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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주재-822화 (821/1,000)

822화. 수집

휘익!

수정부도탑 내부에서 휘몰아치는 노란색 바람은 탑 벽을 때릴 때마다 조금씩 어두워졌다. 이는 화령풍의 힘 때문에 일어난 현상이었다.

위잉!

그런데 그때, 부도탑에서 만 장의 빛을 발하더니 수정 같은 영력이 스며들어 화령풍을 감쌌다.

치익!

양자가 접촉하자 영광이 폭발했는데 화령풍은 지능이 있는 것처럼 수정 영력을 떨쳐내려고 발버둥 쳤다.

수정 영력에 깃든 독특한 힘 때문에 다른 영력을 분해는 것이 쉽지 않아 보였다.

화령풍은 자신을 감싼 수정 영력을 부단히 떨쳐냈다. 녀석을 완전히 봉인하는 것은 절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역시 쉽지 않군.”

목진의 눈가가 파르르 떨렸다. 화령풍은 근본이 없는 바람이라 무궁무진하진 않지만 그한테는 웅장한 영력이 있었다. 녀석을 조금씩 봉인한다고 해도 언젠가는 전부 가둘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생각에 목진은 차분하게 수정 영력으로 부단히 화령풍을 감쌌다. 비록 대부분은 분해되었지만 극소수의 수정 영력은 몰래 화령풍에 스며들었다.

그러다 2각 정도가 지나자 날렵했던 노란색 화령풍은 움직임이 점차 느려졌고 밝은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화령풍은 특이하긴 했지만 지능이 없어 목진의 수법을 당해내지 못했다.

하여 노란색 화령풍은 결국 백 장 정도의 광명의 공에 갇혔는데 공을 공격할 때마다 특이한 힘 때문에 튕겨 나갔고 분해의 힘도 큰 작용을 하지 못했다.

“드디어 갇힌 건가?”

목진은 그제야 안심한 듯 한 손으로 결인했다. 그러자 옆쪽 공간이 요동치더니 하얀색 도포를 입은 목진이 나타났다.

그도 바로 체내의 영력을 모조리 성부도탑에 주입했다. 백 장 정도의 광명의 공은 빠르게 작아졌지만 봉인의 힘은 점점 더 강해졌다.

1각도 안 되는 사이, 백 장 정도의 광명의 공은 사람 머리만큼 작아졌고 봉인의 힘으로 인해 미친 듯이 요동치던 화령풍 역시 조용해졌다.

“성공했어!”

목진은 비스듬히 감았던 눈을 번쩍 뜨고는 이내 화색이 되었다. 그의 담대한 시도는 정말 성공했다!

“정말?”

낙리와 영계, 용상이 깜짝 놀라 묻자 목진은 방긋 웃으며 사람 머리 정도의 큰 광구를 꺼냈다. 표면에 오묘한 무늬가 가득 새겨진 광구는 강력한 봉인의 힘을 방출했다.

이에 낙리 등은 흥미진진하게 광구를 관찰했는데 영력을 사정없이 분해하던 화령풍이 봉인의 힘을 뚫지 못하고 광구에 조용히 갇혀있는 것이 보였다.

“애는 좀 먹었지만 성공해서 다행이에요. 화령풍은 계속 내 봉인의 힘을 분해하고 있어 봉인 강도를 유지해야 해요. 안 그럼 녀석은 봉인을 뚫고 나올 수 있어요.”

“다행히 소모가 크지 않아 부담되지는 않아요.”

목진은 광구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영계는 이내 혀를 내둘렀다. 그녀는 목진이 정말 무서운 화령풍을 봉인할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화령풍의 일부만 봉인했지만 대결에서 이를 방출하면 아무리 지지존 대원만급 강자라도 큰 타격을 입을 것이고 자칫 잘못하면 사망할 가능성도 있었다.

이는 엄청난 필살기였다.

“화령풍만 있으면 다시 고사황과 마주쳐도 두렵지 않겠네요.”

용상도 이내 감탄했다.

“난 고사황 따위에게 화령풍을 사용하지 않을 거예요.”

목진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고급 영진 종사가 된 그는 영력을 사용하지 않아도 고사황을 제압할 능력이 생겼다. 그러니 화령풍을 굳이 낭비하고 싶지 않았다.

“어디서 잘 난 척이야?”

영계가 목진을 흘겨보며 한 말에 낙리는 입을 가리고 피식 웃었다. 그녀는 목진이 그럴 만한 실력이 된다는 걸 알지만 영계의 손을 빌려 기세를 조금이나마 꺾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 말에 목진이 머쓱하게 웃으며 어깨를 들썩였다.

“소주님, 화령풍이 이렇게 대단한데 왜 더 많이 수집하지 않나요?”

