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91화. 전진을 획득
백옥 광장 주위의 떠들썩했던 사람들도 순간 조용해지더니 두 눈이 휘둥그레진 채 광막에 나타난 젊은이를 바라봤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목진은 혈령자한테 완전히 제압당했었는데 어느새 역전해 상대방을 수정탑에 가두었다.
그리고 잠시 후, 혈령자의 처량한 비명에서 그가 완전히 죽었음을 알아챘다.
다들 이러한 결과에 깜짝 놀랐다. 상위 지지존은 대천세계에서도 일류 강자이고 서천대륙에서는 만인의 옹호를 받을 수 있는 존재였기 때문이다.
그러한 존재가 지금은 이토록 젊은 하위 지지존의 손에 죽었다.
사람들은 몰래 침을 꿀꺽 삼키며 목진을 바라보았고 눈빛에 두려움이 깃들었다. 대결을 시작하기 전까지만 해도 목진이 상위 지지존 전장에 들어간 것이 죽음을 자초한 짓이라고 생각했던 사람들은 이제 그가 상위 지지존 전장에 들어갈 자격이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목진은 상위 지지존 전장에서 가장 빛나는 존재가 될 가능성이 있었다. 혈령자와의 대결을 마친 지금, 그 누구도 더는 그를 무시하지 않을 것이다.
낙천신도 멍하니 광막 속 목진을 바라보더니 한참 지나서야 정신을 차리고 입가를 파르르 떨며 중얼거렸다.
“혈령자가…… 죽다니!”
그는 순간 눈가가 촉촉해졌다. 낙천신은 낙신족의 천적인 혈령자를 누구보다 죽이고 싶었지만 여태껏 소원을 이루지 못했다. 게다가 몇 년 전에는 녀석과 싸우다가 혈독이 체내에 스며들었다. 아마 염제가 아니었으면 그는 지금쯤 죽었을 것이다.
하여 그는 혈령자를 죽이려면 적어도 낙리가 대성해야 할 거라 여겼는데 오늘, 그는 목진의 손에 죽었다.
낙천신은 고개를 들어 지그시 목진을 바라보더니 흐뭇하게 웃으며 말했다.
“낙리가 알면 분명 좋아할 거야.”
혈령자의 죽음에 놀란 건 백옥 광장 주위에 모인 사람들뿐만 아니었다. 만 개도 넘는 돌계단 위에 놓인 왕좌에 앉아있던 서천전황도 미간을 찌푸린 채 아무렇지 않은 듯한 표정으로 광막에 비친 목진을 바라봤다. 하지만 눈빛만은 아무도 속일 수 없었다. 그도 목진이 혈령자를 죽인 것에 제법 놀랐다.
“염제가 사람 보는 눈이 좋은가 보군. 목진은 확실히 상위 지지존 전장에 들어갈 자격이 있었네.”
서천전황이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그는 천지존이라 조금 오만하긴 하지만 전혀 말이 통하지 않을 정도로 막무가내인 사람은 아니었기에 목진이 선보인 실력을 못 본 척할 필요까지는 없었다.
다만, 그는 목진이 상위 지지존 전장에 들어갈 자격이 있다고만 했지 영전자 등과 최후의 1인의 자리를 다툴 능력이 있다고는 말하지 않았다.
염제도 상대방의 말을 바로 알아챘지만 반박하지 않고 미소를 지으며 무덤덤하게 말했다.
“그럼 목진이 앞으로 우리한테 어떤 놀라움을 안겨줄지 지켜봅시다.”
이에 서천전황은 손잡이를 만지작거리며 대충 고개를 끄덕였다.
“녀석이 염제의 말대로 의외의 모습을 보여줬으면 좋겠군.”
* * *
목진이 요동치는 바다 위에서 옷깃을 휘날리자 수정 부도탑이 사라지고 세 갈래 빛줄기가 수중에 내려앉았으니, 이는 세 개의 전인이었다.
목진은 혈령자의 수확에 저도 모르게 웃음이 났다. 이것만 있으면 전황의 보물 창고에서 삼령 전진을 바꿀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아직은 때가 아니었다.
목진은 전인을 거두고 차가운 눈빛으로 멀지 않은 곳에 놓인 구룡시선진을 쳐다봤다. 완전히 파괴된 영진에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해진 귀대사가 목진의 시선을 느끼고는 온몸을 파르르 떨기 시작했다.
그 역시 혈령자의 죽음에 적잖게 놀랐다.
귀대사는 혈령자가 그의 실력과 수단으로도 목진을 쓰러뜨리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당하게 될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하위 지지존 밖에 안 되어 보이지만 목진의 수단은 상당히 무서웠다.
