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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주재-802화 (801/1,000)

802화. 세례 분배

멀지 않은 곳에 서서 상황을 살피던 여봉선 등은 낙리가 신속하게 녀석들을 제압한 것을 보더니 표정이 복잡미묘해졌다.

낙리 정도는 되어야 진정한 천재라 말할 수 있었다. 사람들은 여봉선 등을 천재라 부르곤 하는데 지금 보면 너무 하찮아 보였다.

여봉선처럼 자신만만하던 사람들도 외모와 실력이 뛰어난 낙리 앞에서는 한없이 작아졌다. 보통 사람은 절대 그녀의 짝이 될 수 없었다.

이러한 생각에 수호는 씁쓸하게 웃으며 연모의 마음을 억눌렀다.

“목진은 무슨 수로 낙리의 환심을 샀는지 모르겠군.”

그들은 서로 마주 보더니 한숨을 쉬며 말했다. 다들 목진이 너무 부러웠다.

“여러분, 계속 싸울 건가?”

낙리가 묻자 영비자 쪽 강자들은 순간 사색이 되었다.

이제 역전이란 건 불가능하다. 더구나 영비자가 대결에서 패배하고 전장에서 쫓겨났으니 이들도 편을 잘못 든 대가를 치러야 할 것이다.

하여 다들 고개를 푹 숙인 채 전인을 건네고 전장에서 물러났다.

1각도 안 되는 사이, 영비자 무리의 강자들은 서른 명도 채 안 남았다. 그들은 아직 포기하지 않고 도주를 꿈꾸다가 낙리가 대충 휘둘러 뿜어낸 빛줄기에 모조리 쓰러졌다.

결국 하위 지지존 전장에는 낙리 쪽 사람들만 남았다. 그들은 수중의 전인을 한 곳에 모았는데 수백 개나 되었다.

낙리도 자신의 전인을 꺼내고 주위를 훑어보며 미소를 지었다.

“인제 우리가 승리하였으니 약속했던 대로 이룬 성과에 따라 전인을 나눕시다.”

이에 사람들은 동의하듯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이 이룬 성과는 기록되어있어 각자 적혀있는 대로 자기 몫을 가져갔고 1각도 안 되는 사이, 하늘에 전인이 90개도 채 남지 않았다. 남은 건 전부 낙리의 것이었다.

그러나 낙리는 이를 전부 갖지 않고 다른 강자들에게 대충 나눠줬다.

사람들은 낙리의 이러한 결정에 전혀 놀라지 않았다. 낙리는 전인을 포기한 대신 하위 지지존 전장의 유일한 자리를 획득했기 때문이었다.

이에 반대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실력으로 봐도 낙리보다 그 자리에 어울리는 사람은 없었다.

이번에 낙리가 아니었다면 그들은 벌써 영비자 때문에 전장에서 쫓겨났을 것이고, 절대 이렇게 많은 양의 전인을 획득해 보물을 바꾸지 못했을 것이다.

“고맙네, 낙황!”

사람들은 낙리에게 진심으로 고마워했다.

다들 각자 보물 창고에서 보물을 바꾼 뒤, 서서히 전장을 떠났고 전장에는 결국 낙리 혼자만 남았다.

하위 지지존 전장의 최후의 1인도 결정되었다.

그때 낙리는 고개를 들어 어딘가를 바라보며 가볍게 미소를 지었다. 그녀는 비록 상위 지지존 전장의 상황을 모르지만 목진이 지금쯤 우승했을 거란 예감이 들었다.

그녀는 처음부터 목진을 굳게 믿었다.

아름다운 낙리가 백옥 광장에 나타나자 떠들썩했던 사람들은 잠시 조용해진 채 멍하니 그녀를 바라봤다.

하위 지지존 전장에서 일어난 대전으로 인해 다들 낙리는 절세의 미모뿐만 아니라 실력과 천부적 재능도 엄청나다는 걸 알게 되었다.

