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33화. 밑 빠진 독
“고맙습니다, 목왕.”
강룡은 감사의 인사를 전한 뒤, 현룡군을 바라보며 이내 미소를 지었다.
“목왕, 인제 현룡군을 취합하시죠.”
목진은 이내 고개를 끄덕이더니 금세 미간을 찌푸렸다. 현룡군은 산 사람들이라 개자탁에 넣을 수 없었다. 그럼 이대로 함께 움직여야 한단 말인가?
“목왕, 걱정하지 마십시요.”
강룡은 목진의 마음을 꿰뚫은 듯 가볍게 웃으며 말을 이어갔다.
“현룡 공간은 우리 진영으로 옛 주인께서 만드신 자그마한 공간이라 밀법으로 이를 거두면 반지로 변할 겁니다.”
목진은 이내 화색이 되었다. 그리되면 그는 어딜 가나 현룡군과 함께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강룡은 잠시 머뭇거리더니 씨익 웃으며 말했다.
“현룡 공간의 천지의 영력이 희박해 우리가 숙면 상태였을 때는 괜찮지만 수련하려면 턱없이 부족할 겁니다.”
“하여 우리가 이곳에 계속 있으면 영력이 부족해 수련에 영향을 줄 것입니다.”
“그럼 어떡하죠?”
목진이 흠칫 놀라 물었다.
그는 새로 공간을 개척할 능력이 없었기에 현룡 공간과 대천세계를 이어 이들이 자유롭게 영력을 흡수할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없었다.
“우리는 수련을 위해 대량의 지존영액이 필요합니다.”
강룡이 히쭉 웃으며 한 말에 목진은 왠지 조심스러워졌다.
“얼마나 필요합니까?”
“그리 많지 않습니다. 한 해에 지존영액 8억 방울 정도면 됩니다.”
강룡이 씨익 웃으며 한 말에 목진은 순간 머리가 지끈거렸다.
“1년에 8억이요?”
아무리 그라도 놀랄 수밖에 없는 양이었다. 대라천역의 연 수입도 지존영액 1억 방울 정도밖에 안 되는데 현룡군의 수련에 필요한 지존영액만 일 년에 8억 방울이라니!
이건 밑 빠진 독이나 다름없었다!
목진은 그제야 현룡군 정도의 정예 부대를 배양하려면 얼마나 많은 자원이 필요한지 실감이 났다.
“그 정도면 괜찮지 않습니까? 이것도 적게 부른 겁니다.”
강룡은 어리둥절하여 물었다. 현룡전제는 이들을 위해 1년에 지존영액을 적어도 십억 방울은 소모했다.
강룡의 말에 목진은 입가가 파르르 떨렸다. 그는 현룡전제가 아닌 상위 지지존일 뿐이었고 그처럼 재력이 엄청나지도 않았다.
비록 그가 목부의 주인이긴 했지만 아무리 목부라도 이들을 먹여 살리지 못할 것이다.
강룡도 눈치를 챘는지 어색하게 웃으며 말을 이어갔다.
“목왕이 우리를 풀어주면 1년에 지존영액을 5억 방울 정도만 제공해주면 될 겁니다.”
목진은 한숨 밖에 나오지 않았다. 현룡군은 곁에 두지 않으면 큰 의미가 없었다. 그가 그들을 목부에 둔다고 해도 그들을 통솔할 수 없으니 자원을 낭비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지존영액은 최대한 제공해 드리죠.”
목진은 결국 강룡이 원하는 대로 해주기로 했다. 현룡군이란 정예 부대를 어렵게 수중에 넣었으니 절대 놓칠 수 없었다. 그들에 관한 소식이 전해지면 다들 혈안이 되어 달려들 것이다.
지존영액 몇억 방울만으로 천지존을 상대할 정도의 군대를 확보하는 것은 아주 좋은 장사였다.
이 정도 실력을 갖춘 군대를 배양하려면 지존영액만 해도 수백억 방울을 들여야 할 것이기 때문이었다.
“여기 지존영액 1억 방울이 있으니 일단 쓰고 있어요.”
목진이 옷깃을 휘날리자 영광이 번쩍이는 홍류가 날아올라 현룡 공간이 금세 밝아졌다.
이는 지존영액으로 이룬 홍류였다. 목진은 서천대륙에서 우승을 위해 지존영액 8천만 방울을 건 것이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 덕분에 그는 지존영액을 2억 방울이나 얻게 되었다.
그게 아니었다면 목진은 아마 수중에 지존영액이 1억 방울도 없었을 것이었다.
강룡은 목진이 꺼낸 지존영액 1억 방울을 보더니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것만 있으면 현룡군은 현룡 공간에서 두 달 정도는 걱정없이 수련할 수 있을 것이다.
한편, 목진은 현룡군이 만오천 명밖에 안 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강룡의 말에 따르면 현룡군은 전성기 시절 이만오천 명이나 된다고 했는데 장시간의 수면을 통해 일부 인원이 사망하고 말았다.
