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5화. 단약 수집
영접 동굴 내부는 밖보다 더 밝았고 널찍했으며 동굴의 깊숙한 곳을 향한 통로가 여러 갈래 나 있었다.
그러나 목진 등은 따로 움직일 생각이 없었기에 조심스럽게 왼쪽의 통로로 들어갔다.
어둑한 통로를 1각 정도 걷자 끝자락에 석전이 나타났는데 문을 열고 들어가자 바닥에 엎드려 있는 영수 석상 열 채가 수호자처럼 석전의 유일한 통로를 지키고 있었다.
이에 목진 등은 잠시 멈춰 섰다. 녀석들한테서는 영력 파동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지만 절대 보통 물건이 아니란 확신이 들었다.
아니나 다를까, 녀석들은 서서히 눈을 뜨더니 놀라운 영광을 내뿜었다.
크으으으!
녀석들의 나지막한 울음소리에 돌풍이 휘몰아쳤다.
“이건…… 단수잖아?”
온청선은 석수들을 살펴보더니 흠칫 놀랐다.
“단수?”
목진은 단수가 무엇인지 몰랐다.
“단수는 꼭두각시 중 한 가지인데 영력으로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신단으로 움직여. 눈을 봐, 저것이 바로 신단이야.”
온청선의 말에 목진은 녀석들의 눈을 자세히 관찰했는데 전부 영광이 번쩍이는 단약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제일 중간에 있는 녀석을 봐!”
온청선의 말에 다들 고개를 돌려보니 몸통이 유난히 큰 녀석의 용안 같은 눈에서 수정 같은 빛을 발하며 특이한 파동이 뿜어져 나왔다.
“녀석의 실력이 상당해!”
목진은 상대방이 형성한 압박감에 자못 놀랐다. 이는 진정한 지지존 대원만급 강자의 실력이었다.
“녀석들의 실력은 신단의 등급과 연관되어 있어.”
온청선은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녀석의 눈을 보더니 피식 웃으며 말을 이어갔다.
“녀석의 눈은 아마 온자우와 용상 등이 꿈에도 바라는 물건일 거야.”
이에 온자우와 용상은 눈가를 파르르 떨더니 이구동성으로 외쳤다.
“설마 성령단이야?”
“성령단이라고?”
목진도 깜짝 놀랐다. 그는 영접단선이 이토록 진귀한 성령단으로 단수의 눈을 만들었을 줄 꿈에도 몰랐다.
성령단 두 알만 해도 대천세계에서 적어도 지존영액 팔천만 방울 정도는 될 것이고 용상, 온자우 등 반보 지지존 대원만급 강자들이 미친 듯이 달려들 것이 분명했다.
옆에 서 있는 온자우와 용상은 이미 눈이 빨갛게 상기되어 있었다. 그들은 교룡 단수가 지지존 대원만급 강자만 아니었다면 이미 나섰을 것이다.
“교룡 단수는 영계 누이가 맡고 우리는 나머지 녀석들을 처리합시다.”
목진은 온자우와 용상의 표정을 보고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지능이 낮고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꼭두각시를 정면으로 상대하는 것은 탁월한 선택이 아니다. 하여 영계가 나서는 것이 최선이었다.
“사람을 잘도 부려먹어.”
영계는 목진을 흘겨보더니 앞으로 나서며 손을 가볍게 튕겼는데 수많은 영인이 휘몰아치며 주위에 스며들었다.
영계는 고급 영진 종사답게 영진을 치는 과정이 아주 순조로웠고 그 모습이 제법 아름다워 보였다. 1각도 안 되는 사이, 그녀의 앞쪽 공간이 일그러지더니 거대한 영진이 점차 형성되었는데 내부의 공기는 유난히 진득거렸고 영력은 상당히 묵직했다.
영진을 다 친 영계가 옷깃을 휘날리자 한 갈래 영력이 교룡 단수에게 향했다.
크으으으!
갑자기 공격을 당한 교룡 단수는 버럭 소리를 지르더니 요동치는 풍뢰와 함께 영계에게 달려들었다.
쿵!
지능이 없는 녀석은 영진을 피하지 않고 무턱대고 뛰어들었다.
순간, 녀석의 속도가 확 줄어들었다. 영진에 영광이 요동치며 습지를 이뤘는데 녀석이 발버둥 칠수록 계속해서 구속하는 힘이 강해져 절대 벗어날 수 없었다.
교룡 단수는 어느새 완전히 멈춰 섰고 습지에 깊숙이 박혔다.
만약 사람이었다면 지금쯤 영진을 벗어날 궁리를 했겠지만, 교룡 단수는 더 무서운 힘을 방출할 줄밖에 몰라 점차 깊이 빠져들었다.
“이 영진은 영택진(靈澤陣)으로 육신의 수련에 집중해 힘이 강한 상대를 상대하기에 제격이야. 상대방이 일단 습지에 빠져들면 발버둥 칠수록 구속력이 강해지는 데다 구속된 자의 영력까지 흡수해 결국에는 영력이 닳아 패배를 인정할 수밖에 없게 되지.”
