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1화. 낙리의 실력
낙리 뒤에 형성된 가녀린 그림자는 만 장의 영광을 발하더니 절세의 미인의 모습을 갖췄다.
낙리와 비슷하게 생긴 거대한 여인한테서 신성한 기운이 뿜어져 나왔는데 아무도 감히 연모라는 하찮은 마음을 품지 못했다.
그녀의 아름다움은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였고 기품이 남달랐다. 그녀는 천지의 영기를 머금고 태어난 존재로 이 세상의 모든 아름다움의 집합체 같았다.
낙리의 지존법신에서 웅장한 빛을 방출하자 전장은 순식간에 조용해졌다. 다들 멍하니 아름다운 지존법신과 그 앞쪽에 은하수 같은 장발을 드리운 채 서 있는 여인을 바라봤다.
“참으로 아름다운 지존법신이군.”
사람들은 저도 모르게 입이 떡 벌어졌고 왕좌에 앉아있던 염제와 서천전황마저 넋을 놓고 아름다운 여인을 바라보더니 한참 지나서야 정신을 차리고 이내 감탄하며 말했다.
“낙신법신이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지존법신인데는 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군.”
낙신법신은 오래전부터 아름답기로 유명했다.
낙신법신을 수련하려면 계승이 필요할 뿐만 아니라 수련 조건도 상당히 까다로웠는데, 처녀의 몸이어야 할 뿐만 아니라 뛰어난 천부적 재능과 절세의 미모까지 있어야 했다.
또한, 낙신법신의 수련에 성공하면 법신과 본체가 아우러져 양자의 승화가 이뤄진다고 했다.
하여 상고 시기, 낙신은 이것으로 대천세계에서 제일가는 미인이 되었다. 그때, 대천세계의 뛰어난 천지존들이 낙신의 환심을 사기 위해 애를 쓴 것만 봐도 대천세계에서 제일가는 미인의 매력이 얼마나 강한지 알 수 있었다.
염제와 서천전황 같은 대천세계의 거장들도 낙신법신의 출현에 감탄을 자아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들은 감탄하는 것으로 그쳤는데 다른 사람들은 그 아름다움에 흠뻑 젖어 눈을 떼지조차 못했다.
“참으로 아름답군.”
* * *
정작 영비자는 차가운 눈빛으로 낙리를 쏘아보며 이를 악물었다.
“낙신법신? 외모로 승부를 보는 지존법신 따위에 순위는 왜 그리 높은지 모르겠군!”
영비자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
낙신법신은 99등급 지존법신 순위권 중 무려 11위로 순위가 상당히 높았다. 서천전전에도 이 정도 등급의 지존법신이 없으니 말이다.
위잉!
영비자는 낙리한테 사람들의 시선을 전부 빼앗기고 싶지 않아 바로 결인했다. 곧 뒤쪽에서 영광이 폭발하며 거대한 지존법상을 형성했다.
영비자의 지존법상도 여인의 형태였고 머리에 밝은 달을 얹고 있었다.
“저건…… 99등급 지존법신 순위권 중 30위에 오른 현녀법신(玄女法身)이 아닌가?”
사람들은 영비자의 지존법신에도 제법 놀랐다. 그녀의 지존법신은 비록 낙신법신보다는 못 하지만 상당히 유명했다. 서천전전 같은 엄청난 세력이 아니고서는 얻지 못할 것이다.
잇따라 영비자는 현녀법신의 어깨에 내려앉아 한기 어린 눈빛으로 낙리를 노려보며 피식 웃었다.
“오늘 반드시 자네가 수련한 낙신법신은 겉치레만 그럴싸한 장신구일 뿐이란 걸 밝혀낼 것이네!”
위잉!
말을 마친 영비자가 발을 구르자 현녀법신의 머리에 얹었던 밝은 달에서 만 갈래의 달빛을 발했다. 이는 공간을 가르며 날아가 낙신법상을 공격했는데 부드러운 것 같은 달빛에 주위의 공간이 사정없이 찢어졌다.
