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32화. 시천유
“녀석의 목표는 지하에 봉인한 마제의 시신입니다. 목왕, 당장 현룡군의 전의로 녀석을 막아야 합니다!”
목진은 깜짝 놀랐다. 현룡 공간의 지하에 마제의 시신을 봉인했다니!
그런데 목진이 현룡군의 전의를 모으기도 전에 대지가 격렬하게 진동하더니 거대한 균열이 일기 시작했다.
슉!
균열에서 마의 기운이 스며져 나오더니 지극히 무서운 마의 기운의 파동이 깃든 흑광 한 갈래가 솟구쳤다.
목진이 고개를 들자 흑광에 몸이 온통 까만 해골이 깃들어 있었다. 해골은 생기를 완전히 잃었지만 그의 몸에는 여전히 강대하기 그지없는 마의 기운이 남아 있었다.
그는 생전에 실력이 막강한 마제였던 것이 분명했다.
“하하, 내 예상대로 이곳에 마제의 해골이 있었군!”
녀석은 씨익 웃으며 말했다.
목진도 어느새 현룡군을 장악했는데 지금 실력으로는 3천 명이 최선이었다.
다행히 사망의 기운을 내뿜는 사내도 천지존은 아니라 아예 승산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쿠쿵!
난폭한 전의는 홍류가 되어 공간을 가르며 날아가 사망의 기운을 내뿜는 사내를 공격했다.
그런데 상대방은 그를 정면으로 상대할 생각이 없어 신속하게 물러났다. 목진은 녀석을 이대로 풀어줄 생각이 없었기에 전의의 홍류로 부단히 공격을 개시했다.
그는 상대방의 목표가 마제의 유골이라 녀석이 유골을 거두지 못하게만 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반면, 상대방은 목진의 공격을 몇 번 피하더니 답답했는지 씨익 웃으며 멈춰 섰다. 얼굴에 깃든 흑기가 사라지고 핏기 하나 없는 창백한 얼굴을 드러냈다.
그는 목진을 노려보며 음산하게 웃었다.
“자네가 그리 죽고 싶다면 내가 그 소원을 들어주지. 대신, 이것만은 기억하게. 자네를 죽인 사람은…….”
“시마족의 황자, 시천유(屍天幽)네!”
사망의 기운을 내뿜는 사내는 말을 마치더니 눈에서 무한한 사망의 기운을 방출했다. 그러자 그가 서 있는 땅에 난 화초는 빠르게 시들었고 모든 생기가 순식간에 사라졌다.
심지어 그 구역의 천지의 영력마저 점차 회백색으로 변했고 사망의 기운으로 가득 찼다.
그 광경에 목진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사망의 기운이 천지의 영력까지 오염시키다니, 강력해도 너무 강력했다.
만약 사망의 기운이 체내에 깃들면 타격이 얼마나 클까?
이러한 생각에 목진은 신중해졌다. 역외사족을 상대하려면 괴이한 마의 기운이 체내에 깃들지 않도록 주의해야 했다.
쿵!
생각을 마친 목진이 손가락을 튕기자 웅장한 전의의 홍류가 호수처럼 허공을 가르며 날아가 시마족의 황자인 시천유에게 향했다.
“흥!”
시천유는 더 이상 피하지 않고 창백한 손을 내밀었다. 손바닥에 사악한 마의 문의가 나타나더니 들끓는 사망의 기운을 내뿜었다.
“시마기(屍魔氣)!”
양자의 공격이 부딪치자 귀청을 찢는 듯한 소리를 내며 전의의 홍류는 순식간에 와해되었다.
퍽! 퍽!
시마기는 목진의 전의의 홍류를 모조리 막아냈다.
이에 목진의 안색이 확 어두워졌다. 일반 지지존 대원만급 강자라면 3천 명이나 되는 현룡군의 상대도 안 될 텐데 시천유와의 대결에서는 전혀 우세를 차지하지 못했다.
시천유는 마제까지는 아니어도 실력이 대원만 정예급에 이른 것 같았다.
크으으으!
그러다 목진이 이내 정색하며 결인하자 3천 현룡군이 이룬 전의가 요동치며 경천의 용음이 울려 퍼졌다.
쿵!
검은색 현룡 전령이 다시 모습을 드러내 깊게 숨을 들이켜며 파멸의 파동이 깃든 검은색 용의 기운을 내뿜었는데 시천유는 오히려 씨익 웃더니 입을 쩍 벌려 회백색 빛을 내뱉었다.
“서생고(噬生骷)!”
회백색 빛이 순간 폭발하여 거대한 회색 해골이 되더니 입을 여닫으며 천지의 생기를 집어삼키려 했다.
후우!
그러다 회색 해골이 입을 쩍 벌려 숨을 힘껏 들이켜자 공간을 가르며 날아간 전의의 용의 기운을 꿀꺽 삼켰고 머리 쪽 광문이 미친 듯이 번쩍이더니 점차 사그라들었다. 회색 해골은 결국 시천유한테 돌아가 음산한 빛을 발하며 목진을 노려봤다.