영계는 손쉽게 잡은 교룡 단수를 보더니 미소를 지으며 목진한테 말했다.
“역시 고급 영진 종사는 대단해!”
목진 등은 이내 감탄했다. 녀석을 정면 상대했다면 아무리 지지존 대원만급 강자라도 치열한 전쟁을 치렀을 것이고, 또 대결에서 이기지 못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영계는 교룡 단수를 손쉽게 제압했다. 그것만 봐도 고급 영진 종사의 실력을 충분히 실감할 수 있었다.
“우리도 이만 나설까?”
목진은 나머지 단수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들은 상위 지지존급 강자라 상대하기가 훨씬 쉬웠다.
쿠쿵!
석전에 난폭한 영력이 휘몰아쳤고 강력하기 그지없는 영력 공격이 시작되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대결이 바로 끝났다.
목진이 옷깃을 휘날리자 영력으로 가득 찬 둥근 단약 십수 알이 수중에 내려앉았다.
이는 성령단보다는 못하지만 나쁘지 않았고 효과도 제각각이었다. 이를 대천세계에서 팔면 한 알에 적어도 지존영액 백만 방울은 받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목진과 온청선은 그 효능을 보지도 않고 대충 절반씩을 나눠 가졌다.
그때 영계가 영진으로 가뒀던 교룡 단수가 발하는 영광이 점점 어두워지더니 영광 습지에서 꿈쩍도 하지 않았다.
잇따라 영계가 길쭉한 손을 가볍게 찍자 손끝에서 영광이 번쩍였는데 영택진에서 갑자기 난폭한 영력 파동이 모이며 영진으로 바뀌었다.
영광 습지가 사라지고 벼락의 세계가 나타나더니 이무기처럼 굵직한 벼락이 떨어져 교룡 석수를 힘껏 때렸다. 녀석은 얼마 버티지 못하고 애처롭게 울부짖으며 사망했고 잠시 후 육신이 폭발했다.
영계가 주먹을 쥐자 두 갈래 빛이 날아갔는데 다름 아닌 진귀한 성령단이었다.
“좋아!”
목진은 이내 감탄하며 말했다. 고급 영진 종사인 그는 영계가 영택진을 공격성 영진으로 대체한 것을 발견했는데 양자의 전환은 완벽할 정도로 자연스러워 고급 종사의 수단을 아주 잘 보여주었다.
이에 영계는 미소를 짓더니 성령단을 용상과 온자우한테 넘겼다. 지금 여기서 성령단이 가장 필요한 사람은 바로 그들이었다.
“고맙네!”
온자우는 방긋 웃으며 성령단을 건네받더니 바로 감사 인사를 전했다.
“별것 아니네.”
영계도 생긋 웃으며 말했다.
“여기서 나가면 적당한 곳을 찾아 단약을 먹고 경지를 돌파해.”
이곳은 너무 위험해 당장 경지를 돌파하려다 변고가 생길 수도 있었다. 또한, 그들은 두 사람이 경지를 돌파할 때까지 기다려줄 시간이 없었다.
온자우와 용상도 이를 알고 온청선의 말에 그저 고개를 끄덕이더니 간신히 마음을 가라앉히고 성령단을 조심스럽게 거뒀다.
“그럼 계속 가볼까? 무통 등은 어디쯤 있을까?”
“그럽시다.”
온청선의 말에 목진 등은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가장 중요한 일은 동굴의 가장 깊숙한 곳에 들어가는 것이었다. 진정한 보물은 전부 그곳에 있기 때문이었다.
결정을 마친 목진 등은 정리를 마치고 석전에서 나왔다.
앞쪽은 여전히 길쭉한 복도로 되어있었고 끝자락에는 훨씬 큰 석전이 있었는데 그곳에 있는 단수의 수량은 스무 마리나 되었다.
보아하니 가장 깊숙한 곳에 들어가려면 석전에 있는 영수를 전부 쓰러뜨려야 하는 듯했다.
목진 등은 한숨을 쉬더니 바로 정신을 차리고 영력을 한껏 끌어올린 채 단수들에게 향했다.
단수를 죽이면 제법 좋은 신단을 획득할 수 있었는데 이를 모으면 온가와 목부에 상당히 진귀한 수련 자원이 될 것이다.
이러한 생각에 목진 등은 갑자기 단수들이 귀여워 보였다.
* * *
목진 등은 반나절 동안, 석전을 열 군데나 들어갔고 뒤로 갈수록 단수의 수량이 폭증했다.
하여 그들이 열 번째 석전에 도착했을 때, 단수의 수는 백 마리도 넘었고 지지존 대원만급 강자는 무려 네 마리나 되었다.
다행히 고급 영진 종사인 영계가 있어 힘만 넘치고 지능이 없는 녀석들은 이들한테 신단을 담은 용기일 뿐이었다.