“기회가 되면 인원 보충도 해야겠군.”
목진은 몰래 중얼거렸다. 그런데 이것도 수중에 지존영액이 충분히 있어야 가능한 일이었다.
그는 지금 만오천 명의 수련에 필요한 자원을 공급하는 것마저 버거워 인원을 보충하면 지금으로서는 큰일이었다.
“목부의 규모를 더 키워야겠군.”
목진은 이마를 가볍게 때리며 중얼거렸다. 현재, 목부는 천라대륙의 북계를 장악했지만 이대로는 턱없이 부족했다. 목진이 충분한 양의 지존영액을 확보하려면 반드시 세력을 확장해야만 했다.
그렇게 되면 목부는 천라대륙의 기타 정예 세력과 싸워야 하겠지만 목진은 전혀 두렵지 않았다. 그는 더 이상 예전의 하위 지지존이 아니었다. 천라대륙에 다시 돌아갔을 때는 만다라마저 초월할 자신이 있었다.
“목왕, 앞으로 우리가 필요하면 현룡 공간에 연락을 보내십시요. 비록 지금은 현룡군을 3천 명밖에 장악하지 못하지만 언젠가 만오천 명 전부를 장악할 수 있을 겁니다. 그날이 자못 기대됩니다.”
강룡은 공손하게 허리를 굽히며 말했다.
“나도 기대가 됩니다.”
목진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잇따라 그는 강룡한테서 현룡 공간을 수집하는 밀법을 배운 뒤, 바로 떠났다.
그는 영접단선이 동굴에 남긴 대량의 영단도 확보해야만 했다. 그중에서 가장 중요한 단약은 당연히 승화단이었다.
이것으로 불후금신의 지존신통이 두 번째 단계에 이르면 그한테는 엄청난 도움이 될 것이다.
거대한 동굴에서 대치 중이던 두 무리는 화들짝 놀라 어딘가를 바라봤다.
그들은 일전에 사악한 기운을 내뿜는 두 녀석이 목진 등이 들어간 공간에서 나온 것을 발견했는데 영력 파동으로 보아 전부 지지존 대원만급 강자로 사망의 기운을 방출했다.
상대방은 이들보다 훨씬 강했다!
그런데 무슨 영문인지 그들은 영계 등을 무시한 채 빠른 속도로 도망갔다.
“저들은 역외사족이야!”
영계가 정색하며 소리치자 낙리와 온청선은 안색이 확 어두워졌다. 낙리는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현룡 공간을 바라봤다.
역외사족이 현룡 공간에서 나왔다는 건 목진 등과 마주쳤단 얘긴데 목진은 지금쯤 괜찮을까?
온청선 등도 바로 그 사실이 떠올라 목진이 걱정되었다.
반면, 무가네 강자들은 목진보다 괴이한 역외사족이 더 두려웠다. 무통한테 무슨 일이라도 생기다면 이들한테 엄청난 타격일 것이다.
슉!
그때 현룡 공간의 공간 소용돌이가 갑자기 파르르 떨리더니 누군가를 내뱉었다. 다들 손에 땀을 쥐고 살펴보니 목진이었다.
“목진아!”
온청선 등은 목진이 무사히 나온 것을 발견하고 한시름 놨다.
“현룡 공간에서 빠져나온 역외사족을 봤어?”
목진은 미소를 지으며 사람들의 겁에 질린 듯한 표정을 발견하고 물었다.
“어떻게 된 일이야? 역외사족이 어떻게 그곳에 들어갔던 거야?”
다들 이내 고개를 끄덕이자 낙리가 어리둥절하여 물었다.
“그는 시마족의 황자 시천유인데 우리 몰래 현룡 공간에 들어갔던 것 같아.”
목진은 이내 정색하며 말을 이어갔다.
“녀석이 마제의 유골을 가져갔어.”
이에 낙리 등은 순간 심장이 철렁했다. 마제의 유골을 가져갔다니?
“목진, 우리 소주는 어디 있는가?”
무가의 강자들이 적잖게 놀란 듯 노려보며 물었다. 목진은 그들을 힐끗 쳐다보더니 대수롭지 않게 답했다.
“무통은 마제 유골의 손에 죽었네.”
무가네 강자들은 금세 안색이 창백해졌고 동산 등도 화들짝 놀랐다. 무통의 실력을 잘 아는 이들은 그마저 현룡 공간에서 죽었다는 것이 쉽게 믿기지 않았다.
녀석은 과연 마제의 유골의 손에 죽은 걸까, 목진의 손에 죽은 걸까?
이러한 생각에 다들 목진이 두려워지기 시작했다.
“이만 갑시다!”
잠시 고민하던 동산이 먼저 떠나자 주마사 친구들도 바로 그 뒤를 따랐다.
