간, 산맥은 격렬하게 진동하더니 수많은 영력 빛기둥이 솟구쳐 거대한 영진을 이뤄 이곳 천지를 감쌌다.
형태를 갖춘 영진에 영력 거룡 아홉 마리가 날아다니며 화포 사내를 호시탐탐 노렸다.
목진은 표정이 한껏 일그러진 채 서 있는 사내를 보며 미소를 지었다.
“이건 구룡시선진의 완전한 형태네. 마음껏 즐기게.”
영력 거룡 아홉 마리가 하늘을 날아다니며 무서운 영력 파동을 방출하자 주위의 공간마저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화포 사내는 안색이 확 어두워진 채 미소를 지으며 산봉우리에 서 있는 목진을 바라봤다. 그는 이제야 목진이 파놓은 함정에 걸려들었음을 알아챘다.
목진은 일부러 못 이기는 척 도망 다닌 것이다.
“교활한 녀석!”
화포 사내가 욕설을 퍼붓자 목진은 피식 웃으며 말했다.
“얼른 전인이나 내놓게.”
“꿈 깨게! 영진 따위에 나 화운왕(火雲王)이 무너질 것 같은가?”
화포 사내는 히쭉 웃으며 말했다. 목진이 친 영진은 비록 위력이 상당했지만 겨우 하위 지지존이 친 영진이었다. 이 영진으로 그를 제압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쿵!
이러한 생각에 그는 경천의 선홍색 영력을 미친 듯이 내뿜어 하늘을 물들였는데 주위의 온도가 빠르게 올랐다.
이에 목진은 가볍게 미소를 지었다. 구룡시선진이 7룡 형태였다면 상위 지지존을 위협할 수 없을 테지만 현재의 구룡시선진은 완전한 형태를 갖췄다.
목진은 몇 차례 실패 끝에 수정 부도탑으로 체내의 영력을 증폭해서야 성공했다.
구룡시선진은 중급 종사급 영진이라 일단 완전한 형태를 갖추면 상위 지지존을 상대하는 데 전혀 문제가 없었다. 또한, 목진은 구룡시선진에 조금의 변화를 줘서 효과가 더 놀라울 것이다.
크으으으!
목진이 가볍게 옷깃을 휘날리자 거대한 영진이 바로 가동되었다. 영력 거룡 아홉 마리가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입을 쩍 벌려 용식을 방출해 사내를 공격했다.
용식이 지나간 곳은 공간이 모조리 부서져 엄청난 파괴력을 선보였다.
그제야 센 척하던 사내는 목진이 친 영진을 무시할 수 없음을 깨달았다. 그가 손을 휘두르자 산맥을 감쌌던 선홍색 화운이 날아와 화운막으로 그의 몸을 감쌌고 불이 활활 타올라 주위의 공간이 일그러졌다.
퍽! 퍽!
그러다 용식이 화운막을 힘껏 공격하자 사방에 불꽃이 튕겼고 화운막이 미친 듯이 요동쳤다.
“흥, 이따위로 내 화운막을 깨려는 건가?”
사내는 화운막으로 영진의 공격을 막아내더니 피식 웃으며 화광을 모아 화둔 신통으로 영진에서 벗어나려 했다.
그는 더는 목진의 전인을 빼앗으려 하지 않았다. 목진은 구룡시선진만으로도 이미 그와 막상막하라 계속 싸워봐야 아무런 소용도 없었다.
“호신 방어 작용을 하는 저급 성물이라…….”
목진은 사내의 주위를 감싼 화운막을 발견하고 흠칫 놀랐다. 호신 성물은 공격성이 약하긴 하지만 육신을 보호하고 방어하는 효과가 엄청났다.
“내가 친 구룡시선진은 중급 정상에 이른 종사급 영진이라 저급 성물로는 안 될 것이네.”
목진은 씨익 웃으며 한 손으로 결인했다.
“구룡시선진, 구룡귀일(九龍歸一), 서선룡(噬仙龍)!”
목진이 인법을 바꾸자 영진에서 날아다니던 아홉 마리의 거대한 용이 억만 갈래의 영광을 내뿜어 한데 모았다.
그러다 영광이 요동치더니 녀석들은 신속하게 사라졌고 몇 장 정도밖에 안 되는 다채로운 색을 띤 자그마한 용이 나타났다.
