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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주재-828화 (827/1,000)

828화. 현룡 공간

온청선이 단로에 뛰어든 순간, 그녀는 잿더미가 되는 대신 영접단선의 계승을 전부 받았다.

영접단선의 계승에는 단약 제련에 관한 생각과 방법이 적혀 있었는데 다른 사람은 몰라도 단약 제련사인 온청선한테는 둘도 없는 보물이었다.

이건 목진이 어머니의 영진 경험을 전승받은 것과 비슷했다.

온청선은 영접단선의 계승 덕분에 언젠가 대천세계에서 유명한 단약 제련 종사가 될 거라 온가한테는 상당히 좋은 일이었다.

단약 제련사는 예로부터 대천세계에서 가장 환영받는 직업 중 하나였기 때문이다.

“역시 들은 정보대로군.”

온청선은 이내 화색이 되었다. 이건 엄청난 용기와 결단력이 필요한 일이었다. 대부분의 사람은 그녀처럼 죽을 위험을 무릅쓰고 단로에 뛰어들지 못하기 때문이었다.

사람들은 보통 살기 위해서라도 이토록 위험한 일에 나서지 않았다. 일단 목숨을 잃으면 계승이 아무리 좋아도 소용없기 때문이었다.

“젠장!”

동산 등은 안색이 확 어두워져 중얼거렸다. 온청선이 영접단선의 유적을 획득했으니 그들은 빈손으로 돌아가야 한단 말이 아닌가?

“허허, 역시 성공했단 말인가?”

흑수 감옥에 갇힌 무통이 씨익 웃더니 검은색 부적을 꺼냈는데 오묘한 부적에서 특이한 파동을 내뿜었다.

그는 고개를 들어 영계를 바라보며 피식 웃더니 수중의 검은색 부적을 태웠다.

무통의 움직임을 주의 깊게 관찰하고 있던 영계는 왠지 불안해져 바로 영진을 가동했다.

쏴아아!

무궁무진한 흑수가 무서운 힘을 싣고 거대한 흑룡처럼 내려앉았다. 영계는 녀석이 뭘 하든지 반드시 막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잽싸긴 하군, 비록 늦었지만 말이야.”

그런데 무통이 미소를 짓자 활활 타오르던 검은색 부적이 짙은 검은색 안개가 되어 그의 몸을 감싸더니 순식간에 사라졌다.

“청선아, 조심해!”

두 명의 무시와 치열하게 싸우고 있던 목진이 버럭 소리를 질렀다.

슉!

검은 안개는 귀신처럼 온청선의 앞쪽에 나타나 그녀의 팔을 잡고 힘껏 휘둘렀다.

탕!

온청선은 단로에 힘껏 부딪쳤는데 계승을 받아서인지 활활 타오르는 화염도 그녀를 태워 없애지 못했다.

풉.

그러나 온청선은 피를 토했고 영접 단로는 멀리 튕겨 나갔다. 무통은 멈춰서서 단로가 놓여 있던 자리를 뚫어져라 쳐다봤다.

석대 위에 있던 단로가 튕겨 나가자 지면에 새겨진 영진이 떡하니 드러났다.

무통은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영진을 바라보더니 부적을 날려 영진에 붙였다.

위잉.

영진에서 강력한 영광을 발하더니 공간이 일그러지며 다른 곳으로 향하는 통로를 만들었다.

갑작스러운 변고에 다들 깜짝 놀랐다. 아무도 단로 아래에 이렇게 특이한 장치가 있을 줄은 몰랐다.

“온청선, 우리 무가의 목적이 영접단선의 계승이라고 생각한 건가?”

무통이 돌아서 히쭉거리며 온청선을 바라봤다.

“온가는 영접단선의 유적에 관한 정보밖에 모르지만, 이곳에는 사실 그녀의 남편이었던 현룡전제(玄龍戰帝)의 계승도 있다네!”

“현룡전제?”

