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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주재-804화 (803/1,000)

804화. 대륙 세례

멍하니 서 있던 늠동노인은 갑자기 정신을 벌떡 차리고 목진 쪽을 바라봤는데 목진이 어느새 세례의 힘을 다시 빼앗아갔다.

현재, 늠동노인은 3할 정도의 세례의 힘밖에 남지 않았다.

“젠장!”

늠동노인은 너무 화가 나 버럭 소리를 지르며 영력을 끌어올렸는데 반격하려고 할 때, 오래된 영력이 만 장의 빛으로 변하여 주위의 공간의 흐름을 멈춰버렸다. 그는 호박에 박힌 벌레처럼 움직일 수 없게 되었다.

이에 늠동노인이 목진 쪽을 노려보자 목진이 입꼬리를 씰룩거리며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오래된 공간에서 무한의 빛이 발했는데 오래된 영력은 더는 전처럼 부드럽지 않았다. 그 무서운 힘에 주위의 공간이 흐름을 멈췄고 시간마저 느리게 흘렀다.

늠동노인은 너무 화가 났지만 응고된 공간 때문에 꼼짝도 못 하고 목진을 노려보기만 했다. 그는 갑작스러운 변고에 적잖게 놀랐다.

그는 목진이 마지막 순간에 이토록 강력한 반격을 할 줄 몰랐다. 그가 한 공격에는 분명 진정한 천지존의 기운이 깃들어 있었다.

비록 그 위력은 천지존의 실력을 따라가지 못했지만 확실히 늠동노인한테 엄청난 위협감을 줬고 자칫 잘못하면 크게 다칠 수도 있었다.

늠동노인은 목진의 공격에 깃든 천지존의 기운에 놀라 그토록 당황했던 것이었다.

그는 해당 천지존의 기운이 염제의 것일까 봐 두려웠다. 염제라면 대충 남겨준 필살기만으로도 늠동노인쯤은 쉽게 쓰러뜨릴 수 있을 테니 말이다.

하여 늠동노인은 살아남기 위해 영력을 한껏 끌어올려 방어벽을 형성했고 목진의 공격을 막아내는 데도 성공했지만, 여태껏 애써 획득한 대륙의 세례의 힘을 대부분 빼앗겼다.

규칙대로만 해도 그는 4할을 취할 수 있었는데 지금은 3할밖에 남지 않았다.

이보다 비참할 수는 없었다.

“젠장, 젠장, 교활한 녀석!”

늠동노인은 씩씩거렸고 더없이 후회되었다. 그가 너무 우쭐거리지만 않고 준비를 철저히 했더라면 목진의 갑작스러운 공격에 그렇게까지 놀라지는 않았을 것이다.

한편, 서천전황도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해진 채 상황을 살피더니 조금 놀란 듯한 눈빛으로 목진을 힐끗 쳐다봤다.

그 또한 목진의 공격에서 천지존의 기운을 느꼈는데 절대 염제의 것은 아니었고 염제 못지않은 웅장한 기운이었다. 해당 기운으로 추측해 보아 그의 전성기의 실력은 서천전황보다 훨씬 뛰어날 것이다.

“염제가 목진이 천제의 계승을 받았다고 했으니 방금 천제의 검을 사용했나 보군.”

서천전황은 목진이 아직 선보이지 않은 수단이 있을 줄 몰랐다. 늠동노인이 그렇게 까불어도 꾹 참고 있다가 마지막 순간에 긴장이 풀렸을 때를 노려 빼앗긴 세례의 힘을 전부 돌려받았다.

목진의 참을성은 놀라울 정도였다.

서천전황은 깊게 숨을 들이켜고는 무안한 듯 한숨을 쉬며 늠동노인을 힐끗 보고 떠났다.

인제 늠동노인은 마지막 기회를 잃었으니 서천전황은 더는 목진의 앞길을 막을 수 없게 되었다.

세례의 빛은 이미 전환을 시작해 그가 천지존의 실력으로 강제로 나서지 않고서야 절대 목진의 세례를 간섭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런데 그리하면 규칙에 어긋나 그 사실이 알려지면 서천전황의 체면은 말이 아닐 것이다. 그는 절대 이를 용납할 수가 없었다.

더구나 목진은 염제와 무조를 등에 업고 있어 정말 그따위 짓을 했다가는 염제마저 등을 돌릴 가능성이 있었다.

서천전황은 목진 따위를 없애려고 그런 엄청난 대가를 치르기는 싫었다.

“녀석이 정말 대륙의 후손이 되면 또 어쩐단 말인가? 허나 대륙의 후손이 된 사람 중, 여태껏 천지존경에 오른 사람이 몇 명이나 되던가? 9할도 넘는 사람이 실패하지 않았는가?”

