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36화. 진정한 실력을 선보이다
쿵!
거래 구역에서 휘몰아치는 화산처럼 강력한 영력에 공간이 파르르 떨리자 구경꾼들은 흠칫 놀라 황급히 물러났다. 지지존 대원만급 강자들마저 잔뜩 경계하는 눈빛으로 묵심을 바라봤다.
부도신족의 소주는 역시 보통 사람이 아니었다.
한편, 묵심은 매의 눈으로 목진을 노려보더니 쏜살같이 그를 향해 나아갔다. 그 엄청난 속도는 지지존 대원만급 강자마저 흐릿한 잔영만 볼 수 있을 정도였다.
“엄청나게 빠른 속도군!”
사람들은 이내 감탄했다. 이 정도 속도라면 그들은 방어막을 치기도 전에 상대방의 치명적인 공격에 적중할 것이다.
“그건 자네 따위가 할 수 있는 말이 아니야!”
그런데 그때, 영계가 버럭 화를 내며 외쳤다. 신분으로 따지면 목진은 부도신족에서 묵심 못지않은 지위를 누려야 정상인데 녀석은 목진을 어지간히 무시하는 게 아니었다.
이에 영계가 이내 정색하며 손을 휘두르자 수많은 성광이 허공에 스며들며 순식간에 영진을 이뤄 묵심 주위를 감쌌다.
크으으으!
영진은 강대한 영력이 빠르게 모여 용사를 이루더니 한 갈래 전광이 되어 엄청난 기세로 묵심에게 향했다.
“영진이라, 난 또 뭐라고.”
묵심이 피식 웃으며 주먹을 휘두르자 난폭한 영력이 눈부시고도 위험한 광권을 이뤘다.
쿵!
묵심의 주먹이 용사의 머리에 닿자 영력 충격파가 휘몰아쳐 주위의 공간이 부서졌고 녀석의 머리는 순식간에 폭발했다.
영계가 황급히 친 영진은 묵심한테 전혀 위협이 되지 않았다.
“그렇게 나서고 싶으면 당신부터 없애주지!”
용사의 머리를 으깨버린 묵심은 괴이하게 걸어 공간을 가르며 순식간에 영계 앞에 나타나더니 다시 주먹을 휘둘러 영계의 가슴팍을 때렸다. 그는 무서운 영력이 깃든 공격으로 영계를 죽이려 했는데 그는 영계가 상대했던 무통보다 훨씬 강한 상대였다.
상대방의 예사롭지 않은 영력 권풍에 영계는 미간을 찌푸린 채 미친 듯이 영인을 만들어냈다. 그녀는 방어 태세를 취한 것이 아니라 필살기 영진을 치려 했다. 그녀가 일단 해당 영진을 치는 데 성공하면 아무리 묵심이라도 어느 정도 타격을 입을 것이다.
비록 영계도 상대방의 공격에 다칠 테지만 말이다.
그런데 그때, 누군가 뒤에서 영계를 확 끌어당기더니 먹잇감을 노리고 있던 짐승처럼 살기 가득한 얼굴로 목진이 뒤쪽에서 나타나 묵심을 덮쳤다.
“드디어 나타난 건가?”
묵심은 씨익 웃으며 물었는데 주먹에서 내뿜는 영력 파동이 훨씬 난폭해졌다.
그는 단번에 목진을 쓰러뜨리려 했다.
반면, 목진은 수정부도탑으로 체내의 영력을 전부 수정 영력으로 전환한 뒤, 묵심을 향해 주먹을 휘둘렀다.
주먹에 모인 영력 때문에 목진의 한쪽 팔은 수정으로 변했고, 강인한 파동이 공간을 뒤흔들었으며, 팔에서 방출한 수정빛이 내뿜는 특이한 파동에 천지의 영력마저 감히 가까이 가지 못했다.
“역시 성부도탑이군!”