그런데 열 번째 석전의 단수를 전부 죽인 영계는 영력 소모가 너무 커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목진은 단약을 끌어모아 온청선에게 절반 정도 나눠주었는데 그녀는 수중의 백 알도 넘는 진귀한 단약들을 보며 흐뭇하게 웃었다.
그 가치는 지존영액 수억 방울을 훨씬 넘어 목진 역시 목부에 가져가면 목부의 실력은 폭등할 것이다.
“이만 갑시다!”
영계 등이 어느 정도 휴식을 마치자 목진은 눈이 빨갛게 상기된 채 입맛을 다시며 말했다. 신단의 가치를 알게 된 뒤로 석전이 더 많았으면 하고 바랐다.
영접단선이 남긴 단약은 단수의 몸에 깃들어 녀석들은 영접단선 유적지의 보물 중 일부였다.
목진을 제외한 사람들도 순수한 영력을 내뿜는 신단을 보니 기분이 마냥 좋았다. 그들은 비록 힘들게 싸웠지만 더 많은 양의 단수를 죽이고 더 많은 양의 신단을 가질 생각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런데 이번엔 복도가 나타나지 않고 거대한 동굴이 나타났다.
웅장한 영광으로 가득 찬 동굴은 허공에 떠 있었는데 얼핏 보면 수많은 별이 번쩍이는 것 같았다.
자세히 보니 이는 별이 아니라 전부 단약이었다.
목진 등은 어느새 영접 유적지의 가장 깊숙한 곳에 이르렀다.
쿵!
그런데 그때, 다른 쪽 석문이 열리더니 다른 소조도 동굴에 들어왔다.
두 소조는 서로를 보고 흠칫 놀라 바로 살기를 품었다.
커다란 동굴에서 마주친 두 소조가 바로 살기를 품자 주위의 온도가 확 내려갔고 예리한 살기가 광풍처럼 휘몰아쳤다.
“허허, 원수는 외나무다리에서 만난다더니, 감히 내 앞에 다시 나타났군!”
동산은 표정이 한껏 일그러진 채 목진 등을 노려보며 말했다.
“상갓집 개처럼 도망갔던 놈이 감히 우리 앞에서 우쭐거리다니!”
온청선도 뒤질세라 비아냥거리며 말했다.
“이런!”
동산은 두 눈을 부릅뜨고 온청선을 노려봤는데 눈빛에 깃든 살기가 흘러넘칠 것 같았다.
그러나 온청선은 이를 무시한 채 그 옆에 서 있는 빨간 머리 사내한테 눈길을 돌렸다.
“무통, 무가네는 참 한결같이 하는 짓이 더럽군. 그날, 우리 손에서 이곳 유적지에 관한 정보를 훔쳐 가더니 또 우리 행방을 다른 사람한테 팔아넘긴 건가?”
온청선이 콧방귀를 뀌며 한 말에 빨간 머리 사내는 이내 미소를 지었다.
“온가가 정보를 지킬 능력이 없으니 우리가 훔쳤다고 뭐라 할 자격이 없지 않은가?”
“그리고 우리는 경쟁 상대이니 수단을 쓰는 것이 당연한 것 아닌가?”
무통은 목진 등을 쓰윽 훑더니 히쭉거리며 말을 이어갔다.
“그리고 협력자도 찾지 않았나? 자네가 찾은 협력자들이 곧 아무런 소용도 없다는 걸 깨닫게 되겠지만 말이네.”
“건방진 녀석!”
용상은 무통이 목진을 무시하는 것을 보고 너무 화가 나 나서려 했는데 목진이 그 앞을 막아 나섰다. 그는 무통이란 사내가 내뿜는 강력한 위압감에 주위의 공간이 부단히 진동하는 것을 발견했다.
무통은 진정한 지지존 대원만급 강자였다.
또한, 상대편은 동산의 주마사로 이뤄진 소조와 무가네 무리로, 지지존 대원만급 강자만 해도 두 명이나 있었다. 하지만 목진 쪽은 고급 영진 종사인 영계와 반보 지지존 대원만급 강자인 온자우, 용상이 전부라 상대편이 더 강해 보였다.
그런데 온청선은 이를 알고도 전혀 두려워하지 않았다. 보아하니 그녀는 상대방을 제압할 수단이 있는 듯했다.
그녀는 더는 무통과 다투지 않고 동굴의 깊숙한 곳을 바라봤는데 끝자락에 놓인 석대에 정교한 영접처럼 생긴 청동 단로가 놓여 있었고 그 속에서 불이 활활 타올랐다.
“목진아, 저 단로가 바로 영접단선의 유물로 안에 그녀의 계승이 들어있을 거야. 저걸 수중에 넣으면 그녀의 단약 제련술들을 계승할 수 있어.”
“그래?”
목진도 청동 단로를 보더니 흠칫 놀랐지만 크게 탐내지는 않았다. 그는 단약 제련술에 그다지 흥미가 없었고 따로 이를 수련할 시간도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