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94화. 영전자의 실력
소모와 초문은 하위 지지존 밖에 안 되는 목진의 진정한 실력이 가늠이 안 되었다.
“이 정도면 자격이 되나요?”
목진이 자리에서 일어나 가볍게 웃으며 묻자 소모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고 초문의 표정도 훨씬 부드러워졌다. 목진은 실력으로 두 사람의 인정을 받았다.
“네가 괜히 유명해진 것이 아니구나. 오늘 직접 보니 사람들의 말이 과언이 아니더구나.”
소모와 초문이 다가와 상냥하게 웃으며 말하자 목진도 미소를 지으며 담소를 나누다가 한참 지나서야 화두를 돌렸다.
“인제 어떻게 할 생각인가요?”
목진은 서천전전의 3대 성자에 관해 묻고 있었다.
“3대 성자는 지금쯤 전장을 소탕하고 있을 테니 머지않아 우리 셋을 제외한 모두를 이곳에서 쫓아낼 거란다.”
초문이 소모를 힐끗 보며 답했다.
“저들은 결전을 시작할 예정이군요.”
목진도 이내 정색하며 말했다. 3대 성자는 몰래 숨어있다가 이상한 꼼수를 부리려는 녀석들이 있을까 봐 미리 전장을 비우려는 것이었다.
“결전이 시작되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목진이 다시 한번 묻자 초문은 머리를 긁적이며 답했다.
“유성진과의 약속대로라면 내가 영룡자를 상대할 것이란다. 영룡자는 육신이 상당히 강력해 수련법이 나와 비슷하단다.”
“그리고 소모는 영검자를 상대할 거란다. 두 사람은 서천대륙 상위 지지존 중 검기의 수련에 가장 뛰어난 수련자들인 데다가 원한 관계도 있어 이번 기회에 풀려 할 것이다.”
초문과 소모는 갑자기 어색한 표정으로 목진을 바라봤다. 이렇게 되면 상대하기 가장 어려운 영전자는 목진이 상대해야만 했다.
“버거운 것 같으면 내가 영전자를 상대해도 된단다.”
소모가 잠시 고민하다가 이를 악물며 말했다.
그는 영전자가 얼마나 강한지 잘 알았다. 더구나 세 사람 중 최강자인 유성진도 그와의 대결에서 패했으니 소모가 나선다고 해도 이길 자신이 없었지만 목진과 초문이 나머지 두 성자와 싸워 이길 때까지 버틸 수만 있다면 역전할 가능성은 충분했다.
목진은 잠시 고민하더니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마음은 고맙지만 유성진의 전인을 건네받았으니 그 책임도 건네받아야죠.”
“그리고 내가 영전자의 전리품을 낚아챘으니 녀석은 절대 나를 가만두지 않을 거예요.”
목진은 소모의 호의를 완곡히 거절했다. 솔직히 그는 소모가 믿음직스럽지 못했다. 만약 소모한테 무슨 문제라도 생겨 영전자의 손에 죽으면 형세는 바로 뒤엎어질 것이다. 목진은 절대 이를 원치 않았다.
그럴 바에야 목진이 직접 영전자를 상대하는 편이 나았다. 소모 등과 달리, 그는 영전자를 두려워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그와의 대결이 기다려졌다.
목진은 영전자와의 대결로 자신의 한계치가 어디까지인지 알아보고 싶었다.
소모와 초문은 목진의 얼굴에 걸린 미소를 보고는 흠칫 놀랐다. 목진이 영전자를 전혀 두려워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정말 영전자를 쓰러뜨릴 수도 있지 않을까?”
두 사람은 목진의 자신감에 힘입어 조금이나마 안심이 되었다.
“그럼 이곳에서 조용히 결전의 순간을 기다립시다.”
목진은 가볍게 웃으며 말하더니 드넓은 숲에 놓인 오래된 나무 위에 조용히 내려앉았다. 소모와 초문도 양측 산맥에 앉아 부단히 영력을 끌어올리며 주위를 살폈다.
하루가 지나자 떠들썩했던 공간은 점차 조용해졌다. 3대 성자가 전장을 완전히 비운 모양이었다.
잇따라 따뜻한 태양이 높이 걸려 햇볕을 드리우자 목진은 꼭 감았던 눈을 번쩍 떴고 소모와 초문도 덩달아 눈을 떴다.
그들은 고개를 들고 서쪽 하늘을 쳐다봤는데 그곳의 공간이 격렬하게 떨리더니 구름이 요동치며 세 갈래 빛줄기가 혜성처럼 하늘을 가르며 날아와 만 장 밖에 멈춰 섰다.
이를 발견한 목진 등은 자리에서 서서히 일어났다.
순간, 천지가 어두워졌다.
