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주재-835화 (834/1,000)

835화. 묵심 소주

목진, 낙리, 영계와 용상은 서로 마주 보더니 흥미진진한 얼굴로 광장에 들어섰다. 광장 내부에는 부서진 돌이 곳곳에 널브러져 있었는데 그곳에 앉아 사람들이 괴상한 물건들을 판매하고 있었다. 전부 오래된 기운을 내뿜었고 세월의 흔적이 가득 담긴 오래된 물건들이었다.

잠시 후, 목진은 어딘가에서 발걸음을 멈추고 대충 진열된 물건들을 쓰윽 훑었다. 일부는 성물인 듯 은은한 영력 파동이 느껴졌다.

목진은 그중에서 검은색 장검을 들었다. 그러자 검신에 균열이 일었고 발하는 빛도 밝지 않았지만 가끔 방출하는 미세한 영력만 보면 절대 보통 물건이 아니란 것이 느껴졌다.

“허허, 검은색 장검이 마음에 드는 건가? 이 검의 검신은 구유 한철과 성공석(星空石)으로 만든 거라 상당히 견고하고 전성기 시절, 무려 고급 성물을 능가한 보물이라네. 이건 천지존이 남긴 절세의 성물일 가능성도 있다네.”

대천세계에서 고급 성물보다 더 진귀한 보물이 곧 절세의 성물이었다.

그런데 절세의 성물은 너무 진귀하고 강대해 일부 천지존마저도 소유하지 못할 정도였다. 목진 수중의 천제검이 바로 절세의 성물로 전성기였으면 최상급 절세의 성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얼마인가?”

목진이 수중의 검은색 장검을 가리키며 물었다.

“얼마 안 하네. 지존영액 5,000만 방울이면 되네.”

회색 도포를 입은 사내의 말에 목진은 가볍게 웃더니 바로 장검을 내려놓고 낙리 등과 함께 떠났다. 검은색 장검은 원고의 물건일 가능성은 있지만 제아무리 대단한 물건이었어도 지금은 파손되었을 뿐만 아니라 오랜 세월이 지나 폐검이 되어 절대 그 정도 값어치는 되지 않았다.

회색 도포를 입은 사내는 목진이 뒤도 안 돌아보고 떠나가자 투덜대며 돌아갔다.

목진 등은 떠들썩한 거래 구역에서 각양각색의 보물을 구경했는데 대부분은 값어치를 못 하는 폐품들이었다.

그렇다고 전부 그런 건 아니었다. 목진이 일전에 본 두 물건만 봐도 절대 범상치 않았다. 이는 같은 천지존의 물건이었는데 등급도 절대 낮지 않았다.

자와 막대기는 파손되기 전에 분명 절세의 성물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목진은 이를 구매하지 않았다. 해당 물건을 탐내는 사람이 너무 많은 데다 다들 돈이 어찌나 많은지 1각도 안 되는 사이에 지존영액을 수억 방울이나 내놓았다. 목진은 파손된 절세의 성물을 구매하기 위해 그렇게 많은 돈을 쓰고 싶지 않았다.

수리하는 데만도 대량의 자원을 소모해야 할 것이다.

목진 등은 마음에 드는 물건이 딱히 없어 빈손으로 거래 구역을 떠날 것 같아 왠지 아쉬웠다.

그런데 그때, 목진은 갑자기 무언가를 발견하고 멈칫했다. 그는 자연스럽게 멈춰서서 바위에 놓인 보물들을 쓰윽 훑었는데 흙이 잔뜩 묻은 반짝이는 물건이 눈에 띄어 바로 집었다.

표면에 묻은 흙을 거두고 보니 그것은 자그마한 동편으로 반듯하고 반짝거렸다. 표면에 오래된 부적이 새겨진 것으로 보아 보통 물건은 아닌 것 같았다.

목진은 여전히 태연하게 서서 동편을 쳐다봤지만 심장이 미친 듯이 쿵쾅거렸다. 그는 방금 이곳을 지나갈 때, 체내의 부도탑이 진동하는 것을 느꼈다. 그런데 동편을 수중에 넣자 부도탑의 진동이 훨씬 더 격렬해졌다. 목진이 강제로 억제하지 않았다면 부도탑은 곧바로 모습을 드러냈을 것이다.

동편은 부도신족과 관련이 있는 물건이 분명했다.

“얼만가?”

목진은 잠시 고민하다가 점주인 빼짝 마른 중년 사내한테 물었다.

“8,000만이네.”

중년 사내는 느긋하게 목진을 바라보더니 무덤덤하게 답했다.

“너무 비싼 것 아닌가?”

