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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주재-811화 (810/1,000)

811화. 말일천사(末日天獅)

위잉.

음파의 대결이 이룬 여파로 인해 벽령도 주위의 해역에 엄청난 파도가 일었다.

천사법상 위에 서 있던 고사황은 놀라운 전투력을 선보인 목진을 바라보더니 점점 더 짙은 살기를 내뿜었다.

목진의 어머니는 실력이 뛰어나지만 여태껏 부도신족에 갇혀 그한테 전혀 도움을 주지 못했다. 그런데도 이토록 놀라운 실력을 갖췄다니!

천부적 재능으로 따지면 목진은 부도신족에서 최근 천년 간 보기 드문 천재라고 이름을 날린 현라 소주 못지않을 것이다.

이러한 생각에 고사황은 살기 가득한 눈빛으로 목진을 노려보더니 깊게 숨을 들이켜며 두 손을 모아 결인했다.

쿵!

천사법상이 갑자기 무서운 위압감을 형성하자 천지가 격렬하게 진동했다.

천지마저 그의 위압감에 두려워 부들부들 떠는 것 같았다.

크으으으!

천사법상이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자 주위에 영력 돌풍이 일더니 이마에 갑자기 흑광이 모이기 시작했다.

이를 발견한 목진은 눈가를 파르르 떨었는데 엄청난 위협감을 느끼고 바로 체내의 영력을 미친 듯이 끌어올려 경계 태세를 취했다.

저 멀리 주천낙성진에 갇힌 녹사노조도 안색이 조금 어두워진 채 상황을 살폈다. 고사황에 대해 잘 알고 있던 그는 상대방이 뭘 하려는 지 눈치챘다.

“그 방법까지 사용하다니, 저 녀석이 정녕 그토록 상대하기 어렵단 말인가?”

녹사노조는 눈가를 파르르 떨며 중얼거렸다. 그는 고사황을 상대한 적 있었기에 그가 선보일 수법이 얼마나 무서운지 잘 알았다. 지지존 대원만급 강자인 그도 그 공격을 받아낼 자신이 없었다.

그런데 고사황은 상위 지지존 밖에 안 되는 목진을 상대하려고 그 방법을 사용하려 했다. 녹사노조는 고사황이 그럴 필요까지는 없었다고 생각했으나 이내 보통 수법으로는 목진을 쓰러뜨릴 수 없다는 걸 금세 알아챘다.

“상황이 이상하게 돌아가는군.”

녹사노조는 이리 중얼거리며 상황을 살폈다. 교활하고 신중한 그는 목진이 상위 지지존일 뿐이란 말에 고사황을 돕겠다고 한 것인데 상황을 보니 목진은 절대 호락호락한 상대가 아니었다.

또한…….

녹사노조는 다른 쪽에서 벌어지고 있는 경천의 대전을 살폈는데 양사어도 치열하게 싸우고 있었다. 그의 상대들도 쓰러뜨리기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었다.

그중, 용상은 비록 반보 상위 지지존일 뿐이지만 힘이 무서울 정도로 강해 일단 그의 공격에 적중하면 대원만급 강자라도 타격을 입을 것이다.

그리고 아름다운 여인은 하위 지지존일 뿐이지만 그녀가 소환한 지존법신을 보자 녹사노조의 안색이 확 어두워졌다.

그는 그제야 낙리의 지존법신이 바로 대천세계에서 유명한 낙신법신이라는 것을 알아챘다.

낙신법신 덕분에 낙리는 주력은 아니지만 양사어한테 충분한 타격을 줄 수 있었고 대전 쌍방의 대치 상태를 유지할 수 있도록 했다.

지지존 대원만급 강자 세 명은 전혀 우세를 차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이러한 상황에 녹사노조는 순간 말문이 막혔다.

그때 천사법상의 이마에 모인 흑광이 어느 정도 짙어지자 고사황은 한기 가득한 눈빛으로 목진을 노려보며 외쳤다.

“최근 몇 년 사이, 난 지지존 대원만급 강자한테만 이 공격을 선보였단다. 상위 지지존을 상대하는 것은 네가 처음이구나!”

“그러니 이만 죽거라!”

말을 마친 고사황은 이내 정색하며 두 손으로 신속하게 인법을 바꿨다.

“지존신통, 말일천사!”

천사법상의 미간에 모인 흑광이 미친 듯이 회오리치더니 한 갈래 검은색 빛줄기가 솟구쳤다.

이는 수십 장 정도의 검은색 사자로 변했는데 몸 표면에 오묘한 무늬가 가득 새겨졌고 온몸에서 세계 종말의 기운을 내뿜었다.

또한, 검은색 사자가 지나간 공간은 전부 무너졌는데 녀석이 모든 생기를 앗아간 것 같았다.

목진은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검은색 사자를 보더니 안색이 확 어두워졌다. 지지존 대원만은 역시 엄청났다. 이 정도의 지존신통은 무섭다고 표현할 수밖에 없었다.