묵심은 순간 눈가를 파르르 떨었다. 성부도탑만이 이 정도로 순수하고 강력한 봉인의 빛을 발할 수 있었고 누구든 해당 영력에 닿으면 체내의 영력이 빠르게 봉인될 것이다.
“하지만 나한테는 아무런 소용도 없지!”
묵심은 콧방귀를 뀌며 대꾸하더니 눈에서 갑자기 흑광을 발했다. 역시나 그에게도 부도탑이 나타났지만 그의 부도탑은 검은색이었다.
이는 암부도탑(暗浮屠塔)으로 부도신족에서 보기 드문 건 마찬가지였다. 묵계 혈맥 중 가장 순수한 혈맥을 지닌 사람이라야 수련해낼 수 있는 것이었다. 또한, 암부도탑도 봉인의 힘이 있고 성부도탑처럼 맑고 순수하지 않은 대신, 훨씬 독했다.
어느새 묵심의 팔도 까맣게 물들더니 검은색 안개가 맴돌았는데 무서운 부식성이 있는 검은색 안개가 피어오르자 주위의 공간에 검은색 흔적이 생겨났다.
쿵!
광명과 어둠의 권광이 힘껏 부딪치자 강렬한 흑광과 수정의 빛이 폭발했다가 미친 듯이 서로를 집어삼키려 했다. 이에 아래쪽 대지가 와르르 무너지며 거대한 균열이 일었다.
그러다 난폭하기 그지없는 영력 충격파가 휘몰아치자 목진은 온몸을 파르르 떨며 뒤로 수십 보 물러났는데 그와 수십 장 정도 떨어져 있던 바위들마저 순식간에 부서졌다.
“상위 지지존 따위가 감히 나를 상대하려 하다니!”
이번 대결은 온몸을 파르르 떨며 뒤로 몇 보밖에 물러나지 않은 묵심이 우세를 차지했다.
위잉.
그런데 그의 말이 끝나기 바쁘게 옆쪽 공간이 파르르 떨리더니 누군가 귀신처럼 나타나 수정의 빛을 발하는 주먹을 휘둘렀다.
갑작스러운 변고에 묵심은 순간 넋이 나갔다. 그는 분명 목진을 물리쳤는데 갑자기 오른쪽에서 나타나 자신을 공격한 사람은 누구란 말인가?
묵심은 자신을 향해 날아온 수정 광권을 향해 장풍을 쐈다.
퍽!
묵심은 손을 파르르 떨며 뒤로 물러나더니 안색이 확 어두워졌다. 그는 일전에 나선 사람도 목진이란 것을 발견하고 적잖게 놀랐다.
“목진이 둘이라니?”
그런데 놀라기엔 아직 일렀다.
“아니야, 한 놈 더 있어!”
그때 묵심은 뒤쪽 공간에서 다시 영력 파동을 느끼고 눈가를 파르르 떨었는데 방어할 틈도 없이 난폭하기 그지없는 영력이 등에 적중했다.
퍽!
무서운 힘이 폭발하자 묵심은 맥없이 튕겨 나가 폐허에 꽂혔다.
거래 구역은 순식간에 조용해졌고 다들 두 눈이 휘둥그레진 채 상황을 살폈다. 아무도 결과가 이럴 줄 몰랐다.
첫 번째 공격이 오갔을 때, 분명 묵심이 우세를 차지했었는데 목진과 생김새와 실력마저 똑같은 녀석이 둘이나 나타나 함께 묵심을 공격할 줄은 몰랐다.
“저건 도대체 무슨 영력 화신이기에 본체와 실력이 똑같단 말인가?”
사람들은 숨소리마저 똑같은 세 명의 목진을 멍하니 바라봤다. 멀리서 손에 땀을 쥔 채 상황을 살피던 청상과 청령 등도 순간 조용해졌다.
특히 청령은 목진이 대결에서 이긴 것이 믿기지 않은 듯 몇 번이고 다시 확인했다.
