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99화. 최후의 승자
“두 사람의 전의가 두 정예 부대보다 더 강하다니, 삼령전진은 역시 오묘하군.”
목진은 이내 화색이 되었다. 삼령전진의 위력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뛰어났다.
이에 그는 자신을 향한 만 장의 권인을 바라보며 한 손으로 결인했다.
후우!
전의의 바다가 요동치더니 그 속에서 거대한 손이 형성되었다.
하늘을 가릴 만큼 큰 손은 영전자의 권인보다 훨씬 컸고 표면에 헤아리기 어려울 만큼 많은 양의 전문이 새겨져 있었다.
“저건…… 전의의 령이 아닌가!”
영전자는 너무 놀라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목진은 군대를 움직이지도 않았는데 어디서 이토록 강력한 전의를 이뤘단 말인가?
그런데 그때, 그는 웅장한 전의가 목진의 뒤에 서 있는 흑백 목진한테서 비롯된 것을 발견하고 깜짝 놀랐다.
“이럴 수가! 저 녀석이 어찌 하위 지지존의 전의를 장악할 수 있단 말인가?”
영전자는 귀신이라도 본 듯한 표정을 지었다. 실력이 강할수록 전의에 깃든 자신의 의지가 강해 조종하기가 더 어려웠다. 하여 하위 지지존의 전의를 장악하려면 적어도 천만 전문급 전진 대종사는 되어야 가능했다. 하지만 목진이 해당 경지에 이르려면 아직 멀었다. 그렇지 않으면 영전자는 물론 서천전황도 목진한테서 위협감을 느꼈을 것이다.
쿠쿵!
그러나 목진은 해명할 생각이 없었다. 그가 마음을 움직이자 수많은 전문이 새겨진 거수가 날아가 영전자의 만 장 권인을 잡았다.
전문 거수가 점차 손에 힘을 주자 만 장 권인에 빠르게 균열이 일더니 ‘퍽!’ 하는 소리와 함께 폭발했다.
영전자는 순간 사색이 된 채 절망스러운 눈빛으로 허공을 바라봤다. 그는 목숨을 걸고 날린 공격마저 이토록 쉽게 무산될 줄 몰랐다.
잇따라 무서운 영력 충격파가 휘몰아치자 목진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전문 거수를 움직여 영전자를 공격했다.
거수가 닿기도 전에 주위의 땅은 이미 무너졌다.
자신을 향한 무서운 파동에 그제야 정신을 차린 영전자는 순간 소름이 쫙 끼쳤다. 그는 목진이 자신을 살려둘 생각이 없다는 걸 깨달았다. 목진의 공격에 적중하면 그는 바로 죽을 수도 있었다.
사망의 그림자가 깃들자 영전자는 겁에 질려 어쩔 바를 몰랐다.
쿵!
그런데 그때, 영전자 주위의 공간이 갑자기 부서져 공간 균열이 일더니 그를 꿀꺽 삼켰고 그의 전인들과 함께 미세한 파동이 스며져 나와 전문 거수를 공격했는데 거수는 바로 부서져 수많은 광점이 되어 우수수 떨어졌다.
그 광경에 목진은 흠칫하더니 이내 미소를 지었다. 이 정도 수단으로 사람을 구하고 미세한 파동만으로 그의 공격을 부술 수 있는 사람은 서천전황 뿐이었다.
서천전황은 자신의 친전 제자가 죽는 꼴은 못 볼 모양이었다.
이와 동시에, 백옥 광장의 왕좌에 안색이 확 어두워진 채 앉아있던 서천전황의 앞쪽 공간이 찢어지더니 한껏 초라해진 영전자가 굴러 나왔다.
구경꾼들이 눈치를 챘듯이 서천전황이 나서 영전자를 구한 것이었다.
“무능한 녀석!”
서천전황은 영전자를 노려보며 화를 냈다. 그는 큰 기대를 걸었던 제자가 이토록 초라하게 질 줄 몰랐다. 심지어 자신이 직접 나서서 구해야 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영전자는 사색이 된 채 고개를 푹 숙였다.
그때 서천전황은 광막 속 똑같게 생긴 세 명의 목진을 바라보며 천천히 말했다.
“상고 시기, 천제가 일기화삼청이란 절세신통을 수련해냈다고 들었는데 계승자가 없어서 만 년도 넘게 사라졌다지? 그런데 저 아이가 일기화삼청의 수련법을 획득했다니, 운이 참으로 좋군.”
서천전황은 천지존이라 해박했다. 그는 목진의 두 화신의 출처를 알아채고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목진을 바라봤다.
일기화삼청 같은 절세신통은 천지존한테도 엄청난 매력의 수련법이었다.
