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0화. 살심
한편, 고사황과 양사어도 눈치를 채고 음산한 눈빛으로 목진 등을 바라봤다.
“녹사, 일단 전력을 다해 성광을 공격하게. 그 계집이 영진으로 자네를 가두는 것 외에 따로 할 수 있는 일은 없을 것이네. 우리가 저 녀석을 잡으면 바로 자네를 풀어주겠네.”
고사황은 안색이 어두워진 채 말했고 녹사노조는 이내 콧방귀를 뀌더니 안색이 조금이나마 밝아졌다.
그는 갑작스러운 변고에 놀라긴 했지만 결과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었다. 고사황과 양사어의 실력으로 목진 등을 쓰러뜨리는 것은 식은 죽 먹기였다.
잇따라 고사황은 한기 어린 눈빛으로 목진을 노려봤는데 주위의 온도가 순식간에 확 떨어졌다.
“저 계집이 나선다고 널 구할 수 있을 것 같으냐?”
“넌 오늘 절대 여기서 도망가지 못할 것이다.”
쿵!
고사황이 말을 마친 순간, 천지가 흔들릴 만큼 무서운 영력 파동이 돌풍처럼 휘몰아쳤고 무서운 영력 위압감이 형성되었다. 양사어도 씨익 웃더니 고사황 못지않은 무서운 영력을 끌어올렸다.
두 사람이 형성한 무서운 영력 위압감에 주위 수만 리 범위의 천지가 어두워졌고 해역에 거대한 파도가 일어 영수들은 부랴부랴 도망갔다.
지지존 대원만급 강자 두 명이 방출한 무서운 위압감에 용상과 낙리는 안색이 확 어두워졌다.
반면, 목진은 여전히 태연하게 서서 진정한 용과 진정한 봉황의 령을 소환했다. 진정한 용과 진정한 봉황의 령은 비록 하위 지지존 밖에 안 되지만 용족과 봉황족의 가장 고귀한 혈맥을 보유해 위엄이 남달랐다. 하여 상대방의 영력 위압이 목진한테는 아무런 효과도 없었다.
목진은 의지가 활활 타오르는 눈빛으로 고사황을 노려봤다. 그가 상위 지지존경에 이르지 못했다면 지지존 대원만급 강자를 감히 상대하지 못했을 테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그는 한없이 대단하다고 생각했던 경지의 사람도 이제 상대할 수 있게 되었다.
쿵!
목진은 들끓는 전의를 싣고 고사황을 향해 돌진했다.
“겁도 없는 녀석, 그리 죽고 싶으면 내가 허락해주지!”
목진이 먼저 나선 것을 발견한 고사황은 씨익 웃으며 말했다.
일반 상위 지지존들은 고사황을 보면 너무 무서워 온몸을 부들부들 떠는데 목진은 두려워하기는커녕, 선수를 치려 했다. 이는 지지존 대원만급 강자의 위엄을 건드리는 거나 마찬가지였다.
쿵!
목진은 쏜살같이 고사황한테 달려가더니 깊게 숨을 들이켰는데 체내에서 뇌명이 울려 퍼지는 것 같았다.
퍽!
목진이 주먹을 휘두르자 용음과 봉황의 울음소리와 함께 팔에 진정한 용과 진정한 봉황의 령이 나타나 금광을 발하며 용봉 장갑을 이뤘다.
그런데 지지존 대원만급 강자를 상대하려면 이것만으로는 부족했다.
하여 목진은 체내의 영력을 수정 부도탑에 전부 주입해 영롱한 수정 영력으로 전환했다.
목진이 하위 지지존이었을 때만 해도 성부도탑의 전환을 거쳐 얻은 영력으로 상위 지지존을 상대할 수 있었으니 지금은 그 효과가 훨씬 뛰어날 것이다.
쿵!
목진이 전환을 마친 웅장한 영력을 끌어올리자 검은색 눈동자마저 영롱한 수정빛으로 변했다.
이와 동시에, 휘두른 주먹도 수정의 빛을 발하며 수정으로 제련한 수정 주먹이 되었다.
그의 공격에 주위의 공간이 와르르 무너져 공간 파편을 이뤘는데 권풍이 닿자마자 조용히 사라졌다.
목진의 체내에서 갑자기 폭발한 놀라운 영력에 고사황마저 흠칫 놀랐다. 그마저 목진한테서 위협감을 느꼈다.
“녀석이 역시나 성부도탑을 수련해냈군!”
고사황은 이내 살기를 품었다. 부도신족 사람인 그는 부도탑이 영력을 증폭시키는 능력이 있는 걸 알고 있었다. 상위 지지존의 영력을 이 정도까지 끌어 올릴 수 있는 것은 성부도탑만이 가능했다.
“흥, 너한테 성부도탑이 있어도 겨우 상위 지지존이라 절대 나를 이길 수 없을 거란다.”
고사황은 버럭 소리를 지르더니 한 손으로 결인하고 장풍을 쐈다.
쿵!
만 장의 빛을 발하는 고사황의 공격은 무서운 기세로 날아가 목진의 수정 주먹을 때렸다.