광활한 천지에 여섯 명이 대치 상태를 취하자 자연스레 광풍이 일어 미친 듯이 사방에 휘몰아쳤다. 말로는 표현하기 어려운 위압감이 형성되어 공기마저 응고된 것 같았고 떠들썩했던 백옥 광장도 순식간에 조용해졌다.
사람들은 손에 땀을 쥐 채 광막을 살폈다. 여러 차례의 탈락전을 거쳐 상위 지지존 전장은 드디어 최후의 결전을 맞게 되었고 최후의 1인도 결국 최후의 6인 중에서 탄생할 것이다.
사람들 대부분은 서천전전의 3대 성자 중에서 최후의 1인이 나타날 거라 생각했다. 명성이나 이룬 성과를 보면 그들은 목진 등을 훨씬 뛰어넘었다.
반면, 유성진의 자리를 건네받은 목진은 비록 수단과 방법이 많긴 하지만 유성진마저 영전자와의 대결에서 중상을 입고 물러났으니 영전자의 상대가 되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다.
결국 3대 성자가 절대적인 우세를 차지한 거나 다름없었다.
“아이고, 이번에도 소모 등이 헛수고를 하겠군.”
누군가 이내 감탄하며 말했다. 서천전전의 성자들은 너무 강해 다른 세력 강자들은 전혀 상대가 안되었다.
“이 세상에 절대적인 일이 어디 있는가? 모든 일에 예외란 있는 법, 이번 상위 지지존 전장에서 예측하지 않았던 일이 얼마나 많았는가?”
그래도 전부 3대 성자가 이길 거라 여기는 건 아니었다. 3대 성자도 강하지만 소모, 초문, 신예 강자 목진도 절대 호락호락한 상대가 아니었다.
“암튼 이번 대전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치열할 것 같네…… 그런데 과연 누가 최후의 1인이 될까?”
누군가의 말에 다들 각자의 의견을 말했다. 강자들이 모인 상위 지지존 전장에서 지금까지 살아남은 것만 봐도 목진 등의 훌륭함은 충분히 증명되었다.
* * *
여섯 명은 살벌한 기운 속에서 한기 어린 눈빛으로 서로를 바라보며 서 있었다.
“허허, 역시 같잖은 것들이 함께 뭉쳐있군.”
영검자가 히쭉거리며 목진과 초문, 소모를 덫에 걸려든 사냥감 보듯 쳐다봤다.
“자신을 사냥꾼이라고 착각하지 말게. 사냥꾼도 사냥감의 먹이가 될 수도 있네.”
소모는 날카로운 눈빛으로 영검자를 노려보더니 피식 웃으며 말했다.
“오, 과연 그럴까?”
영검자는 어깨를 들썩이더니 씨익 웃으며 말을 이어갔다.
“그럼 사냥감의 사지를 전부 잘라 사냥꾼을 덮칠 능력을 잃게 해야겠군.”
영검자와 소모는 살기 가득한 얼굴로 서로를 바라보며 대화를 나눴는데 오래전부터 원한이 맺힌 모양이었다.
한편, 영전자는 무덤덤하게 서서 목진을 바라보더니 피식거리며 입을 열었다.
“자네가 유성진의 전인을 가진 건가?”
이에 목진은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전인을 전부 나한테 넘기고 이대로 전장에서 물러나게. 자네는 염제께서 추천한 사람이니 너무 초라하게 만들고 싶지 않네. 그럼 염제의 체면이 말이 아니지 않나?”
영전자가 손을 내밀며 씨익 웃었는데 목진을 바라보는 눈빛이 한없이 차가웠다.
“싫네.”
목진도 피식 웃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하하.”
옆에 서 있던 초문은 너무 간단한 목진의 답변에 더는 참지 못하고 웃고 말았다. 영전자는 보기에는 상냥한 것 같지만 사람을 무시하는 말투가 상당히 얄미웠다. 목진의 진지한 답변에 영전자는 순간 웃음거리가 되었다.
이에 영전자는 목진을 뚫어져라 쳐다보더니 한참 지나서야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한숨을 쉬었다.
“그렇다면…… 염제의 체면을 구길 수밖에 없겠군.”
“염제의 체면을 구기다니. 이건 서천전황 정도는 돼야 할 수 있는 말이지 않나? 자넨 비록 서천전황이 직접 배양한 제자지만 그보다 훨씬 뒤처졌으니 말이네.”
목진도 한숨을 푹 쉬며 말했다. 그는 영전자의 말투가 마음에 안 들어 전혀 봐주지 않고 반박했다.
목진의 말에 타격을 받은 영전자는 목진을 노려보며 조용히 서 있더니 미간을 어루만지며 말했다.
“죽고 싶어 환장했군.”
그는 여전히 아무렇지 않은 척 말했지만 그의 말에는 살기가 가득 깃들어있었다.
영검자와 영룡자도 영전자의 상태를 알아채고 연민의 눈빛으로 목진을 바라봤다. 영전자는 여태껏 살수를 두려 할 때마다 저도 모르게 미간을 어루만졌는데 상대방은 결국 처참한 꼴로 죽곤 했다.