온청선은 흠칫 놀랐다. 그녀는 확실히 그 정보를 몰랐지만 현룡전제가 누군지는 잘 알고 있었다. 그는 영접단선의 남편으로 상고 시기의 유명한 천지존이었다.

현룡전제는 영급 천지존의 실력보다 전진사로서 최강자였다!

그가 배양한 현룡군은 체내에 용의 피가 깃들어 용의 전사라고도 불렸고 전성기의 현룡전제는 이들 덕분에 선급 천지존 중 최정예급 강자로 거듭났다.

다만, 그는 역외족과의 전쟁에서 영접단선과 함께 상고의 성연에서 사망했고 대천세계에서 명성이 자자했던 현룡군도 종적을 감췄다.

“무가의 목적이 현룡군이라 이건가?”

온청선은 순간 깨달았다. 무가는 현룡군에 관한 정보를 얻고 나서야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여기까지 온 것이었다.

“현룡군의 수가 어느 정도 줄어들긴 했지만 체내에 용의 피가 깃들었을 뿐만 아니라 현룡전제가 남은 힘으로 대부분의 전사를 불사의 용전사로 바꿨다고 들었네. 게다가 깊은 잠에 빠지게 하여 보존 상태가 제법 좋다고도 들었지. 하여 우리 무가가 현룡군을 확보하면 온가를 없애는 건 식은 죽 먹기일 걸세.”

무통은 어깨를 들썩이며 말을 이어갔다.

“그런데 현룡전제가 남긴 현룡 공간(玄龍空間)은 영접 단로의 보호를 받아 함부로 열 수 없었네. 단로의 화염은 지지존 대원만급 강자라 해도 닿자마자 잿더미가 되니까 말이야. 그 계승자만이 화염에 무사할 수 있지.”

무통은 히쭉 웃으며 온청선을 노려봤다.

“자네가 용감하게 단로에 뛰어들지 않았다면 난 제법 골치 아팠을 거라네. 나 같은 사람은 목숨을 걸고 뭘 한다는 것이 어울리지 않으니까 말이야.”

온청선은 순간 얼굴이 창백해졌다. 무통은 그녀를 이용해 현룡 공간을 열려고 했던 것이었다.

그런데 막강한 현룡군이 정말 무가한테 넘어가면 온가에 치명적인 타격이 될 거라 반드시 무통을 저지해야만 했다.

“날 막고 싶은가? 사실 난 당신들이 현룡 공간이 온전해지는 것을 방해할까 봐 일부러 말을 건 것이네.”

무통은 온청선의 속내를 꿰뚫기라도 한 듯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더니 점차 형태를 이뤄가는 공간을 보다가 목진, 온청선, 낙리 등을 바라보며 씨익 웃었다.

“당신들은 내가 현룡군을 장악한 뒤, 나올 때까지 기다리게. 그때 가서도 날 상대할 용기가 있었으면 좋겠군.”

“그리고 현룡 공간은 전진사만 들어갈 수 있으니 괜히 힘을 빼지 말게.”

무통은 가여운 눈빛으로 낙리 등을 바라보더니 깊게 숨을 들이켜며 공간 통로로 들어가려 했다.

그런데 그때, 동굴에서 누군가의 웃음소리가 울려 퍼졌다.

“이를 어쩐담, 마침 나도 전진사인데 말이야!”

다들 고개를 들어보니 무시와 싸우던 목진이 번개같이 현룡 공간으로 향했다.

이와 동시에, 그는 특수한 파동을 내뿜었는데 이는 전진사한테만 있는 전의였다!

목진은 전의를 내뿜으며 점차 안정을 찾아가는 공간을 향해 쏜살같이 날아갔다.

그도 일전의 변고에 제법 놀랐다. 영접 유적지에 현룡전제의 유적도 함께 있을 줄이야.

그러나 가장 놀라운 건 무통이 언급했던 현룡군이었다.

이는 선급 천지존을 상대할 수 있는 강대한 군대로 이 정도 규모와 등급의 군대를 이루려면 엄청난 세력이라고 해도 오랜 시간과 예상을 뛰어넘을 정도로 엄청난 자원을 쏟아부어야만 가능했다.