“이것으로 지지존 대원만이 얼마나 대단한지 제대로 보여주마!”
“네가 아무리 발버둥쳐 봐야 내 공격을 막아내지 못할 것이다.”
고사황의 나지막한 고함과 함께 파멸의 힘이 깃든 그의 장풍이 목진의 주먹을 힘껏 때렸다.
양자가 부딪친 순간, 고사황은 목진이 죽지 않아도 분명 크게 다칠 거라 확신하고 입꼬리를 씰룩거렸다.
쿵!
양자의 파멸의 힘이 깃든 공격이 닿자 주위의 공간은 와르르 무너지며 모든 빛을 흡수했다.
고사황은 목진이 패배한 꼴을 보기라도 한 듯 씨익 웃었다.
퍽!
순간, 나지막한 소리와 함께 고사황은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는 목진의 주먹에서 폭발한 난폭하기 그지없는 힘이 상위 지지존의 경지를 훨씬 뛰어넘은 것을 발견했다.
이는 절대 일반 상위 지지존이 가질 수 있는 힘이 아니었다.
쿵!
육안으로도 확인 가능한 파멸의 충격파가 폭발하자 주위 천 리 범위의 산맥이 무너졌고 공간에마저 균열이 일었으며 먼지가 휘몰아쳤다.
목진은 지면에 깊숙한 발자국을 수백 개나 내며 멀리 튕겨 나갔고 고사황도 뒤로 스무 보 넘게 물러났다. 이번 대결에서 고사황이 우세를 차지한 것 같았지만 그는 전혀 기뻐 보이지 않았고, 조금 화가 난 듯한 눈빛으로 목진을 노려봤다.
고사황은 목진이 자신의 공격을 막아내는 데 성공할 줄 몰랐다.
상위 지지존의 실력으로 지지존 대원만급 강자의 공격을 막아내다니!
고사황은 순간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그의 공격은 상위 지지존은 물론이고 용상 같은 반보 지지존 대원만급 강자도 자칫 잘못하면 크게 다칠 정도로 강력했다.
그런데 목진은 그의 공격을 받아내고도 끄떡없이 서 있었다.
한편, 목진은 조금 놀란 눈빛으로 고사황을 바라보며 주먹을 어루만졌다. 지지존 대원만의 힘은 역시 강력했다.
그가 한 공격은 수수해 보이지만 진정한 용과 진정한 봉황의 힘 및 체내의 부도탑을 거쳐 증폭한 영력까지 더해 용상도 받아내지 못할 텐데 고사황은 미세한 우세로 이를 받아냈다. 이것만 봐도 지지존 대원만이 얼마나 강한지 알 수 있었다.
다만, 목진은 상대방이 전혀 두렵지 않았다. 진정한 강자가 되려면 부단히 자신보다 더 강한 상대와 싸워봐야 하는 법, 고사황은 목진이 상대하게 될 첫 번째 지지존 대원만급 강자가 될 것이다.
생각을 마친 목진은 낙리와 용상에게 양사어를 상대하라고 가볍게 손짓했다.
이에 두 사람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바로 상대방에게 향했다.
“허허, 반보 지지존 대원만과 하위 지지존이 감히 나를 상대하려 하다니, 겁도 없구나.”
양사어가 씨익 웃으며 말했다.
“고사황, 내가 저 녀석들을 없애고 자네를 도와주러 가겠네!”
양사어는 호탕하게 웃으며 바로 낙리와 용상에게 향했다.
“흥, 상위 지지존 따위는 나 혼자서도 해결할 수 있네.”
고사황은 콧방귀를 뀌고 한기 어린 눈빛으로 목진을 노려보며 웅장한 영력을 끌어올려 체내에서 자그마한 세계를 이뤘다.
이제 고사황은 전력을 다해 목진을 상대하기 시작했다.
목진도 상대방이 방출한 무서운 영력에 압력을 느끼고 깊게 숨을 들이켜고는 신속하게 결인했다.
위잉!
목진의 뒤쪽에서 무한의 영광을 발하더니 자금색 빛이 모여 거대한 지존법상인 불후금신을 이뤘다.
목진이 상위 지지존경에 이르자 불후금신도 천 장 정도 자랐는데 수만 장, 심지어 십수만 장 정도 되는 다른 지존법신과 비교하면 확실히 왜소해 보이긴 했다.
고사황은 불후금신을 보더니 비웃기는커녕, 오히려 안색이 어두워졌다. 그마저 자금색 법상에서 위협감을 느꼈기 때문이었다.
“저건 무슨 지존법신이란 말인가?”
고사황은 미간을 한껏 찌푸리며 중얼거렸다. 불후금신은 너무 희귀해 알아채지 못했지만, 순위를 따지면 99등급 지존법신 중 적어도 20위권에는 들 거란 생각이 들었다.
이 정도 등급의 지존법신은 부도신족에도 없었다.
“흥, 네가 아무리 대단한 지존법신을 수련해냈다고 한들, 네 실력으로는 지존법신의 진정한 위력을 끌어내지 못할 거란다.”