살기가 잔뜩 깃든 달빛이 깃들자 낙리는 가녀린 손을 가볍게 들었는데 영광 한 덩이가 폭발하더니 수많은 꽃잎이 우수수 떨어졌다.
영광이 번쩍이는 꽃잎들은 날아가 달빛에 닿았는데 양자가 부딪치자 꽃잎은 꽃봉오리가 되어 달빛을 감쌌다.
하늘에서 꽃봉오리가 떨어지는 것이 상당히 아름다워 보였다.
그 광경에 사람들은 이내 감탄했지만 극도의 아름다움 속에 깃든 살기는 무시무시했다.
영비자는 낙리가 자신의 공격을 손쉽게 막아내자 이내 정색했다. 그녀는 비록 낙리를 질투했지만 바보는 아니었다. 일전의 대결로 상대방의 실력을 어느 정도 파악했다.
“이 정도로는 안 되겠어.”
영비자가 이를 꽉 깨물며 마음을 움직이자 현녀법신이 백옥 같은 손을 내밀어 머리에 얹은 밝은 달을 집었다.
순간, 경천의 한기가 폭발했는데 천지를 자를 정도의 위력을 가진 무기 같았다.
“지존신통, 현녀월륜(玄女月輪)!”
영비자가 두 손으로 결인하며 버럭 소리를 지르자 현녀법상이 밝은 달을 쥔 채 힘껏 내리찍었는데 수만 장 크기의 예리한 달빛이 엄청난 기세로 낙리에게 향했다.
달빛의 예리한 기운에 앞쪽 공간마저 부서졌으니, 사람들은 그 엄청난 위력에 저절로 소름이 끼쳤다.
정작 낙리는 태연하게 서서 자신을 향해 오는 상대방의 공격을 바라봤는데 그 우아한 자태에 매력이 흘러넘쳤다.
그러다 달빛이 닿기 직전, 낙신법상이 한 손으로 결인하자 앞쪽에서 영광을 번쩍이더니 영롱한 하천이 나타나 눈 깜짝할 사이에 도천의 파도를 이뤘다.
퍽!
양자가 부딪치자 파도는 와르르 무너졌고 예리하기 그지없는 달빛도 완전히 사라졌다.
이에 영비자가 안색이 확 어두워져 손을 휘두르자 수백 갈래의 예리한 달빛이 엄청난 살기를 싣고 폭우처럼 휘몰아쳤다.
쏴아아!
한편, 낙신법상 앞쪽에서 계속해서 영광이 깃든 파도가 일더니 주위에 거대한 하천을 이뤘고 달빛이 아무리 공격해도 결국 하천에서 일으킨 파도 때문에 무산되었다.
1각도 안 되는 사이, 영비자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수백 차례의 매서운 공격을 개시했다. 공격마다 하위 지지존을 으깨고 남을 정도의 힘이 깃들어 있었다.
그러나 그녀는 여전히 낙신법상 주위를 맴도는 영광 하천을 뚫지 못했다.
일부 상위 지지존들도 조금 놀란 듯한 표정을 지으며 두 여인의 대결을 살펴보았다. 낙리와 영비자의 실력은 하위 지지존 중 최정예급이었고 상위 지지존도 상대할 수 있었다.
그런데 상황을 보아하니 영비자의 공격이 매섭긴 하지만 단 한 번도 낙신법신의 방어를 뚫지 못했으니…….
“방어 밖에 할 줄 모르는 건가?”
공격에 큰 효과를 거두지 못한 영비자는 안색이 한껏 어두워졌다. 그녀는 낙신법신의 방어력이 이렇게까지 강력할 줄 몰랐다. 이토록 매서운 그녀의 공격에도 전혀 빈틈을 보이지 않으니 말이다.
“현녀법신이 얼마나 대단한지 보려고 그런 것뿐이네.”
낙리는 가볍게 웃으며 답했다.