“허허, 자네 말대로 목진은 확실히 천제의 계승자라네. 그날, 나와 무조도 현장에 있었고 천제의 부탁으로 앞으로 저 아이를 잘 보살펴 주기로 하였네.”
염제가 미소 지으며 한 말에 서천전황은 흠칫 놀랐다. 염제의 말은 목진한테서 일기화삼청의 수련법을 빼앗을 생각조차 하지 말라는 경고나 마찬가지였다. 안 그럼 서천전황은 염제와 무조의 적이 될 수도 있었다.
대천세계에서 염제와 무조가 손을 잡으면 역사가 유구한 고족도 차마 상대하기 버거울 것이다.
하여 서천전황은 어쩔 수 없이 생각을 접었다. 절세신통이 진귀하긴 하지만 염제와 무조를 건드리면서까지 얻을 정도는 아니었다. 그렇게되면 대천세계에서 무사히 살아남지 못할 것이다.
서천전전의 실력으로는 절대 무한의 화역을 상대할 수 없었다.
그때 백옥 광장 주위에 모인 사람들은 이내 함성을 질렀다. 다들 상위 지지존 전장의 놀라운 결과에 깜짝 놀란 것이다.
낙천신도 너무 흥분되어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 목진이 영전자를 쓰러뜨렸단 사실이 아직도 믿기지 않았다.
“아직 하위 지지존일 뿐인데…… 언제가 상위 지지존이 되면 지지존 대원만급 강자가 아니고서야 절대 목진의 상대가 안 되겠군.”
낙천신은 복잡미묘한 눈빛으로 목진을 바라봤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그는 보잘것없던 소년이었는데 이렇게까지 성장할 줄 몰랐다.
“낙리의 안목이 역시 이 늙은이보다 훨씬 낫구나.”
최근 들어 낙천신은 이 말을 몇 번이나 하는지 모른다.
* * *
목진은 전의와 삼령전진을 거두고는 아직 대결을 마치지 못한 소모 등한테 눈길을 돌렸다.
영검자와 영룡자는 소모와 초문을 완전히 억압한 채 싸우고 있었다.
순간 목진의 시선이 느껴진 두 사람은 온몸을 파르르 떨며 바로 물러난 뒤, 잔뜩 경계하며 멀리 떨어져 있는 목진을 쳐다봤다.
이에 세 명의 목진은 그들 앞으로 날아가 영검자와 영룡자를 노려보며 물었다.
“계속 싸울 건가?”
영전자의 패배를 목격한 영검자와 영룡자는 세 명의 목진의 눈빛에 소름이 쫙 돋았다. 영전자가 패배한 순간, 자신들의 미래도 정해진 것이다.
“죽 쒀서 개를 줬군!”
영검자와 영룡자는 소모와 초문을 흘겨보며 말했다. 목진만 아니었으면 이들은 머지않아 두 사람을 쓰러뜨릴 수 있었을 것이다.
그들은 수중의 전인을 전부 건네고 전장에서 나왔다.
그들은 강대한 목진과 싸워 이길 자신이 없었다.
소모와 초문도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쉬더니 복잡 미묘한 눈빛으로 목진을 바라봤다. 그들은 유성진을 대신해 출전한 목진이 이렇게까지 강할 줄 몰랐다. 목진은 무려 영전자를 쓰러뜨렸다.
“자넨 역시 소문대로 대단한 사람이군. 이번엔 우리가 자네 덕에 큰 득을 봤으니 상위 지지존 전장의 최후의 승자는 자네 몫이네.”
소모와 초문은 목진이 하나밖에 없는 자리를 그들한테 양보할 리 없다는 걸 잘 알았다. 그럴 바에는 먼저 포기하는 것이 나았고 오히려 그것이 목진과 친해질 기회가 될 것이다.
이에 목진은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두 분의 도움이 없었다면 오늘 일은 장담하지 못했을 것이네.”
말을 마친 목진은 영검자와 영룡자한테서 받은 전인을 두 사람한테 건넸다.
“이것으로 원하는 보물을 바꾸게. 그래야 후회가 없을 것 아닌가?”
목진은 눈치가 빠른 두 사람한테 일정한 보상을 주기로 했다.
“고맙네!”
소모와 초문은 이내 화색이 되었다. 이 정도 전인이면 그들이 눈 여겨봤던 보물을 바꿀 수 있을 것이다.
두 사람은 전인을 건네받자마자 신속하게 전황 보물 창고에서 보물을 바꾸고 전장에서 나갈 준비를 했다.
“대륙의 후손이 된 것을 축하하네.”
두 사람은 목진한테 축하 인사를 하고 전장을 떠났다.
