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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주재-790화 (789/1,000)

790화. 현무 전령(玄武戰靈)

쏴아아.

전의의 바다에 파도가 부단히 일며 소용돌이가 생겼으며 두 갈래의 강대한 전의도 계속 접촉했지만 융합을 시도할 때마다 배척해 실패하곤 했다.

“실패했나 보구나.”

혈령자가 히쭉거리며 한 말에 목진은 눈을 부릅뜨며 물었다.

“과연 그럴까요?”

말을 마친 그가 주먹을 쥐자 수중에 수수한 수정 장검이 나타났고 그는 장검으로 전의의 바다를 힘껏 잘랐다.

“융합하라!”

목진의 고함과 함께 검광이 깃들자 요동치던 전의의 바다는 바로 잠잠해졌고 배척으로 인해 융합에 실패했던 전의는 갑자기 배척을 포기하고 조용히 회합했다.

쿵!

양자가 융합한 순간, 강력하기 그지없는 전의의 파동이 솟구쳐 이 구역 전체가 전의의 위압감으로 가득 찼다.

그러다 전의의 바다에서 미친 듯이 회전하던 소용돌이에서 방대한 생물이 천천히 모습을 드러냈다.

녀석은 거북의 몸에 이무기의 머리와 꼬리가 달렸고 뱀의 혀를 날름거리며 웅장한 전의를 뽐냈다.

그 모양은 바로 현무였다.

현무 전령의 방대한 몸에 전문이 빼곡히 새겨져 있었는데 대충 봐도 600만 개는 되었다.

이 정도 위력의 전의의 령은 상위 지지존도 감히 무시하지 못할 정도였다.

혈령자는 도령위와 부마위의 전의를 융합해 형성된 새로운 전의의 령을 보더니 표정이 확 굳었다.

“이럴 수가! 이게 어찌 가능하단 말인가!”

그는 목진이 완전히 다른 두 가지 전의를 융합하는 데 성공할 줄 몰랐다. 이건 절대 목진이 해낼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믿기 힘들게지만 목진은 확실히 해냈다.

혈령자는 현무 전령한테서 치명적인 위협감을 느꼈다. 600만 전문을 지닌 전의의 령은 상위 지지존 중, 정예급 강자나 다름없었다.

“귀대사, 당장 영진을 뚫게!”

혈령자는 귀대사가 최대한 빨리 영진을 뚫고 나오기만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

한편, 느긋하게 영진을 뚫고 있던 귀대사도 눈앞의 광경에 깜짝 놀라 안색이 확 어두워졌다. 그도 목진이 이렇게까지 해낼 줄 몰라 깊게 숨을 들이켜고는 영인을 부단히 만들어내며 속도를 끌어올렸다.

목진이 일단 혈령자를 쓰러뜨리면 그다음은 귀대사일 테니 말이다. 그는 혼자서 절대 목진을 이기지 못할 것이다.

반면, 목진은 현무 전령을 보더니 몰래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혈영자의 예상대로 현재, 그는 도령위와 부마위의 전의를 융합할 능력이 안 되지만 다행히 천제검이 있어 모든 일이 가능했다.

그는 천제검에 깃든 천제의 기운으로 두 갈래 전의를 강제로 융합하려 했고 결국 성공했다.

목진은 고개를 들고 한기 어린 눈빛으로 혈령자를 바라봤는데 녀석의 얼굴이 어느새 창백해졌다.

“저 사람을 찢어버리거라!”

목진이 씨익 웃으며 손을 휘두르자 현무 전령은 이내 포효하며 입을 쩍 벌려 수만 장 정도의 웅장한 전의 홍류를 내뿜었는데 그 속에서 수많은 전문이 번쩍이었고 전사들의 고함이 울려 퍼졌다.

“혈하벽루(血河壁壘)!”