목진은 상대방이 자신의 강력한 공격을 쉽게 막아내자 입술을 깨물었다. 무통은 일전의 공격에 잔뜩 겁을 먹고 허겁지겁 도망갔기 때문이었다.
시천유는 무통보다 훨씬 강력한 존재였다.
“아직 선보이지 않은 수단이 있으면 보여주게. 이번 기회에 대천세계의 천재가 역외족과 비교하면 아무것도 아니란 것을 증명해 보이겠네.”
시천유가 팔짱을 낀 채 허공에 서서 목진을 노려보며 말했다. 그 말에 강룡도 사악하기 그지없는 눈빛으로 녀석을 노려보며 말했다.
“목왕, 우리 함께 저 녀석을 죽입시다!”
잇따라 그의 몸이 커지더니 눈 깜짝할 사이에 거인이 되었다. 용린이 돋은 것이 꼭 용인 같았다.
쿵!
강룡은 발을 힘껏 굴러 대지를 가르며 쏜살같이 시천유에게 향했다.
목진은 이번만큼은 강룡을 막지 않았다. 시천유는 너무 괴상한 놈이라 최대한 빨리 포획하는 편이 나았다. 그러다 변고라도 생기면 무슨 일이 벌어질지는 아무도 모를 일이었다.
하여 그는 바로 현룡 전령을 움직여 시천유를 공격했다.
시천유의 실력은 지지존 대원만 정예급 강자 정도 되었지만 목진은 상대방이 마제만 아니면 두려울 것 없었다.
강룡과 목진이 동시에 나서며 난폭한 공격을 퍼붓자 시천유는 미친 듯이 사마기를 끌어올리며 회색 해골로 그들을 물리치려 했다.
양자의 거침없는 공격에 난폭한 파동이 미친 듯이 휘몰아쳐 공간에 거대한 균열이 일었고 그 충격파에 대지가 와르르 무너졌다.
시천유는 지지존 대원만 정예급 강자이긴 하지만 목진과 강룡의 협동 작전에 점차 열세에 처하기 시작했다.
목진이 흑백 목진까지 끌어들이자 시천유는 계속해서 물러나기 시작했다.
한편, 무통은 멀리서 두 눈이 휘둥그레진 채 상황을 살펴보기만 했다. 그는 시천유의 등장에 깜짝 놀랐다. 그 역시 역외사족이란 꼬리를 달고 현룡 공간에 들어왔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
또한, 시천유의 실력이 상당해 그가 혼자서 상대했으면 바로 사망했을 것이란 생각에 식은땀이 흘렀다.
“이곳은 너무 위험하니 당장 나가야겠군.”
무통은 안색이 확 어두워진 채 중얼거렸다. 현룡군은 이미 목진의 것이 되었으니 더는 이곳에 남아 봐야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또 목진을 도와주고 싶지 않았다. 무통은 목진 등이 역외사족과의 대결에서 패배해 죽기를 바랐다.
쿵!
그때 시천유가 자신에게 향하는 전의의 홍류를 부수더니 돌아서서 온몸에 용린이 돋은 강룡을 향해 주먹을 휘둘렀다.
퍽!
그의 주먹에 깃든 무서운 힘에 주위의 공간마저 부서졌고 강룡은 멀리 튕겨나갔다. 시천유도 온몸을 파르르 떨며 자신을 향해 돌진하는 흑백 목진을 힐끗 쳐다봤다.
그는 완전한 열세에 처했다.
“더는 엮일 수 없어.”
시천유는 눈가를 파르르 떨며 중얼거리더니 검은색 안개가 되어 제자리에서 사라졌다가 만 장 밖에서 다시 모습을 드러낸 뒤, 검은색 혈액을 뱉었다.
혈액은 예리한 검처럼 하늘을 가르며 날아가 멀리 떨어진 마제의 유골의 미간으로 스며들었다.
쿵!
이에 마제는 꼭 감았던 눈을 번쩍 떴는데 도천의 마의 기운을 방출하며 무통한테 날아가 녀석의 머리를 확 잡았다.
“으악!”
무통은 갑작스러운 공격에 너무 놀란 나머지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미친 듯이 발버둥 쳤다.
그러나 마제가 손에 힘을 주자 무통의 머리는 사정없이 부서졌고 사망의 기운이 체내에 깃들어 육신은 놀라운 속도로 메말라 버렸다.
이를 발견한 목진과 강룡은 안색이 확 어두워졌고 웅장한 영력을 끌어올리며 나섰다.
슉!
마제의 유골이 팔을 파르르 떨자 말라비틀어진 무통은 사정없이 목진 등에게 향했다.
“당장 물러나요!”
목진은 흠칫 놀라 소리 질렀다.
