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3화. 천지존의 기운이 깃든 공격
정작 서천전황은 여전히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규칙은 각 지역마다 다르긴 하지만 대륙의 주인의 명을 따른다는 것만은 변하지 않는단다. 나에게는 분배 방식을 정할 권리가 충분하니 염제를 다시 모셔 와도 이변은 없을 거란다.”
“수련이란 약육강식의 법칙을 따르는 법, 너희가 충분한 양의 세례의 힘을 획득하지 못하는 것은 온전히 너희 문제란다. 이것마저 해결하지 못하면 대륙의 후손이 되었다고 한들 천지존경에 이르지 못할 거란다.”
낙리는 서천전황의 그럴싸한 말에 반박하려 했는데 목진이 막아 나섰다.
“전황의 속 좁은 말이 일리가 전혀 없는 건 아니군요.”
목진의 비아냥거리는 말투에 서천전황은 눈가를 파르르 떨더니 그를 쏘아보며 물었다.
“그럼 내 방식에 동의한단 말이냐?”
“이 세상에 절대적인 공평은 없어요. 진정한 강자가 되려면 이런 상황에서도 앞으로 나아가야만 하죠. 만약 그럴 능력이 없어 기회를 놓친다면 자신의 문제겠죠.”
목진이 미소를 지으며 한 말에 낙리는 어리둥절한 얼굴로 그를 바라봤다. 낙리는 목진이 왜 이러는지 몰랐지만 그를 믿고 있었기에 결국 그의 뜻에 따르기로 했다.
이에 서천전황도 흠칫 놀랐다. 그는 늘 기적을 만들어내는 목진의 말을 무시할 수가 없었다.
“분배 방식은 정하셨으니 한 가지만 더 물을게요. 결과가 당신이 원한 대로 안 되면 나설 건가요?”
목진이 미소를 지으며 한 말에 서천전황은 안색이 확 어두워져 답했다.
“내가 무엇 하러!”
그는 서천대륙의 지배자라 규칙을 마음대로 바꿀 수 있지만 결과에까지 손을 대면 명성에 큰 타격이 될 것이다.
목진은 그제야 만족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되었네요. 이제 시작해도 되나요?”
서천전황은 전혀 두려워 보이지 않는 목진을 보고는 인상을 확 찌푸렸다. 그는 목진이 일부러 괜찮은 척하는 건지, 정말 생각해둔 방법이 있는 건지 모르지만 하위 지지존 따위가 절대 지지존 대원만급 강자인 늠동노인의 상대가 안 될 거라 확신했다.
이러한 생각에 그는 조금이나마 안심하며 늠동노인한테 눈치를 주었고 상대방도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늠동노인은 바로 서천전황의 뜻을 알아챘다. 서천전황은 그더러 대륙의 세례의 힘을 최대한 많이 흡수해 목진과 낙리한테 빼앗기지 말라고 귀띔해준 것이다.
그는 무척 기뻤다. 규칙대로라면 세례의 힘을 4할밖에 취하지 못하지만 지금은 적어도 6할 정도는 취할 수 있을 것이다. 이건 그한테 엄청난 축복이었다.
잇따라 서천전황은 손을 휘익 저으며 말을 이어갔다.
“그럼 세례를 시작하자꾸나. 너희는 2각 동안 취할 세례의 힘을 정할 것이고 그 뒤로 세례의 빛을 방출하여 세례를 시작할 거란다.”
슉!
이에 목진과 낙리는 서로 마주 보더니 함께 괴상한 공간에 뛰어들었고 늠동노인도 바로 뒤따랐다.
그들은 눈 깜짝할 사이에 특이한 공간에 나타났다.
헤엄치는 거대한 고래와 하늘거리는 오래된 나무는 허상같이 목진 등의 몸을 그대로 통과했는데 목진은 그 속에서 지극히 순수하고 오래된 영력이 느껴졌다.
그건 아주 오래전부터 존재한 것 같았다.
위잉!
그러다 강력하기 그지없는 영력 파동이 폭발하자 영력은 실체를 이룬 빛처럼 사방으로 퍼져나갔는데 영력 파동은 일정한 공간을 이뤄 그들을 감쌌다.
이에 목진이 고개를 들어보니 멀리 떨어져 있던 늠동노인이 벌써 영력을 끌어올려 구역 쟁탈에 나섰다.
하여 목진과 낙리도 바로 영력을 끌어올려 오래된 공간에서 자신의 구역을 확보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일단 늠동노인이 차지하지 않은 공간부터 공략했는데 1각도 안 되는 사이에 벌써 분배가 끝났다.
늠동노인은 세례의 힘을 절반이나 차지했고 목진과 낙리는 합쳐봐야 나머지 절반밖에 차지하지 못했다.
“흥.”
늠동노인이 콧방귀를 뀌며 마음을 움직이자 영력이 파도처럼 휘몰아쳐 목진과 낙리가 차지한 공간을 공격했다.
그는 두 사람의 공간을 빼앗으려 했다.
