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87화. 이름을 날리다
목진과 사내의 대결이 끝나자 서천전성의 백옥 광장에서 그를 비추던 영력 광막도 사라졌다. 그런데 사람들은 사라진 광막을 멍하니 쳐다보고 있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목진은 사내한테 잡힐까 봐 황급히 도망 다녔는데 갑자기 강대한 영진을 소환해 상대방을 물리쳤고 스스로 영진에서 나와 하위 지지존의 실력으로 사내를 상대했다.
그 광경에 다들 목진이 주제도 모르고 덤빈다고 생각했는데 1각도 안 되는 사이에 상대방을 잡은 것을 보고 너무 놀라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러다 광막이 사라지고 한참 지나자 사람들은 정신을 차리더니 이내 정색했다.
일전에 목진이 웅패와의 대결에서 이긴 것은 우연일지 몰라도 이번 대결에서 선보인 실력은 상위 지지존한테 엄청난 위협이 되었다.
“목진이 영진 방면에 이렇게 조예가 뛰어날 줄이야…… 그가 일전에 친 영진은 적어도 중급 종사급은 될 것이네.”
누군가 이내 감탄하며 말했다. 다들 목진이 낙신족을 구했을 때 범상치 않은 영진 조예를 선보인 것을 알았지만 지금은 그때보다 더 강해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요상한 녀석, 하위 지지존 밖에 안 되는 실력으로 상위 지지존의 실력 못지않은 수단들을 확보했다니. 그래서 감히 상위 지지존 전장에 들어간 거였군.”
“목진은 확실히 신예 강자인 것 같은데 어디까지 갈지 궁금하군. 그는 현재의 1위와 차이가 제법 나지 않나?”
“그러게 말이야. 현재 1위인 영전자는 벌써 전인을 여섯 개나 수집했네.”
* * *
사람들은 수군대기 시작했는데 드디어 목진이 상위 지지존 전장에 들어갈 자격이 있다는 것을 인정했다.
낙천신도 조금이나마 안심이 되었다. 그는 비록 목진의 수단을 알고 있었지만, 그가 상위 지지존을 쓰러뜨리는 것을 직접 보니 놀랄 수밖에 없었다.
아마 그도 목진을 정면으로 상대하면 패배할 것이다.
이러한 생각에 낙천신은 쓸쓸하게 웃기만 했다. 그가 목진을 처음 봤을 때 그는 보잘것없는 소년일 뿐이었다. 그렇다고 목진을 무시한 적은 없었지만, 그가 대단한 존재가 될 거란 생각도 하지 않았다.
그런데 5년도 채 안 되는 시간에 자신 앞에 꼼짝도 못 하던 소년이 이렇게까지 성장하고 심지어 낙천신까지 초월할 줄은 몰랐다.
낙천신은 숨을 고르며 복잡해진 마음을 다스렸다.
“녀석이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가 관건이군.”
전전 앞에 놓인 왕좌에 앉아있던 서천전황은 목진을 비춘 영력 광막을 힐끗 보더니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염제, 목진이 중급 영진 종사라 상위 지지존 전장에 들인 건가?”
“그런데 그것만으로는 상위 지지존을 상대할 자격이 있을 뿐, 최후의 승리를 따내기란 불가능할 것이네.”
서천전황은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만약 중급 영진 종사가 목진의 최강 필살기라면 그는 대륙의 후손 쟁탈전의 최후의 1인이 될 가능성이 없었다.
영전자 등은 상위 지지존 중 최정예급 강자라 목진이 친 영진만으로 화운왕을 상대할 수 있을지는 몰라도 영전자 등한테는 큰 위협이 되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염제는 전황의 말에 동의하지 않는 눈치였다.
“목진은 내 용봉천존단을 헛되이 하지 않을 것이네.”
이에 서천전황은 미간을 찌푸린 채 광막들을 훑더니 피식거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기대해 보겠네. 녀석이 부디 염제를 실망케 하지 말길…….”
전황은 목진이 끝까지 살아남는 것만으로도 대단하다고 여겼고 언젠가 서천전전의 3대 성자가 진정한 강자가 무엇인지 제대로 가르쳐줄 거라 확신했다.
* * *
목진은 화운왕과 대결하던 곳에서 멀어진 뒤, 서서히 속도를 줄였다. 그는 수중의 전인이 세 개가 되자 위치가 폭로되었고 반 시진도 안 되는 사이, 여러 갈래의 영력 파동이 자신을 향하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생각보다 빠르군.”
그는 신속하게 자리를 잡고 옷깃을 휘날리며 수많은 영인을 방출해 허공에 주입했다.
현재, 목진은 완전한 형태의 구룡시선진을 칠 수 있긴 하지만 실패할 때도 있어 미리 준비해야만 했다. 안 그럼 상위 지지존을 정면 상대할 때, 우세를 잡지 못할 것이다.
하여 그는 두 번의 실패 끝에 다시 완전한 형태를 갖춘 구룡시선진을 쳤다.
