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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주재-815화 (814/1,000)

815화. 진도 두 장

또 한 달이 지나 감옥에서 수련 중이던 목진이 드디어 꼭 감았던 눈을 떴다. 그의 눈빛은 상당히 그윽해져 있었는데 꼭 밤하늘에 별이 깃든 것만 같았다.

영광이 번쩍이던 눈빛은 한참이 지나서야 원래대로 돌아왔다.

후우.

잇따라 목진이 하얀색 기를 내뱉자 앞쪽에 모여 소형 영진을 형성했다.

영진은 간단해 보였지만 목진이 한 번에 만들어낸 것으로 두 달 동안 영진 방면의 조예가 부쩍 늘었다.

이전에는 오늘처럼 단숨에 영진을 치지 못했다.

“고급 영진 종사가 되려면 아직 모자라군. 아쉽네.”

목진은 앞쪽에 형성된 영진을 보더니 조금 아쉬운 듯 한숨을 쉬었지만 금세 마음을 다스렸다.

그는 두 달 전보다 영진 방면의 조예가 훨씬 늘었지만 고급 영진 종사가 되는 것은 생각보다 어려웠다. 다행히 어머니께서 남겨주신 영진에 대한 가르침이 있으니 머지않아 고급 영진 종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는 아직 고급 영진 종사는 아니지만 고급 종사급 영진을 칠 자격을 얼추 갖추었다. 물론 실패할 확률이 조금 높긴 하지만 말이다.

하여 이번 수련이 목진한테 매우 중요했고 많은 도움이 되었다. 그는 곧 고급 영진 종사로 거듭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대종사 경지에 관한 깨우침도 어느 정도 깨달았다. 이는 앞으로 대종사경을 돌파하는 데 제법 도움이 될 것이다.

그 외, 어머니께서 아주 유용한 물건을 남겨주셨는데 다름 아닌 진도 두 장이었다. 한 장은 고급 종사급 영진인 염황진(炎煌陣)이고 나머지 한 장은 무려 대종사급 영진인 대일분세진(大日焚世陣)이었다.

목진은 해당 영진의 이름을 듣는 것만으로도 소름이 끼쳤지만 반면에 얼마나 강할지 궁금하기도 했다.

이 정도 등급이라면 천지존도 무사하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목진은 대종사급 영진을 보는 것만으로도 심신이 불안정해져 시도는커녕 영진의 배치법도 제대로 보지 못했다.

대종사급 영진에 대한 깨달음을 얻으려면 한참 멀었다.

하여 목진은 일단 대종사급 영진은 남겨두고 염황진부터 연구하기 시작했다. 언젠가 그가 염황진을 치는 데 성공하면 고급 영진 종사가 될 것이다.

생각을 마친 목진은 고개를 숙여 반듯한 흑석 지면을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어머니,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영진 대종사가 되면 반드시 어머니를 모시러 갈게요!”

그때가 되면 목진은 천지존과도 맞설 힘이 생길 것이다.

목진은 손으로 바닥을 한 번 쓰다듬고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감옥에서 나왔다.

* * *

낙리와 영계는 그들 앞에 나타난 목진을 보더니 이내 화색이 되었다.

“어떻게 됐어?”

“아직 조금 부족해.”

영계가 묻자 목진은 가볍게 웃으며 답했다.

이에 영계는 실망하지 않고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영진 수련을 오래한 그녀는 고급 종사가 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잘 알았다. 목진이 아무리 정 이모께서 남겨주신 경험과 느낌을 바탕으로 수련한다고 해도 두 달 만에 이뤄낼 수 있는 일은 아니었다.

하지만 목진은 이번 수련으로 제법 수확을 얻은 듯했는데 머지않아 경지 돌파도 이뤄낼 것이다.

“최대한 빨리 이곳을 떠나는 게 좋을 것 같아.”

목진이 두 여인을 번갈아 바라보며 말했다.

비록 고사황과 양사어는 도망갔지만 벽령도는 부도신족의 땅이라 그쪽에서 알게 되면 다른 강자를 파견할 수 있기에 이곳에 계속 머무르는 것은 좋은 선택이 아니었다.

목진은 실력이 부쩍 강해지긴 했지만 부도신족이란 거물을 상대하려면 아직 부족했다. 지금 상황에서 정면으로 상대하는 것은 멍청한 생각이었다.

“우린 상고의 성연에 가려고 해.”

낙리는 영계와 눈을 마주치고는 조심스럽게 말을 건넸다.

“상고의 성연?”

목진이 어리둥절하여 묻자 낙리가 생긋 웃더니 상고의 성연에 관한 정보를 전부 말해주었다. 또한, 적염노선의 제안을 받아들이고 태령고족의 성녀 후보가 되었다는 사실도 전했다.

“정말 태령고족의 성녀 쟁탈전에 참가하겠다는 거야?”

목진은 갑작스러운 낙리의 행보에 깜짝 놀랐다. 태령고족의 성녀가 되려면 얼마나 치열하게 다퉈야 하는지 보지 않아도 짐작이 되었다.

