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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주재-806화 (805/1,000)

806화. 상위 지지존경 돌파!

응고된 공간은 시간의 흐름마저 규칙을 바꿔 순간이 영원을 이룰 것만 같았다.

그곳에는 가장 깊숙한 어둠 속에서 꼼짝하지 않고 앉아 수련하며 환골탈태를 준비하는 사람이 있었다. 오래된 영력이 오묘한 빛을 이뤄 육신에 비추자 피와 살마저 눈부신 빛을 발했고 뼛속에 스며들어 강대한 육신을 완벽하게 바꿨다.

오래된 영력은 체내의 영력과 점차 아우러져 묵직해지기 시작했다. 이는 영력의 진화로 질량과 위력으로 논하면 수련 전보다 적어도 한 단계는 강해졌을 것이다.

묵직한 영력이 몸 전체에 퍼져나가자 미세한 진동과 함께 육신이 조금씩 강해졌다.

이러한 과정이 계속 누적되어 폭발하면 진정한 환골탈태를 완성할 수 있을 것이다.

* * *

서천대륙의 낙신성, 낙신궁의 한 대전의 수석에 앉아있는 낙리는 미간을 살짝 찌푸린 채 아래쪽에 앉아있는 중년 사내를 바라보고 있었다. 상대방은 그리 튼실해 보이지 않았지만, 주위에 무서운 힘의 파문이 일어 꼭 등에 무거운 산맥을 얹고 있는 것 같았다.

그는 아주 위험한 사람이었다.

낙리는 대륙의 힘의 세례를 받고 실력이 대폭 상승했지만 상위 지지존경에 이르지는 못했다. 하지만 그녀는 하위 지지존 정상급 강자였다.

현재, 그녀는 영전자와 싸워도 이길 자신이 있었다.

그런데 중년 사내는 영전자보다 훨씬 강해 보였다. 그는 이미 지지존 대원만급에 이르렀거나 반보 대원만급 강자일 것이다.

그의 실력은 상위 지지존보다 훨씬 강할 것이다.

낙리 옆에는 낙천신, 낙천룡, 낙신족의 나머지 지지존들이 전부 서 있었는데 하나같이 경계 태세를 취한 채 중년 사내를 노려봤다.

“선배님, 목진은 여기 없으니 그를 찾으려거든 다른 곳에 가보는 것이 어떤가요?”

며칠 전, 낯선 중년 사내가 갑자기 낙신족에 찾아와 목진을 내놓으라고 했다. 목진은 지금 세례 중이라 일부러 사내를 피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낙리는 상대방의 의도를 알아내기 전까지는 두 사람을 만나게 하고 싶지 않았다.

이에 중년 사내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더니 무덤덤하게 말했다.

“내가 여기 있으니 곧 올 것이다.”

“목진은 왜 찾는 건가요?”

낙리가 인상을 찌푸리며 물었다.

“그 아이와 함께 갈 곳이 있다.”

중년 사내는 여전히 무덤덤한 태도를 보였다.

“당신이 과연 목진을 데려갈 수 있을까요?”

낙리는 미간을 확 찌푸리더니 중년 사내를 쏘아보며 물었다.

목진은 분명 대륙의 세례를 통해 실력이 부쩍 늘 것이다. 세례 전에도 하위 지지존의 실력으로 상위 지지존 정상에 이른 영전자를 쓰러뜨렸으니 세례를 받은 후에는 반보 대원만급 강자인 중년 사내를 상대하는 것에도 문제가 없을 것이다.

“그렇단 말이냐? 제법 흥미롭구나. 하긴, 나도 그 아이의 실력이 너무 뒤처지지 않았으면 좋겠구나…….”

“안 그럼 주인님이 여태껏 애써 보호해준 것이 뭐가 된단 말이냐?”

중년 사내는 자신만 들릴 만큼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 * *

어둠 속에서 수련하고 있던 목진은 갑자기 흠칫 놀라 심층 수련 상태에서 빠져나오기 시작했다.