목진은 전진사지만 직접 군대를 배양할 마음이 없었다. 그럴 시간과 자원이 없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무통의 말에 따르면 현룡군은 보존 상태가 양호할 뿐만 아니라 살아있었다. 전괴가 아닌 진짜 살아있는 군대였다.

대신, 현룡전제가 이들을 깊은 잠에 빠지게 하여 다시 깨어나기만 하면 상고 시기의 위엄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다.

현룡군의 가치는 무통 외에 같은 전진사인 목진만 알아 상대방보다 먼저 현룡 공간에 들어가려고 잽싸게 나선 것이다.

이에 무통마저 멍하니 서 있다가 목진한테서 느껴진 전의에 표정이 확 일그러졌다.

그는 여태껏 전의의 파동을 전혀 느끼지 못해 영접 유적지에 온 사람 중, 전진사는 자기밖에 없다고 확신했다. 하지만 진실은 잔인했다.

무통은 현룡 공간으로 향한 목진을 보노라니 자신의 입을 꿰매고 싶을 뿐이었다. 그는 일전에 너무 으쓱한 나머지 모든 비밀을 스스로 털어놓았다. 하지만 그건 필요한 일이었다. 확실한 정보로 적의 주의를 분산시키지 않았다면 저들이 공간 통로를 부쉈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다만, 무통은 자신이 한 말 때문에 일이 더 복잡해지자 순간 혈안이 되었고 표정은 한껏 일그러졌다. 그는 간신히 화를 다스리며 목진을 쏘아보다가 한 보 앞서 현룡 공간으로 들어갔다.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현룡군을 수중에 넣는 것이었다. 목진을 상대하려 하다가 또 다른 변고가 생길 수도 있었다.

슉!

현룡 공간이 미세하게 떨리더니 무통은 공간 통로 속으로 사라졌고 목진도 재빨리 뛰어들었다.

두 사람은 거의 동시에 현룡 공간에 뛰어들었다.

대전 쌍방은 두 눈이 휘둥그레진 채 목진과 무통이 사라진 곳을 바라보기만 했다. 그들은 순간 어쩔 바를 몰랐다.

“목진이 이렇게 따라 들어가도 돼? 무통은 절대 그를 가만두지 않을 거야!”

온청선이 자리에서 신속하게 일어나 걱정 어린 눈빛으로 낙리와 영계를 바라봤다.

“그리고 목진이 전진사라니, 무통을 이길 수 있어?”

무통은 절대 현룡균을 빼앗기지 않을 거라 두 사람 사이에 상당히 치열한 대결이 펼쳐질 것이 분명했다.

무통은 일반 지지존 대원만급 강자보다도 강할 뿐만 아니라 수단과 방법이 많아 절대 상대하기 쉬운 사람이 아니었다.

그런데 온청선의 말에 미간을 살짝 찌푸리는 영계와 달리, 낙리는 현룡 공간을 빤히 쳐다보며 나지막하게 말했다.

“목진은 절대 앞뒤 안 가리고 함부로 나설 사람이 아니야. 그가 뛰어들기로 했다는 건 분명 승산이 있어서야.”

무통의 실력이 뛰어나긴 하지만 목진도 호락호락한 상대가 아니었다. 그는 하위 지지존이었을 때도 상위 지지존들 사이에서 살아남았다. 상위 지지존경에 이른 이상, 최선을 다해 싸우면 분명 지지존 대원만급 강자 못지않을 것이다.

온청선 등은 낙리의 태도를 확인하고는 조금 안심했다. 어차피 그들은 밖에서 목진이 현룡군을 장악하길 기원하는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 무통이 현룡군을 장악하면 이들한테는 재앙이었다.

이렇게 치열하게 싸우던 사람들은 잠시 멈춰 섰다. 결정적인 대결은 현룡 공간에서 펼쳐질 것이다.