“그런데 현녀법신은 평범하진 않아도 그리 놀라운 편은 아닌 것 같네.”
“말도 안 되는 소리!”
영비자는 너무 화가 난 나머지 헛웃음이 나왔다.
이에 낙리는 미소를 짓더니 묵묵히 결인하기 시작했다.
쏴아아.
영롱한 하천이 갑자기 빨리 움직이더니 거대하기 그지없는 수룡처럼 낙신법신의 주위를 맴돌았다.
그러다 낙신법신이 가녀린 손을 뻗어 영롱한 하천을 잡자 영광을 번쩍이는 하천은 영롱한 장검으로 변했다.
순간, 예리한 검기가 치솟아 아래쪽 산맥이 반으로 갈라졌다.
“계속 방어만 할 수 없으니 나도 지금부터 공격하겠네. 대신 내 공격을 한 번이라도 받아내면 내가 패배한 것으로 하겠네.”
낙리는 자신만만하게 말을 내뱉었다.
“자넨 반드시 질 것이네!”
영비자는 씨익 웃더니 이를 꽉 깨물며 말했다. 하지만 그녀는 치명적인 위협감이 느껴져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반면, 낙리는 생긋 웃으며 장검을 휘둘렀는데 무한의 검광이 휘몰아쳤다.
“지존신통, 낙수화일검(洛水化一劍)!”
낙리는 일전에 일검화낙수란 신술을 수련한 적이 있었다. 낙신법신의 지존신통은 해당 신술과 이름은 비슷하지만 위력은 천지 차이였다.
무한의 검광이 휘몰아치자 그곳은 맑은 물소리로 가득 찼는데 그 속에 무서울 정도로 예리한 검기가 깃들었다.
사람들은 두 눈이 휘둥그레진 채 곳곳에 퍼진 검광과 거대한 홍류를 확인하고는 화들짝 놀랐다.
검기가 삼만 리 거리를 종횡무진하고 검광이 9주의 땅을 얼린다.
사람들은 그제야 낙신법신이 99등급 지존법신 중 11위에 오른 이유를 깨달았다.
쏴아아!
검광이 휘몰아치자 맑음 물소리가 울려 퍼졌고 영비자의 안색은 한껏 어두워진 것도 모자라 두려운 기색까지 역력했다. 그녀는 낙리의 공격이 이렇게까지 무서울 줄 몰랐다.
낙리가 검을 휘두르자 검광은 곳곳에 골고루 퍼진 듯 피하려고 해도 절대 불가능했다.
“젠장!”
더는 피할 길이 없자 영비자는 낙리의 공격을 막아보기로 했다. 그러다 정말 성공이라도 하면 낙리는 더 이상 지금처럼 좋아하지 못할 것이다.
“내 현녀법신은 절대 호락호락하지 않네!”
영비자는 혀끝을 깨물고 정혈을 뱉었는데 그 속에 웅장하기 그지없는 영력이 깃들어있었다.
영비자의 안색이 바로 창백해진 것을 보니 정혈 때문에 체내의 영력을 대부분 소모한 것 같았다.
이렇게 정혈은 현녀법신이 들고 있던 거대한 월륜에 떨어졌는데 영롱한 월륜은 빨갛게 물들며 무서운 살기를 방출했고 공간마저 서서히 얼어붙었다.
위잉!
빨간색 월륜이 미친 듯이 진동하다가 현녀법신의 손에서 벗어나자 도천의 혈광을 발하며 한 갈래 혈광이 되어 공간을 가르며 무한의 검광으로 향했다.
극한의 기운이 깃든 혈광은 천지의 영력마저 순간 얼려버릴 정도였다.
쿵!
잠시 후, 검광과 혈륜이 힘껏 부딪쳐 눈부신 빛을 발하자 아래쪽 산맥들이 와르르 무너졌고 주위 수천 리 범위에 있던 하위 지지존들은 황급히 물러난 뒤, 두 눈이 휘둥그레진 채 상황을 살폈다. 자칫 잘못해 불똥이라도 튀면 죽지 않아도 분명 크게 다칠 것이다.