오래된 공간의 한 줄기 빛이 그의 체내에 스며들자 굳었던 육신은 점차 나른해져 오랫동안 감고 있었던 눈을 서서히 떴는데 흐릿한 눈동자에 영광이라곤 전혀 없었지만 체내의 영력은 한껏 모여들었다.

잇따라 목진이 두 팔을 벌리자 온몸의 뼈에서 아작거리는 소리가 났는데 주위의 공간마저 미세하게 떨렸다.

그러다 목진이 머리를 풀어헤친 채 자리에서 일어서자 웅장하기 그지없는 영력이 화산 폭발하듯 미친 듯이 뿜어져 나왔다.

쿵!

웅장한 영력이 휘몰아쳐 무궁무진한 위압감을 형성했고 놀라운 속도로 폭등하더니 눈 깜짝할 사이에 하위 지지존 정상에까지 이르렀지만, 멈출 기미는 보이지 않았다.

한편, 목진의 옷자락은 바람 없이도 나부꼈고 피부마저 부들부들 떨렸으며 영력은 체내에서 교묘하게 움직였다.

1각도 안 되는 사이, 목진의 몸에서는 십수만 장의 방대한 영력의 광이 솟구쳤다.

퍽!

경천의 뇌명과 함께 목진은 경지를 돌파하고 진정한 상위 지지존경에 이르렀다.

목진의 주위에서 휘몰아치는 웅장하기 그지없는 영력의 세기는 세례를 하기 전의 몇 배는 되었다.

목진은 영광을 거두고 서서히 고개를 숙여 웅장한 힘으로 가득 찬 두 손을 보더니 이내 화색이 되었다.

“상위 지지존이라…….”

목진은 대륙의 힘의 세례 덕분에 하위 지지존에서 바로 상위 지지존경에 이르렀다.

“내가 대륙의 힘의 세례를 3년 동안이나 받았다니…….”

목진의 실력 향상은 무려 3년이란 시간을 거쳐서야 만들어진 것이었다.

그런데 이는 대천세계의 시간과는 달랐다. 오래된 공간의 시간은 오묘한 세례의 힘 때문에 외부보다 빠르게 흘러 이곳의 3년은 외부에서 반년도 안 되는 시간이었다.

그 덕분에 목진은 기반을 단단히 다지면서 수련해 큰 탈 없이 상위 지지존경에 이르렀다.

목진의 예상대로 대륙의 세례로 인해 그는 경지를 돌파했을 뿐만 아니라 기반도 훨씬 단단하게 다졌다.

하여 그는 앞으로 지지존 대원만급이나 천지존경에 도전할 때 걱정이 없을 것이다.

목진은 만족한 듯 미소를 지으며 손을 들었는데 손바닥에 모인 웅장한 영력이 전과 조금 달라진 것이 느껴졌다.

그의 영력은 전보다 훨씬 묵직해졌다.

“천지존 체내의 영력은 한 방울로 하천을 이룰 수 있고 산처럼 무겁다고 들었건만…….”

보아하니 오래된 공간의 원시적이고 오래된 영력은 앞으로 천지존경을 돌파하는 것과 연관이 있는 것 같았다.

그는 아직 천지존경에 이르려면 멀었지만 이번 세례를 통해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었다.

“대륙의 세례는 역시 대단하군.”

목진은 가볍게 웃으며 중얼거렸다. 염제께서 강력하게 밀어붙이신 데는 다 이유가 있었다.

그는 낙리 쪽을 바라봤는데 그녀는 이미 세례를 마치고 떠난 모양이었다.

“뭐지?”

목진은 낙리가 수련하던 곳에서 한 줄기 영광을 발견해 낚아챘는데 갑자기 낙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목진아, 누군가 낙신족에서 네가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어. 그 사람이 왜 여기까지 찾아왔는지는 모르겠지만 조심해야 할 거야.”

