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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주재-827화 (826/1,000)

827화. 단로에 뛰어들다

“내 상대가 자넨가?”

커다란 동굴은 어느새 전쟁터로 변했고 무통은 히쭉 웃으며 영계를 바라봤다.

“참 아름다운 여인이군. 온가에서 얼마나 주던가? 내가 그 두 배를 줄 테니 나를 돕게.”

“나한테 얼마나 줄 수 있나?”

영계의 말에 무통은 피식 웃더니 바로 정색하며 주먹을 휘둘렀는데 웅장한 영력이 거대한 영력 권인이 되어 난폭하기 그지없는 기세로 영계에게 향했다.

“내가 고급 영진 종사와 말다툼이나 할 만큼 멍청해 보이는가?”

무통은 바로 영계의 속내를 꿰뚫었다. 영진사가 강대한 영진을 치려면 일정한 시간이 필요했기 때문이었다.

정작 영계는 태연하게 서서 길쭉한 손가락을 가볍게 튕겼는데 앞쪽 공간이 일그러지더니 영진이 나타나 영력 하천을 이뤄 영력 권인과 부딪쳤다.

퍽!

엄청난 소리와 함께 영력 하천이 무너졌는데 이는 진득한 액체처럼 영력 권인을 감싸더니 빠르게 녹여 없앴다.

“구룡수령진(九龍水靈陣)!”

영계가 다시 인법을 바꾸자 요동치던 영력 하천이 솟구쳐 번쩍이는 영인과 함께 오묘한 진도를 그렸다.

크으으으!

용음이 울려 퍼지더니 커다란 수룡 아홉 마리가 포효하며 무통을 향해 날아갔다.

“흥!”

무통은 바로 기합을 넣으며 합장했다가 장풍을 쐈다.

“대신통, 무신장(武神掌)!”

위잉!

손바닥만 한 황금색 장인 아홉 개가 날아가 아홉 마리 수룡을 가볍게 때렸는데 무서운 힘이 폭발해 녀석들은 바로 부서졌다.

“이까짓 영진으로 날 제압하려는 건가?”

무통이 피식 웃으며 물었다.

“과연 그럴까?”

영계가 가볍게 웃으며 길쭉한 손으로 현란한 인법을 그리자 부서진 수룡들은 수많은 영인이 되어 주위의 공간에 신속하게 스며들더니 눈 깜짝할 사이에 거대한 흑수 영진을 이뤘다.

영진은 수중 감옥처럼 일정한 공간을 둘러쌌고 무통은 감옥의 가장 깊숙한 곳에 갇혔다.

“고급 종사급 영진, 흑수영뢰진(黑水靈牢陣)!”

* * *

쿵!

무시 하나가 드디어 부단히 도망가던 목진을 따라잡더니 주먹을 힘껏 휘둘러 머리를 공격했다.

이에 목진의 눈에서 수정의 빛이 발하더니 부도탑이 나타났고 체내의 영력도 한껏 끌어올렸다.

퍽!

목진도 주먹을 휘둘러 무시의 공격에 맞섰다.

순간, 주위의 공간이 부서졌다. 이에 무시는 뒤로 몇 보 물러났고 목진도 뒤로 십수 보 물러났는데 주먹이 빨개져 있었다.

쿵!

그런데 그때, 뒤쪽 공간이 갑자기 일그러지더니 다른 무시가 나타나 목진의 등을 향해 강력하기 그지없는 권풍을 쐈다.

목진은 더 이상 피하지 않고 입꼬리를 씰룩거리며 뒤쪽 무시를 보며 결인했다.

쿵!

그가 서 있는 공간에서 갑자기 만 장의 적광을 발하더니 수많은 영인이 번쩍였다. 그러다 적광은 화해의 공간을 이룬 듯 엄청난 고온을 방출했고 무시는 빨간색 공간에 둘러싸였다.

