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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주재-807화 (806/1,000)

807화. 목진의 꼼수

한편, 낙천신, 낙천룡 등은 두 눈이 휘둥그레진 채 상황을 살폈다.

목진이 비록 영전자와의 대결에서 이겼다고는 하지만 목진이 지금 상대하고 있는 사람은 상위 지지존이 아니라 반보 지지존 대원만급 강자였다. 이는 곧 지지존 대원만급에 이를 사람이었고 실력은 상위 지지존 정상급 강자와 비교가 되지 않았다.

그런데 목진은 그와의 대결에도 열세에 처하지 않았으니, 반년도 안 되는 사이, 그의 실력은 또 폭등한 모양이었다.

중년 사내도 몸을 추스르더니 조금 놀란 듯한 표정을 지었다. 그도 목진이 피하지 않을뿐더러 자신을 정면 상대할 줄 몰랐고 자신이 전혀 우세를 차지하지 못한 것에 더욱 놀랐다.

그는 힘을 키우는 공법을 수련해 한 주먹에 용과 코끼리의 힘이 따라붙어 난폭하기 그지없었는데 목진과의 대결에서 일종의 억제를 받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이는 꼭 목진의 힘의 수준이 더 뛰어난 듯한 느낌이었다.

대전의 다른 편에 서 있는 목진도 주먹을 어루만지더니 조금 놀란 듯한 눈빛으로 중년 사내를 쳐다봤다. 그도 중년 사내의 무서운 힘에 제법 놀란 것이다.

이번에 진정한 용과 진정한 봉황의 령이 하위 지지존경에 이르지 못했다면 목진은 아마 상대방의 공격에 중상을 입었을 것이다.

‘힘이 엄청난 사내군. 힘만 보면 진정한 지지존 대원만급 강자도 저 사람보다 못할 거야.’

목진은 사내가 절대 보통 반보 지지존 대원만급 강자가 아니란 생각이 들었다. 정말 싸움이라도 나면 피 튀기는 치열한 대결이 될 것이다.

하여 그는 점차 숙연해졌고 체내의 웅장한 영력을 끌어올린 뒤, 잔뜩 경계하며 중년 사내를 노려봤다. 그런데 사내는 갑자기 흐뭇하게 웃으며 말을 건넸다.

“역시 주인님의 아들은 남다르구나. 어린 나이에 이토록 뛰어난 실력을 갖췄다니 말이야.”

사내의 상냥하고 흐뭇한 미소에 목진은 흠칫 놀랐다.

“소인 용상, 소주님을 뵙습니다.”

중년 사내는 갑자기 한쪽 무릎을 꿇고 목진한테 공손하게 인사를 올렸다.

중년 사내가 한쪽 무릎을 꿇자 잔뜩 경계하며 싸울 준비를 하고 있던 목진은 멈칫했다. 낙리, 낙천신 등은 화들짝 놀랐다.

그들은 기세등등했던 중년 사내의 갑작스러운 태도 변화에 깜짝 놀랐다.

더구나 사내는 가식이 아니라 진심으로 목진을 주인으로 여기는 듯했다.

낙리 등은 중년 사내가 도대체 왜 이러는지 너무 궁금했다.

멍하니 서 있던 목진은 한참 지나서야 정신을 차렸는데 여전히 의심을 품고 용상이라 자칭하는 중년 사내를 노려보며 물었다.

“당신은 부도신족 사람인가요?”

“네!”

“그럼 부도신족에서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도 잘 알겠네요.”

용상이 고개를 끄덕이며 답하자 목진은 가볍게 웃으며 그를 쏘아봤다.

“부도신족 사람들은 절대 당신처럼 나를 대하지는 않을 거예요.”

이에 용상은 태연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전 확실히 부도신족 사람이에요. 하지만 주인님이 아니었다면 전 오래전에 죽었을 거예요. 주인님 덕분에 살았으니 그분은 나한테 부도신족보다 훨씬 소중한 분이에요.”

“당신의 주인은 누군가요?”

목진이 눈가를 파르르 떨며 묻자 용상은 이내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당연히 당신의 어머니, 청연정이죠.”

목진은 용상의 흔들림 없는 눈빛에서 거짓이 아니란 것을 확인했고 어머니에 대한 경외의 뜻도 읽었다.

하여 잠시 고민에 잠겼던 그는 드디어 용상에 대한 의심을 거두기로 했다. 부도신족에서 이런 일로 그를 속일 필요는 없었다. 그들은 실력이 막강한 종족이었고 그를 해하려면 진정한 지지존 대원만급, 심지어 바로 천지존을 파견하는 것이 훨씬 나았을 것이다.

“용상 형님, 얼른 일어나세요. 그리고 앞으로 저를 목진이라고 부르세요. 소주는 당치도 않아요.”

목진은 얼른 다가가 용상을 일으키며 말했다.

