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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주재-824화 (823/1,000)

824화. 무통(武通)

“고급 영진 종사라…….”

무통은 미간을 찌푸린 채 중얼거리더니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어갔다.

“미리 협력자를 찾은 걸 보면 온청선 등도 멍청하지는 않군. 그런데 고급 영진 종사 한 사람만으로 뭘 해낼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지?”

“우리 무가는 영접 유적지를 위해 오랜 시간 준비했네. 그런데 저들에게 기회를 줄 리가 있을까?”

무통은 돌아서서 미소를 지으며 동산을 바라봤다.

“인제 우리와 함께 유적지로 갑시다. 약속한 건 반드시 지킬 테니 걱정하지 말게.”

“부디 그랬으면 좋겠네.”

동산은 기분이 썩 좋지 않았다. 그는 일전에 온청선 등을 상대하기 위해 싸움 경험이 풍부한 상위 지지존을 네 명이나 잃어 타격이 제법 컸다.

그의 눈빛이 점차 사나워졌다.

“녀석들을 잡으면 목진이란 녀석을 나한테 넘기게. 죽는 것이 나를 건드린 것보다 훨씬 쉬운 길이란 걸 깨닫게 해줄 것이네.”

“원하는 대로.”

무통은 피식 웃으며 말했다. 그는 목진이 누군지 조차 궁금하지 않았으니, 온청선 등이 반드시 패배할 거라 여겼다. 그러니 패배자의 협력자까지 알 필요는 없었다.

“허허, 나 무통이 무가 두 번째 천지존이 될 수 있는지는 영접 유적지에 달렸군.”

“지금 바로 출발한다고 이르거라!”

“최대한 빨리 유적지에 가서 녀석들한테 줄 선물을 준비하도록 하지.”

무통은 휙 돌아서 하명했다.

슉!

말을 마친 무통이 한 갈래 빛이 되어 산속 깊숙한 곳으로 향하자 나무가 무성하게 자란 숲에서 음산한 기운을 내뿜는 사람들이 바로 뒤따랐다.

* * *

슉!

열 명으로 이뤄진 한 무리는 하늘을 낮게 날며 부단히 산속 깊숙한 곳으로 들어갔다.

“영접 유적지는 이곳 산맥의 중심에 있는데 지금 속도로 반 시진만 더 가면 도착할 수 있어.”

온청선이 다가와 영력으로 목진한테 말을 전했다.

“무가는 우리 앞에 있을 테니 최대한 빨리 가야 해. 안 그럼 저들이 먼저 유적지를 차지할 거야.”

이에 목진과 낙리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며 속도를 한껏 끌어올린 채 나아갔다.

그러다 반 시진 후, 온청선은 서서히 속도를 줄이며 저 멀리 앞쪽을 바라봤다.

목진 등도 덩달아 앞쪽을 바라봤다. 그때 산속 깊숙한 곳에서 갑자기 푸른색 장기가 휘몰아쳤는데 산속 깊숙한 곳을 전부 감싼 것 같았다.

목진 등은 장기를 맡자마자 체내의 영력이 극단적인 배척 현상을 일으켰는데 장기에 휩싸인 구역에서 벗어나라고 말해주는 것 같았다.

“장기에 독이 들었어.”

목진은 이내 정색하며 말했다. 푸른색 장기에 치명적인 독이 깃들어 아무리 지지존이라도 견뎌내기 어려웠다.

“이는 영접단선이 남긴 신단이 분해되어 형성된 것으로 독성이 상당하다고 들었어. 아무리 지지존 대원만급 강자라도 일단 장기가 몸에 깃들면 크게 다칠 거야.”

온청선이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한 말에 목진은 금세 미간을 찌푸렸는데 태연하게 서 있는 그녀를 보고 피식 웃었다.

“대처법이 있구나.”

목진의 말에 온청선이 생긋 웃으며 손을 휘익 젓자 몇 갈래 빛이 목진 등에게 날아갔다. 그 빛을 잡고보니 하늘색 단약이었다. 단약이 내뿜는 차가운 기운에 온몸이 개운해졌다.

“이건 빙심단(冰心丹)으로 해독 신단인데 무려 무한의 화역에서 만든 거라 한 알의 가격이 지존영액 수백만 방울이야. 이걸 입에 머금고 있으면 녀석이 알아서 해독해 줄 거야.”

“무한의 화역의 물건이라…….”

목진은 수중의 빙심단을 보더니 이내 감탄했다. 현재, 대천세계에서 단약 제련술이 가장 뛰어난 곳 중 하나가 바로 무한의 화역이었다. 이곳의 단약은 대천세계에서 최상급이었다.

빙심단을 입에 넣자 차가운 기운이 퍼져 온몸이 가볍고 깨끗해지는 것 같았다.

“이만 갑시다. 지금부터 다들 조심해야 해요. 장기가 퍼져있는 곳이 유적지인데 해당 구역은 다른 곳보다 훨씬 위험할 거예요.”

온청선은 엄숙하게 말한 뒤, 먼저 나섰고 목진 등도 바로 그 뒤를 따랐다. 그들은 열 갈래 빛줄기가 되어 푸른색 장기속으로 뛰어들었다.