녀석은 몸에 현란한 보석을 박은 것처럼 아주 아름다웠는데 사내는 녀석의 출현에 순간 안색이 어두워졌다.
그는 다채로운 색을 띤 자그마한 용의 체내에 얼마나 무서운 영력이 깃들었는지 충분히 느껴졌다. 이는 상위 지지존인 그마저 무서울 정도였다.
“목진은 하위 지지존일 뿐이지만 영진 방면의 조예가 적어도 중급 종사급에 이른 것이 분명해! 저런 괴물 같은 녀석!”
사내는 두 눈이 휘둥그레진 채 목진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최대한 빨리 이곳을 떠나야 해!”
그는 바로 발에서 화광을 내뿜더니 화둔 신통으로 영진의 범위에서 벗어나려 했다.
슉!
그런데 그때, 다채로운 색을 띤 자그마한 용은 한 갈래 광선이 되어 육안으로 알아챌 수 없을 만큼 빠른 속도로 공간을 가르며 날아갔다. 그리고 사내가 발에서 내뿜은 화광이 온몸을 감싸기도 전에 화운막을 깨고 들어가 입을 쩍 벌려 녀석의 팔을 물었다.
사내의 한쪽 팔이 순식간에 떨어져 나갔고 절단면에서 피가 철철 흘러내렸다.
으악!
사내는 괴로운 듯 고함을 지르더니 인법을 바꿔 화광으로 온몸을 감싼 뒤, 한 갈래 빛이 되어 제자리에서 사라졌다가 수만 장 밖에서 다시 모습을 드러냈는데 마침 구룡시선진의 범위를 벗어났다.
그는 그제야 조금이나마 안심하고 산맥 전체를 감싼 거대한 영진을 보다가 잘린 팔을 힐끗거렸는데 화가 치밀어 올랐다.
상위 지지존한테 육신의 상처는 큰 문제가 아니지만 하위 지지존과 싸우다가 이렇게 된 것은 무척 창피한 일이었다.
“이렇게 해도 도망갈 수 있다니, 제법이군.”
목진은 영진의 범위를 벗어난 사내를 발견하고 이내 감탄했다. 역시 상위 지지존 중 호락호락한 상대는 없었다.
사내는 상대하기 가장 버거운 사람들과만 마주치지 않으면 화둔 신통만으로 문제없이 전장을 거닐 수 있을 것이다.
“난 절대 오늘 일을 잊지 않을 것이네. 언젠가 반드시 복수하겠네!”
사내는 안색이 확 어두워져 버럭 소리를 질렀다.
퍽!
그런데 목진이 갑자기 영진을 떠나 자신을 향해 날아오자 사내는 깜짝 놀랐다.
“뭐지?”
그는 목진이 스스로 영진에서 나올 줄 몰랐다. 영진 덕분에 사내는 이토록 초라해졌고 영진을 잃은 목진은 그저 하위 지지존일 뿐이었다.
“교활한 녀석이 이렇게 겁 없이 뛰어오는 걸 보면 분명 뭔가가 있어!”
사내는 바로 정신을 차리고는 목진의 이상한 움직임에 문제가 있다고 확신했다. 더구나 그는 더는 목진이 친 덫에 빠지고 싶지 않아 영진을 버리고 오는 목진을 뒤로한 채 신속하게 도망갔다.
“똑똑한걸? 그런데 과연 도망갈 수 있을까?”
목진은 흠칫하더니 괴이하게 웃으며 주먹을 꽉 쥐었다.
“봉인하라!”
나지막한 소리와 함께 사내의 잘린 팔에 수정의 빛이 나타나자 요동치던 화광이 놀라운 속도로 사라졌다.
사내는 갑작스러운 변고에 화들짝 놀랐다. 그는 괴이한 수정 영력이 언제 체내에 스며들었는지조차 몰랐고 이로 인해 자신의 영력이 봉인된 것을 발견하고 깜짝 놀랐다.
“젠장, 녀석의 영력이 언제 내 체내에 스며들었단 말인가?”
사내는 목진과 직접적인 영력 접촉을 피하고자 애를 썼지만 결국 당하고 말았다.