“그리고…… 상대방은 출신을 밝히지 않았지만 아마도…… 부도신족 사람인 것 같아.”

목진은 흠칫 놀라더니 이내 살기를 품었다.

“부도신족이라…….”

그는 한기 어린 눈빛으로 어딘가를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드디어 찾아온 건가?”

말을 마친 목진은 바로 오래된 공간에서 사라졌다.

늘씬한 중년 사내가 낙신궁에 꿈쩍 않고 앉아있었는데 숨소리가 너무 미약해 눈에서 가끔 영광이 번쩍이지 않았다면 다들 그가 석상인 줄 알았을 것이다.

그는 똑같은 자세로 무려 한 달 동안 앉아있었다.

대전의 수석에 앉아있는 낙리도 미간을 찌푸린 채 사내를 쳐다봤다. 사내는 낙신족에 찾아온 이유를 밝힌 뒤로 한 마디도 말하지 않아 좋은 사람인지 아닌지조차 구별할 수 없었다.

다만, 그는 대천세계 5대 고족 중 하나인 부도신족 사람인 것만은 확실했다.

세심한 낙리는 사내의 옷자락에서 미세한 흑탑 무늬를 발견했는데 대천세계에서 부도신족한테만 이런 무늬가 있었다.

“목진의 어머니가 부도신족 출신이라도 들었는데…….”

낙리는 목진의 어머니를 직접 뵌 적이 있어 그 출신도 알고 있었고 부도신족 때문에 목진과 어머님이 함께 지내지 못하고 있다는 것도 잘 알았다.

그러니 목진이 부도신족과 관계가 좋을 리 없었다. 이러한 생각에 낙리는 중년 사내한테 말을 건넸다.

“여태껏 기다려도 나타나지 않는 사람을 더 기다려봐야 아무런 소용이 없으니 이만 떠나세요.”

“목진은 다시 여기 오지 않을 거예요.”

이에 중년 사내는 고개를 들고 서서히 입을 열었다.

“내가 여기 온 걸 알렸나 보구나.”

사내가 말을 마치자마자 체내에서 만 마리의 용과 코끼리가 동시에 포효하며 무서운 힘의 파문이 일어 대전의 단단한 바닥이 부서져 가루가 되었다.

그러나 낙리는 상대방의 엄청난 기세에도 전혀 두려워하지 않고 웅장한 영광을 발하며 뒤쪽에 거대한 지존법상을 이루려 했다.

그녀는 현재 반보 대원만급 강자의 상대는 아니지만 낙신법신의 힘으로 어느 정도 상대할 수는 있었다. 또한, 상대방이 낙신족에서 감히 싸우려 하면 서천전전의 규칙을 위반한 거라 서천전전에서도 가만두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중년 사내는 끝까지 나서지 않고 낙리를 한참 노려보더니 실망한 듯 한숨을 내쉬었다.

“녀석이 싸워보지도 않고 도망갔다니, 실망이구나.”

“도망만 다닌다고 될 줄 아는 건가? 부도신족의 힘으로 언젠가 녀석을 찾아낼 텐데 그때 가서는 어떡할 생각이란 말인가?”

낙리는 상대방의 비아냥거리는 말투에 화가 나 반박하려 했는데 대문 쪽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반보 대원만급 주제에 내가 싸워보지도 않고 도망갔다고 망언을 내뱉다니, 자신을 과대평가하는 것 아닌가요?”

낙리가 고개를 번쩍 들어보니 늘씬한 청년이 미소를 지으며 대전 앞에 나타났다. 훤칠한 얼굴에 햇볕이 드리워 더 멋있어 보였다.

낙리는 그제야 몰래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목진은 이번 대륙의 세례를 통해 어느 정도 수확을 얻었을 테니 반보 지지존 대원만급 강자를 쓰러뜨리지는 못해도 상대하는 것은 충분할 것이다.