후우.

목진은 깊게 숨을 들이켜며 생각했다. 그가 고사황의 살수를 막아내지 못하면 불후금신의 보호가 있어도 오늘 여기서 죽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하여 그는 발을 힘껏 굴러 체내에 있는 무한의 영력을 부단히 불후금신에 주입했다.

위잉.

이에 불후신문은 다시 거대한 자금색 용처럼 날아올라 목진의 주위를 맴돌았다.

눈 깜짝할 사이, 불후신문의 수량이 55갈래나 되었다.

이는 목진의 한계였다.

그런데 고사황은 피식 웃기만 했다. 일전의 대결로 불후신문의 위력을 파악한 그는 절대 이 정도로는 자신의 살수를 막아낼 수 없다는 걸 알았다.

“이게 다라면 그만 죽어야겠구나!”

고사황이 씨익 웃으며 말하자 세계 종말의 기운을 내뿜는 검은색 사자가 갑자기 속도를 끌어올려 공간을 가르며 불후금신한테 달려들었다.

불후신문 55갈래로는 부족함을 느낀 목진은 미간을 찌푸리며 입술을 깨물었다.

“그렇다면…….”

목진이 눈가를 파르르 떨며 다시 결인하자 옆쪽 공간이 미세하게 떨리더니 누군가 천천히 걸어 나왔다.

그는 검은색 도포를 입은 목진이었다.

고사황은 목진과 똑같게 생긴 검은색 도포를 입은 사람의 출현에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심지어 검은색 도포를 입은 목진이 내뿜는 영력 파동도 목진과 똑같았다.

녀석도 상위 지지존이었다.

“이럴 수가!”

고사황은 순간 입이 떡 벌어졌다.

목진은 고사황을 무시한 채 검은색 도포를 입은 목진 체내의 영력도 전부 불후금신에 주입했다.

잇따라 불후금신에서 다시 눈부신 자금색 빛을 발하며 불후신문을 만들어냈다.

1각도 안 되는 사이, 목진의 주위를 맴도는 불후신문의 개수는 88개나 되었고 이들이 내뿜는 무서운 파동에 주위의 공간마저 파르르 떨렸다.

목진은 그제야 조금이나마 시름을 놓고 옷깃을 휘날렸는데 80갈래의 불후신문이 하늘 높이 솟구쳤다.

“불후신문, 변화무쌍, 불후지순(不朽之盾)!”

80갈래의 불후신문이 한데 아우러져 목진 앞쪽에 천 장 크기의 거대한 자금색 방패를 이뤘는데 불후의 기운을 내뿜는 것이 아주 견고해 보였다.

이 정도 방어력이면 지지존 대원만급 강자의 살수도 어느 정도 막아낼 수 있을 것이다.

쿵!

바로 그때, 검은색 사자가 달려왔는데 불후지순보다 훨씬 작은 몸으로 힘껏 충돌하자 목진은 화들짝 놀랐다.

고사황의 살수는 예상보다 훨씬 강력했다.

쿠쿵!

엄청난 소리를 내며 수만 장 정도의 거대한 영력 돌풍이 일어 주위의 공간이 와르르 무너졌고, 불후지순은 주위에 맴도는 검은색 기운 때문에 점차 균열이 일었다.

“너 따위가 감히 내 살수를 막아내려는 것이냐? 꿈도 야무지지!”

고사황은 호탕하게 웃으며 말했다.

어느덧 불후지순이 한계치에 이르러 ‘퍽!’ 하는 소리와 함께 폭발하자 나머지 검은색 기운이 목진에게 향했다.

불후지순이 비록 고사황의 공격의 힘을 대부분 막아냈지만 남은 힘으로도 목진을 쓰러뜨리는 데는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이다.

그런데 흑광이 빠르게 가시고 시야가 다시 또렷해지자 고사황은 안색이 확 어두워졌다. 목진은 끄떡없이 불후금신의 어깨 위에 서 있었고 옆에 서 있던 검은색 도포를 입은 목진만 만신창이가 되어 완전히 전투력을 잃었다.

보아하니 검은색 도포를 입은 목진이 앞에 나서서 본체를 보호한 모양이었다.

“교활한 녀석!”

고사황은 피식 웃으며 말을 이어갔다.

“그런데 너의 화신이 전투력을 잃었으니 지금부터 더는 너를 도와줄 사람이 없겠구나.”

이번 공격에는 비록 무사했지만 그의 화신인 검은색 도포를 입은 목진이 전투력을 완전히 잃어 더는 녀석한테서 도움을 청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런데 목진은 괴이하게 웃으며 고개를 들고 고사황을 바라보며 말했다.

“나한테 화신이 하나만 있다고 한 적은 없는 것 같은데요?”