목진이 눈가를 파르르 떨며 묻자 상대방은 이내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이 물건이 무엇인지는 모르지만 내 전력을 다한 공격에도 끄떡없더군. 그것만 봐도 이 물건의 가치는 충분하지 않은가? 이 물건의 사용법을 알았다면 과연 여기에 내놓았을까?”

목진은 중년 사내의 말에 순간 말문이 막혔다. 상고의 성연에 온 사람 중, 호락호락한 사람은 역시 없었다.

하여 목진은 바로 지존영액이 든 옥병을 건네며 동편을 잡았다.

“이건 내가 사겠네.”

그런데 그때, 뒤에서 누군가 손을 뻗어 목진 수중의 동편을 낚아채려 했다.

“이건 내가 사겠네.”

그의 말이 끝나는 동시에, 나지막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이건 내가 사겠네.”

누군가의 손이 공간을 가르며 나타나 목진 수중의 동편을 낚아채려 했는데 그 엄청난 속도에 다들 깜짝 놀랐다.

다행히 목진도 보통 사람이 아니었기에 이내 정색하며 손을 거둔 뒤, 성부도탑으로 영력을 전환해 손바닥에 모았다.

위잉.

실체 같은 영력은 목진의 손바닥에 모여 칼날을 이뤘는데 파르르 떨자 주위의 공간마저 찢어졌다.

이에 적중하면 아무리 지지존 대원만급 강자의 손이라도 반으로 갈라질 것이다.

“뭐지?”

상대방도 목진의 갑작스러운 반격에 흠칫 놀랐다.

그가 기어코 동편을 빼앗으려 한다면 손이 잘릴 수도 있었다.

“흥.”

상대방은 잠시 고민하더니 손가락에 웅장한 영력을 모아 목진의 공격에 맞섰다.

양자의 손이 부딪친 순간, 육안으로도 확인 가능한 영력 파문이 폭발했고 주위의 공간은 유리처럼 와장창 깨졌다. 이에 목진은 황급히 뒤로 물러나며 옷깃을 휘날려 예리하기 그지없는 공간 파편을 내쳤다.

목진은 멈춰선 뒤에야 살기가 깃든 눈빛으로 상대방을 바라보더니 미간을 찌푸렸다.

녀석은 다름 아닌 부도신족의 묵심 소주로 무덤덤하게 서서 목진을 쏘아보고 있었다.

“그 물건을 이리 내게.”

부도신족 젊은이 중 최정예급 강자인 그는 으쓱하며 말했다. 하긴, 그 정도 지위에 오르면 감히 물건을 다툴 사람이 없을 것이다.

그러나 목진은 그의 말을 들어줄 사람이 아니었으니, 대수롭지 않게 웃으며 말했다.

“자네가 부도신족 사람인 건 알겠지만 부모님한테서 예를 갖추는 법을 배우지 못했나 보군.”

“네 이놈, 죽고 싶어 환장한 것이냐!”

묵심이 버럭 소리를 지르며 살기를 품자 그 구역 전체가 추워졌다.

거래 구역에서 두 사람의 대치는 순간 이목을 끌었지만 아무도 막아 나서지 않았고 오히려 흥미진진하게 상황을 살폈다. 상고의 성연에서는 실력이 제일이었고 그 외에는 아무런 규칙도 없었다.

그중에는 부도신족의 소주, 묵심에 대해 아는 사람이 제법 많았고 그의 실력도 잘 알고 있었다. 사람들은 상위 지지존 밖에 안 되는 목진이 무슨 자신감으로 감히 저런 말을 한 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한편, 멀지 않은 곳에 놓인 커다란 바위에서도 사람 몇 명이 서서 그쪽을 바라보더니 대치 중인 두 사람이 목진과 묵심인 것을 발견하고 안색이 조금 어두워졌다.

“겁도 없는 녀석, 감히 묵심을 건드리다니!”

화가 난 듯한 젊은 여인은 제법 예쁘장하게 생긴 부도신족의 청령으로 씩씩거리며 목진 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그 옆에 하얀색 옷을 입은 채 서 있는 차가운 기운을 내뿜는 정교한 여인은 부도신족의 청상이었다.

청상도 미간을 살짝 찌푸린 채 상황을 살폈다. 부도신족 사람인 그녀는 묵심이 얼마나 강한지 잘 알고 있었다. 아마 부도신족 젊은이 중에서 그를 상대할 수 있는 이는 현라 뿐일 것이다. 청상 역시 전력을 다해봐야 겨우 패배하지 않을 정도를 유지하는 것이 최선이었으며 우세를 차지하는 것은 절대 불가능했다.

묵심과 현라는 지지존 대원만 정상급 강자로 천지존 이하에서는 무적 같은 존재였다. 하여 묵진이 묵심과 정말 싸우기라도 하면 승산이 그리 크지 않을 것이다.