반면, 낙리의 뒤에 서 있던 낙천신, 낙천룡 등 낙신족의 지지존들은 목진을 보고는 흠칫 놀랐다. 중년 사내는 목진 때문에 낙신족에 찾아왔고 이제 목진이 나타났으니 상황이 어떻게 흘러갈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었다.

그들은 반보 지지존 대원만급 강자를 상대하려니 제법 긴장이 되었다.

그때 중년 사내도 예리한 눈빛으로 목진을 쓰윽 훑다가 얼굴을 빤히 쳐다보고는 눈가를 파르르 떨었다.

“네가 바로 목진이냐?”

중년 사내가 물었다.

“바로 접니다.”

목진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좋다. 네가 만약 나마저 피하고 도망갔다면 너에 대한 네 어머니의 보살핌이 안타까웠을 것이다.”

중년 사내의 말에 목진은 다시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내가 일전에 말했던 것처럼 반보 지지존 대원만급 강자 따위에게 그럴 필요까지는 없어요.”

목진은 부도신족 사람을 워낙 싫어해 말이 곱게 나가지 않았다.

이에 중년 사내는 묵묵히 고개를 끄덕이더니 갑자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앞으로 나섰는데 난폭한 용과 코끼리의 포효소리가 들리며 눈 깜짝할 사이에 목진의 앞에 나타나 주먹을 휘둘렀다.

수수한 것 같은 그의 공격에 웅장한 영광이 요동쳤는데 그 속에 용과 코끼리가 포효하며 놀라운 힘을 방출하는 듯했다.

일반 상위 지지존이 지극히 무서운 힘이 깃든 그의 공격에 적중했다면 즉사했을 것이다.

그러나 목진은 대수롭지 않게 서서 깊게 숨을 들이켜더니 두 눈에서 눈부신 영광을 발했다.

크으으으!

잇따라 목진이 한쪽 주먹을 쥐자 팔에 진정한 용과 진정한 봉황의 령이 맑은 울음소리를 내며 무서운 위압감을 형성했다.

대륙의 세례를 받은 뒤, 목진의 몸에 지닌 진정한 용과 진정한 봉황의 령도 경지를 돌파해 하위 지지존경에 이르렀고 양자의 힘을 합쳐 목진의 한쪽 주먹에 주입했다.

녀석들은 비록 하위 지지존일 뿐이지만 진정한 용과 진정한 봉황의 힘이 깃든 데다가 목진 본체의 힘까지 더하면 상위 지지존 중에서 따라갈 사람은 없을 것이다.

아마 영전자가 목진의 공격에 맞았다면 바로 중상을 입었을 것이다.

쿵!

무서운 힘이 깃든 양자의 주먹은 운석처럼 날아가 힘껏 부딪쳤다.

퍽!

나지막한 소리가 들리며 주위 십수 장의 바닥은 순식간에 가루가 되어 부서졌고 아래쪽에는 깊이가 가늠되지 않을 정도의 구멍이 났다. 하지만 예상했던 것처럼 엄청난 파괴력은 없었다.

또한, 두 사람의 주먹이 부딪친 곳의 공간이 격렬하게 떨리더니 둘 다 온몸을 파르르 떨며 뒤로 물러났다.

목진은 뒤로 수십 보 물러났고 중년 사내는 뒤로 십수 보 물러났지만 막상막하였다.

또한 두 사람의 앞쪽에 검은색 발자국이 생겼는데 이는 발이 지면에 너무 깊숙이 들어갔기 때문에 생긴 것이었다.

두 사람이 몸을 추스르자 낙리도 자리에서 일어나 한기 어린 눈빛으로 중년 사내를 노려보며 낙신법상을 소환하려 했다.

그녀와 목진이 함께 나서면 상대방이 아무리 반보 지지존 대원만급 강자라도 이들을 쉽게 이기지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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