“당신의 어머니가 내 주인이니 당신은 당연히 나의 소주죠.”

용상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말했다. 보아하니 그는 고집이 상당해보였고 호칭을 절대 고치지 않을 것 같았다.

이를 눈치챈 목진은 괜히 머리를 긁적였다.

목진의 어머니는 부도신족 출신일 뿐만 아니라 영진 대종사지만 그는 이에 마땅한 지위와 자원을 누린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그는 지금껏 혼자서 수련해왔기에 반보 대원만급 강자가 자신에게 이토록 공손하게 소주라고 부르는 것이 왠지 어색했다. 하지만 상대방의 고집을 꺾을 수는 없었다.

“일전에 제가 한 말은 무시하세요.”

목진은 용상이 나쁜 사람인 줄 알고 일부러 말을 험하게 했다.

“소주님은 역시 주인님의 아들답게 천부적 재능이 뛰어나세요. 더구나 혼자서도 이렇게 대단한 성과를 이루셨다니, 너무 훌륭하시네요.”

용상은 흐뭇해하며 말했다. 하긴, 목진은 어린 나이에 서천대륙의 대륙의 후손이 되었을 뿐만 아니라 지금은 상위 지지존까지 되었고 반보 지지존 대원만급 강자인 용상마저 목진을 이길 자신이 없었다.

“소주님께서 어릴 때부터 부도신족에서 자라셨다면 분명 차기 족장의 유력한 후보셨을 테고 현재의 유력한 후보인 현라(玄羅) 소주 못지않았을 거예요.”

그런데 목진은 전혀 아쉬워하지 않았다. 그는 모든 일을 스스로 해내는 것이 더 자연스러웠고 부도신족의 방대한 자원이 전혀 탐나지 않았다.

“용상 형님…… 우리 어머니는 어떤가요?”

목진은 부도신족의 자원보다 어머니의 상황이 훨씬 더 궁금했다. 예전엔 부도신족과 전혀 연락이 닿지 않아 몰랐지만 지금은 어머니의 부하를 만났으니 물어보지 않을 수 없었다.

“주인님께서는 비록 부도신족에 구속되었지만, 소주님과 남편분을 그리워하는 것 빼고는 무사해요.”

용상은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어갔다.

“주인님의 실력은 엄청나서 아무리 대장로라도 감히 그녀를 건드리지 못해요. 주인님은 저들이 소주님한테 불리한 행동을 할까 봐 조용히 계시는 거예요. 안 그러면 아무도 그녀를 가둘 수 없을 거예요.”

목진은 그제야 조금이나마 안심이 되었다. 하긴, 아무리 부도신족처럼 강한 종족이라도 영진 대종사를 상대하려면 엄청난 대가를 치러야 할 것이다.

그런데 어머니께서 자신 때문에 기꺼이 부도신족에 갇혀 있다는 생각에 목진은 괜히 마음이 아팠다.

“그렇다고 자책하실 필요는 없어요. 주인님께서는 이토록 훌륭하게 성장한 당신을 보면 분명 좋아하실 거예요.”

용상은 목진의 속내를 꿰뚫기라도 한 듯 바로 말을 이어갔다.

이에 목진은 묵묵히 고개를 끄덕이고는 바로 마음을 추슬렀다. 그는 감정에만 빠져있는 사람이 아니었고, 자책한다고 일이 해결되는 것이 아니란 것도 잘 알았다.

목진은 최대한 빨리 강해져야 한다. 부도신족마저 그를 건드릴 수 없을 정도로 말이다.

한편, 손에 땀을 쥐고 상황을 살피던 낙리 등도 몰래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들은 중년 사내가 적이 아니라 다행이라 생각했다.

“소주님이 서천대륙의 대륙의 후손이 된 사실이 널리 퍼져 부도신족 사람들도 점차 소주님을 주목하기 시작했어요.”

용상의 말에도 목진은 전혀 놀라지 않은 눈치였다. 부도신족은 강대했으니 목진이 죽을 때까지 들키지 않을 수는 없었다. 그는 이제 더는 연약한 소년이 아니라 지지존 대원만급 강자를 만나도 상대할 수 있을 정도로 실력을 갖추었다.

그리고 부도신족에서 천지존을 파견한다고 해도 해결책이 있었다.

아무튼 목진은 살아남을 방법이 있었고, 부도신족에 잡혀갈 걱정을 하지 않았다.

“주의할게요.”

목진은 더는 부도신족이 두렵지 않았지만 아직 조심해야 했다. 부도신족이 고족 중 하나가 된 데에는 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

목진의 말에 용상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고는 뭐라 말하려다가 참았다.

그런데 그때, 누군가 들어와 낙리에게 공손하게 인사를 올렸다.

“폐하, 낙신궁 문 앞에서 서신을 발견했는데 누구 짓인지 모르겠습니다.”