잇따라 목진은 난폭한 파동을 내뿜는 무시를 보며 나지막하게 외쳤다.

“염황진!”

퍽!

해당 공간은 암장으로 이뤄진 세계를 같았고,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난 거대한 빨간색 그림자는 꼭 화산이 낳은 절세의 흉물 같았다.

위잉!

빨간색 암장 공간은 난폭하고도 뜨거운 영력으로 가득 찼는데 그 속에서 거대한 빨간색 그림자가 천천히 일어나며 숨을 쉬자 들끓는 화염이 휘몰아쳐 주위의 공간마저 일그러졌다.

이는 염황진이 만들어낸 령영으로 순수한 천지의 영력으로 이뤄진 존재였는데 위력이 엄청났고 진정한 지지존 대원만급 강자도 상대할 수 있었다.

뜨거운 바람이 휘몰아쳐 동굴 전체가 화끈거렸다.

그 광경에 다들 적잖게 놀랐다.

“고급 종사급 영진이라니!”

온청선은 두 눈이 휘둥그레진 채 목진을 바라봤다. 그녀는 목진이 고급 영진 종사란 것을 이제야 알아챘다!

목진이 감히 두 명의 무시를 상대하겠다고 나선 데는 다 이유가 있었다.

“녀석!”

온청선은 표정이 복잡미묘해진 채 입술을 깨물었다. 오대원 대전 때까지만 해도 목진은 실력이 뛰어나긴 했지만 그녀와 비슷했다. 이번에 다시 만났을 때도 목진이 상위 지지존경에 이른 것에 제법 놀라긴 했지만 받아들일 수 있을 정도였다.

그런데 목진의 상위 지지존의 실력은 빙산의 일각일 뿐이었다.

자존심이 강한 온청선이라도 목진의 실력 향상 속도에 놀랄 수밖에 없었고 그가 요물이란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영계가 친 흑수영뢰진의 깊숙한 곳에 갇힌 무통도 목진이 친 염황진을 보더니 바로 미간을 찌푸렸다.

그도 목진이 이런 재주가 있을 줄 생각지도 못했다.

“녀석, 제법이군. 그런데 자네가 아무리 고급 영진 종사라고 해도 무가네 정예급 무시 두 명을 상대하기는 버거울 것이네!”

무통은 씨익 웃으며 말했다. 두 명의 무시는 지지존 대원만급 실력자라 고급 종사급 영진만으로 그들을 쓰러트리는 건 불가능했다.

더구나 지금 영진에 갇힌 건 그중 한 명일 뿐이라 다른 한 놈은 필경 맹렬한 공격을 개시해 목진이 종사급 영진에 신경 쓰지 못하게 할 게 분명했다. 영진사가 없는 영진의 위력은 확 줄어들 것이고 그 속에 갇힌 무시는 쉽게 영진을 뚫고 나올 수 있을 것이다.

그때가 되면 목진은 다시 두 명의 무시의 파멸의 공격을 막아내야 할 것이다.

“내가 갇힌 영진이야말로 뚫기가 어렵군.”

무통은 눈길을 거두고 자신을 가둔 흑수 감옥 같은 영진을 힐끗 쳐다봤다. 이 영진의 공격력은 강하지 않은데도, 모든 수단을 동원해 공격해도 절대 뚫리지 않았다.

이 영진은 무통을 가두는 것이 목적인 것 같았다.

이에 무통은 눈가를 파르르 떨더니 동굴의 깊숙한 곳에 놓인 불이 활활 타오르는 단로를 힐끗 쳐다봤다.

* * *

쿵!

거대한 염황 그림자는 완전한 형태를 갖추자마자 영진에 갇힌 무시한테 난폭한 공격을 개시했다. 커다란 주먹은 붉은 불의 파도를 실은 채 사정없이 녀석에게 향했다.

쿵!

감정이 전혀 없는 무시도 억지로 맞섰는데 양자가 부딪치자 난폭한 힘의 충격에 동굴 전체가 격렬하게 진동했다.

