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34화. 경지 돌파
잇따라 온청선이 길쭉한 손가락을 가볍게 튕기자 단로에서 다섯 갈래의 빛줄기가 날아올랐는데 그 속에서 지극히 순수하고 오묘한 영력 파동이 느껴졌다.
이는 수정같이 영롱하고 매끄러운 단약들로 표면에 자연스레 무늬가 생긴 것만으로도 그 품질이 얼마나 좋은지 알 수 있었다.
“이게 바로 승화단이야.”
온청선은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단약 다섯 알을 쳐다보는 목진을 발견하고 생긋 웃으며 말을 건넸다.
“우리는 한 알만 가져갈 테니 나머지 네 알은 너희가 가져.”
온청선은 매끄러운 수정 영단 한 알을 집더니 나머지 네 알을 목진한테 건넸다.
영단을 건네받은 목진은 수중의 완벽한 모양새를 갖춘 영단을 보고는 화색이 되었다.
승화단만 있으면 불후금신의 지존신통은 두 번째 단계에 이를 수 있을 것이다.
* * *
어둠이 깃들자 눈이 내리기 시작했는데 엄청난 극한의 기운이 휘몰아쳐 지면은 순간 얼어 붙었다.
눈꽃이 흩날리는 공간은 천지의 영력마저 얼어붙을 것처럼 기온이 낮았다.
한 무리가 동굴에 들어가 빨간색 구슬을 중간에 두고 앉아 있었는데 구슬에 깃든 고온이 방출돼 동굴 내부의 한기를 모조리 물리쳤다. 그리고 동굴 외부의 한기는 외부의 영진으로 차단했다.
“눈이 참 많이도 오는군.”
목진은 감탄했다. 그들은 어제 영접 유적지를 떠났는데 그 다음날 바로 상고의 성연의 천재지변을 만나 동굴에 숨어들 수밖에 없었다.
“이건 동혼설(凍魂雪)로 사람의 영혼마저 얼릴 수 있대.”
온청선은 생긋 웃더니 빨간색 구슬을 가리키며 말을 이어갔다.
“내가 염령주(炎靈珠)를 가져오지 않았더라면 우리는 동굴에 숨어있어도 한기를 떨쳐내기 위해 부단히 영력을 소모했을 거야.”
목진은 동의하듯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온청선이 아니었다면 그들은 계속해서 힘을 빼앗겼을 것이다. 그리되면 앞으로의 일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인제 어떡할 거야?”
낙리는 유리알같이 맑은 눈으로 목진을 바라보며 물었는데 풀어헤친 머리가 폭포수처럼 쏟아져 내렸다. 그녀가 미소를 짓자 그 아름다움에 동굴 전체가 밝아지는 듯했다.
“낙리야, 넌 날이 갈수록 예뻐지는 것 같아!”
목진은 그런 낙리를 뚫어져라 쳐다봤지만 온자우와 용상은 감히 쳐다보지도 못했다. 온청선은 몰래 다가가 그녀의 허리를 감싸며 배시시 웃었다.
이에 낙리는 피식 웃으며 온청선을 흘겨보다가 그녀의 손을 가볍게 때렸다.
“저 녀석은 전생에 나라라도 구했나?”
온청선은 시무룩해져서 손을 거두며 말을 이어갔다.
“우리의 다음 목적지는 상고의 성연에 있는 도성이야. 그곳은 집결지로 수많은 소조가 모일 거야.”
“그래? 그럼 그곳에서 원하는 정보도 얻을 수 있어?”
목진은 부도신족과 태령고족에 관한 정보를 원했다.
“상고의 성연에서 대천세계의 성급 천지존이 네 분이나 사망했는데 그들의 유적지를 찾아내기가 제일 어려워. 지금까지 관련 정보가 제법 전해졌지만 그 계승을 받은 사람은 아무도 없었어.”
온청선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네 명의 성급 천지존의 유적지는 한곳에 머물러 있는 것이 아니라 계속해서 이동한다고 들었어”
“뭐?”
목진은 이내 미간을 찌푸렸다. 온청선의 말이 사실이라면 이를 찾아내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그러니까 우리는 반드시 집결지에 가서 유용한 정보를 수집해야 해. 실력을 갖춘 사람들은 반드시 그곳으로 가니까 분명 관련된 정보를 얻을 수 있을 거야.”
온청선의 말에 목진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집결지에 가서 정보를 수집하지 않으면 그들이 원하는 바를 이루기가 어려울 것이다.
온청선의 말대로라면 집결지는 아무나 다 갈 수 있는 곳이니 그곳에서 부도신족 사람들과 마주칠지도 모른다.
그중에서 특히 현라와 묵심은 목진을 잡고 싶어 안날이 나 있어 그들과 마주치면 싸움이 일어날 수도 있었다.