부하가 옥편 하나를 바치며 한 말에 낙리는 멈칫하다가 옥편을 건네받았다. 그녀는 옥편을 살펴보고는 흠칫 놀라 목진을 바라봤다.

“왜 그래?”

목진의 질문에 낙리는 잠시 고민하다가 옥편에 영력을 주입했는데 영광이 폭발해 광막을 형성했다. 그리고 회백색 도포를 입은 노인이 모습을 드러냈다.

흑탑 앞에 앉아있는 노인은 공간을 뚫고 목진을 노려보며 입을 열었다.

“죄인 목진, 지금쯤 너와 용상이 만났을지도 모르겠구나. 녀석이 너를 잡았든 말든 너한테 알려줄 것이 있단다.”

“네가 저 아이를 구하고 싶거든 만도대륙의 벽령도로 오거라. 네가 오지 않으면 난 저 아이를 부도신족에 넘길 거란다. 그때 가서 저 아이가 어떤 형벌을 받을지는 나도 장담할 수가 없구나.”

잇따라 광막에 검은색 감옥이 나타났고 하얀색 치마를 입은 여인이 감옥에 조용히 앉아있었다.

“영계 누이!”

목진은 순간 눈가를 파르르 떨었고 금세 살기를 품었다.

“저 아이가 죽는 꼴을 보고 싶지 않으면 당장 벽령도로 오거라. 기다리고 있으마.”

말을 마친 노인이 미소를 지으며 옷깃을 휘날리자 영력 광막이 사라졌고 옥편도 잿더미가 되었다.

이렇게 대전은 다시 조용해졌고 목진은 안색이 확 어두워졌다.

그는 여러 해 동안 사라졌던 영계가 벽령도에 갇혀 있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용상 형님, 저 노인네가 한 말이 사실인가요?”

목진의 질문에 용상은 잠시 고민하다가 결국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영계는 확실히 벽령도에 갇혀 있어요. 고사황은 이것으로 당신을 잡아 오라고 날 위협했죠. 소주님을 만난 뒤에 몰래 돌아가 영계를 구해내려 했는데 고사황이 이 소식을 나 몰래 소주님께 전할 줄은 몰랐네요.”

“내가 소주님을 발견해도 잡아가지 않을 걸 알았나 봐요.”

“소주님, 고사황은 상당히 교활한 사람이에요. 그는 벽령도를 몇 년 동안 가꿔왔고 지지존 대원만급 강자가 뛰어들어도 벗어나기 어려워요. 게다가 고사황 마저 지지존 대원만급 강자니까요.”

용상은 목진이 벽령도에 가지 말았으면 했다. 목진의 실력이 괜찮긴 하지만 지지존 대원만급 강자를 상대하기에는 불가능해 보였다.

“용상 형님, 저도 저 노인네의 의도를 알아챘어요. 그런데…….”

목진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를 짓더니 태연하게 말을 이어갔다.

“덫을 너무 작게 친 것 같네요.”

“덫이 망가지면 사냥꾼이 사냥감을 포획하는 것이 아니라 사냥감이 사냥꾼을 공격할 차례가 되지 않을까요?”

말을 마친 목진은 입꼬리를 씰룩거렸는데 용상마저 그한테서 소름 끼칠 정도의 살기를 느꼈다.

* * *

쿵! 쿵!

뇌명 같은 난폭한 소리가 낙신궁 뒷산에서 부단히 울려 퍼졌고 자욱한 안개와 함께 두 사람이 운석처럼 부딪쳐 파멸의 파동을 퍼뜨렸다.

그들의 대결로 인해 주위는 어느새 아수라장이 되었다.

퍽!

또 한 번의 충돌로 두 사람은 각각 뒤로 튕겨 나갔는데 단단한 바닥이 순식간에 가루가 되었다.

“하하, 통쾌하군.”

목진은 빨갛게 달아오른 주먹을 주무르며 활짝 웃었다. 그는 일전의 대결이 정말 마음에 들었다.

그때 목진의 상대편에 용상이 나타났는데 두 눈이 휘둥그레진 채 목진을 바라봤다.

목진은 상위 지지존이 된 지 얼마 되지 않아 폭등한 실력을 확고히 할 적당한 상대가 필요했는데 반보 지지존 대원만급 강자인 용상이 최선의 선택이라 최근 들어 함께 대결을 펼치곤 했다.

용상도 기꺼이 목진의 상대가 되어주었다. 그도 이번 기회에 목진의 전투력이 도대체 얼마나 강한지 직접 확인하고 싶었는데 싸울수록 놀라웠다.

처음에만 해도 목진은 상위 지지존의 강대한 영력에 적응하지 못해 용상이 우세를 차지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해당 힘에 대한 장악력이 완벽해져 전투력이 놀라운 속도로 폭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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