목진의 반응에 낙리는 흐뭇하게 웃으며 답했다.

“태령고족은 부도신족 못지않은 고족으로 실력이 엄청나 성녀가 되는 것은 나한테도 좋은 일이야.”

말은 이렇게 했지만 낙리는 목진처럼 독보적이고 자신감 넘치는 사람이었다. 그녀는 태령고족이나 타인의 도움이 없어도 스스로 천지존을 상대할 수 있을 정도로 성장할 것이다.

그러니 낙리가 태령고족의 성녀가 되기로 한 것은 전부 목진 자신한테 도움이 되고 싶어서가 분명했다.

목진은 복잡미묘한 표정으로 여인을 바라봤는데 그녀는 가볍게 웃으며 살포시 목진의 손을 잡았다.

이에 목진은 낙리의 결정을 따르기로 했다. 그리고 전력을 다해 그녀를 도와야겠다고 다짐했다.

“상고의 성연에 대천세계에서 유명한 절세의 신통인 팔부부도와 태령통천광이 있을 줄은 몰랐군.”

목진은 그제야 절세의 신통이 생각난 듯 혀를 끌끌 차며 말했다. 36가지 절세의 신통 중 하나인 일기화삼청을 수련한 그는 상고의 성연에 있는 두 가지 절세의 신통이 얼마나 강할지 충분히 예상되었다.

이는 대천세계의 최상급 신통이라고 해도 무방했고 목진은 물론이고 천지존들도 탐낼 물건이었다. 그렇지 않다면 부도신족과 태령고족에서 이 두 가지 절세의 신통을 찾아내기 위해 지금까지 애쓰지 않았을 것이다.

“내가 팔부부도를 찾아내면 지지존 대원만급의 실력만으로 천지존을 상대할 수 있을지도 몰라.”

지지존 대원만급과 천지존의 실력 차이는 엄청나지만 36가지 절세의 신통이라면 그 차이를 좁힐 수도 있을 것이다.

“허허, 꿈도 참 야무지지, 부도신족의 소주들 손에서 팔부부도를 빼앗는 건 그리 쉽지 않을 거란다.”

옆에 서 있던 적염노선이 바로 목진의 속내를 꿰뚫고 피식 웃으며 말했다.

목진은 비록 천부적 재능이 뛰어나지만 부도신족의 자원과 지지를 받은 소주들과 비교하면 큰 차이가 있었다.

“시도해 보지도 않고 어떻게 알 수 있나요? 결과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는 거 아닌가요?”

목진이 대수롭지 않게 미소 짓자 적염노선은 흠칫 놀랐다. 그는 목진처럼 젊은 사내가 이토록 굳건한 마음을 가지고 있을 줄 몰랐다.

“사실 너 정도면 괜찮단다. 네 몸에 부도신족의 혈맥만 깃들어 있지 않았다면 난 너도 태령고족으로 데려갔을 것이다.”

적염노선은 수염을 쓸어내리며 말했다.

온전히 자신의 노력만으로 젊은 나이에 이 정도 경지까지 이르렀다는 건 절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아무리 부도신족의 소주들이라도 이 정도까지 해내지는 못했을 것이다.

“허허, 네가 천지존경에 이르면 부도신족의 우매한 노인네들이 어떤 표정을 지을지 궁금해지는구나. 하하, 우리 태령고족을 보고 예로부터 전해진 교훈을 따르지 않고 스스로 고귀한 혈맥을 망친다고 그렇게 뭐라 하더니. 멍청한 놈들.”

적염노선의 말에 목진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적염 선배님, 잘 부탁드립니다.”

“이건 나와 낙리의 약속이니 당연히 들어줘야지. 그런데 난 너희를 상고의 성연에 들여보낼 수는 있지만 팔부부도와 태령통천광을 얻는 데 도움을 줄 수는 없단다. 나머지는 너희가 어떻게 하느냐에 달렸다.”

적염노선이 손을 휘익 저으며 말했다.

“그럼 언제 출발할까요?”

“그냥 지금 출발하자꾸나!”

목진의 말에 적염노선은 바로 옷깃을 휘날리자 허리에 꽂아뒀던 빨간색 조롱박이 순식간에 백 장 정도로 커졌다.

적염노선이 조롱박 위에 올라타자 목진, 낙리, 영계와 용상도 빠르게 움직였다.

“이만 가볼까?”

적염노선이 호탕하게 웃으며 말했다. 그리고 빨간색 조롱박이 파르르 떨었는데 앞쪽 공간이 금세 일그러져 공간 소용돌이가 만들어졌다. 그들은 바로 그 속으로 뛰어들었다.

한편, 자리를 잡고 앉은 목진은 부단히 공간을 뛰어넘는 빨간색 조롱박을 보더니 의욕 넘치는 눈빛으로 먼 곳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부도신족의 소주라…….”

“난 절대 팔부부도를 당신들한테 넘기지 않을 거야.”