그러다 그는 바로 목진의 영력이 잘린 팔을 통해 체내에 스며들었단 것을 알아챘다. 다채로운 색을 띤 자그마한 용의 체내에 목진의 수정 영력이 깃들어 사내의 팔을 물어뜯을 때, 수정 영력을 주입한 것이었다.
“그제야 알아챈 건가?”
어느새 사내의 앞쪽에 나타난 목진이 가볍게 웃으며 물었다.
이에 사내는 정색한 채 체내의 영력을 미친 듯이 끌어올려 수정 영력을 없애려 했다. 그의 체내에 깃든 수정 영력은 봉인의 힘이 있지만 무궁무진한 것이 아니라 봉인 시간이 1각도 안 될 것이다.
탁!
그런데 그의 어깨에 갑자기 길쭉한 손이 닿더니 수정 영력을 부단히 체내에 주입하기 시작했다.
사내는 순간 사색이 되었다.
잇따라 목진이 다른 손을 내밀자 사내는 잠시 발버둥 치다가 포기하고 전인 두 개를 건넸다. 그는 현재, 체내의 영력이 잠시 봉인되어 목진이 살수라도 두면 큰 타격을 입을 것이다.
목진은 전인을 건네받더니 만족하듯 고개를 끄덕이며 녀석의 몸을 가볍게 때렸는데 한 갈래 화광이 선홍색 구름 한 송이를 이뤄 수중에 내려앉았다.
사내는 너무 마음이 아팠다. 이는 비록 저급 성물일 뿐이지만 육신을 보호하고 방어하는 능력이 상당히 출중해 그한테 엄청난 도움을 줬었다.
“인제 만족하는가?”
사내는 이를 갈며 목진을 노려봤다.
정작 목진은 대수롭지 않게 그를 쳐다보며 입꼬리를 씰룩거렸다.
“자네가 선보인 화둔 신통이 참 기묘해 보이던데…….”
“악마 같은 녀석!”
목진의 말에 사내는 너무 화가 나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빨갛게 물든 하늘 아래, 목진은 미소를 지으며 수중의 빨간색 족자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앞에 서 있던 사내는 전인을 잃어 전장에서 쫓겨났다.
목진은 일전에 한 위협으로 수월하게 목적을 달성하고 사내한테서 화둔 신통의 수련법을 얻었다.
어차피 사내의 목숨은 목진이 꽉 쥐고 있어 죽고 싶지 않으면 수련법을 줄 수밖에 없었다.
사내가 목숨을 걸고 덤볐다면 아마 도주에 성공할 가능성도 있었겠지만 엄청난 타격을 받을 것이 분명했고 후유증이 생길 가능성도 상당했다. 그럴 바에는 신통을 주고 무사히 살아남는 편이 낫다고 생각했다.
“영화신둔(靈火神遁)이라…….”
목진이 수중의 족자에 영력을 주입하자 수많은 정보가 뇌리에 스며들었다. 화둔 신통은 소신통술로 등급만 놓고 보면 아주 평범했는데 엄청난 속도와 영진을 뚫을 수 있는 능력만은 상당히 뛰어났다. 이것만 아니었으면 목진은 굳이 사내한테서 신통 수련법을 착취하지 않았을 것이다.
한편, 영화신둔을 수련하려면 영력 화염으로 끌어내야 하는데 목진의 영력은 불사화와 융합해 그 조건을 마침 만족했다.
목진은 이번 대결이 상당히 마음에 들었다. 그는 전인을 두 개나 획득했을 뿐만 아니라 저급 방어 성물과 화둔 신통까지 얻었다.
“이제 수중에 전인이 세 개가 되었군. 적어도 하나는 남겨야 하니 두 개만 더 수집하면 삼령전진을 바꿀 수 있겠어. 이제 나한테 전인이 세 개가 있으니 굳이 찾으러 나서지 않아도 스스로 찾아오는 사람이 있겠군. 그럼 준비를 하면서 누군가 찾아오기만을 기다리면 되겠어.”
생각을 마친 목진은 수중의 족자를 거둔 뒤, 하늘 높이 날아올라 먼 곳을 향했다. 그가 있던 곳은 사내와의 대결로 대부분 파괴되어 영진을 치기 적합하지 않아 새로운 곳을 찾아야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