목진의 말에 고사황은 흠칫 놀라 뒤돌아섰는데 뒤쪽 공간이 어느새 갈라지더니 그 속에서 하얀색 도포를 입은 사람이 걸어 나왔다.

그는 다름 아닌 목진으로 수수한 수정검을 들고 있었다.

고사황은 수정 장검에서 천지존의 기운을 느끼고 화들짝 놀랐다.

이에 하얀색 도포를 입은 목진이 미소를 짓더니 상대방의 머리를 향해 수정 장검을 힘껏 휘둘렀다.

“당신이나 이만 죽어요!”

슉!

하얀색 도포를 입은 목진이 지닌 수정 장검은 순식간에 공간을 가르며 고사황을 공격했는데 그 모습이 너무 괴이해 고사황은 차마 피하지 못하고 멍하니 서 있기만 했다.

순간, 고사황은 하얀색 도포를 입은 목진 수중의 수정 장검에서 두려울 정도의 무서운 기운을 느꼈다.

이는 필경 천지존의 기운이었다.

검의 주인은 진정한 천지존이 분명했다.

지지존 대원만급 강자인 고사황은 자신을 향하는 장검을 보더니 순간 겁에 질렸다. 그는 목진한테 이토록 무서운 무기가 있을 줄 몰랐다.

수정 장검의 등급은 고급 성물을 훨씬 뛰어넘은 듯했다.

잠시 후, 검광이 휘몰아쳤는데 고사황은 마지막 순간 괴이한 자태로 머리를 미세하게 움직였고 수정 장검은 결국 그의 팔을 찔렀다. 갑작스럽게 전해진 고통에 그는 인상을 찌푸렸다.

으악!

처량한 비명과 함께 고사황의 육신은 절반이나 잘렸고 검광이 지나간 곳의 수정빛이 그의 피와 살을 통해 미친 듯이 체내에 스며들었다. 이에 엄청난 치유력을 지녔음에도 상처가 치유되지 않아 그 모습이 무척 처량해 보였다.

퍽!

겁에 질린 고사황은 절반이나 잘린 몸을 추스르지도 않고 미친 듯이 수만 장 정도 물러난 후에야 멈춰서 눈가를 파르르 떨며 하얀색 도포를 입은 목진을 바라봤다.

“아쉽군.”

하얀색 도포를 입은 목진은 수정 장검을 쥔 채 절반 정도 잘린 고사황의 육신을 보더니 아쉬운 듯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는 본체와 화신을 미끼로 고사황의 시선을 끌어 몰래 습격할 수 있었고 효과도 나쁘지 않았다. 만약 습격이 제대로 효과를 봤다면 고사황은 죽지는 않아도 전투력을 완전히 잃었을 것이다.

하얀색 도포를 입은 목진은 수정 장검에 묻은 피를 떨쳐내더니 남아있는 힘이 또 일부 소멸한 것을 확인했다.

이제 많아 봐야 천제검을 두 번 정도 더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그 속에 깃든 힘을 전부 소모하면 천제검은 더는 이토록 무서운 힘을 발휘하지 못할 것이다.

“그래도 고사황의 전투력이 6할 정도는 줄어들었을 테니 괜찮아.”

하얀색 도포를 입은 목진이 한 말에 본체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자 하얀색 도포를 입은 목진은 다시 수정 장검을 들어 올렸다. 현재, 고사황이 가장 약해졌을 때라 그를 없애려면 지금이 최적의 기회였다.

반면, 고사황은 하얀색 도포를 입은 목진의 움직임에 황급히 도망갔다. 그는 천제검의 위력에 잔뜩 겁먹었다.

위잉!

불후금신의 어깨 위에 서서 상황을 살피던 목진도 다시 불후신문을 형성해 고사황한테 미친 듯이 공격을 개시했다. 압도적인 우세를 차지했던 고사황은 양자의 공격을 피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한편, 용상, 낙리와 대치 중이었던 양사어도 이를 발견하고 안색이 확 어두워졌다. 그는 목진이 고사황을 이렇게까지 궁지에 몰아넣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

“젠장, 저 녀석한테 이런 수단이 있었다니!”

양사어도 적잖게 놀랐다. 만약 고사황이 목진과의 대결에서 패배하면 그들은 어떻게 될지 아무도 알 수 없었다.

그는 반드시 고사황을 도와주러 가야만 했다.

“자기 자신이나 잘 챙기세요!”

그런데 그때, 용상이 씨익 웃으며 귀신처럼 앞에 나타나 주먹을 휘둘렀다. 만 마리나 되는 용과 코끼리의 힘이 깃든 주먹이 앞쪽에 있는 영력 광막을 때렸다.

퍽!

견고한 영력 광막은 순식간에 부서졌고 양사어도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해진 채 멀리 튕겨 나갔다. 그는 간신히 체내의 요동치는 영력을 잠재우며 멈춰 섰는데 용상이 금세 뒤따라온 것을 발견하고 투덜대며 자신의 대결에 집중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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