그러나 목진은 이를 크게 개의치 않았다. 자신을 무시했다가는 큰 코 다칠 것이다.
“승화단이나 먹어볼까?”
목진은 비록 녀석들이 두렵지는 않았지만 자만하는 사람도 아니었다. 사자가 토끼의 사냥에도 최선을 다하는 것처럼 현라와 묵심 같은 이들을 보다 여유롭게 상대하기 위해 그는 집거지에 이르기 전에 승화단으로 불후금신의 지존신통을 돌파하고 싶었다.
이에 그는 낙리, 온청선 등과 간단하게 대화를 나누고 동굴의 한쪽에 따로 수련실을 만들어 들어갔다.
“우리도 수련을 시작하자.”
온자우와 용상도 덩달아 자리에서 일어났다.
영접 유적지에서 성령단을 얻은 두 사람도 이를 삼키고 제련하면 지지존 대원만급에 곧 이를 수 있을 것이다.
그들은 영접 유적지에서의 대결을 통해 반보 지지존 대원만급 실력은 성연에서 전혀 우세를 차지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정예급 전력이 되려면 반드시 경지를 돌파해야만 했다.
“오늘 밤, 잘 부탁해요.”
낙리는 미소를 지으며 영계 등을 바라보더니 수련실로 들어갔다. 목진한테서 얻은 승화단은 낙리한테도 상당히 중요한 자원이었다.
낙리가 수련한 낙신법신이야말로 99등급 지존법신 순위권에 오른 정통 법신이기 때문이었다!
동굴이 다시 조용해지자 온청선과 영계는 머쓱하게 웃으며 각자 눈을 감고 가벼운 수련 상태에 진입했다.
* * *
목진은 거대한 동굴 수련실에 자리를 잡고 앉아 있었다. 그의 앞쪽에는 은은한 향기를 내뿜는 수정같이 매끈한 단약이 조용히 떠 있었는데 수련실의 천지의 영력이 단약의 영향을 받아 파르르 떨리기 시작했다.
수정 같은 승화단을 뚫어져라 쳐다보던 목진이 깊게 숨을 들이켜며 두 손으로 결인하자 체내에서 영광이 휘몰아치며 신속하게 뒤쪽에 수백 장 정도의 불후금신을 이뤘다.
승화단은 수련자가 수련한 신통의 경지를 한 단계 끌어올릴 수 있었는데 단약을 삼키기 전에 해당 신통을 소환하면 성공 확률이 배로 늘어난다. 하여 목진은 승화단이 다른 신통에 작용할까 봐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만약 그렇다고 해도 운이 나쁜 것이니 원망할 수도 없었다.
잇따라 목진은 입을 쩍 벌려 승화단을 꿀꺽 삼켰다.
퍽!
승화단은 체내에 들어가자마자 온몸에 청량한 기운을 선사했고 마음속 깊숙한 곳에 오묘한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순간, 목진은 무한의 지혜를 얻은 듯 수련하면서 이해되지 않았던 문제들이 전부 풀렸다.
그는 두 눈을 꼭 감은 채 태연하게 앉아 있었는데 그 모습이 꼭 사색에 빠진 것처럼 보였다. 불후금신도 수련 자세를 취하더니 방대한 몸에서 신비로운 자금색 빛을 발하며 무언가를 준비하는 것 같았다.
거대한 동굴은 다시 조용해졌다.
* * *
갑자기 두 갈래의 웅장한 영력 파동이 솟구치더니 두 사람이 동굴을 뚫고 하늘 높이 날아올랐다.
그들이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자 도천의 영력이 미친 듯이 요동쳤다.
“시끄러워!”
온청선이 두 눈을 부릅뜨고 동굴 밖을 향해 버럭 외치자 온자우와 용상은 바로 입을 다물었지만 기쁜 마음만은 감출 수 없었다. 그들은 성령단 덕분에 드디어 지지존 대원만급에 이르렀다!
잠시 후, 꼭 닫혔던 한쪽 수련실 석문이 열리자 낙리가 우아하게 걸어 나왔다.
“낙리야, 어떻게 됐어?”
온청선은 승화단이 정말 소문처럼 효과가 좋은지 궁금했는데 낙리는 그저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승화단은 역시 영접단선의 최애의 단약다워.”
이에 온청선이 더 궁금해져 캐묻자 낙리는 그저 웃기만 했다.
쿵!
그때 다른 쪽 석문도 부서지더니 목진이 걸어 나왔다.
“목진아, 성공했어?”
온청선은 바로 목진한테 눈길을 도렸다.
“영접단선은 역시 대단해.”
목진이 낙리와 눈을 마주치며 배시시 웃자 온청선은 바로 이를 악물었다.
이 녀석들이, 누가 한 쌍 아니랄까 봐!
그런데 그들의 반응으로 보면 승화단의 효과가 정말 뛰어난 것 같았다.