이러한 생각에 청상은 도와주러 가려 했다. 그는 목진이 현라, 묵심의 손에 잡히지 않도록 최대한 돕겠다고 훤 이모와 약속했기 때문에 자신한테 전혀 도움이 안 되는 걸 알지만 나서려 했다.

그렇지만 옆에 서 있던 청령이 자연스레 청상을 말렸다. 묵심의 적이 되는 것은 청상한테도 상당히 압력이 되기 때문이었다.

이에 청상은 괜찮다면서 손을 휘익 저었다. 청령은 발을 동동 구르며 멀리 떨어져 서 있는 목진을 노려봤다. 그는 상고의 성연에 오자마자 목진과 엮일 줄 몰랐다.

그런데 그때, 청상이 갑자기 멈춰 섰다.

“왜 그래요, 청상 언니?”

청령은 어리둥절하여 물었다. 설마 청상의 생각이 바뀐 걸까? 목진은 정 이모의 아들이니 청맥 사람이나 마찬가지였는데 그를 내버려 두자니 썩 내키지 않았다.

청령은 순간 어쩔 바를 몰랐다.

그런데 청상은 청령을 무시한 채 한기 어린 눈빛으로 오른쪽을 바라봤다.

청령도 덩달아 고개를 돌려보니 멀지 않은 곳에 한 무리가 나타났다. 그 우두머리는 제법 훤칠한 사내로 뒷짐을 쥔 채 미소를 지으며 청상을 바라보고 있었다.

“현라군. 저 녀석은 또 왜 온 거지?”

청령은 순간 안색이 어두워졌고 청상도 표정이 점차 일그러졌다. 현라는 청상이 목진을 도우러 나서면 자신도 바로 나설 거라 경고하는 듯했다.

청령은 결국 제자리에 멈춰 섰다. 그녀가 나서봐야 절대 현라의 방어를 뚫고 목진을 도우러 가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었다.

“목진아, 기회가 되면 최대한 빨리 여기서 벗어나길 바라.”

청상은 사건의 중심에 서 있는 목진을 바라보며 가볍게 한숨을 쉬었다.

반면, 현라는 청상이 멈춰 서 있는 것을 보고 바로 눈길을 거두더니 흥미진진한 얼굴로 멀리 떨어져 서 있는 목진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저들은 뭘 하는 거지?”

현라는 목진과 너무 멀리 떨어져 있어 목진과 묵심이 뭐 때문에 그러는지 몰랐다.

“저 사람이 바로 부도신족에서 유명세를 탄 죄인인가?”

그때 여성스러운 웃음소리와 함께 현의를 입은 여인이 나타났는데 아름다운 외모에 새하얀 피부, 미소를 짓는 모습이 얼마나 예쁜지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흐뭇해질 지경이었다. 또한, 그녀가 내뿜는 신성하고 고귀한 기운으로 인해 왠지 더 매혹적이었다.

그녀는 타고난 요물이었다.

“허허, 형아 아씨도 부도신족에 대해 제법 잘 아는 모양이군.”

현라가 미소를 지으며 한 말에 형아란 여인은 커다란 눈을 깜빡였다.

“태령고족의 준성녀인 내가 이 사실을 아는 것이 뭐가 이상하단 말인가?”

이에 현라는 가볍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여인은 태령고족에서 유명한 준성녀 백형아(白馨兒)로 상고의 성연에서 임무를 완수하면 성녀의 자리에 오르는 데 문제가 없을 것이다.

신분이 높으니 현라와 알고 지내는 게 당연했다.

“그리고…….”

백형아는 생긋 웃더니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목진 옆에 서 있는 아름다운 여인을 바라봤다.

“저 녀석 옆에 서 있는 여인이 내가 상고의 성연에서 상대할 가장 큰 적이네.”

“하위 지지존 따위는 신경 쓸 필요 없네. 저따위 실력으로 어찌 형아 아씨를 상대할 수 있단 말인가?”

말을 마친 현라가 낙리를 쓰윽 보더니 흠칫 놀랐지만 아무렇지 않은 척 눈길을 거뒀다.

“자넨 참 말을 예쁘게도 하는군.”

백형아가 생긋 웃으며 말했다.

그러나 거래 구역에는 사람이 점차 많이 모여들었다. 묵심은 안중의 살기가 어느 정도 짙어지자 갑자기 나섰다.

쿵!

강력하기 그지없는 무서운 영력 파동이 화산처럼 휘몰아치자 묵심의 살기 가득한 목소리가 쩌렁쩌렁 울려 퍼졌다.

“좋은 말로 할 때 물러나지 않으면 부도신족의 콩밥을 맛보게 해주지!”

“주제도 모르는 죄인이여!”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