혈령자도 바로 인법을 바꿨는데 혈영자법상이 입을 벌려 혈하를 내뿜더니 앞쪽에 진득하기 그지없는 혈하벽루를 이뤘다.

쿵!

전의 홍류는 혈하벽루를 와장창 무너뜨린 뒤, 난폭하기 그지없는 기세로 혈영자법상을 때렸다.

그런데 그때, 혈영자가 황급히 혈영자법상을 허상으로 만들어 전의의 홍류는 녀석의 몸에 커다란 구멍만 냈을 뿐, 큰 타격은 주지 못했다.

혈령자는 목진이 놀라운 전의의 령을 융합해도 혈영자법상을 상대하기란 쉽지 않다는 걸 발견하고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쿵!

그런데 목진은 전혀 놀라지 않았다. 그가 손가락을 튕기자 전의 홍류가 다시 미친 듯이 휘몰아치며 부단히 혈영자법상을 공격했다.

이에 혈령자는 철저한 방어 태세를 취하여 치명적인 공격을 피했다.

그는 귀대사가 영진을 뚫고 나올 때까지만 버티면 되었다. 그때 가서 둘이서 함께 나서면 목진이 아무리 수단과 방법이 많아도 결국 죽게 될 것이다.

허공에 전의가 휘몰아쳐 대결이 상당히 치열해 보였고 사람들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현무 전령이 한 공격은 상당히 난폭한 것 같았지만 혈령자의 특이한 혈영자법상한테는 큰 타격을 주지 못했다.

반면, 혈령자는 생각보다 잘 버티고 있었고 구룡시선진은 곧 부서질 것 같았다.

쿵!

또 한 번의 맹렬한 공격에 혈영자법상은 다시 흐릿해져 대부분의 충격을 피했고 혈령자는 법상 위에 서서 피식 웃으며 물었다.

“언제까지 힘만 뺄 것이냐? 정녕 멍청한 것이냐?”

목진은 드디어 입꼬리를 씰룩거리며 상대방을 노려봤다.

“과연 힘만 뺀 걸까요?”

혈령자가 흠칫 놀라 고개를 숙여보니 혈영자법상에 언젠가 수정 같은 광점이 수두룩이 나타났고 이는 반딧불처럼 이상한 빛을 발했다.

혈령자는 수정 같은 광점을 보더니 갑자기 무언가 떠올라 순간 사색이 되었다.

이와 동시에, 목진은 미소를 지으며 한 손으로 결인하고 나지막하게 말했다.

“봉인!”

잇따라 수많은 수정 광점들이 강렬한 빛을 발하며 혈영자법상 전체를 비추자 법상은 순식간에 영력의 지지를 잃은 듯 신속하게 어두워지며 작아졌다. 혈령자가 아무리 영력을 끌어올려도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녀석의 괴이한 영력이야!”

“도대체 언제 내 지존법상에 스며들었단 말인가!”

“내 법상을 통과했을 때였단 말인가!”

혈령자는 안색이 확 어두워졌다. 그는 이제야 목진이 대부분의 공격이 효과를 보지 못할 걸 알면서도 여전히 멈추지 않은 이유를 알게 되었다. 그는 전의의 힘으로 지존법상을 없애려는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괴이한 영력을 이용하려 했던 것이다.

“다시 혈영자법상을 만들어내야 해!”

혈령자는 이를 악물고 혈영자법상과의 연결을 끊어내려 했는데 하늘에서 갑자기 수정 광막이 내려앉는 것 같아 고개를 들어보니 거대하기 그지없는 수정 부도탑이 추락해 그와 혈영자법상을 집어삼켰다.

잇따라 수정 부도탑은 빠르게 작아지더니 손바닥 정도가 되어 목진의 수중으로 돌아갔다.

몰래 숨어 관전하던 사람들은 순간 두 눈이 휘둥그레졌고 곧 영진을 뚫고 나올 귀대사도 안색이 확 어두워졌다.