이렇게 검광은 결국 완전히 사라졌고 혈륜이 발하는 빛도 훨씬 어두워졌다.
탕!
그런데 그때, 영롱한 빛을 발하는 장검이 날아가 혈륜을 가볍게 찍자 맑은소리와 함께 영비자는 순간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혈륜에 미세한 균열이 생겼는데 이는 빠르게 퍼져 혈륜 전체에 흩어졌다.
퍽!
혈륜은 결국 한계치에 이르러 폭발해 수많은 빨간색 광점이 되어 우수수 떨어졌고 낙리가 무덤덤하게 서서 허공에 가볍게 손가락을 찍자 손끝에 파문이 일었다.
슉!
혈륜을 뚫은 영롱한 장검은 다시 사라졌다.
영비자는 뭔가 눈치챈 듯 영력 광막으로 현녀법신과 자신을 감싼 채 미친 듯이 철수했는데 미세한 소리가 들리더니 영롱한 장검이 검광과 함께 현녀법신의 가슴팍을 휘익 지나갔다.
예리하기 그지없는 검광은 현녀법신의 체내에 퍼져나갔다.
퍽!
내부에서 휘몰아치는 검광에 현녀법신은 폭발하여 도천의 영력 광점이 되어 폭우처럼 쏟아져 내렸다.
풉!
영비자는 중상을 입고 피를 토하며 추락하여 산맥에 떨어졌는데 해당 산맥도 함께 주저앉았고 도천의 검광은 그제야 사라졌다.
낙리는 여전히 낙신법신 위에 서서 서서히 손가락을 거두더니 무너진 산맥 쪽을 바라보며 느긋하게 말했다.
“자네가 졌네.”
양측 하위 지지존들은 순간 입이 떡 벌어졌다. 아무도 영비자의 예리하기 그지없는 공격마저 낙리의 공격을 막아내지 못할 줄 몰랐다.
승자는 역시나 낙리였다.
퍽.
영비자는 움푹 파인 산맥에서 기어 나오더니 입가의 피를 닦으며 외쳤다.
“난 아직 패배하지 않았네!”
그러나 낙리는 그녀의 말을 무시한 채 손을 휘둘렀고 영비자는 결국 전인을 전부 빼앗겼다.
영비자는 너무 화가 나 또 피를 토했는데 너무 크게 다쳐 더는 낙리를 상대할 수 없었다.
그때 전인을 전부 빼앗긴 영비자 주위의 공간이 요동치기 시작했는데 그녀는 곧 전장에서 쫓겨날 것이다.
“낙리, 언젠가 꼭 자넬 이길 것이네!”
낙리는 영비자가 이를 갈며 한 말을 듣는 척도 하지 않았다.
결국 영비자는 공간 소용돌이에서 사라졌고 쟁탈전에 계속 참가할 자격을 잃었다.
잇따라 낙리가 영비자 휘하의 강자들한테 눈길을 돌리자 낙신법신은 예리하기 그지없는 검광으로 세 명의 촉문 출신 하위 지지존들을 가리켰다.
이에 녀석들은 잠시 반항하더니 절대 낙신법신의 상대가 안 된다는 것을 알고 바로 패배를 인정했다.
“우리가 졌네!”
낙리는 하위 지지존 따위가 상대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니었다. 지금 낙리의 실력은 아마 서천대륙의 하위 지지존 중 패주는 될 것이다.
이들과 낙리의 실력은 천지 차이였다.
비참한 현실에 다들 헛웃음 밖에 나오지 않았지만 낙리의 실력을 직접 확인하면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낙리도 그제야 공격을 멈추고 낙신법신 위에 서서 녀석들을 쓰윽 훑었는데 세 명의 촉문 출신 천재들은 시무룩해진 채 전인을 전부 건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