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89화. 부마위
요동치는 바다 위에 서 있는 수천 명의 군사는 생기 하나 없었지만 체내에서 방출한 무서운 전의만으로도 엄청난 위압감을 형성했다.
서천대륙 사람들은 미리 목진에 관한 정보를 수집해 그가 영진사일 뿐만 아니라 전진사란 것도 알고 있어 크게 놀라지 않았다.
전진사는 영진사에서 비롯된 것으로 전진사가 되려면 반드시 영진에 능숙해야 하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대부분은 두 가지 중에서 한 가지만 파고들어 목진이 두 가지 방면의 조예가 상당하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두 번째 군대는 또 어디 숨어있었단 말인가?”
“전의가 이토록 놀랍다니, 이 정도 등급의 군대는 서천대륙에서 서천전전 정도는 되어야 있을 것이네!”
“녀석은 대체 누구기에 수단들이 하나 같이 이렇게 강력하단 말인가!”
* * *
부마위의 등장에 사람들은 입이 떡 벌어졌다. 숨어있던 강자들도 목진의 수단에 적잖게 놀랐다.
부마위가 방출한 전의에 이들마저 위협감을 느꼈다.
특히, 혈령자의 표정이 유난히 많이 일그러졌다. 부마위를 뚫어지라 쳐다보노라니 소름이 쫙 끼쳤다.
그는 목진이 부마위를 사용하는 것을 한 번도 본 적이 없어 더 놀라웠다.
“네 녀석의 정체는 도대체 뭐란 말이냐? 이 정도 등급의 군대는 아무나 가질 수 있는 것이 아닌데 말이야!”
혈령자는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해진 채 중얼거렸다. 대천세계에서 전진사는 자신의 실력이 아니어도 무서운 힘을 가질 수 있었다.
대신, 전진사의 유일한 결함은 정예 군대를 배양하기 너무 어렵단 것이었다. 전진사는 필요한 인력과 재력이 엄청나 뒷배가 엄청나지 않고서야 절대 대성하기 어려웠다.
심지어 목진 수중의 군대는 전괴로 보기 훨씬 드문 존재였다. 최정예급 군사들이 죽기 직전에 밀법으로 자신을 제련해야 전괴로 변해 오래도록 존재할 수 있었고 실패할 가능성도 상당했다. 즉 천 명 정도의 정예 전괴 부대를 얻으려면 적어도 만 명은 되는 사람이 죽기 직전에 밀법으로 자신을 전괴로 만들려 시도했을 것이다.
그런데 서천대륙에서 놓고 봐도 만 명의 군사를 배양할 능력이 있는 세력은 서천전전 밖에 없었다. 혈령자는 하위 지지존일 뿐인 목진이 어찌 부마위와 도령위를 수중에 넣었는지 도통 이해가 되지 않았다.
“왜요? 그리 우쭐거리더니 갑자기 조용해졌네요?”
목진이 고개를 들고 히쭉거리며 묻자 혈령자는 입가를 파르르 떨며 한기 어린 눈빛으로 그를 쳐다봤다.
“난 네가 전혀 다른 두 개의 군대의 전의를 완전히 장악할 수 있다는 걸 믿지 않는단다.”
혈령자는 목진이 군대들을 어떻게 얻었는지는 모르지만 절대 목진이 배양한 것은 아니란 것은 확신할 수 있었다. 그럼 그 전의를 장악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이에 목진은 미소를 짓기만 했다. 전괴 군대는 보통 생전의 집념 때문에 수중에 넣어도 장악하기 어려운데 목진의 경우는 조금 달랐다. 부마위는 첫 번째 전주의 군대지만 목진은 천제의 계승자로 천궁의 두 번째 주인이라 도령위와 부마위가 자연스레 그의 명을 따르기 때문이었다.
목진이 가볍게 손을 휘두르자 두 갈래의 무서운 전의가 화산처럼 높이 솟구쳐 하늘을 가렸다.
순간, 노을이 져서 빨갛게 물든 하늘 아래 원고의 살육의 소리가 울려 퍼지는 것 같았다.
두 갈래 웅장한 전의는 전의의 바다를 이뤄 목진의 주위를 감쌌고 전의가 휘몰아칠 때마다 공간이 파르르 떨렸다.
그러다 전의의 바다에서 전의의 령이 생성되었는데 도령위의 전의의 령은 거대한 이무기로 몸에 전문이 150만 개나 새겨졌고 부마위의 전의의 령은 뾰족한 이를 가진 커다란 거북으로 등에 날카로운 뼈가 가득 났으며 몸에 전문이 400만 개나 새겨졌다.
부마위는 상고의 천궁의 최정예 부대였고 생전, 전성기 때는 역외족의 공격도 잠시나마 막아낼 수 있었다. 비록 지금은 천 명밖에 남지 않았지만 여전히 도령위보다 훨씬 강했다.