그 누구도 눈 깜짝할 사이, 혈영자법상으로 곧 목진을 쓰러뜨릴 것 같았던 혈령자가 목진의 수정탑에 갇힐 줄 몰랐다.

정작 목진은 사람들의 시선을 무시한 채 수정 부도탑에 빨려 들어가 당황한 혈령자를 보며 살기를 품었다.

“어디 또 도망가 보시지?”

목진 수중에 조용히 떠 있는 수정 부도탑 안에 혈영자법상과 혈령자가 화들짝 놀란 채 들어있었다.

그는 순식간에 목진한테 빈틈을 보여 괴이한 수정탑에 갇히고 말았다.

혈령자는 수정 부도탑이 어떤 작용을 하는지 몰랐지만 짙은 위협감을 느꼈다. 그는 바로 영력을 한껏 끌어올려 혈영자법상으로 부도탑을 부수려 했다.

“들어갔으면 더는 나오지 마세요.”

그런데 목진은 무덤덤하게 웃으며 인법을 바꾸고 수정탑에서 수정 화염을 내뿜어 혈영자법상을 태웠다.

수정 화염이 활활 타오르자 혈령자법상은 놀라운 속도로 어두워졌고 신속하게 사라졌다.

이는 꼭 혈령자법상을 지탱했던 영력이 갑자기 작용을 잃은 것 같은 느낌이었다.

영력의 지지가 사라지면 아무리 강한 지존법상이라도 전력을 잃고 사라질 것이다.

“이 화염이 내 영력을 봉인했단 말인가!”

혈령자는 바로 이상한 낌새를 눈치채고 안색이 확 어두워졌다. 영력은 힘의 원천이라 일단 영력이 한순간이라도 봉인되면 치명적이었다.

영력의 보호를 잃으면 아무리 지지존이라도 상당히 취약해질 것이다.

그러나 목진은 혈령자의 태도 따위에는 아무런 관심이 없었다. 수정 부도탑의 수정 화염은 수정 영력으로 이뤄진 거라 봉인의 힘이 훨씬 난폭해 아무리 혈령자라도 부도탑에서 절대 빠져나오지 못할 것이다.

대신, 수정 부도탑의 위력이 상당하긴 하지만 혈령자가 항상 신중하게 움직였다면 목진도 이토록 쉽게 그를 가두지 못했을 것이다.

혈령자는 한 번의 실수로 목숨까지 잃을 지경이 되었다.

1각도 안 되는 사이, 혈영자법상은 완전히 사라졌고 혈령자의 육신이 다시 드러났다.

혈령자는 목진이 밖에서 아무리 애를 써도 없애지 못했던 혈영자법상을 수정탑에서는 이토록 쉽게 없앤 것이 너무 놀라웠다.

쿵!

혈령자는 더는 수정탑에 있으면 안 될 것 같아 체내의 웅장한 영력을 끌어올려 휘몰아치는 혈하로 미친 듯이 수정탑의 내벽을 공격했다.

위잉!

수정의 화염이 다시 날아와 웅장한 혈하를 공격했는데 양자가 부딪친 순간, 혈하는 암장을 만난 듯 신속하게 사그라들더니 선홍색 안개가 되어 사라졌다.

그 광경에 혈령자는 너무 무서워 소름이 쫙 끼쳤다. 그는 목진의 수정탑이 이렇게까지 무서운 물건인 줄 몰랐다. 누구든 일단 수정탑에 갇히면 아무리 발버둥을 쳐도 절대 빠져나오지 못할 것이다.

활활!

수정의 화염의 세례에 혈령자는 체내의 영력이 신속하게 봉인되는 것이 느껴졌다. 이대로라면 그의 영력은 완전히 봉인될 것이고 전투력을 완전히 잃을 것이다.

“목진, 나를 풀어만 주면 전인을 전부 건네주겠다. 그리고 혈신족에서 따로 지존영액을 5억 방울 줄 것이다.”

