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9화. 선택
나지막한 소리가 울려 퍼지자 무통은 흥분된 마음을 간신히 가라앉히고 인사를 올렸다.
“소인 무통, 상고 시기 현룡군에 대해 익히 알고 있습니다. 오늘, 당신들을 다시 잠에서 깨워 참 다행이라 생각합니다.”
무통은 바로 현룡군을 영입하려는 목적을 밝히지 않고 일단 호감부터 사려고 했지만 현룡군 전사들은 전혀 기뻐 보이지 않았다.
“그해 그 전쟁에서 대천세계가 승리했더냐?”
튼실한 사내가 묻자 무통은 바로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선배님들 덕분에 대천세계는 결국 역외사족을 물리쳤어요.”
이에 목진이 흠칫하더니 무덤덤하게 말을 이어갔다.
“역외사족이 물러나긴 했지만 여전히 대천세계의 절반 정도를 차지하고 있고 지금도 호시탐탐 노리고 있습니다.”
무통은 바로 목진을 쏘아봤다.
한편, 현룡군 전사들은 목진의 말을 듣더니 그제야 이를 갈며 으르렁거렸다. 그들은 역외사족을 어지간히 미워하는 것이 아니었다.
무통은 현룡군이 자신한테 충성을 맹세하지 않자 다급해졌다.
“여러분, 우리 무가는 현재, 대천세계에서 엄청난 세력으로 무가의 주인도 천지존경에 이르렀으니 여러분을 무가에서 모시겠습니다!”
그는 더 이상 영입의 뜻을 감추지 않았는데 튼실한 사내는 그를 힐끗 보기만 했다. 무통은 속내를 애써 감춰왔지만 사내는 한눈에 녀석의 마음을 꿰뚫었다.
“자네가 우리를 깨운 건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우리가 자네 명을 따르란 법은 없네.”
튼실한 사내의 말에 무통은 표정이 확 굳었다. 그는 현룡군이 너무 오래 잠들어 멍청해진 건 아닌지 의심스러웠다. 그들의 전투력이 강하긴 하지만 실력이 막강한 전진사가 다스리지 않는 이상, 그저 합이 잘 맞는 일반 군대나 다름없어 선급 천지존은커녕, 영급 천지존도 그들을 손쉽게 죽일 수 있을 것이다.
무통은 화가 났지만 전혀 드러내지 않았다.
“저는 절대 그것으로 현룡군을 위협할 생각이 아니었습니다. 대신, 군대는 실력이 뛰어난 전진사가 있어야 진정한 빛을 발한다는 것만 알아주세요. 여러분은 현룡전제께서 배양한 정예 부대니 만 년이 지난 오늘, 그분의 이름에 누가 되고 싶지는 않잖아요?”
튼실한 사내는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우리도 그걸 잘 알아 아무한테나 충성을 맹세하고 싶지 않은 거란다. 우리도 옛 주인의 명성에 누가 되고 싶지 않구나.”
사내는 무통이 현룡군의 차기 주인이 될 자격이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이곳에 나보다 더 자격 있는 사람이 있단 말인가요?”
무통의 입가가 파르르 떨렸다. 그는 현룡군을 깨우면 그들이 그의 은혜에 보답하고자 곧바로 충성을 맹세할 줄 알았는데 그러기는커녕, 오히려 까다롭게 주인을 골랐다.
“자네가 우리를 깨웠으니 조금이나마 우세가 있는 건 사실이네.”
튼실한 사내는 허공에 떠 있는 목진과 무통을 쓰윽 훑어보며 말했다.
이에 무통은 눈가를 파르르 떨며 이를 꽉 깨물었다. 그래도 조금이나마 우세가 있는 것이 아예 없는 것보다 낫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우리 전사들은 저 친구가 더 마음에 든다고 하는구나.”
튼실한 사내의 말에 무통은 안색이 확 어두워졌다.
튼실한 사내는 흥미로운 눈빛으로 목진을 살펴보고 있었다.
목진도 그의 말에 흠칫 놀랐다. 그는 무슨 수로 현룡군의 환심을 사야 할지 몰라 골치 아파하고 있었는데 상대방이 먼저 호의를 표하다니. 멍하니 현룡군 전사들을 바라보는데 상대방도 지그시 그를 쳐다보고 있었다. 눈빛에서 친근함과 경외의 뜻을 읽어낼 수 있었다.
목진이 어리둥절하여 고개를 갸웃거리며 잠시 생각하다 무언가 떠오른 듯 바로 마음을 움직이자 체내에서 용음이 울려 퍼졌다.
크으으으!
순간, 자금색 빛이 솟구치더니 체내에서 진정한 용의 령이 거대한 자금색 용이 되어 그의 뒤쪽에 나타났다.
그 광경에 아래쪽에 서 있던 현룡군은 바로 떠들썩해졌다. 흥분한 이들은 무릎을 꿇기까지 했다.