“아니…… 어떻게 이럴 수 있죠? 목진의 영력 화신은 도대체 뭐란 말인가요?”
청령은 두 눈이 휘둥그레진 채 목진을 바라보며 물었다.
청상도 놀라긴 마찬가지였지만 금세 정신을 차리고 목진을 힐끗 보며 답했다.
“우리가 괜한 걱정을 했어. 목진은 그저 그런 상위 지지존이 아니었어.”
본체와 실력이 똑같은 영력 화신을 두 명이나 확보한 것만으로도 상위 지지존인 목진의 실제 전투력은 지지존 대원만급 강자 못지않았다.
목진이 현라와 묵심의 도발에 전혀 겁먹지 않았던 데는 다 이유가 있었다. 그는 확실히 그들을 상대할 실력을 갖췄다.
오히려 목진을 지키려 했던 청상만 꼴이 우스워졌다.
한편, 청령은 입을 삐쭉 내민 채 뭐라 하려 했지만 똑같게 생긴 세 명의 목진을 보더니 말문이 막혔다. 목진이 묵심마저 쓰러뜨릴 수 있는 사람이라면 청령의 오기도 충분히 거두게 할 수 있었다.
이와 동시에, 다른 곳에서 상황을 지켜보던 현라는 목진에 관해 미리 알고 있어 이러한 결과에 크게 놀라지 않았다.
다만, 그는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목진의 두 화신을 쳐다봤다.
“역시 일기화삼청이란 말인가?”
“녀석은 참 운도 좋군. 하지만 언젠가 내 손에 잡히면 일기화삼청도 내 것이 되겠지!”
떠들썩했던 거래 구역은 놀라운 대결 결과로 인해 쥐죽은 듯 조용해졌고 사람들은 두 눈이 휘둥그레진 채 목진을 바라봤다.
목진을 무시했던 일부 소조와 강자들도 이내 정색했는데 목진을 바라보는 눈빛이 확 달라졌다.
상고의 성연에 들어온 사람 중, 호락호락한 상대는 역시 아무도 없었다.
퍽!
그때 묵심을 묻은 폐허에서 바위가 사방으로 튕겨 나가더니 녀석이 안색이 어두워진 채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그윽한 살기를 아낌없이 방출하며 살기 가득한 눈으로 목진을 바라봤다.
묵심도 자신이 목진과의 대결에서 이토록 낭패를 볼 줄 몰랐다.
그는 여태껏 목진이 아무런 지위도 없는 죄인으로만 생각했다. 비록 청연정이 부도신족에서 지위가 높다고 해도 두 사람은 떨어져 지낸 지 오래되었고 목진은 부도신족의 수련 자원을 누린 적이 한 번도 없었으니 말이다.
하여 묵심은 목진을 무시했는데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치렀다.
손쉽게 쓰러뜨릴 수 있을 거라 생각했던 죄인은 그한테 실패의 쓴맛을 보여주었다.
“나 묵심한테도 이런 날이 있다니, 참 의외군.”
묵심은 입가의 피를 닦더니 목진을 노려보며 서서히 말을 내뱉었다.
그는 이제야 부도신족의 죄인인 목진을 진정한 상대로 취급하기 시작했다.
한편, 목진은 미간을 살짝 찌푸린 채 상대방을 바라봤다. 묵심이 부도신족의 소주가 되었다는 건 그럴 만한 실력이 있다는 것을 의미했다. 목진과의 대결에서 패배하고도 화를 꾹 참고 목진을 진정한 상대로 보기 시작한 것만 봐도 알 수 있었다.
이런 사람은 상대하기가 훨씬 어려웠다.
묵심은 목진의 일기화삼청이란 수단을 몰라 당했던 거라 다음번에는 호락호락 당하지 않을 것이다.
다만, 그는 크게 아쉽지는 않았다. 묵심은 상대하기 어렵긴 하지만 전력을 다해 싸우면 두렵지도 않았다.