* * *

성연대륙은 대천세계의 극서의 땅에 있었는데 대륙이 아니라 대천세계와 연결된 하위면이었다.

상고 시기, 성연대륙은 대천세계와 역외사족의 결전지 중 하나였다.

여기서 수많은 이들이 죽었고 그중에는 천지존이 열 명도 넘었는데 이에 수많은 계승과 신통, 성물이 유실되었다. 만 년 사이, 그 속에서 운 좋게 계승을 받고 이름을 날린 사람들도 제법 되었다.

그 사실이 퍼지자 그 행운이 자신에게 떨어질지도 모를 거란 생각에 이곳에 몰려드는 사람들이 점차 많아졌다.

하지만 성연대륙은 보물로 가득 차긴 했지만 엄청난 위험이 뒤따르는 곳이기도 했다. 상고 시기, 역외족과의 전쟁으로 공간이 불안정해져 지지존 대원만급 강자도 자칫 잘못하면 사망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보다 더 위험한 것은 성연대륙에 역외사족이 존재한다는 것이었다. 상고 시기, 역외사족은 성연대륙을 가장 먼저 점령했기에 이곳에 이르는 공간 통로를 확보해 두었다.

게다가 저들도 대천세계의 강자들처럼 이곳에서 사망한 최정예급 역외사족의 계승을 받아 실력을 키우려 했다.

이렇게 성연대륙은 대천세계와 역외사족의 접점이 되었다. 양자가 만나면 사투를 벌였고 성연대륙은 자연스레 대천세계와 역외사족의 전쟁터가 되었다.

* * *

목진 등은 두 달이 걸려서야 성연대륙에 도착했는데 기나긴 여정에 다들 자못 놀랐다. 심지어 적염노선이 부단히 공간을 뛰어넘으며 달렸는데도 이러니, 만약 적염노선 없이 목진 등만 있었다면 시간이 두 배는 더 걸렸을 것이다.

“여기가 성연대륙이란 말인가?”

목진은 황량한 산봉우리에 서서 주위를 훑었는데 그 구역 전체가 상당히 숨이 막혔고 천지의 영력의 움직임이 대천세계처럼 활발하지 않았다.

이곳에서는 천지의 영력을 흡수하는 것이 대천세계에서보다 훨씬 어려웠다.

그 외에도 멀리서 가끔 빨간색 벼락이 번쩍이며 대지를 부수곤 했는데 난폭한 파동이 깃든 벼락은 지지존급 강자라도 막아내기가 어려워 보였다.

난폭한 기운으로 가득 찬 성연대륙은 위험이 산재했다.

“오래전, 성연대륙도 수련 성지였는데 역외사족이 점령한 후, 사악한 기운으로 오염시켰단다. 대천세계에서 여러 차례 정화를 시도했지만, 원상 복구는 되지 않더구나.”

옆에 서 있던 적염노선이 아쉬운 듯 말했다. 그 말에 목진 등도 이내 한숨을 쉬었다. 일 처리가 잔인하기로 유명한 역외사족은 역시 대천세계의 천적이었다. 녀석들이 방출한 사악한 기운은 영력마저 오염시켜 오래 내버려 두면 대천세계의 영력 수련자들은 언젠가 전부 사라질 것이다.

“선배님, 상고의 성연이 이 대륙에 있단 말인가요?”

목진의 질문에 적염노선은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여긴 성연대륙의 외곽일 뿐이고 상고의 성연은 대륙의 중심에 있단다. 다만, 그 공간은 부서져 시공간 돌풍에 휩싸여 있는지라 그 위력이 어느 정도 약해져야 너희를 들여보낼 수 있단다.”

시공간 돌풍의 언급에 적염노선마저 안색이 확 어두워진 것을 발견한 목진 등은 몰래 혀를 내둘렀다. 성연대륙의 시공간 돌풍이 얼마나 무섭기에 천지존마저 이런단 말인가?

“시공간 돌풍의 파괴력도 엄청나지만 일단 휘말리면 역외사족의 지역으로 전송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치명적이란다.”

목진 등의 반응에 적염노선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말을 이어갔다.

“성연대륙은 대천세계와 역외사족의 접점이라 일단 역외사족 지역으로 전송되면 아무리 천지존이라도 사망할 가능성이 있단다. 실제로 일어난 일이기도 하지.”

목진 등은 그제야 적염노선이 두려워하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아무리 천지존이라도 역외사족의 땅을 밟고 마제의 눈에 띄면 처지가 썩 좋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일단 성연대륙의 가장 큰 도성인 성연성(聖淵城)으로 가자꾸나.”

말을 마친 적염노선은 옷깃을 휘날려 영광으로 목진 등을 감싼 뒤, 한 갈래 빛줄기가 되어 하늘을 가르며 빨간색 벼락으로 가득 찬 구역을 가로질렀다.

성연대륙은 상당히 위험한 곳이긴 하지만 시공간 돌풍만 아니면 적염노선의 실력으로 얼마든지 활보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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