정작 낙리는 아무렇지 않은 듯 주위를 쓰윽 훑더니 낙천신과 함께 서 있는 목진을 발견하고 생긋 웃었다.

이에 다들 부러움과 질투가 섞인 눈빛으로 목진을 쏘아봤다.

만약 목진이 상위 지지존 전장에서 놀라운 실력을 선보이지 않았다면 아마 그에게 결투를 신청하는 사람이 생겼을 것이다.

목진은 사람들의 시선에 무안한 듯 가만히 웃었다. 그는 이제야 뛰어난 미모는 화를 부른다는 것이 무슨 말인지 알 것 같았다.

앳된 모습을 벗어던지고 낙신법신의 수련에까지 성공한 낙리는 엄청난 미인이 되었다.

다행히 이 엄청난 미인은 목진의 여인이라 그는 얼마든지 그녀가 안겨준 화를 감당할 준비가 돼 있었다.

“으흠!”

그때 왕좌에서 헛기침 소리가 들려 고개를 돌려보니 서천대륙의 천지존인 서천전황이 조금 언짢은 듯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하긴, 서천대륙의 대륙의 후손은 세 명밖에 없는데 목진과 낙리가 그중 두 자리를 빼앗았으니 누구든 기분이 좋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서천전황은 별다른 수가 없었다. 낙신족은 확실히 쟁탈전에 참가할 자격이 있었고 낙리의 실력도 영비자보다 훨씬 강했다.

그는 간신히 마음을 가라앉히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이번 서천대륙의 대륙의 후손은 정해졌다.”

“지지존 대원만 전장의 승자인 늠동노인, 상위 지지존 전장의 승자인 목진, 하위 지지존 전장의 승자인 낙리다.”

서천전황의 말과 함께 세 사람이 백옥 광장에 나타났는데 순간, 귀청을 찌르는 듯한 환호가 울려 퍼졌다. 비록 최후의 승자는 세 사람뿐이지만 대결을 지켜본 사람들은 세 사람이 진심으로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사람들은 늠동노인보다는 목진과 낙리한테 눈길을 돌렸다.

훤칠하게 생긴 목진의 검은색 눈동자에는 상냥한 기운이 깃들어 있었는데 정색하면 숙연해지는 모습이 여간 무섭지 않았다.

그리고 현의를 입은 낙리는 영롱한 몸매를 지닌 데다가 정교한 얼굴에 가벼운 미소가 걸려있는 것이 상당히 우아해 여황처럼 존귀해 보였다.

이렇게 훌륭한 두 사람이 한 쌍이라니, 너무 잘 어울렸다. 심지어 왕좌에 앉아있는 염제까지 인정하듯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두 사람은 확실히 실력이 뛰어난 젊은이들이었다.

“너희 셋은 각자의 전장에서 승리하였으니 대륙의 후손이 될 자격이 생겼단다. 인제 나와 함께 대륙의 힘의 세례를 받으러 가자꾸나.”

서천전황의 말에 낙리와 목진은 물론이고 무덤덤하게 서 있던 늠동노인마저 이내 화색이 되었다.

늠동노인 정도의 경지에 이르면 천지존경과 상당히 근접하지만 해당 경지에 이르기란 하늘을 오르는 것보다 훨씬 어려운 일이었다.

지지존 대원만급 강자는 대천세계에서 정예급 강자라 할 수 있지만 천지존경에 이르러야 진정한 최정예급이라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누구든 천지존경에 이르면 대륙을 장악하고 휘하에 수많은 강자를 두면서 엄청난 권력을 누릴 수 있다. 서천대륙만 봐도 늠동노인 같은 지지존 대원만급 강자는 10명이나 되어 서천전황이 몰래 도와주지 않았다면 아무리 그라도 쟁탈전에서 끝까지 살아남지 못했을 것이다.