“놀라긴 아직 이르네.”
목진은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제아무리 도천의 살기를 내뿜어도 목진은 녀석이 전혀 두렵지 않았다.
“그렇단 말인가? 그럼 어디 제대로 싸워볼까?”
두 사람의 말다툼에 다들 흠칫 놀랐다. 보아하니 목진은 정말 묵심을 상대하기로 마음먹은 모양이었다. 그 말에 묵심도 피식 웃으며 지지존 대원만급 강자 세 명을 불렀다.
이들은 부도신족의 강자들로 묵심의 부하들이었다.
“죄인 목진, 네가 감히 묵심 소주한테 무례한 짓을 하다니, 얼른 용서를 구하지 못할까!”
부도신족의 강자들은 두 눈을 부릅뜨고 목진을 노려보며 외쳤다.
“어디서 온 날파리들이 감히 우리 소주님 앞에서 날갯짓하는 거지?”
잇따라 목진 뒤에 서 있던 용상이 나타나 살기 가득한 눈빛으로 상대방을 바라봤다.
“쳇, 소주는 무슨, 죄인 따위가 무슨 소주가 될 자격이 있단 말인가? 용상, 자네 어찌 날이 갈수록 멍청해지는가!”
용상과 구면인 듯한 묵심의 부하들이 피식거리며 말했다.
“나와 먼저 싸우지. 그리고 다시는 그따위 말을 하지 말게.”
말을 마친 용상이 씨익 웃으며 주먹을 쥐자 강력하기 그지없는 영력이 휘몰아쳤다.
“대원만이라니, 자네도 지지존 대원만급 강자가 되었단 말인가?”
용상의 체내에서 폭발한 강력한 영력을 발견한 묵심의 부하들은 흠칫 놀랐다. 부도신족은 몇 년 전부터 용상의 수련 자원을 끊었을 뿐만 아니라 그를 따돌렸다. 이에 그는 반보 지지존 대원만급에 오래 머물러 있었는데 목진을 따른 지 얼마나 되었다고 벌써 경지를 돌파했단 말인가?
영계도 이내 정색하며 나서더니 수많은 영인을 만들어 주위의 공간에 주입했다. 그녀는 이미 영진을 칠 준비를 마쳤다.
낙리는 목진의 옆에 서 있기만 했는데도 사람들은 하위 지지존일 뿐인 낙리한테서 위험한 기운을 느꼈다.
분위기가 예사롭지 않았는데 자칫 잘못하면 치열한 싸움이 벌어질 것 같았다. 이에 주위에 모여있던 사람들은 불똥이 튈까 봐 몰래 철수했다.
“목진아!”
그런데 그때, 명랑한 소리와 함께 한 소조가 목진한테 다가가더니 묵심 등을 호시탐탐 노려봤다.
그들은 바로 일전에 정보를 수집하러 갔던 온청선 무리였다.
“온가네라…….”
묵심 등은 인상을 찌푸린 채 온청선 무리를 바라봤다.
온청선이 이끄는 소조에서 지지존 대원만급 강자는 온자우 뿐이라 묵심은 크게 두렵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목진 등과 싸울 때가 아니란 걸 깨달았다.
일전의 대결만으로도 그는 목진의 진정한 실력이 일반 지지존 대원만급 강자를 능가했다는 걸 깨달았고 그한테 이보다 훨씬 강력한 수단이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만약 그의 예상대로라면 목진 등을 쓰러뜨리더라도 엄청난 대가를 치러야 할 것이다.
현재 이곳에는 강자들이 가득 모여있고 현라 등도 몰래 숨어서 지켜보고 있었다. 녀석은 기회가 되면 바로 나서서 그들을 없앨 것이다.
그리되면 묵심은 현라를 위해 힘쓴 꼴밖에 되지 않는다. 그는 절대 이런 상황이 벌어지는 것을 원치 않았다.