용상이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목진을 바라보며 물었다. 하마터면 화령풍에 한쪽 팔을 잃을 뻔한 용상은 그 위력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기회가 있을 때 최대한 많이 수집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했다.

“내 실력으로 화령풍을 더 수집하면 부담이 돼요. 그럼 전투력에 영향이 있을 테니 수집하지 않은 것보다 못하죠.”

목진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답했다. 그도 화령풍을 최대한 많이 수집하고 싶었지만 그럴 수가 없었다. 봉인의 힘은 화령풍의 힘을 억제하는 것이 아니라 분해 속도를 느리게 하는 것뿐이라 너무 많이 수집하면 성부도탑마저 감당하지 못하고 오히려 해가 될 것이다.

이에 용상은 더는 뭐라 하지 않았다.

“화령풍이 사그라들었어요.”

그때 낙리가 미친 듯이 휘몰아치던 화령풍이 점차 사그라드는 것을 발견하고 이내 화색이 되었다. 목진 등도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떠날 준비를 합시다.”

말을 마친 목진은 화령풍을 봉인한 광구를 부도탑에 넣었다.

잠시 후, 화령풍은 드디어 완전히 사라졌다.

“갑시다!”

목진 등은 화령풍이 완전히 사라지자마자 바로 동굴에서 나왔고 푸른색 나비가 그들을 안내했다.

화령풍 사건으로 목진 등은 더욱 신중하게 움직였고 조금만 이상한 낌새를 발견하면 바로 적당한 곳을 찾아 숨어들었다.

다행히 그 뒤로는 가는 내내 순탄했다. 가끔씩 사람들과 마주치곤 했지만 서로 경계 태세를 취하며 빠르게 각자 갈 길을 갔다.

반나절이 지나 목진 등은 푸른색 나비에서 강력한 빛이 뿜어져 나오는 것을 발견하고 정신이 번쩍 들었다. 이는 온청선이 그들과 점차 가까워지고 있다는 뜻이었다.

슉!

목진 일행 앞에 높은 산맥들이 나타났는데 칼로 깎은 듯 날카로운 기운을 내뿜는 것이 제법 무서워 보였다.

위잉!

이와 동시에, 푸른색 나비가 갑자기 온몸을 파르르 떨더니 푸른 광점이 되어 사라졌다.

“찾았어!”

낙리는 이내 화색이 되어 서북쪽을 바라봤다. 푸른색 나비가 서북쪽을 향해 날아가며 사라진 걸 보면 온청선은 서북쪽에 있을 것이다.

그들은 수많은 산을 넘어 한 산골짜기에서 온청선을 발견했다.

“잠깐.”

낙리가 다가가려 하는데 목진이 갑자기 막아 나서더니 영광을 발하는 눈으로 산골짜기를 뚫어져라 쳐다봤다.

“저들의 상황이 좋지 않아.”

이에 낙리가 자세히 살펴보니 온청선 무리와 한 무리가 서로 대치하고 있었고 뒤쪽에도 은밀한 영력 파동이 느껴졌다. 그들은 온청선 무리를 산골짜기에 가둘 작정인 듯했다.

이유는 몰라도 함정에 빠진 것 같았다.

온청선은 산골짜기에 서서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해진 채 상대방을 바라봤다.

산언덕에 서 있는 무리의 우두머리는 튼실한 사내로 생긴 건 수수하게 생겼지만, 얼굴에 난 큼지막한 상처 때문에 제법 살벌한 느낌을 주었다. 게다가 실체 같은 살기를 내뿜는 것이 꼭 수라 같았다.

또한, 체내에서 방출한 강력한 영력 파동으로 보아 그는 지지존 대원만급 강자였다.

“온가네 친구들, 밖에서는 사람들과 사이좋게 지내야지. 왜 이러는 건가?”

사내는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어갔다.

“나 동산은 자네가 수집한 정보를 빼앗으려는 것이 아니라 협력하려는 것뿐이네. 우리 함께 계승과 유적을 획득하면 훨씬 쉬워지지 않겠나?”

사내의 말에 온청선은 버럭 화가 났다. 그들은 주마사로 이뤄진 소조로 우두머리가 바로 동산이었다.

그는 지지존 대원만급 강자일 뿐만 아니라 중급 주마사였고 고급 주마사와도 거리가 멀지 않았다.

곧 고급 주마사가 될 정도의 주마점을 획득하려면 얼마나 많은 대결과 놀라운 성과를 이뤄야 하는지 다들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신분만으로도 충분히 상대방한테 위협감을 줄 수 있었다.

그들은 사실 성연성에서부터 온청선 등이 천지존 유적지에 관한 정보를 획득한 걸 알아채고 협력하려 했는데 거절당했다. 게다가 온가의 천지존인 하파 때문에 감히 덤비지 못했다. 그런데 상고의 성연에 들어와 또 이렇게 마주치다니…….