목진은 아주 큰 오래된 나무 위에 앉아 숲에 친 구룡시선진을 천천히 움직이며 강대한 영력 파동을 내뿜어 영력 물결이 부단히 휘몰아쳤다.
그는 더 이상 영진을 감추지 않았다. 지난번에는 화운왕을 속이려고 그런 거였고 이번엔 스스로 찾아오는 사람이 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스스로 찾아온 사람은 분명 조심스럽게 접근할 것이고 구룡시선진 정도 등급의 영진은 아무리 잘 감춘다고 해도 상위 지지존을 속일 수 없을 것이다.
그럴 바에는 구룡시선진을 훤히 보이게 쳐놓고 덤빌 사람만 덤비도록 하는 게 나았다. 그는 눈을 감고 사람이 오기만을 기다렸다.
잠시 후, 네 갈래의 강대한 영력 파동이 사방에서 날아와 먼 곳 하늘에서 멈춰 섰다.
네 사람은 서로를 발견하고 바로 경계 태세를 취하더니 나무 위에 앉아있는 목진한테 눈길을 돌렸다.
“하위 지지존이라니…….”
“목진이란 사람인가?”
“주위에 친 영진을 보니 녀석은 중급 영진 종사였군. 그래서 감히 상위 지지존 전장에 들어온 거였어.”
그들은 목진을 보며 각자 다른 생각을 했다.
“누구든 내 수중의 전인을 얻고 싶으면 와서 가져가게.”
목진은 눈을 번쩍 뜨더니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그런데 목진의 도발에도 아무도 나서는 사람이 없었다. 그들은 확실히 목진이 친 영진에서 위험한 기운을 느꼈고 선뜻 다가가기가 꺼려졌다. 누군가 먼저 나서면 분명 기다리고 있던 사람 중에 날로 먹을 사람이 있을 거라 여긴 것이다.
“덤비지 않을 거면 시간 낭비하지 말고 썩 물러가게.”
“흥, 거만하기는!”
목진이 손을 휘익 저으며 한 말에 보라색 도포를 입은 상위 지지존이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 그는 목진이 친 구룡시선진을 쓰윽 훑더니 나머지 세 사람한테 말했다.
“만약 나서지 않을 거면 기회를 나한테 넘기게. 대신, 먼저 물러나야 하네.”
이에 세 사람은 잠시 고민하더니 이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자산 종주(紫山宗主)였군. 자산종은 영진을 뚫는 데 유난히 강하다고 들었는데 이번 기회에 제대로 보여주게.”
말을 마친 세 사람은 바로 물러났다. 이들은 목진이 센 척하는 것인지 정말 이길 확신이 있어 이러는 것인지 가늠이 안 갔다. 그런데 후자라면 지금 나서도 어차피 엄청난 대가를 치를 것이고 전자라면 자산 종주로 일단 목진의 기를 확 꺾어버린 뒤, 다시 나서면 되었다.
대신 그들은 자산 종주가 자신들을 경계하는 걸 알아 몰래 숨지 않고 멀리 떨어졌다.
세 사람의 영력 파동이 확실히 멀어진 것을 확인한 자산 종주는 다시 한기 어린 눈빛으로 목진을 쳐다봤다.
“무식한 녀석, 영진 따위가 너를 지켜줄 수 있을 것 같으냐? 내가 영진을 어떻게 뚫는지 잘 보거라!”
그는 말을 마치자마자 구룡시선진에 뛰어들었고 목진한테서 멀어진 세 사람은 각자 자리를 잡은 뒤, 눈을 감고 영진에서 전해진 지극히 난폭한 영력 파동을 느꼈다.
“자산 종주가 역시나 나섰군. 녀석 가여워서 어쩐담…….”
그들은 입꼬리를 씰룩거리며 조용히 앉아 기다렸다. 자산 종주와 목진이 싸우다가 크게 다치면 그때 나서도 충분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다 2각 정도가 지나자 난폭한 영력 파동이 신속하게 사라졌다.
“벌써 대결을 마쳤단 말인가?”
세 사람은 흠칫하더니 안색이 조금 어두워졌지만 다들 목진의 허세에 놀아났다고 생각했다.
“자산 종주한테 괜히 양보했군.”
세 사람은 투덜거리며 동시에 나서 자산 종주 쪽으로 향했다. 지금 가면 혹시라도 얻을 수 있는 것이 있지 않을까 해서 움직인 것이다.
한참 지나서 목적지에 도착해보니 숲은 대부분 파괴되었고 중심에 있는 커다랗고 오래된 나무에 한 젊은이가 앉아있었으며 그 주위에 조금 파손되었지만 여전히 움직이고 있는 거대한 영진이 아른거렸다.
그들은 그곳에 남아있는 사람이 목진임을 발견하고 화들짝 놀랐다.
반면, 자산 종주는 그림자조차 보이지 않았으니, 대결의 승자는 목진이 분명했다.
세 사람은 너무 놀라 입이 떡 벌어졌다.
그들의 실력은 자산 종주와 비슷해 목진이 자산 종주를 바로 쓰러뜨렸다면 그들을 상대하는 것도 어렵지 않을 것이다.