목진과 낙리도 바로 영력으로 두꺼운 방어벽을 형성해 상대방의 공격을 막아보려 했는데 그들은 겨우 하위 지지존일 뿐이라 지지존 대원만급 강자의 상대가 안 되었다.
이렇게 두 사람의 방어벽은 1각도 안 되는 사이에 무너졌고 늠동노인이 차지한 구역은 어느새 6할이나 되었다.
그런데 늠동노인은 여기서 만족하지 않았다. 그가 세례의 힘을 더 많이 획득할수록 천지존이 될 확률이 더 높아지기 때문이었다.
“불쌍한 녀석들, 너희가 운이 없는 것 같으니 내가 대신 세례를 받으마!”
늠동노인은 피식 웃으며 다시 웅장한 영력을 끌어올렸는데 이는 만 장의 파도를 이뤄 미친 듯이 목진과 낙리가 지키고 있는 구역을 공격했다.
이에 낙리는 이내 정색하며 낙신법신을 소환했고 목진도 자금색 빛을 발하는 불후금신을 소환했다.
두 사람은 한기 어린 눈빛으로 늠동노인을 쏘아봤다. 제아무리 지지존 대원만급 강자라도 이들의 물건을 빼앗기란 그리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늠동노인은 두 사람의 눈빛에 히쭉거리기만 했다.
하위 지지존 따위가 감히 자신을 막으려 하다니,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
“너희가 아무리 천부적인 재능이 뛰어나더라도 절대적인 실력 차이를 뛰어넘지는 못한다는 걸 제대로 가르쳐주마!”
말을 마친 늠동노인이 피식 웃으며 두 손을 벌리자 도천의 영력이 돌풍처럼 미친 듯이 휘몰아쳤다.
쿵!
무한의 영력이 늠동노인을 중심으로 사방에 솟구치더니 가장 난폭한 기세로 목진과 낙리의 구역을 공격했다.
퍽!
상대방의 난폭한 공격에 낙리와 목진은 온몸을 파르르 떨며 지존법신으로 영력을 방출해 형성한 영력 방어벽으로 견뎌내려 했는데 여전히 역부족이었다.
그들이 비록 하위 지지존 중 최정예급 강자였고 상위 지지존마저 상대할 실력을 갖췄다고 해도 늠동노인은 진정한 지지존 대원만급 강자라 실력 차이가 너무 많이 났다.
게다가 지금은 영력 침범만 하는 것이라 다행이지 정말 싸움이라도 벌어지면 목진과 낙리가 함께 나서도 절대 늠동노인의 상대가 안 될 것이다.
하위 지지존과 지존경 대원만 사이의 차이는 쉽게 좁혀지지 않았다.
늠동노인은 목진과 낙리의 영력 방어벽이 무너지는 것을 발견하고 입꼬리를 씰룩거렸다. 잘만 하면 그는 8할 정도의 세례의 힘을 차지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생각에 그는 이내 화색이 되었다.
“참으로 천운이 따랐구나!”
만약 이번에 목진과 낙리가 대륙의 후손이 되지 않았다면 서천전황은 절대 늠동노인한테 이런 기회를 주지 않았을 것이다. 규칙에 따르면 서천전황은 하위 지지존과 상위 지지존한테 대륙의 세례의 힘을 균등하게 나눠줘야 하기 때문이었다.
“목진아, 어떡해? 이대로라면 우린 대륙의 세례의 힘을 얼마 갖지 못할 거야.”
낙리가 미간을 찌푸리며 묻자 목진은 깊게 숨을 들이켜며 늠동노인을 노려봤다. 그는 확실히 늠동노인의 실력에 적잖게 놀랐다. 지지존 대원만은 역시 상위 지지존보다 훨씬 강했고 영전자와도 천지 차이였다.
다만, 그와 낙리의 대륙의 세례의 힘을 빼앗는 건 다른 문제였고 그리 쉽지 않을 것이다.
목진이 두 손으로 결인하자 뒤쪽 공간에 파동이 일더니 흑백 목진이 나타나 자리를 잡고 앉아 웅장한 영력을 끌어올려 방어벽에 영력을 주입했다.
이에 늠동노인의 공격 속도가 드디어 줄어들었고 한참 지나서야 자그마한 구역의 통제권을 획득했다.
“참 귀찮은 녀석이군!”
늠동노인은 하위 지지존일 뿐인 목진이 이렇게까지 물리치기 어려울지 몰랐다.
제아무리 분신이 두 명이나 있어도 늠동노인은 목진을 제압할 자신이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세례의 힘을 차지하기 위해 애를 쓰는 거라 늠동노인이 대원만급 전투력으로 강력하게 몰아붙이면 규칙에 어긋날 것이다.
하여 늠동노인은 목진과 낙리의 전력을 다한 방어에 절대적인 우세를 차지하지 못했다.
“흥, 속도가 느려졌을 뿐, 결국 내가 우세를 차지한 거야. 이대로라면 7할 정도의 세례의 힘은 받을 수 있을 거야. 이 정도라면 충분해.”