현룡군 전사들은 용혈로 강대한 육신을 이룩해 체내에 용족 혈맥이 깃들어 있었다. 이는 이들한테 힘을 부여한 동시에 용족 혈맥의 억제도 받게 했다.
그런데 마침 목진의 진정한 용의 령이 용족 중 혈맥이 가장 순수한 진정한 용이 이룬 것으로 용족의 황족이라 할 수 있었다. 이에 그들은 목진이 친근하게 느껴지고 경외의 마음이 들었던 것이었다.
그들은 목진보다는 체내의 진정한 용의 기운과 혈맥을 경외했다.
“진정한 용의 기운이라니…….”
튼실한 사내는 목진 뒤에 나타난 진정한 용의 령을 보고는 이내 흥분했다. 용혈을 흡수한 이들은 용인이 되어 용족이나 다름없었다.
용인은 용족에서 지위가 높지 않아 용족의 패주인 진정한 용을 보면 백성이 고귀한 제왕을 본 것과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
멀지 않은 곳에서 상황을 살피던 무통은 너무 화가 나 피를 토할 지경이었다. 그는 천지존 부적까지 사용하며 애써 현룡 공간에 들어와서 현룡군을 깨웠는데 멍청한 녀석들은 고마운 줄도 모르고 자신을 냉대할 뿐만 아니라 오히려 목진한테 호의를 드러내고 있었다. 무통은 이제 능력만 되면 현룡군을 전부 없애고 싶은 생각마저 들었다.
그러나 현룡군은 목진한테 호의만 표시했을 뿐, 그한테 충성을 표시한 것은 아니었다. 그들은 경험히 풍부한 전사들이었기에 진정한 용의 령이 있다고 무턱대고 충성을 맹세하지 않았다.
“어떡할 생각입니까? 현룡군은 이미 깨어났고 현룡 공간은 영력이 부족해 도움을 받지 않으면 머지않아 무너질 겁니다.”
무통이 안색이 조금 어두워진 채 말했고 튼실한 사내는 가볍게 웃으며 그를 바라봤다.
“그건 사실이긴 하지만…… 짐승도 좋은 자리를 찾아 터를 만든다네. 그러니 우리 현룡군도 옛 주인한테 누가 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새로운 주인을 신중하게 고르고 싶네.”
“선택할 것도 없습니다. 상위 지지존일 뿐인 목진이 무슨 수로 나를 이긴단 말입니까?”
무통이 콧방귀를 뀌며 한 말에 튼실한 사내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답했다.
“우리는 훌륭한 전진사가 필요한 것이니 실제 실력은 상관없네.”
무통은 너무 화가 나 어쩔 바를 몰랐다. 녀석들은 분명 무통이 우세가 있다고 했는데 지금은 목진 편을 들고 있었다. 우세는 무슨, 아무런 소용도 없었다!
“그럼 어떻게 할 건가요?”
무통은 안색이 확 어두워져 물었다.
“전진사의 방식으로 결정할 거란다.”
튼실한 사내는 광장에 서 있는 현룡군을 가리키며 말을 이어갔다.
“공평하게 너희 스스로 현룡군의 수를 임의로 선택해 이들의 전의로 대결을 진행하겠다. 당연히 전진사의 조예가 더 뛰어난 사람이 승리하겠지?”
무통은 흠칫하더니 피식 웃으며 물었다.
“설마 선택한 전사의 수도 똑같아야 하나요?”
그는 전진사 방면의 실력만큼은 자신이 있었다. 무가에서 전력을 다해 그를 배양했기 때문이다. 다들 무통의 영력 실력이 강력한 줄로만 아는데 사실, 전진사 방면의 실력도 전혀 뒤처지지 않았다.
“그건 각자의 역량에 달렸지. 제한은 주지 않을 거란다.”
튼실한 사내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한 말에 무통은 이내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만약 튼실한 사내가 전사의 수마저 제한을 걸어둔다면 일부러 그를 몰아내려고 그러는 것이기 때문이었다. 그는 목진의 전진사 방면의 조예가 자신을 초월할 거라 여기지 않았다.
“그럼 원하는 대로 하죠!”
무통은 음산한 눈빛으로 목진을 바라보며 말을 이어갔다.
“저 녀석이 감히 나서지 못할까 봐 걱정이네요!”
그는 목진이 너무 얄미웠다. 목진이 나타난 뒤로 현룡군은 자연스레 그를 더 마음에 들어 했기에 무통은 신경 써야 했기 때문이다.
정작 목진은 상대방의 차가운 눈빛은 무시한 채 튼실한 사내와 현룡군 전사들에게 정중하게 인사를 올렸다. 그는 저들이 바로 무통을 선택하지 않고 자신한테 기회를 준 것이 고마웠다.
잇따라 목진이 돌아서서 대수롭지 않은 듯 웃으며 무통을 바라봤다.
“내가 왜 나서지 못할 거라 여기는 거지?”
“하하, 좋네. 무식한 녀석, 대담하군!”