스으으!
거대한 이무기가 혀를 날름거리더니 웅장한 전의를 실은 채 공간을 가로지르며 신속하게 혈령자에게 향했다.
“혈영자법상(血影子法相)!”
거대한 이무기의 난폭한 공격에 혈령자는 바로 두 손을 모아 결인했다.
순간, 그의 체내에서 혈하가 폭발하더니 뒤쪽에 수만 장 정도로 큰 혈영이 나타났다.
허상과 실상을 자유롭게 전환할 수 있는 것 같은 혈영은 상당히 오묘하면서도 괴이했다.
이는 혈신족에서 가장 아끼는 법신으로 99등급 지존법신 순위권 중 38위였다.
혈령자는 목진이 소환한 두 정예 부대를 상대로 더는 방심할 수 없어 바로 지존법상을 소환했다. 그러다 변고라도 생기면 큰일이었다.
쿵!
그러다 혈령자법상은 선홍색 거수를 내밀어 손바닥에 혈하를 모아 거대한 이무기를 공격했다.
퍽!
공간이 격렬하게 요동쳤고 거대한 이무기는 혈수의 공격에 바로 주저앉았다. 녀석은 기껏해야 150만 전문밖에 안 되어 하위 지지존은 상대할 수 있어도 상위 지지존은 무리였다.
“없애거라!”
거대한 이무기를 내친 혈령자는 강제로 녀석을 없애려 했다. 그리하면 목진의 도령위도 타격을 입을 것이다.
하여 혈하가 깃든 혈수는 주먹을 꽉 쥐더니 공간을 가르며 날아가 거대한 이무기를 때리려 했다.
슉!
그런데 그때, 커다란 그림자가 다가오더니 억만 갈래의 눈부신 빛을 발하는 거북의 껍질이 나타나 혈수의 공격을 대신 받았다.
쿠쿵!
육안으로도 확인 가능한 충격파가 미친 듯이 휘몰아치자 주위의 산맥들은 와르르 무너졌고 허공에 떠 있던 거북은 온몸을 파르르 떨며 상대방의 공격을 견뎌내더니 입을 쩍 벌려 혈수를 절반쯤 집어삼켰다.
부마위의 전의로 이뤄진 커다란 거북은 400만 전문이라 상위 지지존을 상대하기에 충분했다. 하여 혈령자가 거대한 이무기를 상대했을 때의 효과를 발했다면 그건 망상이었다.
그 광경에 혈령자는 안색이 조금 어두워졌다. 그는 목진이 전의를 이렇게까지 능수능란하게 장악했을 줄은 몰랐다.
크으으으!
목진은 더는 혈령자에게 선공할 기회를 주지 않았고 거대한 이무기와 커다란 거북이 동시에 나서 혈영자법상을 공격했다.
쿠쿵!
난폭하기 그지없는 전의와 선홍색 영력이 부단히 부딪쳐 공간이 와르르 무너졌고 아래쪽 바다에 수만 장 정도의 흔적이 나곤 했다.
두 사람의 대결은 상당히 치열했다.
주위에 숨어 관전하는 사람들도 한껏 정색한 채 상황을 살폈다.
목진 수중의 두 전의의 령 중, 거대한 이무기의 실력은 하위 지지존과 비슷하고 커다란 거북은 상위 지지존을 상대할 수 있었는데 계속해서 영력을 공급해주는 혈령자의 혈영자법상의 전투력이 더 강한 건 사실이었다.
다만, 목진은 두 전령에 대한 완벽한 조종으로 혈영자법상의 무서운 공격을 전부 막아냈고 가끔 반격하여 혈영자법상에게 일정한 타격을 주었다.
두 사람의 대결은 예상 밖으로 치열했다.
그 광경에 주위에 모인 사람들도 백옥 광장에서 관전하는 사람들도 감탄을 자아냈다. 그들은 목진이 영진이 아니고 실력으로 상위 지지존을 상대할 수 있을 줄 몰랐다.
한편, 혈령자는 미친 듯이 공격을 개시하는 두 전령을 보자 안색이 점차 어두워졌다. 이건 절대 그가 원하는 바가 아니었다. 상위 지지존의 영력이 웅장하긴 하나 목진은 전의의 힘으로 싸우는 거라 군대가 죽지 않으면 전의도 끊이지 않을 터, 시간을 오래 끌수록 혈령자한테 불리해질 것이다.
혈령자는 최대한 빨리 대결을 끝내야만 했다.
그는 잠시 생각하더니 이를 악물며 외쳤다.
“귀대사, 최대한 빨리 영진을 뚫고 와서 나를 도와주게. 오늘 일이 성사하면 목진의 전인은 전부 당신한테 넘기고 나도 따로 전인을 두 개나 주겠네!”
그 말에 주위에 숨은 상위 지지존들은 몰래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다들 혈령자가 참 간사한 사람이란 생각이 들었다.