늠동노인은 피식 웃으며 중얼거렸다. 비록 목진이 전력을 다한 반항 때문에 8할의 세례의 힘을 받지 못하게 되었지만 7할 정도라도 만족스러웠다.
이러한 생각에 그는 마음을 가라앉히고 영력을 끌어올리며 조금씩 목진과 낙리의 구역을 공략했다.
한편, 낙리는 목진이 나서자 조금이나마 안심이 되었지만 아무리 전력을 다해 방어해도 세례의 힘을 상대방한테 조금씩 빼앗기는 것이 화가 났다. 그 속도가 훨씬 느려졌다고 해도 말이다.
“이대로라면 우리는 겨우 3할 정도밖에 지켜내지 못할 거야. 이 정도 양은 우리한테 너무 적어.”
낙리는 입술을 깨물며 말했다. 정말 그리되면 목진한테 세례의 기회를 넘기리라 마음먹었다. 3할도 안 되는 세례의 힘으로는 세례를 완성할 수조차 없었다.
목진도 낙리의 생각을 모르는 것은 아니었지만 세례의 힘이 상대방한테 넘어가는 것을 보고도 전혀 당황하지 않았다.
그는 꼭 반항을 포기한 것만 같았다.
이에 늠동노인은 피식 웃더니 목진도 지지존 대원만급 강자인 자신의 상대가 아니란 것을 깨닫고 목진이 비참한 현실을 받아들이기로 한 줄 알았다.
“불쌍한 녀석, 내가 후배를 괴롭힌단 말이 나오지 않게 3할 정도는 남겨주지.”
늠동노인은 씨익 웃으며 중얼거렸다.
반면, 서천전황은 상황을 살피더니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그는 목진이 무엇이든 절대 쉽게 포기할 사람이 아니란 걸 잘 알았다. 목진은 상대가 아무리 강해도 상대하려는 녀석이었다. 목진이 천지존인 서천전황을 대하는 태도만 봐도 알 수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왜 참고만 있는 걸까?
“정말 포기한 건가…… 아니면 따로 생각해둔 방법이 있는 걸까?”
서천전황은 아무리 생각해도 목진이 무슨 수로 지지존 대원만급 강자의 손에서 세례의 힘을 빼앗을 것인지 궁금했다.
어느덧 시간이 흘러 오래된 공간의 7할 정도는 늠동노인이 차지했고 그 속에는 웅장하고 오래된 영력이 흘렀다.
“하하!”
세례의 힘이 정해질 시간이 끝나가자 늠동노인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껄껄 웃었다. 7할 정도의 세례의 힘만 있으면 그는 앞으로 천지존경에 이를 확률이 훨씬 높아질 것이다.
이에 낙리는 주먹을 꽉 쥔 채 목진을 힐끗 봤는데 그는 여전히 태연하게 서 있기만 했다.
잠시 후, 공간에서 흐르던 오래된 영력에서 밝은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오래된 영력은 곧 세례의 빛으로 전환될 것이다.
그때 드디어 적당한 시기가 되었다고 판단한 목진은 손으로 가볍게 무릎을 두드리더니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눈동자에서 밝은 빛을 발하며 수정 같은 오래된 장검을 꺼냈다.
말로는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로 강력한 기운을 내뿜는 장검은 신령처럼 날아가 늠동노인을 공격했다.
슉!
한 갈래 수정의 빛이 공간을 가르며 늠동노인에게 향했다.
소리 없이 날아오는 장검에 늠동노인은 표정이 확 굳더니 순간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는 장검에서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의 무서운 파동을 느꼈는데 이는 평소, 그가 서천전황한테서 느꼈던 파동과 비슷했다.
이는 진정한 천지존의 기운이었다.
“천지존이라니!”
늠동노인은 화들짝 놀라 소리를 지르더니 황급히 영력을 모아 앞쪽에 두꺼운 영력 방어막을 형성한 채 미친 듯이 도망갔다.
퍽! 퍽! 퍽!
수정 검광이 지나가자 영력 방어막은 와르르 무너졌고 늠동노인은 사색이 되어 체내의 영력을 한껏 끌어올리더니 숨을 깊게 들이켰다가 짙은 하늘색 한류를 내뱉었다.
수수해 보이는 한류를 내뱉은 늠동노인은 눈빛이 순간 흐릿해졌다. 힘이 다 닳은 모양이었다.
퍽!
한류와 수정 검광이 부딪치자 한류가 먼저 무너졌고 수정 검광도 조금씩 어두워지더니 결국 부서졌다.
그러다 부서진 검광이 가슴팍을 찔러 깊숙한 혈흔을 내자 늠동노인은 흠칫 놀랐다. 천지존의 기운이 깃든 공격이 그를 죽이지 못하다니?
그는 이번에 완전히 죽을 줄 알았는데 위험해 보이는 목진의 공격은 생각했던 것처럼 치명적이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