고사황이 콧방귀를 뀌며 발을 힘껏 구르자 경천의 사자후와 함께 그의 뒤쪽에도 영광이 모여 십수만 장의 거대한 지존법상이 형성되었다.
온통 은광을 발하는 고사황의 지존법상의 머리 부분은 사자 모양이었고 그가 내뿜는 살기에 주위의 온도가 내려갔다.
목진은 고사황의 지존법상을 보더니 눈가를 파르르 떨며 중얼거렸다.
“99등급 지존법상 순위권 중 41위인 천사법신(天獅法身)이란 말인가?”
고사황의 지존법신도 범상치 않았다.
천사법상의 출현에 고사황은 바로 숙연해졌고 방출하는 위험한 기운도 훨씬 강해졌다.
“상위 지지존의 실력으로 지존법상까지 소환하게 하다니, 너도 참 대단하구나.”
고사황은 천사법상의 어깨 위에 내려앉아 목진을 노려보며 말했다.
그는 같은 등급의 강자를 상대하지 않고서는 절대 지존법상을 소환하지 않았는데 목진을 상대하자마자 바로 지존법상을 소환했다. 목진한테서 엄청난 불안감을 느꼈기 때문이었다.
정작 목진은 상대방의 말을 무시한 채 발을 힘껏 구르며 신속하게 결인했고 불후금신의 몸 표면에서 신비롭고 오묘한 자금색 광문이 빠르게 나타났다.
이는 불후신문이었다.
불후신문은 거대한 자금색 용처럼 목진의 주위를 맴돌았는데 1각도 안 되는 사이, 50갈래나 형성되었다.
목진이 영전자와 싸울 때까지만 해도 전력을 다해봐야 불후신문을 23갈래밖에 만들어내지 못했는데 상위 지지존경에 이르러 형성할 수 있는 불후신문의 개수가 배로 늘었다.
50갈래의 불후신문은 목진의 주위를 맴돌며 무서운 파동을 방출해 공간마저 견디지 못하고 무너지려 했다.
목진은 지지존 대원만급 강자를 상대로 전력을 다해야만 했다.
“공격하라!”
목진이 옷깃을 휘날리자 50갈래의 불후신문이 자금신침(紫金神針)으로 변해 예리하기 그지없는 기운을 실은 채 지극히 놀라운 속도로 고사황에게 향했다.
이에 고사황이 미간을 찌푸린 채 발을 힘껏 구르자 천사법신이 커다란 입을 벌려 버럭 소리를 질렀다.
“천사후(天獅吼)!”
상고 사자의 포효와 함께 난폭하기 그지없는 음파가 파멸의 힘을 실은 채 휘몰아쳤다.
난폭한 고사황의 음파 공격은 대부분의 방어벽을 뚫고 바로 지날 수 있어 그 상대가 하위 지지존이었다면 즉사했을 것이다.
퍽! 퍽!
미친 듯이 날아오던 불후신침은 저항을 받은 듯 멈칫하더니 금세 튕겨 나갔지만 오묘한 불후신문 덕분에 부서지지는 않았다.
난폭한 사자후는 빠르게 목진에게 향했다.
“역시 지지존 대원만은 대단하군.”
목진은 이내 감탄했다. 보아하니 고사황은 음파 공격에 능숙한 것 같은데 해당 공격은 방어하기가 아주 어려웠다. 게다가 음파가 머리에 스며들어 체내의 영력이 무질서해지면 목진은 대결에서 패배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이는 목진한테 아무런 효과도 없었다. 불후신문의 특성상 목진은 상대방의 공격이 아무리 특이해도 두렵지 않았다.
“불후신문, 변화무쌍, 불후금종(不朽金鐘)!”
위잉!
목진이 갑자기 결인하자 튕겨 나간 50갈래의 불후신문에서 갑자기 눈부신 자금색 빛을 발하며 빠르게 뭉쳐져 거대한 자금색 종을 이루더니 맑고 오래된 종소리가 울려 자금색 음파를 퍼트렸다.
퍽! 퍽! 퍽!
두 가지 음파가 힘껏 부딪치자 주위 공간이 부단히 무너졌다.
그 광경에 고사황은 안색이 더 어두워졌다. 그는 자금색 광문이 원하는 대로 변화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완전히 다른 신통을 선보일 수 있을 줄은 몰랐다.
이토록 오묘한 수법은 처음이었다.
그는 점차 살기를 품기 시작했다. 목진의 수단이 훌륭할수록 그를 더 살려둘 수가 없었다. 목진의 어머니만 봐도 부도신족에서의 지위가 상당한 데다가 지지자를 어느 정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비록 그녀가 지금은 구속되어 지지자들이 잠자코 있지만 말이다.
그러다 목진이 부도신족에 돌아가면 그는 분명 차기 족장의 유력한 후보가 될 것이다.
고사황은 절대 이를 용납할 수 없었다.
“오늘 난 무슨 수를 써서라도 저 녀석을 죽일 거야. 죽이지 못해도 성부도탑 만은 꼭 없애야 해!”
고사황은 목진을 죽이고 싶은 마음이 점점 더 강렬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