그는 무통의 눈에 생기가 완전히 사라졌지만 피부 표면에 여전히 사망의 기운이 깃든 것을 발견했다.
퍽!
무통의 육신이 갑자기 폭발하더니 피와 살이 사망의 기운이 되어 퍼졌다. 이에 목진 등은 황급히 물러났다.
“허허, 내 오늘 일은 반드시 기억하겠네. 언젠가 내가 마제의 유골을 완전히 장악하면 반드시 다시 찾아올 것이네!”
그때 시천유의 말이 주위에 퍼졌는데 마제의 유골을 움직이느라 일정한 대가를 치렀는지 제법 허약해진 것 같았다.
“젠장, 녀석이 도망가려 합니다!”
강룡이 흠칫 놀라 소리쳤다. 목진이 고개를 들어 쳐다보자 시천유는 마제의 해골을 들고 사악한 눈빛으로 그를 쳐다보더니 손으로 목을 긋는 동작을 했다.
“다음번에 만나면 내 반드시 자넬 죽일 것이네!”
녀석은 마제의 유골을 감싼 채 괴이한 검은색 안개가 되어 뒤쪽 공간을 가르며 어딘가로 사라졌다.
현룡 공간은 다시 안정을 되찾았다. 아수라장이 된 현장만이 일전에 대전이 벌어졌다는 걸 말해주고 있었다.
목진은 시천유가 사라진 곳을 바라보며 인상을 살짝 찌푸렸다.
역외사족도 역시 상고의 성연에 들어왔단 말인가, 일이 생각보다 복잡해지겠군…….
아수라장이 된 현룡 공간은 일전의 대전이 얼마나 치열했는지 충분히 짐작케 했다.
목진은 안색이 확 어두워진 채 시천유가 사라진 곳을 바라봤다. 이는 목진이 살아있는 역외사족 강자와의 첫 만남으로 그는 녀석이 선보인 실력과 수단에 적잖게 놀랐다.
녀석의 몸에 깃든 사망의 기운은 영력과 전혀 달랐지만 상당히 난폭하고 험악했다. 일단 체내에 깃들면 생기가 빠르게 사라질 것이다.
상고의 성연에는 각 세력의 정예급 강자가 모여있어 상대하기 버거운데 숨어있는 독사 같은 역외사족 사람들까지 있어 형세는 훨씬 복잡해졌다.
“저 사람은 시마족의 강자로 마제의 유골을 빼앗으러 온 겁니다.”
강룡이 인상을 한껏 찌푸리며 말했다.
“역외사족에는 32개의 종족이 있고 이는 역외사족의 핵심 역량인데 시마족이 바로 그중 한 갈래입니다.”
강룡이 한숨을 쉬며 말을 이어갔다.
“시마족은 유골을 조종하는 능력이 있고 유골의 힘을 확보할 수 있답니다. 녀석이 현룡 공간에 숨겼던 마제의 유골을 가져갔으니 전투력이 폭등할 겁니다.”
목진도 이내 인상을 찌푸렸다. 그는 지금의 시천유도 상대하기 버거웠는데 녀석이 마제의 유골까지 장악하면 그의 실력은 더욱 강해질 것이다.
마제의 유골로 생전의 실력을 되돌릴 수는 없겠지만 무통 같은 정예급 지지존 대원만급 강자를 상대하는 것 정도는 충분했다. 무통만 봐도 반응할 틈도 없이 즉사했으니 말이다.
“내가 방심하여 녀석이 현룡군이 허약한 틈을 타 마제의 유골을 가져간 겁니다.”
강룡은 이 일이 괜히 자기 탓인 것만 같았다. 현룡전제가 생전에 마제를 죽인 뒤, 현룡 공간에 봉인했는데 해골을 이리 빼앗겼으니 왠지 옛 주인한테 미안했다.
“강룡 통령, 내가 언젠가 시마천을 만나게 되면 최대한 녀석을 죽이고 마제의 유골을 없앨 것입니다.”
목진은 정중하게 말을 건넸다. 현룡군은 그를 위해 용부를 만드느라 허약해졌고 시천유한테 기회를 준 거라 그한테도 책임이 있었다.
하지만 목진은 그보다 인심을 사려는 목적이 더 컸다. 현룡군은 전괴가 아니기에 아무렇게나 부려먹을 수 없었고 통령인 강룡도 있어 오랫동안 이들을 거느리려면 반드시 진심 어린 인정을 받아야만 한다.
목진의 말에 강룡은 표정이 훨씬 밝아졌고 현룡군도 목진을 바라보는 눈빛이 부드러워졌다.
이에 그는 조금이나마 안심되었다. 시천유가 강력한 상대인 건 사실이고 마제의 유골까지 더하면 상대하기 훨씬 어려워질 테지만 목진에게 전혀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정말 목숨을 걸고 싸우면 승패가 어떻게 갈릴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었다. 그러니 그가 한 말은 결코 빈말이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