순간 주위가 어두워지며 푸른색 장기가 몸에 닿자마자 사정없이 체내에 스며들더니 체내의 영력이 적어지는 것이 느껴졌다.

육안으로는 발견하기 어려운 미세한 알갱이가 체내에 생겨 영력을 흡수하기 시작했는데 목진은 이를 발견하고 흠칫 놀라 조치를 하려 했다.

그런데 그때, 차가운 기운이 온몸에 퍼지더니 알갱이가 바로 얼어 가루가 되어 부서졌다.

후우.

잇따라 목진은 코로 하얀색 기운을 내뿜었는데 하얀색 가루가 깃들어 있었다. 이는 다름 아닌 장기의 독이었다.

“장기는 참 무서운 존재였군!”

목진은 온청선의 철저한 준비에 감탄했다. 만약 그녀가 이렇게 비싼 해독 단약을 가져오지 않았다면 그들은 이곳의 장기 때문에 아무것도 하지 못했을 것이다.

위잉.

그런데 그때, 어디선가 갑자기 미세한 울림이 들리더니 앞쪽 하늘에서 암홍색 구름이 빠르게 날아왔다. 가까이에서 보니 이는 구름이 아니라 암홍색 문수(蚊獸) 무리였다.

녀석들은 손가락 한 마디 정도밖에 안 되었지만 수량이 엄청 났고 뾰족한 입에서 푸른빛을 발하는 것이 독이 깃든 듯했다.

장기의 독이 얼마나 무서운지를 알게 된 목진은 더는 이를 무시할 수 없어 바로 웅장한 영력으로 광막을 형성해 낙리 등을 감쌌다.

퍽!

문수 무리는 미친 듯이 날아와 영력 광막에 힘껏 부딪혔다.

풉! 풉!

문수들은 바로 몸이 터져 피가 튀었는데 영력 광막이 부식되어 구멍이 뚫리기 시작했다. 목진이 잽싸게 영력을 주입하지 않았다면 영력 광막은 바로 부서졌을 것이다.

그런데 녀석들은 계속해서 광막을 공격했고 목진은 안색이 점차 어두워졌다. 그는 체내의 영력이 빠르게 소모되는 것이 느껴졌다.

엄청난 수의 문수의 공격을 막아내려면 대량의 영력이 필요했다.

“목진아, 이건 단독귀면문(丹毒鬼面蚊)이야. 녀석들의 피는 영력을 부식할 수 있어. 아주 강력해!”

온청선이 다급히 설명하자 목진은 묵묵히 고개를 끄덕이더니 계속 영력을 끌어올려 영력 광막을 유지하며 최대한 빨리 이곳에서 벗어나려고 애를 썼다.

그런데 귀면문은 점차 많아졌고 그들은 앞으로 나아가는 것마저 어려워졌다.

이대로라면 목진 등의 속도는 느려져 상황이 불리해질 것이다.

목진은 미간을 찌푸린 채 잠시 고민하더니 눈가를 파르르 떨며 영력으로 낙리 등에게 말을 건넸다.

“뭔가 이상해. 누군가 일부러 귀면문을 움직여 우리를 공격하고 있는 것 같아!”

“누군가 귀면문을 조종하고 있다니!”

온청선 등은 흠칫 놀라더니 이내 정색하며 말했다.

“분명 무가 사람들일 거야. 분명 우리 앞길을 막으려고 이러는 거야!”

“녀석을 잡을 수 있어?”

온자우는 목진을 바라보며 물었다. 이대로라면 목진 등이 귀면문에서 자유로워진다고 해도 영력 소모가 엄청날 것이다.

이에 목진은 문수 무리를 바라보며 잠시 생각하다가 답했다.

“귀면문은 음파로 교류하니 상대방도 아마 음파로 녀석들을 조종하고 있을 거야.”

“영계 누이, 음파 영진을 칠 수 있어?”

목진이 영계한테 질문을 던졌다.

그가 장악한 영진은 대부분 싸움에 사용하는 거라 이런 방면에서는 영계가 훨씬 나았다.

영계가 고개를 끄덕이고 길쭉한 손가락을 가볍게 튕기자 영인들이 신속하게 주위에 스며들더니 영광을 방출하며 정교한 영진을 형성했다.

영진에 북이 놓여 있었다.

쿵!

영진을 가동시키자 커다란 북이 파르르 떨며 뇌명 같은 나지막한 소리를 퍼트렸고 이에 문수 무리의 소리마저 제압되었다.

위잉!

미친 듯이 광막에 뛰어들던 문수들은 멈칫하더니 사방으로 도망가기 시작했다.

“지금이야!”

목진은 바로 영력 광막으로 낙리 등을 감싼 채 빠르게 전진했다.

쿵! 쿵!

1각 정도가 지나자 어둑했던 하늘은 다시 밝아졌고 목진 등은 드디어 문수 무리에서 벗어났다.

그들이 다시 뒤돌아보니 엄청난 양의 문수들은 사방으로 흩어졌고 더는 전처럼 규칙적으로 움직이지 않았다.