목진의 답변에 무통은 호탕하게 웃었는데 그 속에 깃든 짙은 살기에 주위의 온도가 확 떨어졌다.
그러다 무통은 독사 같은 음산한 눈빛으로 목진을 노려보더니 바로 현룡군한테 다가가 자리를 잡고 앉았다.
“군대 소집!”
무통이 두 눈을 감고 버럭 외치자 웅장한 파동이 휘몰아치더니 신속하게 아래쪽 현룡군에 퍼졌는데 그들은 언짢은 듯 입을 삐쭉 내밀었다. 그들이 반항하면 아무도 그 전의를 건드릴 수 없다.
녀석들이 아무런 반응도 없자 튼실한 사내는 괜히 헛기침을 내뱉었다. 현룡군 전사들은 그제야 어쩔 수 없다는 듯 어깨를 들썩이며 반항을 포기하고 무통의 뒤에 서기 시작했다.
슉! 슉!
1각도 안 되는 사이, 무통은 현룡군 전사 800명을 확보했고 그 수량이 천 명 정도가 되었을 때, 더는 늘어나지 않았다. 이건 그의 한계였다.
“역시 현룡군은 남다르군!”
무통은 이내 감탄하며 말했다. 그는 무가의 군사를 수백만 명이나 장악할 수 있었는데 현룡군은 겨우 천 명밖에 되지 않았다.
현룡군 천 명은 무가의 군대 수백만 명을 모은 실력이나 마찬가지였다.
이는 그야말로 일대 만 명의 놀라운 실력이었다.
현룡군 전사의 강한 실력을 두 눈으로 확인한 무통은 더 욕심나 사악한 눈빛으로 목진을 쏘아봤다. 그는 오늘, 무슨 수를 쓰든 반드시 목진을 쓰러뜨리기로 마음먹었다.
“현룡군을 천 명이나 장악했다 이건가? 제법이군. 그런데 과연 그들의 전의를 어느 정도 끌어낼 수 있을까?”
튼실한 사내는 눈가를 파르르 떨며 중얼거렸다. 무통의 전진사에 관한 천부적 재능은 확실히 괜찮았다. 비록 현룡전제와 비교하면 천지 차이지만 말이다.
“군사를 소집하지 않고 뭘 하는 건가? 설마 두려워진 건가?”
목진은 무통이 히쭉거리며 한 말은 신경 쓰지 않고 자리를 잡고 앉아 두 눈을 감고 강력한 의지를 끌어올렸다.
역시나 현룡군은 잠시 반항을 했다. 현룡군은 목진이 배양한 군대가 아니었기에 그들의 전의가 상당히 어색했다. 그러니 첫 번째 접촉만으로 완벽한 배합을 이루긴 힘들었다.
슉!
그러나 현룡군은 바로 반항을 포기하고 목진한테 다가갔다.
1각도 안 되는 사이, 목진의 뒤쪽에 대량의 군사가 모였는데 그 수량은 역시나 천 명 가까이 되었다.
“현룡군은 역시 도령위보다 훨씬 강력하고 부마위와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군.”
목진은 현룡군 천 명의 웅장한 전의를 느끼더니 이내 감탄했다. 천 명만으로도 이토록 강력한 전의를 이룰 수 있다니, 그가 현룡군 전체를 장악할 수 있다면 천지존을 상대할 수도 있을 것이다.
비록 아직은 그럴 실력이 안 되지만 말이다.
“흥, 강제로 군사를 소집하였군. 군사의 수량이 같아도 장악한 사람이 다르면 끌어낼 힘도 다르네!”
무통은 목진 뒤에선 천 명 가까이 되는 현룡군을 보더니 피식거리며 말했다.
전의의 강력함은 군대의 규모뿐만 아니라 전진사가 이들의 전의를 어느 정도 끌어낼 수 있는지와도 직결되어 있었다.
말을 마친 무통은 바로 체내의 영력과 의식을 융합해 특이한 힘을 이룬 뒤, 천 명의 현룡군을 감쌌다.
“전의를 이루라!”
현룡군 전사들의 체내에 특이한 힘이 깃들자 순간 혈안이 된 채 고함을 질렀다.
쿵!
순간 천지마저 파르르 떨리더니 웅장한 전의가 이들 위쪽에 모여 무서운 파동을 일었다.
“죽어!”
무통도 처음 느끼는 강대한 전의에 혈안이 된 채 씨익 웃으며 한 손으로 결인했다.
쿵!
전의의 바다에서 전문이 잔뜩 새겨진 커다란 손이 나타났는데 주위의 공간이 곧 무너질 것 같았다.
“730만 전문이군.”
현룡군 통령인 튼실한 사내는 전문 거수를 힐끗 보더니 바로 전문의 수량을 파악했다.
한편, 목진은 전문 거수를 보더니 태연하게 앉아 한 손으로 결인했다.
“전의를 이루라!”
그의 뒤쪽에 모였던 현룡군 전사들도 고함을 지르더니 강력하기 그지없는 전의를 방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