“흥, 협력은 무슨, 누구 좋은 일 시키려고 그러는 건지…….”

온청선은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 동산 등은 대충 봐도 질이 나빠 보였는데 협력한다고 좋을 리 없었다.

“그리고…….”

온청선은 갑자기 정색하며 말을 이어갔다.

“당신들은 성연성에서부터 우리한테 정보가 있다는 걸 알고 있었고, 상고의 성연에 들어와 다시 만나게 되었으니 우연이라고 하기엔 너무 억지스럽지 않은가?”

“자넨 진실이 뭐라고 생각하는 건가?”

동산이 미간을 찌푸린 채 묻자 온청선은 한기 어린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며 답했다.

“우리가 획득한 천지존 유적지에 관한 정보는 무가네도 알고 있고 그들도 상고의 성연에 들어왔네. 그러니까 당신들은 우리에 관한 정보와 행적을 무가 쪽에서 얻은 것이 아닌가?”

“무가?”

온자우 등은 흠칫 놀랐고 점점 화가 차올랐다. 온청선의 말이 사실이라면 무가는 정말 비열한 족속이다. 녀석들은 천지존의 유적지를 독차지하기 위해 그들의 정보를 주마사들한테 넘겼으니 말이다.

“너희처럼 탐욕스러운 녀석들이 무가와 결탁하지 않았을 리 없지. 우리가 너희와 협력했다가 언제 칼을 맞을지 어찌 알까?”

온청선이 피식 웃으며 한 말에 동산은 눈가를 파르르 떨더니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말했다.

“그건 정말 오해네. 우리는 무가와 전혀 모르는 사이네.”

“오해가 아니라도 우리는 당신들과 협력할 생각이 없으니 그만하게.”

온청선의 명확한 거절에 동산은 살기를 품은 채 미소를 지었다.

“너무하군. 적을 만드는 것보다는 친구를 한 명이라도 더 만드는 것이 좋다는 말을 모르나?”

동산의 말에 주마사 여덟 명이 살기 가득한 눈빛으로 온청선 등을 쏘아보며 나섰다.

“온가의 적이 되려는 건가?”

온청선의 안색이 점차 어두워졌다.

“우리는 온가를 감히 건드릴 수 없네. 그런데 당신들도 이곳에서는 천지존의 도움을 구할 수 없지 않나?”

동산이 가볍게 웃으며 물었다.

온가네 소조 중, 실력 최강자는 반보 대원만급 강자인 온자우였고 온청선은 하위 지지존일 뿐이었으며 나머지 네 명은 전부 상위 지지존이었다.

동산 등은 이 정도는 충분히 쓰러트릴 수 있었다.

“그러니 내 제안을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동산이 미소를 지으며 말을 마치자 주마사 여덟 명이 천천히 흩어져 온청선 등을 둘러쌌다.

“우린 이미 협력자를 찾았으니 그만 꿈 깨게!”

온청선은 상대방의 협박에도 전혀 두려워하지 않았다.

“그렇단 말인가?”

동산은 히쭉 웃으며 말을 이어갔다.

“그따위 소조랑 협력하려 하다니. 당신만 원한다면 우리는 얼마든지 저들을 대체할 수 있네. 이건 자네한테도 좋은 일이지.”

온청선은 더는 말하지 않고 온자우 등에게 눈치를 주며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상황에서는 상대방과 싸우는 수밖에 없었다.

“아이고, 우리 호의를 기어코 거절하려는 건가?”

말을 마친 동산이 정색하며 앞으로 나섰다. 그가 지지존 대원만의 무서운 위력을 방출하자 천지마저 파르르 떨렸다.

“이건 절대 우리 탓이 아니네!”

동산은 손을 들고 씨익 웃으며 외쳤다.

“저들을 없애라!”

퍽!

온청선 등을 호시탐탐 노려보던 사람들이 바로 나섰다.

“공격하라!”

온청선은 두 손으로 결인하며 영력을 미친 듯이 끌어올렸다.

“허허, 비겁한 녀석들. 싫다는 사람들을 잡아 두고 뭘 하려는 건가?”

그런데 그때, 누군가의 경멸 가득한 웃음소리가 울려 퍼졌다.

풉!

대전 쌍방은 바로 멈춰 섰고 동산은 안색이 확 어두워지며 고개를 들고 물었다.

“누군가?”

“자네가 말했던 그따위 소조 사람이네!”

명쾌한 웃음소리와 함께 그리 멀지 않은 숲에서 빛줄기 여러 갈래가 솟구치더니 바로 산골짜기에 나타났다.

그들은 바로 목진, 낙리, 영계, 용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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