“역시 조종하는 사람이 있었어.”

온청선은 안색이 점차 어두워졌다. 목진은 아래쪽 나무가 무성한 숲을 지그시 쳐다보더니 북쪽 어딘가에서 미세한 영력 파동을 발견했다.

퍽!

그때 상대방이 도망가려고 속도를 한껏 끌어올렸다.

“어딜 도망가!”

용상이 이내 정색하며 발을 구르자 아래쪽 공기마저 폭발했다.

그는 숲에 들어가 난폭한 영력 파동을 내뿜더니 바로 회색 도포를 입은 사내를 들고 돌아왔는데 이미 죽어 있었다.

“독한 녀석, 나한테 잡힐 것 같으니 독을 먹고 자살했어.”

용상은 조금 놀란 듯 시체를 던지며 말했다.

일반 세력은 절대 이 정도 사사를 배양해낼 수 없었다.

“이건 무가의 무시(武侍)야.”

온청선은 녀석을 보자마자 바로 그 신분을 알아채고 한기 어린 눈빛으로 산속 깊숙한 곳을 바라봤다.

“이번에 무가에서 누굴 파견했는지 알 것 같군.”

“누군데?”

“무통이야.”

온자우의 물음에 온청선은 차가운 말투로 답했다.

“이 정도 등급의 무시는 무가에서도 상당히 진귀해서 녀석들을 움직일 수 있는 사람은 얼마 안 돼. 그중에 무통이 속해 있어.”

“그 녀석이었다니!”

온자우는 순간 안색이 어두워졌다.

“무통은 무가네 젊은이 중 최강자로 무가의 차기 주인이 될 사람이야. 그는 천부적 재능이 뛰어나 수련한 지 수십 년 만에 지지존 대원만급에 이르러 무가에서도 제법 지위가 높은 강자야. 게다가 그는 손속이 잔인한 사람이라 상대하기가 매우 어려워.”

온청선은 무가에 대해 전혀 모르는 목진 등한테 간단한 정보를 알려줬다.

그런데 목진은 대수롭지 않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무통이란 이름을 처음 듣긴 했지만, 녀석이 아무리 상대하기 어려워도 피할 마음은 없었다.

“무가도 이번에 영접 유적지의 보물을 어떻게든 얻으려 하는군.”

온청선은 입술을 깨물며 산속 깊숙한 곳을 뚫어져라 쳐다봤다.

“나 온청선이 눈여겨 둔 보물을 빼앗는 게 그리 쉽지만은 않을 거야.”

“이만 가자. 우리도 최대한 빨리 영접 유적지로 가자!”

말을 마친 온청선이 먼저 나섰고 목진 등도 바로 그 뒤를 따라 장기로 휩싸인 산속으로 향했다.

그들이 사라지자 아래쪽 숲 커다란 나무의 그림자가 파르르 떨리더니 흐릿하게 사람의 그림자를 이뤘다.

괴이하고 사악한 기운을 내뿜는 그림자는 서 있기만 했는데 옆에 있던 나무가 빠르게 시들었고 주위의 천지의 영력마저 도망갔다.

녀석은 사망의 기운이 깃든 눈으로 목진 등을 바라보더니 흙을 한 움큼 잡아 입에 집어넣고 잘근잘근 씹다가 꿀꺽 삼켰다.

순간, 녀석의 눈에 괴이한 빛이 돌더니 사악한 웃음소리가 울려 퍼졌다.

“이곳에서 역시 마제 한 분이 사망했었군. 참 맛있어.”

녀석은 괴이하게 웃더니 금세 사라졌다.

* * *

나무숲 위쪽을 빠르게 지나가고 있던 목진 등은 드디어 장기로 휩싸인 구역이 얼마나 위험한 곳인지 알게 되었다.

그들은 문수 무리를 만난 뒤로 수십 차례의 여러 가지 독을 품은 흉수의 공격을 당했는데 녀석들은 상당히 교활하고 음흉해 목진 등은 하마터면 크게 다칠 뻔했다.

다행히 그들은 무사히 산맥의 가장 깊숙한 곳에 이르렀다.

“저기가 바로 우리의 목적지인 영접 유적지야!”

산봉우리에 내려앉은 온청선이 먼 곳을 가리키며 말했다.

그곳의 산맥들은 녹아내린 듯 커다란 구멍이 있었고 이는 영접이 날개를 떨치는 모습을 한 것처럼 아주 특이했다. 또한, 그 속에서 실체 같은 영력이 다채로운 빛을 발하며 방출되는 것으로 보아, 아주 훌륭한 수련 성지임이 분명했다.

“이곳이 상고의 성연에 있지만 않았다면 주변에 세력을 만들기 좋았을 거야.”

목진도 이내 감탄하며 말했다. 그윽한 영력에 외부에 장기의 보호까지 있어 수련하기에 매우 적합했다.

이에 낙리와 온청선도 동의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바로 들어가 볼까?”

온청선이 목진 등을 바라보며 한 말에 다들 동의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은 함께 커다란 영접 동굴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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