“허허, 넌 참으로 대단한 인물이로구나. 내가 혈령자의 말에 놀아나 감히 너를 상대하려고 했으니 부디 용서하려무나!”
귀대사는 목진의 잔혹한 수단에 겁이 나 상냥하게 웃으며 말을 건넸다.
목진이 선보인 전투력으로 보아 귀대사가 영진 종사라도 절대 그의 상대가 안 될 것이다. 그러니 빨리 꼬리를 내릴수록 살려줄 가능성이 더 클 것이다.
“둘이서 나를 죽이려 했던 일을 이렇게 쉽게 덮으려 하는 건가요?”
목진이 입꼬리를 씰룩거리며 한 말에 귀대사는 눈가를 파르르 떨더니 쓸쓸하게 웃으며 물었다.
“어떡하면 날 풀어줄 것이냐?”
“전인 세 개를 주세요.”
목진이 무덤덤하게 손을 내밀며 대답하자 귀대사는 흠칫하더니 이를 꽉 깨물었다.
“세 개는 너무 한 것 아니냐?”
귀대사는 전인을 네 개밖에 모으지 못했고 조금만 더 모아 전황의 보물 창고에서 종사급 진도를 바꾸려 했는데 오늘, 목진에게 세 개를 주면 여태껏 한 노력이 수포가 되는 거나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목진이 하늘에 떠 있던 현무 전령을 소환하자 녀석은 웅장한 전의로 위압감을 형성해 귀대사의 주위를 감쌌다.
귀대사는 현무 전령한테서 엄청난 압력을 느끼고 목진을 힐끗 쳐다봤는데 그의 한기 어린 눈빛에서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자신도 혈령자처럼 될 거란 걸 바로 알아챘다.
그 혼자서는 절대 목진의 상대가 아니었다.
귀대사는 표정이 한껏 일그러진 채 한참 고민하더니 결국 전인 세 개를 목진한테 건넸다.
어차피 싸워도 이기지 못할 뿐만 아니라 도망가지도 못할 거라 상대방의 요구를 들어주는 수밖에 없었다.
‘망할 놈의 혈령자, 혼자 조용히 죽을 것이지 나까지 끌어들여 이 고생을 시키다니, 내 반드시 혈신족에 복수할 것이야!’
귀대사는 속으로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그는 기세등등한 목진을 상대로 감히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해 화를 혈신족에 낼 수밖에 없었고 혈령자가 죽어 혈신족도 몰락할 날이 머지않았다.
목진은 귀대사의 전인을 건네받고는 그제야 만족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비록 이번에 부마위란 필살기를 드러냈지만 수확이 그리 나쁘지만은 않았다.
“썩 꺼지세요.”
목진이 손을 휘익 저으며 말했다.
그는 귀대사 같은 사람이 너무 싫었지만 주위에 몰래 숨어 상황을 살피는 사람들 때문에 더는 나서지 않았다.
귀대사는 다행이란 생각에 목진의 생각이 바뀔까 봐 황급히 도망갔다.
“누구든 내 수중의 전인이 탐나면 지금 당장 나오게.”
귀대사가 멀리 떠난 것을 확인한 목진이 주위를 쓰윽 훑으며 한 말에 사람들은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그 수중의 전인을 뚫어져라 쳐다봤지만 혈령자의 죽음으로 목진의 잔인함에 놀라 더는 그를 건드리려 하지 않았다.
잠시 후, 그들은 목진을 상대하려는 마음을 접고 뒤도 돌아보지 않고 사방으로 흩어졌다.
아마 목진이 일전에 조금이라도 빈틈을 보였다면 저들은 바로 달려들었을 것이다.
그렇기에 목진은 저들을 물리치기 위해서라도 최대한 사나운 일면을 보여줘야만 했다.
주위에 숨었던 사람들이 전부 떠나자 목진은 도령위와 부마위를 거두고 신속하게 그곳을 떠났다. 그리고 주위에 더는 접근하는 사람이 없는 것을 확인하고는 일정한 곳을 찾아 자신의 전인을 꺼내 전황 보물 창고를 소환했다.
목진은 광막 속 아른거리는 보물들을 보다가 손을 휘익 저었다. 그러자 수중의 네 개의 전인이 사라졌고 동으로 만들어진 수수한 족자가 나타났다. 족자는 은은한 빛을 발하더니 세 사람의 형태를 이뤘다.
이것은 바로 목진이 원하던 삼령전진이었다.
목진이 삼령전진의 수련에 성공하면 일기화삼청에도 엄청난 도움이 될 것이다.