한편, 다른 무시도 천지를 부수고도 남을 웅장한 영력을 주먹에 실은 채 목진에게 향했다.

이때, 목진의 눈에서 성부도탑이 눈부신 빛을 발하며 체내의 영력을 전부 수정 영력으로 바꾼 뒤, 주먹을 힘껏 휘두르자 팔에 수많은 수정 무늬가 생겼다.

쿵! 쿵!

양자가 힘껏 부딪치자 주위의 공간이 파르르 떨렸고 그들은 상당히 치열한 대결을 펼쳤다.

역시나 무통의 예상대로 염황진에서 발하는 영광은 조금씩 어두워졌고 염황 거인도 무시의 공격에 부단히 튕겨 나갔다.

그런데 목진이 가볍게 웃으며 한 손으로 결인하자 뒤쪽 공간이 파르르 떨리더니 하얀색 도포를 입은 또 다른 목진이 나타나 염황진을 장악했다.

염황진은 다시 만 장의 적광을 발했고 염황 거인은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다시 역전해 대결의 주도권을 차지했다.

잇따라 목진은 자신이 상대하고 있는 무시한테 다시 집중했다. 그는 성부도탑 덕분에 지지존 대원만급 강자를 상대할 수 있게 됐지만 여전히 조금 뒤처졌다.

상위 지지존과 지지존 대원만의 차이는 상당했다. 아마 일반 상위 지지존이 지지존 대원만급 강자와 싸웠다면 바로 생명의 위기를 느꼈을 것이다. 목진이 지존법신을 소환하지 않고 이렇게까지 싸운 것만으로도 정말 대단했다.

“한 사람으로 안 되면 한 명 더 부르면 되지.”

목진이 미소를 지으며 중얼거리자 옆에 검은색 도포를 입은 목진이 나타났다. 두 명의 목진이 동시에 주먹을 휘두르자 웅장한 영력이 앞쪽에 돌풍을 이뤄 공기마저 폭발했다.

퍽!

두 사람의 주먹은 다시 무시의 주먹과 맞닿았는데 이번엔 무시가 멀리 튕겨 나갔다.

온자우와 치열하게 싸우던 동산은 목진쪽 상황을 살피더니 화들짝 놀랐다. 그는 목진이 만들어낸 두 명의 령영의 실력이 왜 본체와 거의 똑같은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흥, 나한테나 집중하게!”

그런데 그때, 온자우의 말과 함께 한기 어린 검광이 공간을 가르며 날아와 동산의 가슴팍을 찔렀다.

“죽고 싶어 환장한 건가!”

습격에 놀란 동산은 표정이 확 일그러진 채 수중의 장도를 힘껏 휘둘렀다.

커다란 동굴에서 난폭한 영력이 미친 듯이 휘몰아쳤다. 이곳이 영접단선의 유적지가 아니었다면 벌써 잿더미가 되었을 것이다.

“청선아, 얼른 계승을 가지러 가!”

목진은 두 명의 무시를 완전히 제압하자마자 온청선에게 말을 전했다.

이에 온청선은 바로 싸움을 중단하고 동굴의 가장 깊숙한 곳에 놓인 단로로 향했다. 그녀는 목진 등을 위해서라도 최대한 빨리 계승을 획득해야만 했다.

동산 등이 바로 막아 나서려 했지만 목진 등한테 완전히 제압되었다.

덕분에 온청선은 바로 영접같이 생긴 단로 앞에 도착했다. 단로에 화염이 활활 타올랐지만 온도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하지만 내부가 얼마나 무서울지 충분히 느껴졌다.

단로는 영접단선의 유물이라 내부의 화염은 만 년도 넘게 타올랐는데 방법을 모르면 아무리 지지존 대원만급 강자라 해도 들어가자마자 바로 잿더미가 될 것이다.