머지않아 목진은 영전자가 화를 내면 얼마나 큰 대가를 치르게 될지 알게 될 것이다.
“사람부터 골라.”
영전자는 영검자와 영룡자한테 먼저 말을 건넸다.
이에 영검자는 호탕하게 웃더니 한 산맥에 다가가 예리하기 그지없는 검기를 방출하며 외쳤다.
“소모, 앞으로 더는 검선이라 자칭할 수 없을 것이네.”
“그럴 일은 없네!”
소모는 콧방귀를 뀌더니 웅장한 검기와 함께 발을 힘껏 굴러 영검자에게 향했다.
잇따라 영룡자는 튼실한 초문한테 눈길을 돌렸다.
“우리도 이만 가볼까나?”
“얼마든지!”
초문이 난폭한 영력을 방출하며 하늘 높이 날아오르자 영룡자도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신속하게 뒤따랐다.
네 사람이 떠나자 드넓은 숲은 순간 조용해졌고 목진과 영전자만 서로 마주한 채 살기 가득한 얼굴로 상대방을 바라봤다.
크으으으!
그러다 목진이 무덤덤하여 옷깃을 휘날리자 도령위와 부마위가 나타나 순간 웅장한 전의를 모아 현무 전령을 이룬 뒤, 영전자를 공격했다.
만 장 정도의 산맥 같은 현무 전령이 돌진하는 것을 보면 일반 상위 지지존들은 피하기 바쁠 텐데 영전자는 끄떡없이 서서 두 팔을 벌리고 발을 힘껏 구르며 나섰다.
쿵!
눈 깜짝할 사이에 현무 전령 앞에 나타난 영전자는 두 손을 벌려 천군만마의 힘이 깃든 현무 전령과 정면으로 맞섰다.
퍼퍽!
난폭한 충격파가 휘몰아쳐 공간이 격렬하게 진동했다.
그런데 목진은 양자가 부딪친 순간, 영전자의 몸이 끄떡없는 것을 발견하고 흠칫 놀랐다.
휘리릭!
영전자의 옷깃은 무서운 힘의 충격에 쭉 찢어졌는데 드러난 팔에 수많은 오묘한 흔적이 새겨져 있었다.
자세히 살펴보니 그 흔적은 전문이었다.
전의의 령에 나타나야 하는 전문이 영전자의 몸에 나타났다.
“서천전황의 독특한 전영력(戰靈力) 때문이라 그런가?”
목진은 눈가를 파르르 떨며 중얼거렸다. 서천전황은 자신의 영력과 전의를 융합해 독특한 영력을 만들 수 있다고 들었는데 이를 다들 전영력이라 불렀다.
허공에 떠 있는 왜소한 영전자와 거대한 현무 전령은 힘을 겨루는 것 같았다. 영전자는 팔에 새겨진 전문에서 빛을 발하자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썩 꺼지거라!”
그의 고함에 현무 전령의 방대한 육신이 멀리 튕겨 나가더니 숲에 수만 장 정도의 흔적을 남겼다.
영전자는 웅장하고 난폭한 영력을 내뿜은 채 허공에 서 있었는데 그 모습이 마치 전쟁의 신 같았다.
그는 눈부신 빛을 발하는 눈으로 목진을 바라보며 차가운 말투로 말했다.
“내 앞에서 감히 전의를 사용하다니, 머리에 피도 안 마른 녀석!”
말을 마친 영전자는 잽싸게 목진에게 향했는데 목진 주위 천장 범위에 진입하자 천지의 영력이 휘몰아치며 거대한 영진이 나타났고 영력 거룡 아홉 마리가 포효하며 모습을 드러냈다.
그러나 영전자는 전혀 물러날 생각이 없었다. 그는 여전히 빠른 속도로 전진하며 날아오는 용들을 향해 주먹을 휘둘렀다.
쿵! 쿵! 쿵!
무서운 힘이 깃든 그의 공격에 공간이 부서졌고 거대한 용들도 바로 사라졌다.
영전자가 주먹을 아홉 번 휘두르자 거대한 용들은 전부 사라졌다.
영전자는 그야말로 위험천만한 인물이었다.
그 광경에 목진은 안색이 확 어두워졌다. 영전자의 실력은 확실히 목진이 마주친 상위 지지존 중에서 가장 강력했다.
한편, 백옥 광장 주위에서 두 눈이 휘둥그레진 채 상황을 살피던 사람들은 영전자가 한주먹에 현무 전령을 날린 것과 아홉 번의 공격으로 목진의 구룡시선진을 뚫는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다.
그들은 서천전전의 3대 성자 중 최강자가 얼마나 강한지 그제야 실감했다.
낙천신 역시 목진이 걱정되었다. 이토록 무서운 영전자를 상대 하려면 아무리 목진이라도 위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