“드디어 획득했군.”
목진이 히쭉 웃으며 족자에 영력을 주입하자 뇌리에 대량의 정보가 주입되었다. 눈을 감고 자세히 살피고는 한참 지나서야 다시 눈을 떴는데 적잖게 놀란 듯한 표정을 지었다.
“삼령전진은 역시 특이하군.”
목진은 이내 감탄했다. 삼령전진의 등급은 높지 않지만 수련 조건이 상당히 까다롭고 오묘하기 그지없었다.
“삼령전진을 만들어내신 선배님께서 이것으로 지지존 대원만급 강자를 쓰러뜨릴 만했군.”
목진은 이내 감탄하더니 족자를 거뒀다. 삼령전진의 수련은 어렵지 않지만 그 조건이 너무 까다로웠고, 수련자들의 마음이 아주 잘 통해야 하는데 목진보다 잘 해낼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일기화삼청은 목진의 본체에서 비롯된 두 분신이라 쌍둥이 형제들보다 마음이 더 잘 통하기 마련이라 그가 일정한 시간 집중해 수련하면 분명 장악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생각에 목진은 이내 화색이 되었다.
“삼령전진을 획득하였으니 이제 하나밖에 없는 자리에 오르려면 좀 더 애써야겠군.”
이제 목진의 유일한 목표는 상위 지지존 전장의 최후의 승자가 되어 대륙의 후손이 되는 것이었다.
목진은 혈령자와의 대결로 상위 지지존 전장에서 더 유명해졌고, 이번에 상위 지지존이 사망한 것에 다들 적잖게 놀랐다.
대천세계에서 지지존의 완강한 생명력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터라 이러한 존재를 쓰러뜨리는 것은 어렵지 않지만 완전히 없애는 것은 상당히 어려웠다. 두 사람 사이의 실력 차이가 엄청나지 않고서는 불가능했다.
서천전전의 세 성자가 서천대륙에서 유명한 이유도 각자 상위 지지존을 죽였기 때문인데 오늘, 하위 지지존인 목진이 이를 해냈으니…….
이는 서천전전의 세 성자가 상위 지지존을 죽인 것보다 훨씬 놀라운 일이었다.
하여 아무도 더는 감히 목진한테 덤비지 못했고 서천대륙을 대표해 목진의 코를 납작하게 만들겠다던 사람들은 완전히 사라졌다.
혈신족의 족장인 혈령자마저 사정없이 죽이는 목진한테 잘못 걸리면 무슨 일이 벌어질지 아무도 모르는 일이었다.
이에 더는 아무도 목진을 찾아가지 않았다.
덕분에 목진은 며칠 동안 조용히 숨어들어 삼령전진을 수련했고 어느 정도 장악했다. 삼령전진은 수련 조건이 까다로운 것이지 수련하기 어려운 것은 아니었다.
삼령전진을 어느 정도 장악한 그는 다시 전장에 뛰어들었는데 더는 전처럼 영진을 치고 사람이 찾아오기만을 기다리지 않고 먼저 공격하는 전략으로 바꿨다.
목진은 도령위와 부마위의 웅장한 전의로 마주친 상위 지지존을 감싼 뒤, 바로 경천의 대전을 펼쳤고 대부분 대결에서 승리했다. 현재, 그는 도령위와 부마위의 전의만으로도 상위 지지존 중 정예 강자를 정면 상대할 수 있었다.
또한, 목진은 싸우면서 수정 영력을 몰래 상대방의 체내에 주입해 일부 영력을 봉인하면 패배를 인정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대신, 패배를 인정한 사람들은 혈령자처럼 죽이지는 않았다. 혈령자는 낙리 및 낙신족의 천적이었고 몇 번이나 그를 죽이려고 꼼수를 부려 용서할 수 없었지만 다른 상위 지지존들은 달랐다. 목진이 그들을 전부 죽이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지만 낙신족에 영향을 줄 것이다. 목진의 손에 죽은 상위 지지존들이 속한 세력들이 낙신족을 배척하면 서천대륙에서 낙신족의 위치가 훨씬 더 곤란해질 것이다.
목진은 절대 이러길 원하지 않았다.
하여 그는 상대방의 전인만 빼앗고 무사히 돌려보냈다.
이에 목진은 상위 지지존 전장에서 점차 유명해졌고 사람들은 전의가 요동치는 곳을 발견하면 바로 물러났다.
이제 다들 목진이 상위 지지존 전장의 신예 강자인 것을 인정했고 그를 막을 수 있는 사람은 몇 안 되는 그들뿐이란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