이에 온청선은 단로를 뚫어져라 쳐다보며 깊게 숨을 들이켰다. 영접단선의 계승은 바로 영접 단로에 있어 계승을 획득하려면 반드시 단로에 뛰어들어야만 했다.

이는 비록 상당히 위험한 일이지만 꼭 해내야 하는 일이었다.

단로가 내뿜는 사망의 기운은 지지존 대원만급 강자마저 순간 잿더미로 만들 정도였으니 하위 지지존일 뿐인 온청선은 더 말할 나위 없었다.

온청선은 주먹을 꽉 쥐고 입술을 깨물며 잠시 고민하다가 금세 마음을 다스리고 결연한 표정을 지었다.

계승을 획득하려면 분명 일정한 대가를 치러야 한다. 단로에 뛰어들 용기조차 없으면 무슨 수로 영접단선의 계승을 획득한단 말인가?

이러한 생각에 온청선은 한 갈래 빛이 되어 불이 활활 타오르는 무서운 단로로 뛰어들었다.

목진도 단로에 뛰어들어야 계승을 획득할 수 있을 거라 여겼지만 왠지 걱정되었다. 자칫 잘못하면 온청선은 그대로 활활 타오르는 불에 타 죽게 될 것이다.

그러니 목진은 온청선의 선택이 정확하다고 바라는 수밖에 없었다.

이와 동시에, 흑수 감옥에 갇힌 무통은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나 기대에 찬 눈빛으로 단로에 뛰어든 온청선을 바라봤다.

“온청선, 부디 날 실망시키지 마…….”

활활!

온청선이 단로에 뛰어들자 청색을 띤 불이 활활 타올랐다. 색깔 때문에 전혀 뜨거울 것 같지 않았지만 다들 감히 가까이하려 하지 않았다. 천지존이 단약을 제련하기 위해 사용하는 불은 지지존 대원만급 강자가 뛰어들어도 순간 잿더미가 될 정도로 강했다.

온자우 등 온가네 강자들은 손에 땀을 쥔 채 단로를 바라보았고 어느새 등은 식은땀으로 흠뻑 젖었다.

동산 등도 단로를 유심히 살폈는데, 온청선이 성공하면 바로 나서서 계승을 빼앗을 심산이었다.

이렇게 목진 쪽을 제외하고 치열한 싸움이 벌어졌던 동굴은 잠시나마 조용해졌다.

두 명의 무시는 지능이 없는 살인 무기라 계승 따위에 신경 쓰지 않았고 오직 목진을 찢어 죽이는 것이 유일한 목표였다.

녀석들이 아무리 미친 듯이 공격해도 목진을 당해낼 수 없었고 특히, 염황진에 갇힌 무시는 한쪽 팔마저 잘렸다.

목진이 주도권을 쥔 싸움이라 두 명의 무시가 철저히 패배하는 것은 시간문제였다.

쿵!

그때 동굴의 깊숙한 곳에 놓인 단로에서 드디어 나지막한 폭발음이 전해졌다.

후우!

잇따라 담청색 화염이 솟구치더니 한 여인이 깃든 불기둥이 형성되었다.

온자우 등은 낯익은 여인의 모습에 이내 화색이 되었다.

그녀는 바로 온청선이었다.

눈을 감고 있는 온청선의 영롱한 몸은 청색 화염으로 뒤덮여 있었는데 이는 령성이 있는 듯 활활 타오르며 파릇한 풀을 만들어 갑옷처럼 그녀를 보호했다.

잠시 후, 온청선이 눈가를 파르르 떨며 눈을 번쩍 뜨자 눈에 요동치는 청색 화염이 깃들어 유난히 요염해 보였다.

그녀는 고개를 숙여 온몸을 감싼 화염을 보더니 이내 화색이 되었다. 그녀는 순간 뇌리에 완전한 계승이 깃든 것을 발견했다. 곧 특이한 청색 화염마저 체내에 저장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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