목진도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는데 전장 공간이 서서히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이는 쟁탈전이 끝났다는 의미였다.
“대륙의 후손이라…… 제법 기대되는걸?”
목진은 고개를 들고 미소를 지으며 중얼거렸다.
전장 공간이 일그러지다가 한계치에 이르자 공간 파동과 함께 사방에서 귀청을 찢는 듯한 고함이 전해졌다.
이에 목진이 주위를 살펴보니 그는 어느새 백옥 광장에 서 있었고 사람들이 모두 경외의 눈빛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목진이 전장에 들어갈 때까지만 해도 아무도 그를 거들떠보지 않았다. 다들 3대 성자와 유성진, 소모, 초문 등 서천대륙에서 유명해진 지 오래된 사람들한테만 관심을 기울였다.
비록 목진이 무명 인사는 아니지만 하위 지지존의 실력으로 상위 지지존 전장에 들어간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하여 다들 목진을 웃음거리로 생각했는데 그는 사람들에게 기적의 순간을 몇 번이나 안겨줬다.
심지어 마지막에 영전자마저 쓰러뜨리고 상위 지지존 전장에서 가장 눈부신 존재가 되었다.
사람들은 이제야 목진이 달리 보이기 시작했고 머지않아 그는 대성할 것이라 확신했다. 목진이라면 천지존경에 이르는 것도 문제가 아닐 것이다.
그러니 이런 요물은 건드리지 않는 것이 상책이었다.
정작 목진은 아무렇지 않게 서서 왕좌에 앉아있는 두 사람을 바라봤다.
한편, 서천전황은 여전히 막연하게 목진을 바라봤다. 비록 목진이 전장에서 뛰어나 최후의 1인이 되었다고 해도 그한테는 그리 놀라운 일은 아니었다. 대천세계에서 목진 같은 요물은 정말 많았지만 천지존경에 이를 수 있는 사람은 얼마 없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서천전황은 천지존이 아니라면 지지존 대원만급 강자라도 눈여겨보지 않을 것이다.
목진도 서천전황의 눈빛을 무시했다. 그는 모든 정예급 강자가 염제, 무조처럼 도량이 넓지 않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게다가 그는 아직 천지존을 정면으로 상대할 실력을 지니고 있지 않았기에 억지를 부릴 필요가 없었다. 다만, 목진은 언젠가 반드시 서천전황을 뛰어넘을 거라 확신했다. 비록 이를 이루기 위해 일정한 시간이 필요하지만 말이다.
반면, 그 옆에 앉아있는 염제는 목진을 보더니 흐뭇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비록 목진이 성공할 거란 확신은 없었지만 자신의 추천으로 서천대륙의 대륙의 후손 쟁탈전에 참가하게 되었고 결론적으로 보면 역시나 기대에 어긋나지 않았다.
목진도 바로 달려가 공손하게 인사를 올렸다.
“염제 선배님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마지막까지 남게 되어 참으로 다행입니다.”
이에 염제는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전황한테 고마워해야지. 네가 획득한 대륙의 후손은 서천대륙의 것이 아니더냐?”
목진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이더니 서천전황한테도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고맙습니다, 전황님.”
서천전황은 순간 입가가 파르르 떨렸다. 그는 서천대륙의 세 개밖에 안 되는 대륙의 후손 중 한자리를 목진한테 주려니 마음이 아팠다.
일단 대륙의 후손이 되면 대천세계의 천지존이 되는 거나 다름없다고들 했으니까.
대륙의 후손이 된다고 반드시 천지존경에 이를 수 있는 건 아니지만 가능성은 훨씬 커질 것이다.
그리고 대륙의 후손의 세례의 힘은 서천대륙의 영력을 수백 년 동안 끌어모아야 겨우 한 번 진행할 수 있는 귀중한 것으로 휘하의 충성을 맹세한 강자들에게 하사하는 것이다. 그리하면 앞으로 새로운 천지존이 탄생했을 경우, 서천전전의 실력도 폭등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목진이 갑자기 끼어들었으니 누군들 좋아할까?
다만, 아무리 언짢아도 서천전황은 염제를 앞에 두고 화를 낼 수는 없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염제의 용봉천존단을 받지 말 걸 그랬다.
용봉천존단이 아무리 진귀해도 대륙의 후손과 비교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하여 서천전황은 그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이건 온전히 네 힘으로 얻은 것이니 더는 뭐라 하지 않겠다. 대신, 조금만 기다리거라. 다른 전장의 전쟁이 끝나면 너희는 함께 세례를 받으러 갈 것이다.”
목진은 전황의 기분이 그리 좋지 않다는 것을 눈치채고 더는 몰아붙이지 않고 미소를 지으며 백옥 광장에서 물러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