이러한 생각에 서천전황은 가볍게 웃으며 오래된 공간에서 사라졌다. 목진이 천지존경에만 이르지 않으면 하위 지지존이든 지지존 대원만급 강자든 그한테는 여전히 보잘것없는 존재일 뿐이었다.

목진은 이러한 결과에 만족한듯 씨익 웃었다.

그가 마지막 순간에 휘두른 검은 천제검으로 천제의 기운이 깃들어 진정한 천지존의 기운이 확실한지라 늠동노인이 놀랄 법도 했다.

그러나 천제검의 대부분의 힘은 천제가 구시천마제와 싸우면서 사용해 남은 힘으로 몇 번밖에 사용하지 못한다는 것을 늠동노인은 알지 못했다.

하여 목진은 만일을 대비해 마지막 순간에 나섰던 것이다. 그리하면 늠동노인이 이상한 낌새를 알아채도 더는 나설 수 없을 것이고 결과도 목진이 원했던 대로 이뤄졌을 뿐만 아니라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좋아졌다.

목진은 자신과 낙리의 몫만 돌려받으려고 했는데 늠동노인한테서 1할 정도를 더 빼앗아올 줄은 몰랐다.

그는 천지존의 기운을 너무 쉽게 생각했다.

목진은 피식 웃으며 낙리 쪽을 힐끗 살폈는데 낙리는 목진이 돌려받은 세례의 힘 중 자기 몫만 챙겨가고 4할을 전부 목진한테 남겨줬다.

“아이고…….”

목진은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지만 낙리의 호의를 거절할 마음은 없었다. 그는 흑백 목진도 대륙의 세례를 받게 하고 싶었다.

“그럼 시작해볼까?”

목진은 서서히 눈을 감으며 중얼거렸다.

위잉!

목진의 말이 끝나기 바쁘게 그가 속한 구역을 맴돌던 순수하고 오래된 영력에서 만 장의 빛을 발하더니 세 명의 목진을 빠르게 집어삼켰다.

순간, 목진은 오래된 영력이 체내에 스며든 것이 느껴졌는데 피와 살이 비등하며 탐욕스럽게 오래된 영력을 집어삼키기 시작했다.

이는 꼭 갓난아이가 이 세상에서 가장 맛난 모유를 먹고 있는 것처럼 본능적인 갈망이었다.

그러다 오래된 영력은 목진의 체내에서 본연의 영력과 충돌하기 시작했다. 맑은 호수에 짙은 먹물을 주입한 듯 목진의 영력은 서서히 묵직해지기 시작했다.

또한, 오래된 영력의 세례로 인해 목진은 피와 살, 뼈, 심지어 영력마저 환골탈태하는 것 같았다.

크으으으!

그때 목진의 체내에서 갑자기 용음과 봉황의 울음소리가 들리더니 오래도록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 진정한 용과 진정한 봉황의 령이 다시 나타났다.

목진이 하위 지지존경에 이른 뒤로 진정한 용과 진정한 봉황의 령은 여태껏 경지를 돌파하지 못했고 싸움에서 큰 도움을 주지 못해 서서히 잊혔는데 오래된 영력의 세례로 인해 잠에서 깨어나 진화를 준비했다. 목진은 녀석들이 곧 지지존경에 이를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이대로라면 이번 세례 덕분에 진정한 용과 진정한 봉황의 령은 지지존경에 이르러 다시 목진한테 엄청난 도움을 줄 것이다.

“대륙의 후손은 역시 엄청나군.”

목진은 체내에서 일어나고 있는 엄청난 변화에 이내 화색이 되었다. 그는 늠동노인이 그토록 간절했던 이유를 이제야 알 것 같았다.

“세례의 빛이 너무 강렬해 공간과 시간이 흐름을 멈췄군…… 이곳 시간의 흐름은 외부와 완전히 다르니 세례가 몇 년 뒤에 끝나도 실제로는 몇 개월밖에 지나지 않은 거나 마찬가지겠어.”

목진은 주위의 시간이 상당히 느리게 흘러가는 것을 발견했다. 세례의 힘은 그곳의 공간과 시간의 흐름을 바꿨다.

이번 세례는 아마 상당히 긴 시간 동안 지속될 것이다.

이에 목진은 오히려 시름을 놓았다. 그의 수련 속도는 다른 사람보다 빨랐다. 천부적인 재능이 뛰어난 것도 있지만 마음을 가라앉히고 기반을 단단히 다지는 것도 상당히 중요했다.

박옥이 아무리 좋아도 시간과 정력을 쏟아부어야 비로소 좋은 물건으로 다시 태어날 수 있듯이 지금의 목진한테는 기반을 다질 시간이 필요했다.