무통이 죽어 쌍방 진영에 실력 차이가 생겼으니 이곳에 계속 있어 봐야 좋을 것이 없었다.
무가네 강자들도 이를 악물고 철수했다. 그들은 이번 쟁탈전에서 완전히 실패해 더 머물러봐야 아무런 소용도 없었다.
목진은 눈가를 파르르 떨며 과감하게 물러나는 녀석들을 보고는 쫓아가려는 생각을 접었다. 게다가 지지존 대원만급 강자가 목숨을 걸고 도망가는 것을 잡기도 쉽지 않았다.
그들을 쫓다가 무서운 천재지변이라도 만나면 오히려 해가 될 것이다.
그리고 목진은 무가가 무통의 사망 소식을 듣고 자신을 상대하려 한다고 해도 전혀 두렵지 않았다. 무가에 천지존은 한 명밖에 없는데 그는 분명 무가를 지키느라 쉽게 나서지 않을 것이고 나머지는 크게 위협적이지 않았다.
하여 지금으로서 목진한테 가장 중요한 일은 영접단선 유적지의 보물을 수집하는 것뿐이었다.
“흥, 빨리도 도망갔군.”
온청선은 순식간에 사라진 녀석들을 보더니 이내 콧방귀를 뀌었다. 그녀도 저들을 쫓아갈 생각이 없었다.
“온가가 무가를 상대할 것이니 무가가 너한테 복수할까 봐 걱정할 필요 없어.”
온청선은 비록 무통이 누구 손에 죽었는지 확신할 수 없었지만 자신이 목진을 끌어들였으니 온가에서 나서는 것이 옳다고 여겼다.
이에 목진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이더니 돌아서서 공간 소용돌이를 바라보며 두 손을 결인했다.
위잉!
목진이 밀법을 소환하자 현룡 공간이 빠르게 작아지더니 한 갈래 보랏빛이 되어 그의 손에 내려앉았다.
목진은 흑룡이 새겨진 반지에서 느껴지는 은은한 공간 파동에 감탄을 금치 못했다. 반지에는 생명체가 드나들 수 있는 독립적인 공간이 깃들어 있기 때문이었다.
옆에 서 있던 온청선, 온자우 등은 목진이 공간 소용돌이를 반지로 만드는 것을 보고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현룡군을 확보한 거야?”
온청선이 한 말에 목진은 생긋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다들 알게 될 일이라 숨길 생각도 없었다.
온청선 등은 순간 소름이 쫙 돋았다. 현룡군이 얼마나 강대한 군대인지 잘 알기에 목진을 괴물 보듯 바라봤다.
목진이 언젠가 현룡군을 완전히 장악하면 천지존마저 두려워하지 않을 것이다.
온자우 등마저 엄청난 수확을 이룬 목진이 부러웠다.
“영접단선 유적지의 최후의 승자는 너였구나.”
온청선은 피식거리며 말했지만 질투해서 한 말은 전혀 아니었다. 그녀는 타인이 자신보다 많이 가졌다고 못마땅할 여인이 아니었다. 이건 온전히 목진의 힘으로 해낸 일이기 때문이었다.
정작 목진은 조금 미안해졌다. 이곳 유적지에 관한 정보는 온청선 등이 제공한 거라 이들이 아니었다면 목진은 절대 현룡군을 수중에 넣지 못했을 것이다.
“유적지의 단약은 반으로 나누자.”
온청선은 일전에 영접단선의 계승을 받기로 한 대신 유적지의 단약을 2할만 가지겠다고 했었다.
“내가 말한 대로 해. 현룡군은 온전히 네 힘으로 얻은 것이니 우리와 아무런 관계도 없어.”
온청선이 머리를 절레절레 흔들다가 고개를 가볍게 들며 말했다. 목진은 어쩔 수 없다는 듯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한테는 대량의 지존영액이 필요한 현룡군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만약 목진이 충분한 양의 지존영액을 확보하지 못하면 반년 뒤, 현룡군은 수련을 중단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일단 유적지의 단약부터 수집할까?”
낙리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 말에 다들 고개를 들어 동굴의 위쪽에 펼쳐진 반짝이는 공간을 바라봤는데 별처럼 반짝이는 점들이 전부 영단이었다.
온청선이 손을 휘익 휘두르자 영접 단로가 날아올라 반짝이는 영단을 수집하기 시작했다.
수집 과정은 1각 정도가 지나서야 끝났고 온청선은 잠시 눈을 감고 단로에 담은 영단의 양을 헤아리더니 이내 화색이 된 채 눈을 떴다.
“영단은 800알이야.”
목진 등도 이내 감탄했다.
영단 800알은 영접단선이 남긴 최상급 단약이라 아무거나 팔아도 지존영액 수백만 방울은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목진은 그제야 조금이나마 안심되었다. 이것만 있으면 그는 지존영액이 부족해 현룡군의 수련에 방해가 될까 봐 걱정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