“그럼 이만 집결지로 갑시다!”
목진은 손을 휘두르며 먼저 한 줄기 빛이 되어 상고의 성연의 깊숙한 곳으로 향했다. 나머지 사람들도 바로 그 뒤를 따랐다.
슉!
창망한 천지는 오래된 기운으로 가득 찼는데 영원할 것 같은 적막이 깨지더니 몇 갈래 빛줄기가 하늘을 가르며 신속하게 날아갔다. 잠시 후, 아래쪽 대지에 커다란 도성의 윤곽이 드러났다. 도성은 규모가 상당했는데 몸집이 상당히 큰 영수가 바닥에 엎드리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곧 도착이야!”
온청선은 저 멀리 지면에 드러난 도성의 윤곽을 보더니 이내 화색이 되었다.
그들은 이틀 동안 쉼없이 달린 끝에 드디어 목적지에 이르렀다. 목진 등은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상고의 성연을 오가는 것은 절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지지존들마저 두려워할 만한 천재지변이 시도 때도 없이 나타나곤 했기 때문이었다. 그들은 이틀 동안 다섯 가지도 넘는 천재지변을 겪었는데 그중에서 파멸 뇌구(毀滅雷區)란 곳에서는 하마터면 조원까지 잃을 뻔했다.
다행히 그들은 무사히 목적지에 도착했다.
그때 다른 소조들도 저 멀리 있는 거대한 도성을 향해 날아가는 것이 보였다.
“역시 집거지로 향하는 사람들이 많군.”
목진은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말했다. 상고의 성연에 들어온 소조 중, 적어도 18조 정도는 이곳 집결지에 모일 것이다. 그러니 얼마나 시끌벅적한 곳일지 충분히 짐작케 했다.
“다들 조심해.”
도성에 어느 정도 가까워지자 목진이 영력으로 말을 전했다. 이에 낙리 등은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상고의 성연에 들어온 이들 중, 호락호락한 상대는 없었다. 일단 충돌이 일어나면 해결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들은 신속하게 하늘을 가르며 날아가다가 성문 앞에서 지면으로 내려갔다. 도성의 위쪽 하늘에서 은밀하지만 지극히 강대한 영력 파동이 느껴졌다.
무질서한 파동에 닿기라도 하면 바로 영력 충격파에 적중당할 것이다.
“저건 부서진 영진으로 등급이 상당히 높아. 아마 성연성의 보호 영진 못지않을 거야.”
영계가 도성 위쪽 하늘의 무질서한 파동을 살펴보더니 흠칫 놀라 말했다. 해당 영진은 부서지긴 했지만 목진 역시 위협감이 느껴졌다. 하긴 상고 시기, 대천세계와 역외사족의 결전 장소에 이 정도 등급의 영진이 있는 것은 놀라운 일도 아니었다.
“이만 들어갑시다.”
허름한 성문 앞에 내려앉은 사람들은 경계 태세를 취한 채 도성으로 들어갔고 목진 등도 조심스럽게 앞으로 나아갔다.
도성에는 우뚝 솟은 고탑이 많았는데 상고 때의 정예 강자들이 수련탑을 짓기 좋아했기 때문이었다. 고탑 하나가 곧 정예 강자 한 명과 같았다.
그곳은 사방에서 몰려온 강자들 때문에 떠들썩했다.
“여기에 거래 구역이 있는데 사람들이 상고의 성연에서 얻은 이름 모를 물건들을 팔곤 해. 보물인 것도, 아닌 것도 있지만 가볼 만할 거야.”
집거지에 관한 정보를 제법 수집한 온청선이 도성 깊숙한 곳을 가리키며 생긋 웃었다.
목진은 바로 솔깃해졌다. 상고의 성연은 너무 크고 넓은 데다가 여기서 사망한 정예급 강자가 많아 보물도 상당했다. 그중, 누군가는 우연히 보물을 줍고도 모르고 팔려 할 수도 있으니 천운을 기대하며 가서 살펴보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정보는 우리한테 맡겨. 온가에 정보책이 있으니 너흰 일단 거래 구역에 가 있어.”
“그래.”
온청선의 말에 목진은 잠시 고민하다가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 온청선은 온가네 정보책을 만나러 가는 것이니 목진 등이 따라가려 하면 오히려 불편할 것이었다.
“그럼 이따 봐.”
온청선은 손을 휘익 저으며 말을 마친 뒤, 온자우 등과 함께 다른 쪽으로 향했고 목진은 낙리, 영계, 용상과 함께 거래 구역으로 향했다.
목진 등이 어수선한 거리를 지나자 폐허 광장이 펼쳐졌는데 사람이 가득 차 상당히 북적였다.
바깥세상에서는 당연한 모습이었지만 한적한 상고의 성연에서는 보기 힘든 광경이었다.
이곳이 바로 온청선이 말한 거래 구역인 듯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