목진은 서서히 눈을 감고 깊은 수련 상태에 빠졌다. 그는 이번 기회에 기반을 제대로 다질 필요가 있었다.

그래야 그는 이번 세례를 통해 다시 경지를 돌파할 수 있을 것이다.

오래된 공간에서 부단히 눈부신 빛을 발했는데 이는 공간과 시간의 흐름을 응고시켰고 빛덩이 속 다섯 사람만 은은히 생기를 내뿜었다.

시간은 고요한 적막 속에서 서서히 흘러갔다.

서천대륙 대륙의 후손 쟁탈전이 끝난 지 한 달도 넘었는데 사람들은 아직도 그 일을 논하고 있었고 심지어 서천대륙을 넘어 대천세계에까지 퍼져나갔다.

대륙의 후손은 대천세계에서 상당한 자격을 갖춘 호칭으로 그 자리에 오를 수 있는 사람은 누구 하나 천부적 재능이 뛰어나지 않은 사람이 없었고 언젠가 천지존경에 이를 가능성도 상당했다.

비록 정말 천지존에 이르는 사람은 몇 안 되지만 말이다.

그러나 대륙의 후손이 되었다는 것 자체가 정말 대단한 일이었고 대천세계의 새로운 천지존이 대륙의 후손 중에서 나타날 수도 있었다.

서천대륙은 대천세계에서 그다지 유명한 대륙은 아니었지만 대륙의 후손에 관한 소식은 상당한 인기를 끌었다.

이에 서천대륙의 대륙의 후손 자격을 획득한 명단이 알려지자 대부분 최정예급 세력들은 이들을 영입할 수 있을지 고민했다. 일단 대륙의 후손이 되면 천지존경에 이를 가능성이 훨씬 커져 휘하에 두면 세력에 엄청난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세 사람의 이름을 접한 사람들은 적잖게 놀랐다.

그중, 한 사람은 겨우 하위 지지존의 실력으로 상위 지지존 전장의 승자가 되었기 때문이었다.

“목진은 대체 어떤 사람이기에 하위 지지존의 실력으로 상위 지지존 전장의 승자가 되어 대륙의 후손으로 거듭났단 말인가?”

“서천대륙의 상위 지지존들의 실력이 이렇게까지 보잘것없단 말인가?”

“목진은 절대 호락호락한 상대가 아닐세. 들은 바에 의하면 염제와 관계가 남다르다고 하던데. 설마 염제의 제자는 아닌가?”

* * *

일부 최정예급 세력 사람들은 목진의 놀라운 성과에 여러 가지 추측을 남발했다.

“하위 지지존 전장의 승자도 제법이더군! 무려 낙신법신을 수련해내지 않았는가!”

“상당히 아름답다고 들었네. 그런데 낙신법신이라면 혹시 원고 시기, 낙신이 수련한 대천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지존법신이면서 99등급 지존법신 순위권 중 11위에 오른 법신을 말하는 건가?”

“이 여인의 잠재력도 엄청나군. 언젠가 천지존경에 이를 수도 있겠네!”

* * *

역시나 낙리가 목진 다음으로 사람들의 관심거리가 되었다. 낙신법신은 정말 아름다워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질 정도였으니 말이다.

또한, 낙리가 선보인 천부적 재능은 더 놀라웠다. 사람들은 상고 시기, 대천세계 천지존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제일가는 미인이 떠올랐다.

서천대륙의 세 명의 대륙의 후손에 관한 정보가 전해지자 대천세계는 순식간에 떠들썩해졌고 다른 세력의 남다른 시선도 닿았다.

* * *

대천세계의 어딘가 떠들썩한 도성에 수수한 옷차림을 한 노인이 허리에 빨간색 조롱박을 걸고 지팡이로 천천히 거리를 거닐었는데 사람이 아무리 많아도 전혀 영향을 받지 않았다. 그는 행인들과 다른 공간에 있는 것 같았다.

그런데 그때, 노인이 갑자기 멈춰서더니 혼탁한 눈으로 거리에 있는 영력 광막을 바라봤다.

광막 속에서는 치열한 싸움이 벌어지고 있었는데 노인의 눈에 들만한 정도의 싸움이 아니었지만 무언가를 보고는 정신을 벌떡 차렸다.

그는 광막에 비친 절세의 미녀를 한참 동안 바라보더니 씨익 웃으며 조롱박에 든 술을 꿀꺽꿀꺽 마셨다.

“공든 탑이 무너지랴, 드디어 내가 원하는 녀석을 찾았구나……”

말을 마친 노인은 뒤로 휘익 돌아섰는데 순식간에 자리에서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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