혈령자는 너무 무서워 목진한테 용서를 빌기 시작했다.

“지존영액 5억 방울이라…….”

목진은 순간 눈가를 파르르 떨었다. 혈신족에서 지존영액을 5억 방울이나 주면 아마 파산할 것이다.

이 정도 가격이면 중급 성물도 구입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목진은 여전히 마음이 움직이지 않았다. 혈령자는 상당히 교활하고 악독해 오늘 어렵게 없앨 기회가 생겼는데 어찌 풀어줄 수 있을까?

하여 그는 가볍게 웃으며 인법을 바꿔 수정탑의 화염이 더 거세게 타올라 혈령자의 웅장한 영력을 보다 빨리 태우며 봉인하도록 했다.

1각도 안 되는 사이, 혈령자의 체내의 영력은 깊은 잠이 든 것처럼 완전히 사그라들었고 다시 상태를 회복하려면 적어도 몇 시진은 필요했다.

“목진, 네가 나를 죽이면 혈신족에서는 절대 너를 가만두지 않을 것이다. 혈신족에서는 반드시 낙신족을 찾아가 대가를 치르게 할 것이야.”

혈령자는 절망스러운 듯 포효했다.

“그렇다면…….”

목진은 피식 웃으며 말을 이어갔다.

“그때 가서 혈신족까지 없애면 되겠네요.”

말을 마친 목진은 혈령자의 영력이 완전히 봉인된 것을 눈치채고 그 순간을 노렸다.

수정 부도탑에서 활활 타오르던 수정의 화염은 한데 모여 화염 거수를 이루더니 혈령자를 꽉 잡았다.

쿵!

수정의 화염은 혈령자의 육신에 미친 듯이 스며들었고, 영력의 보호를 잃은 육신은 더는 전과 같은 경천의 힘이 없어 화염에 닿자마자 녹아내렸다.

으악!

혈령자의 처량한 비명이 울려 퍼졌다.

1각이 채 지나기 전에 수정 부도탑 내의 비명은 완전히 사라졌고 혈령자의 육신은 완전히 불타 없어졌다.

혈령자의 영력이 완전히 봉인되어 가능했던 일이었다. 그렇지 않으면 목진이 상위 지지존을 완전히 죽이기란 절대 쉽지 않았을 것이다. 지지존의 생명력은 너무 완강해 육신이 녹아도 영력으로 부활할 수 있었다.

하지만 아무리 완강한 생명인들 수정 부도탑에 갇히면 아무런 소용도 없었다.

“부도탑은 참 무서운 물건이군.”

목진도 이내 감탄했다. 부도신족이 대천세계에서 오래도록 살아남을 수 있었던 데에는 다 이유가 있었다. 그 혈맥의 힘은 엄청났다.

한편, 몰래 숨어 지켜보던 사람들은 혈령자가 죽어가며 외친 비명에 안색이 확 어두워졌고 목진을 바라보는 눈빛이 완전히 달라졌다.

그들은 목진이 이렇게 무서운 실력을 지닌 줄 몰랐다. 그는 1각도 안 되는 사이, 상위 지지존 한 명을 철저히 죽여버렸다.

혈령자는 아무런 생기가 남지 않았으니 완전히 죽은 것이 분명했다. 그 누구도 더는 혈령자의 영력 파동을 느낄 수 없었다.

이렇게 짧은 시간 내에 상위 지지존을 죽일 수 있는 수단은 도대체 얼마나 무서운 것인가?

목진을 상대하려던 정예 강자들은 머리가 지끈거렸고 더는 감히 나서려 하지 않았다. 목진은 양의 털을 뒤집어쓴 늑대였다.

누구든 목진이 하위 지지존이라고 무시하고 함부로 덤볐다가는 혈령자처럼 되기 십상이었다.

“목진은 확실히 최후의 1인이 될 자격이 있는 것 같군.”

정예 강자들은 이내 감탄하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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