지지존 대원만과 천지존은 한 단계 밖에 차이 나지 않지만 실제로는 엄청난 차이였다.

하여 늠동노인 같은 지지존 대원만급 강자의 가장 큰 꿈도 바로 천지존경에 이르는 것으로 그의 천부적 재능으로 기회를 잡지 못하면 평생 돌파하지 못할 것이다.

대륙의 힘의 세례가 그한테는 상당히 좋은 기회였다.

대륙의 후손이 된다고 천지존경에 이른다는 보장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성공확률이 높아진다는 것만으로도 늠동노인한테는 엄청난 유혹이었다. 그렇기에 서천전황의 말에 저토록 좋아하는 것이다.

백옥 광장 밖에 서 있는 사람들은 부러운 눈빛으로 목진 등을 바라봤다. 이러한 기회는 수백 년 만에 겨우 한 번 주어지는데 이번의 행운아는 목진 등이니 부럽지 않을 수가 없었다.

“서천대륙의 세례도 함께 보겠나?”

서천전황이 미소를 지으며 한 말에 염제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답했다.

“세례를 진행하는 곳은 대륙의 비밀이니 난 동참하지 않겠네.”

세례를 진행하는 곳은 대륙의 힘이 집결한 곳으로 서천대륙의 근원이기도 하여 은밀한 곳에 있었다. 그래서 외부인을 들이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오늘은 전황 덕분에 좋은 구경을 했네. 앞으로 기회가 있으면 무한의 화역에 오게나.”

“좋네, 기회가 되면 꼭 무한의 화역에 가보겠네.”

염제가 가볍게 웃으며 한 말에 서천전황은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양자가 거느린 세력은 모두 엄청난 세력이지만 무한의 화역이 서천전전보다 훨씬 강하다는 걸 그는 잘 알고 있었다.

잇따라 염제는 목진과 낙리한테 다가가 두 사람을 번갈아 보며 미소를 지었다.

“목진아, 잘했구나.”

이에 목진이 공손하게 인사를 올리자 옆에 서 있던 낙리도 정중하게 인사했다.

“선배님이 아니었다면 전 쟁탈전에 참가할 자격도 얻지 못했을 거예요. 이 은혜는 절대 잊지 않을게요.”

염제가 아니었다면 서천전황은 절대 그를 전장에 들이지 않았을 것이다.

“사람은 함부로 무시하는 것이 아니란 것을 내가 제일 잘 알지 않느냐? 그러니 내 어찌 널 그냥 놔둘 수 있을까? 넌 분명 언젠가 나처럼 될 거란다.”

염제가 호탕하게 웃으며 한 말에 목진은 괜히 부끄러워졌다. 그 역시 염제나 무조처럼 훌륭한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말이다.

“난 이만 무한의 화역으로 돌아가 봐야겠구나. 언제든지 시간이 되면 무한의 화역에 오거라. 소소가 널 보고 싶어 한단다.”

염제는 보다 진심 어린 말투로 목진을 청했고 목진도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염제가 손을 휘익 젓자 그의 몸이 점차 흐릿해지더니 완전히 사라졌다.

“나를 따르거라.”

염제가 완전히 사라진 것을 확인한 서천전황이 옷깃을 휘날리자 영광이 목진 등을 감쌌고 이들 넷은 바로 백옥 광장에서 사라졌다.

사람들은 이내 감탄하더니 하나둘씩 자리를 떠났다. 아마 머지않아 서천대륙 대륙의 후손 쟁탈전에서 생긴 일은 놀라운 속도로 퍼질 것이고 서천대륙의 세 명의 대륙의 후손의 이름도 대천세계에 널리 알려질 것이다.

* * *

목진의 온몸을 감쌌던 영광이 사라지자 주위가 확 어두워졌고 무서울 정도로 조용해진 것을 발견했다.

그때 차가운 손이 닿자 목진은 그 손을 꼭 잡고 고개를 돌렸는데 옆에 낙리가 서 있었다.