“세 분도 한번 해볼래요?”
목진은 방금 얻은 전인을 만지작거리며 히쭉 웃었다.
그런데 상위 지지존 세 명은 뒤도 안 돌아보고 떠났다. 그들은 눈 깜짝할 사이에 깔끔하게 사라졌다.
그 광경에 목진은 무안한 듯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나 수중의 전인을 보며 한숨을 쉬었다.
“이제 더는 자산 종주 같은 바보는 걸려들지 않겠군.”
세 사람이 이리 도망갔으니 목진이 한 일이 상위 지지존 전장에 퍼지는 것은 시간문제였다.
예상대로 목진은 하루 만에 상위 지지존 전장에서 유명해졌다. 그는 서로를 경계하기도 바쁜 녀석들이 어떻게 정보를 교류했는지 궁금할 따름이었다.
그런데 이로 인해 일은 훨씬 복잡해졌다. 그는 여전히 영진을 치고 사람이 오기만을 기다렸고 상위 지지존이 찾아온다고 해도 영진을 살피며 잠시 고민하다가 결국 떠나갔다.
일전에 목진이 하위 지지존이라고 무시했던 사람들은 자산 종주의 일로 목진이 중급 영진 종사인 것을 알고 감히 덤비려 하지 않았다.
대천세계에서 준비를 마친 영진사를 함부로 상대하지 않는 것은 상식이라 정말 멍청하지 않은 이상, 대부분 목진의 주위 만 장 범위조차 얼씬거리지 않았다.
하여 다들 영진 종사의 신분이 알려진 목진을 더는 무시하지 못하게 되었지만, 그한테는 그리 좋은 소식은 아니었다.
목진이 전인을 획득하려면 상대방을 쓰러뜨려야 하는데 다들 아예 영진의 범위에 들어서지조차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렇다고 목진의 수단이 영진만 있는 것은 아니지만 아직 새로운 필살기를 선보일 생각은 없었다. 적은 보통 예상치도 못한 수단에 당하기 마련이었다.
이에 그는 이틀 동안, 전인을 하나도 획득하지 못했다. 그 사이, 상위 지지존 한 명이 오긴 했지만 목진은 녀석을 잡지 못했다. 상대방한테 공간을 뛰어넘어 도망갈 수 있는 성물이 있어 처지가 나빠지자 바로 도망친 것이다. 목진은 어쩔 수 없이 사냥감을 떠나보낼 수밖에 없었다.
이번 대결로 목진은 더 유명해졌고 아무도 더 이상 그를 찾아오지 않았다. 가끔 상위 지지존들이 목진의 구역을 지나가곤 했지만 멀리서 힐끗 보고 바로 떠났다.
이에 목진은 텅 빈 주위를 보며 한숨만 쉬었다.
그러나 그는 전혀 급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쟁탈전이 진행될수록 평범한 상위 지지존들은 탈락하고 남은 사람은 전부 정예급 강자일 것이기 때문이다.
그들도 감히 영진에 뛰어들지는 못하겠지만 몰래 숨어 호시탐탐 그를 노릴 것이 분명했다. 그러다 일단 빈틈을 발견하면 바로 공격을 개시할 것이다.
하여 목진은 시간이 지날수록 상위 지지존 전장의 잔혹함과 치열함이 드러날 거라 예상했다.
* * *
이곳은 드넓은 바다로 사이사이에 솟아오른 높은 산들은 예리한 칼 같았다.
현재, 목진은 그중 한 산봉우리에 앉아있었고 주위 수만 장 범위의 공간이 격렬하게 떨렸으며 수많은 영인이 아른거렸다. 보아하니 그는 완전한 형태를 갖춘 강대한 영진을 이곳에 숨겼다.
한편, 영진의 영력이 휘몰아칠 때마다 바다에 커다란 파도가 일었다.
슉!
멀리서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들리더니 누군가 목진과 백 리 정도 떨어진 곳에 멈춰 서 미간을 찌푸리며 영진을 살피더니 잠시 고민하다가 결국 떠났다.
목진은 상대방의 웅장한 영력 위압이 화운왕과 자산 종주보다 훨씬 강한 것이 느껴졌다.
“역시 실력이 점차 강해지는군.”
최근 이틀 동안, 목진을 찾아온 상위 지지존들은 점점 강해졌다. 역시 잔혹한 쟁탈전을 치르고도 여전히 전장에 남아있는 사람 중 호락호락한 상대는 없었다.
“그럼…… 다음 대결을 곧 시작하겠군.”
구룡시선진의 위압은 전장에 남은 상위 지지존들의 실력이 강해질수록 미약해졌고 며칠 사이, 몰래 숨어 영진의 결함을 찾아내려는 사람도 적잖게 존재했다.
인제 상대방은 구룡시선진을 그렇게까지 두려워하지 않았다.
아마 하루 사이, 나서는 사람이 분명 있을 것이다.
이러한 생각에 목진은 미소를 지으며 서서히 눈을 감았다. 그는 다음번에 자신을 상대할 사람이 누가 될지 자못 궁금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