반면, 구룡시선진에 있던 귀대사는 솔깃하여 호탕하게 웃으며 말했다.
“자네 참 대범하군. 그럼 한 시진만 버티게. 내 바로 영진을 뚫고 자네를 도우러 갈 것이네!”
말을 마친 귀대사가 수많은 영인을 내던지자 아홉 마리의 영력 거룡의 몸을 감싼 사슬에 가시가 자라나 녀석들 체내의 영력을 신속하게 흡수했다.
이렇게 구룡시선진은 서서히 힘을 잃어갔다.
이에 사람들은 이내 혀를 내둘렀고 백옥 광장 밖에서 상황을 살피던 낙천신은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해졌다.
일단 영진이 뚫려 귀대사가 합류하면 상황은 완전히 바뀔 것이고 목진은 분명 대결에서 패배할 것이다.
쿠쿵!
구룡시선진에서 난폭한 영력 파동과 함께 영력 거룡 아홉 마리가 부단히 발버둥쳤지만 사슬에 묶여 꼼짝 못 했고 사슬에 박힌 한광을 발하는 가시는 부단히 녀석들의 체내의 영력을 흡수해 영진의 위력도 점차 줄어들었다.
현재, 목진은 혈령자 때문에 구룡시선진을 돌볼 겨를이 없어 귀대사는 마음대로 영진을 파괴할 수 있었다.
이대로라면 영진은 머지않아 부서질 것이다.
전의의 바다에 서 있던 목진은 이를 발견하고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혈령자는 목진을 완전히 없애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기로 마음먹은 모양이었다. 확실히 목진한테 제법 위협이 되었다.
“인제 더는 우쭐거리지 못하겠느냐?”
목진의 표정이 변한 것을 보고 혈령자는 피식 웃으며 물었다.
그는 이렇게 해서라도 목진을 죽이고 싶었다.
그런데 목진은 상대방의 말을 무시한 채 옷깃을 휘날렸다. 이에 커다란 거북과 거대한 이무기의 공격이 갑자기 난폭해져 혈영자법상의 떨림이 훨씬 격렬해졌다.
목진은 귀대사가 구룡시선진을 뚫기 전에 혈령자를 죽이려 마음먹었다.
다만, 혈영자법상도 범상치 않은 존재였다. 그는 실상과 허상을 자유자재로 전환할 수 있었다. 일단 맹렬한 공격을 당하면 바로 허상으로 전환해 상대방의 공격이 아무리 강해도 일부를 무시할 수 있었다.
대신 반격할 때에는 실체로 변해 강력한 공격을 개시하니 공격과 수비를 겸비한 법상이었다.
“허허, 나부터 쓰러뜨리려는 것이냐? 참 주제를 모르는구나. 너 따위가 내 혈영자법상을 부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냐?”
혈령자가 목진의 속내를 꿰뚫고 비아냥거리며 한 말에 몰래 숨어 관전하던 사람들도 가볍게 고개를 저었다. 혈령자가 수련한 혈영자법상은 같은 등급의 고수도 상대하기 버거워했으니 목진은 더 말할 나위 없었다.
아무리 목진이 강대한 전의를 장악했다고 해도 혈영자법상을 제압할 정도는 아니었다.
상황은 점차 목진한테 불리한 쪽으로 흘러갔다.
목진도 그 사실을 발견하고 갑자기 옷깃을 휘날렸는데 거대한 이무기와 커다란 거북이 돌아와 주위를 맴돌았다.
“드디어 포기하기로 한 것이냐?”
혈령자가 음산하게 웃으며 물었다. 그는 목진이 드디어 자신의 허튼짓을 깨달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목진은 상대방을 바라보며 한 손으로 결인했는데 인법이 바뀌자 두 전의의 령이 다시 웅장한 전의의 바다로 변했다.
그러다 전의의 바다에 파도가 일며 거대한 소용돌이가 생성되었고, 도령위와 부마위의 전의가 융합을 시도했다.
경천의 전의의 파동이 부단히 퍼져나갔다.
“뭐지?”
혈령자는 흠칫 놀라더니 피식 웃으며 말했다.
“두 군대의 전의를 융합하려는 것이냐? 생각은 좋은데 절대 불가능할 것이다.”
두 군대의 전의를 완벽하게 융합할 수만 있다면 그 효과는 분명 엄청날 것이지만 이를 해내기는 절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대신, 도령위와 부마위가 목진이 배양한 군대였다면 전의의 융합은 가능했을 테지만 어린 나이에 그럴 능력까지 없을 것이다. 하여 혈령자는 목진이 절대 두 군대의 전의를 융합하지 못할 거라고 확신했다.
몰래 숨어 상황을 살피던 사람들도 혈령자의 의견에 동의하듯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목진은 전의의 융합을 마지막 승부수로 정한 것 같은데 실패할 가능성이 너무 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