어둠이 가시자 앞쪽 깊숙한 곳에 눈부신 별이 빛나는 공간이 생겼는데 가끔 영광을 발하는 거대한 고래가 헤엄쳤고 가끔 곤붕이 날개를 떨치곤 했다. 또 커다란 나무가 하늘거리며 자라나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이곳은 오래된 세계 같았다.

목진은 그중에서 지극히 순수하고 오래된 천지의 영력을 느꼈는데 이는 외부의 영력과 완전히 다른 것이 태고에서 비롯된 것처럼 상당히 순수했다.

“이곳은 서천대륙의 천지의 영력이 아우러진 곳으로 수백 년 동안의 융합을 통하여 이러한 현상을 만들었다. 그리고 대륙의 세례도 이곳에서 진행할 것이다.”

“인제 들어가 세례를 진행하거라. 결과가 어떨지는 너희한테 맡기마.”

서천전황의 말에 낙리가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물었다.

“세례의 힘을 우리 스스로 흡수해야 한단 말인가요?”

서천전황이 묵묵히 고개를 끄덕이자 낙리는 조금 화가 난 듯한 표정을 지었다.

“이건 정말 너무 한 것 아닌가요?”

목진도 그제야 이상한 낌새를 알아채고 미간을 찌푸리며 서천전황을 노려봤다. 보아하니 녀석이 또 꼼수를 부리려는 것 같았다.

낙리의 화가 섞인 목소리에 주위의 공기가 순식간에 얼어붙은 듯 강력한 위압감이 퍼져 공간마저 파르르 떨렸다.

“무례하다.”

서천전황의 충성스러운 부하인 늠동노인이 버럭 소리를 지르더니 날카로운 눈빛으로 낙리를 쏘아봤다.

이에 목진은 낙리의 앞에 나서 몰래 무조의 영력 화신을 소환할 수 있는 부적을 꺼내 들었다.

이는 비록 그의 마지막 필살기지만 전혀 아깝지 않았다. 만약 서천전황이 신분마저 고려하지 않고 그를 상대하려 한다면 목진은 무조를 부를 수밖에 없었다. 그때 가면 서천전황은 절대 염제 때처럼 쉽게 상황을 정리하지 못할 것이다.

“내가 뭐가 너무하단 말이냐?”

서천전황은 아무것도 모른다는 표정을 지으며 낙리를 바라보며 물었다.

“모르는 척할 필요 없어요. 대륙의 후손의 세례의 힘은 무궁무진한 것이 아니라 하위 지지존, 상위 지지존이 각각 3할씩 취하고 나머지를 지지존 대원만급 강자가 취하도록 규정하지 않았나요?”

“그런데 전황께서는 규칙을 무시하고 우리더러 알아서 세례의 힘을 흡수하라고 하다니, 이래도 되나요?”

낙리는 서천전황을 전혀 두려워하지 않았기에 인상을 쓰며 물었다.

목진은 그제야 낙리가 화를 낸 이유를 알았다. 대륙의 후손의 세례의 힘은 공평한 분배를 위해 규정이 있었다. 지지존 대원만의 실력은 다른 두 사람보다 훨씬 강력해 같은 곳에서 세례를 진행하면 대부분을 빼앗길 것이 분명했다.

그리되면 늠동노인은 적어도 세례의 힘의 6할은 획득할 것이고 그와 낙리는 나머지 4할이나 훨씬 적은 양의 세례의 힘을 나눠 가져야 할 것이다.

대륙의 힘은 대륙의 천지의 영력을 수백 년 동안 융합해야 겨우 조금 모을 수 있는지라 1할의 차이는 엄청났다.

서천전황은 낙리와 목진이 대륙의 후손이 된 것을 인정했지만, 세례의 힘을 최대한 적게 나눠주기 위해 꼼수를 부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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