하지만 감정 따위 없는 무시 두 명은 여전히 검은색 도포를 입은 목진, 하얀색 도포를 입은 목진과 치열하게 싸우고 있었다.

“온자우, 목진의 분신을 도와 무시를 해결해.”

온청선의 말에 온자우는 바로 고개를 끄덕이고 무시한테 달려갔다.

이에 동산이 막아 나서려 했지만 영계가 앞쪽에 나타나 순식간에 거대한 영진을 쳤다.

한편, 그들 중 누구도 검은 그림자가 지면의 어두운 구역을 따라 몰래 현룡 공간에 접근해 공간 통로에 뛰어든 것을 발견하지 못했다.

* * *

공간 통로에 들어선 목진 주위 환경이 빠르게 바뀌더니 공간 파동이 순식간에 차분해지며 앞쪽에 황량한 땅이 펼쳐졌다.

목진은 깊은 구멍이 가득 나 있는 대지를 쓰윽 훑고는 먼 곳을 바라봤다.

그곳에는 상당히 큰 점장대가 있었다. 흑석을 깐 광장은 크고 널찍했으며 광장에는 수만 개의 암홍색 석상이 놓여 있었는데 하나 같이 살아 숨 쉬는 것 같았다.

석상들은 정예 부대처럼 조용히 서서 이글거리는 눈으로 존경의 뜻을 담아 앞쪽을 바라봤다.

그곳에 자신의 왕이 서 있는 것처럼 말이다.

이를 발견한 목진은 이내 정색했다. 그는 석상들한테서 상당히 무서운 위압감을 느꼈다.

“저들이 바로 현룡군이겠군!”

비록 깊은 잠에 들었지만 현룡군만이 이토록 무서운 압박감을 형성할 수 있었다.

슉!

무통도 멀지 않은 곳에서 모습을 드러내더니 탐욕스러운 눈빛으로 석상 군대를 바라보다가 씨익 웃으며 고개를 돌렸다.

“멍청한 녀석, 나를 따라 현룡 공간에 들어온다고 저들을 장악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한 건가?”

목진도 현룡군을 그리 쉽게 장악할 수 있을 거라 여기진 않았지만 무통이 이를 장악하게 내버려 두지 않을 것이다.

목진이 조용히 서 있기만 하자 무통은 피식 웃으며 부적을 꺼내 앞으로 내던졌다. 이는 따스한 햇볕 같은 눈부신 영광을 발하며 광장에 서 있는 석상 군대를 비췄다.

이에 석상들은 조금씩 녹아내리기 시작했다.

“녀석의 부적은 무가의 천지존이 만든 것으로 깊이 잠든 현룡군을 깨우기 위해 만든 물건이군!”

석상 대군은 부단히 녹아내렸고 1각도 안 되는 사이에 빨간색 갑옷을 입은 사람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피부마저 암홍색을 띤 튼실한 전사들의 몸 표면에 용린이 새겨져 있어 용의 위압감도 함께 스며져 나왔다.

다만, 일부 전사는 조용히 잿더미가 되었다. 그들은 깊이 잠드는 데 실패해 오랜 시간이 지나 자연스레 사망한 전사들이었다.

어느덧 전사들은 눈을 번쩍 뜨더니 초점 없던 눈에 서서히 영광이 모였고 고개를 숙여 앞쪽을 향해 무릎을 꿇었다.

쿵!

대지가 순간 진동했다.

점차 기억을 되찾은 전사들은 잠들기 전, 왕이 자신을 지키기 위해 남은 마지막 힘으로 깊은 잠에 빠지게 했다는 것을 기억해냈다.

상황을 살피던 목진과 무통은 현룡군이 조용히 서서 그들의 전 주인을 추모하는 것을 지켜봤다.

그러다 1각 정도가 지나자 현룡군 전사들은 서서히 자리에서 일어났고 가장 앞쪽에 서 있던 튼실한 사내가 허공에 떠 있는 목진과 무통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누가 우리를 깨운 것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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